병원 이야기는 이젠 정말 그만하고 싶었다.
그런데...내가 이 곳에 코를 빠트리고 있는한,
그넘의 병원 이야기는 끝이 없음을...
오늘은 우리 아이가 3일째..재활 교정을 받고 있다.
첫날 난 경악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 숱한 사람들의 몸이,
멀쩡했던 사대육신들이 어쩌면 마구 구겨진 휴지처럼 망가진채
멈춰진 삶의 늪에서 다들 허우적대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문득, 도둑 살쾡이에게 모든 것을 빼앗겨 버린 듯한 사람들,
그들 눈에선 반짝이던 슬기의 영특함이 빠져 달아나고..
그들의 건강과 지혜는 모두 도둑 고양이 밥으로 해치워 버린 것같은 빈- 사발,....
빈- 껍데기로...어느날
문득, 구겨져 버린... 전부!
난, 나만 불행한줄 알고 있었다.
정상의 무리에서 이탈한..아니, 박탈당한 서러움,
집단에서 왕따당한 고독감..이질감,
나만 그런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애써 안 그런척 웃고 있었다.
비열하게...
히죽이며...
왜?
나의 무정하신 하나님은
멀쩡한 내 양 무르팍을 꺾게 하셔서 오늘 나에게
여기 이곳을 둘러 보게 하시는지?
우리를 왜 여기까지 오게 만드시었는지?
우리 이야기는 여기선 감히 명함도 내지못할,
까십꺼리조차 되지 않았다.
첫 날!
난 딸에게 작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종인아 훗날~~
언젠가는 저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살아라"
"예"
정말이지 아이는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순간적인 대답으로 순종했다.
아마도 이 대답을 들으시려
우리를 여기까지 불러내심일까?
그러셨을까?
겨우 걸음마 떼기 시작한 애기서부터... 곧 돌아 가심직한 연만하신 노인분들까지......
몸과 마음이 유리된...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움직이거나....
또는 자신의 의지를 짐짓 모른체하는 무심하고도 한심한 수족들,
코에다가... 산소호흡기의 줄과 반창고ㅡㄹ 붙이고 달고....아주 처참해진 모습으로...
처절하게..뒤바뀐,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현재의 비참해져 버린 차마 자신조차 보기싫은 모습들....
힘겹게..재활의 운동들을 하고 있었다.
살아남고자 하는 본연의 의지를 깃발처럼 높이 세워 꽂고...
이 앙다문 혼신의 힘을 다해,
병원, 환자중 나의 기억에
엘리베이터에서 가끔 마주치는 여자아이가 하나 있었다.
아이는 심한 정박아로 보였고 휠체어에서 앉아서도 늘 자고 있었다.
나이는 열예닐곱은 되어보여도...한 번도 걸어보지 않은 듯한 발은 성장이 멈추었는지...
유치원 아이의 발보다도 작아 보였다.
개인용 휠체어에 적힌 이름에서....그 소녀의 이름은 "지혜"임을 알 수 있었다.
늘 간병인의 보살핌을 받는듯 하였는데...
오늘, 물리치료실에서
그 소녀와 그어머니를 보았다.
아마 갓 마흔을 넘긴듯한 지혜의 엄마(닮아있었다)...
아인 여전히.. 잠을 자는듯 눈을 감은채 였고...
자동으로 움직이는 페달에 발을 올려놓은 딸 지혜의 뒤틀린 굳은 손을 만지작거리는
엄마는 연신 아이에게..뭐라고 소근대고 있었다.
내 아이와 나란히 수평대 위에서 서있을 때...
옆자리, 지혜엄마는 몸을 묶은 지혜가 서 있는 곁으로 다가가 바짝 매달려..
빰과 코를 마주 부벼대며...."지혜야.. 엄마야...엄마야...나야.."
계속 그렇게 사랑의 언어를 끊임없이 속삭여 주고 있었다.
지혜의 얼굴은...언제나 눈을 감고 자는듯 했지만...
오늘만큼은 매우...만족한...사랑이 충만한 행복한 얼굴이었다.
간병인 아주머니가 밀어주는 휠체어를 탔을 때의 지혜얼굴은 분명 아니었다.
포기 하지 못하는...
집착이란 오기에 도전장을 던지는
저 어머니란 이름은 과연 무엇일까?
그 모성은 무엇일까?
모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오히려 약간은 덜하고 못한 자식에게 더 애정이 간다는 부모의 정,
한 켠에선,
남 부럽잖게 잘 키워 멀쩡하던....
장성한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잘 자고나서... 온몸이 허물어졌다는
늙은어미의 허탈한...탈진해 버린 모습,
오늘은 토요일...
반나절만 하는 물리치료실은 종일반 환자 모두가 일시에 모여들어서
한마디로 난장판을 방불케하는 아수라장이었다.
아수라~~
노부모님들의 갑작스런...뇌졸증들....그리고, 일명 風!
아직은 젊은 나이에... 벌써....몸이 돌아간 신체부자유의 가장들..
피가 마르듯 타 들어가는 젊은 부인들의 ..간병.
재활해 보겠다는 의지에 앞서
"내가 이럴줄 몰랐어요" 를 한숨으로 내뱉으며,
갑자기 모든 게 귀찮아져 엉엉 울어대는 환자.
제일 가슴 아픈일이....
아직 세상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아기들이다.
제대로된 표정마저 한 번도 깆추지 못한채, 축복아닌 슬픔으로 태어난 아이들..
왜 자기가 비정상인지...느낄 수도 없었던 아이들,
그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자식의 나이가 많고 적고 간에....
자식은 역시 자식임에..그 사랑의 무게는 다 똑 같음에....
가족들의 피눈물나는 간구를 우리 하나님은 죄 다 듣고 계시는지?
하나님~~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는 치유의 은사를 내려 주시옵소서~
***저들에게도***
반듯한 얼굴로,웃으며 말하고,
반듯한 양 어깨를 힘주어 펴고,
반듯하게 설 수 있는 곧은 허리와,
반듯하게 걸을 수 있는 건각을 주시고,
반듯한 세상 속으로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반듯해진 걸음걸이로 뚜벅 뚜벅 그렇게 세상속으로 들어가게 하옵소서~
반듯한 몸을 가진 세상 밖 사람들은,
반듯한 직장과,
반듯한 건강과,
반듯한 행복과,
반듯한 그 모든 것을 가졌을지 몰라도
반듯한 생각을 갖지 못하며
반듯한 생을 살아가지 못하는 자들도 더러 많을 줄 압니다.
반듯한 나의 하나님~~
반듯한 나의 ...절대자님이시여~~
반듯한 ..저울질로
반듯하게 저들이 함께 잘 살아 갈 수 있는 세상 만들어 주시옵소서~
반듯한 뜻이 계셨다면 이제 사랑의 매는 그만 거두시고
반듯한 삶을 다시 살 수 있는, 재활의 기회를 한 번만 더 허락 하옵소서.
반듯하고 당당한 자신감을 잉태할 힘찬 건강을 한 번만 더 허락하시옵소서.
**한 번 더 허락하옵소서**
이요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