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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났습니다.
아이들 봉숭아 꽃물을 들이려고,
운동장 한 바퀴를 돌아 꽃잎을 따 모았습니다.
워낙 땅이 거칠어 봉숭아 키가 10 ~ 15cm나 될까요?
꽃잎은 기껏 한 두 송이...
그래도 모으니 한 됫박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론 턱도 없지요.
내일은 꽃잎 채취에 시간을 써야 되겠습니다.
ㅇㅇ들과 함께 걱정하며 어떻게든 한 줌씩만 따 오면...
일곱 줌은 되지 않겠습니까만,
어디 제 맘 같아야지요.
ㅇㅇ에게 맡겨 놓고 나왔지만
돌아오는 목요일은 어떤 모양일지....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서...
이 여름날은 어떻게 보내고 계시는지요?
이런저런 상상은 해 봅니다만 짐작 가지는 않네요.
논바닥이 환히 보이도록 듬성했던 모들이,
이젠 제법 자라서 목이 길고...
깃이 흰,
그 새들을 만나기가 모 심을 그 무렵 같지는 않습니다.
이제 그들 키만큼 자란 벼로 인해,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으로는 도저히 그 자태를 볼 수가 없거든요.
다행히 서행을 하거나 신호를 받고 있을 때면
가끔 머리를 들어 주어서
희고 가느다란 목만 잠깐 보여 줄 뿐
다시 먹이 찾기에 바쁜 그들인 것을요.
제발
먹지 말아야 될 것은 안 먹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남은 별것도 아니라는데,
미물들이라 하는데,
왜 저는 소중하며 애착이 가는 것인지요?
금붕어...
실내에 방역을 하느라고
잠깐 딴 곳에 옮겨 놓았던 것을
오후께야 주검으로 내 눈 앞에 가지고 왔습니다.
좁은 용기와 더워진 물 속에서
속절없이 맞았을 그들의 최후가 그려집니다.
사람은 그 생명을 책임지지 못햇습니다.
숨 막힐 환경이었고 그 환경은 사람이 준 것이었죠.
"뭐! 아침에는 멀쩡했다고? 그게 말이나 되나!"
"지금까지 무려 몇 시간이 지났는데 이제사 찾았나!"
"여름 오후가 되기까지 그 用器 속이 얼마나 더워졌겠어."
"여태까지..."
"........"
"물이 더우면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도 몰랐어!"
"개울물 수초가 우거진 곳에
물고기가 모인다는 것도 몰랐어!"
"정신 나간..."
그렇게 고함쳐도 속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별것도 아닌 것을'
'사람보다도 더 좋을까'
이런 소리들도 들리는 것 같아서 말이지요.
그러나 아닙니다.
벌써 아이들은
"금붕어는 어디 있어요?"
아침마다 수면 위로 오르는 금붕어에게 먹이를 주며
한 식구로 마음으로 눈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아이들이
그 예쁜 것들을 찾고 있슴은 당연한 것이지요.
아무 일도 아닌 것을
또 대단한 것처럼 이러는 나는 도대체 누굴까....
이 아침, 저는 또 저 바깥 세상을 탄식하며
괜히 화를 부추겨 보았습니다
이제 봉숭아꽃이나 따러 나가 보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님들.
2002. 7. 17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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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7. 21. 22:46
늙음과 낡음*
곱게 늙어가는 이를 만나면,
세상이 참 고와 보입니다.
늙음속에 낡음이 있지 않고,
도리어 새로움이 있습니다.
곱게 늙어가는 이들은 늙지만, 낡지는 않습니다.
늙음과 낡음은
글자로는 불과 한 획의 차이밖에 없지만
그 품은 뜻은,서로 정반대의 길을 달릴 수 있습니다.
늙음과 낡음이 함께 만나면
허무와 절망 밖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늙음이 곧 낡음 이라면
삶은 곧 '죽어감'일 뿐입니다.
늙어도 낡지 않는다면 삶은 나날이 새롭습니다.
몸은 늙어도
마음과 인격은 더욱 새로워 집니다.
더 원숙한 삶이 펼쳐지고
더 농익은 깨우침이 다가옵니다.
늙은 나이에도 젊은 마음이 있습니다.
늙었으나 새로운 인격이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도 낡은 마음이 있습니다.
젊었으나 쇠잔한 인격입니다.
겉은 낡아 가도
속은 날로 새로워지는 것이 아름답게 늙는 것입니다.
겉이 늙어 갈수록
속은 더욱 낡아 지는것이 추하게 늙는 것입니다.
새로움과 낡음은
삶의 미추를 갈라 놓습니다.
글자 한 획만 다른 것이 아닙니다.
삶과 인격이 다른 것 입니다.
시작하는 월요일
하루하루 예쁨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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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7. 21. 20:29
'칼럼목록 349'
연시란?
무엇일까... 능금님 글에 답하다가
아이러니하게
저도 넌픽션으로 그려보았습니다.
여러분들께...
죄송한 말씀 올립니다.
보리밭님께서도 의아해서 되물으시길래
좀 더 구체적인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우선... 글들을 뽑아 독자란으로
옮겨놓겠습니다.
두 군데(미루숲길...미루바람)다
너무 일관성이 없는 것 같아
제가 할 수 없는 번복을 합니다.
이 점 양해하여 주신다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미루 숲길로 올려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미루 칼럼 357호 [고추잠자리]..글은
누구신지 가늠할 수가 없군요.
미루 숲길을 공동의 장으로 쓰시고...
전,
미루나무만 쓰겠습니다.
아직 운영자로 열어둔 것은...
본인의 글을 숲길로 옮기시든지...
제가.....
그 날자 분으로
독자의 난으로 옮겨다 놓겠습니다.
죄송합니다.
ㅎ~
이번호 칼럼 제목처럼...
정말 저 혼자 다시금[완전흡수]합니다.
미루나무 드림
(9/1일까지)
.......................................................................................'가납사니 > 사람들·舊,미루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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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7. 20. 23:05
**가엾은 나의 비둘기**
잿빛 하늘에 그려진 신도림역의 비둘기.
가슴이 너무 아파서, 아리고 저려서,
불가항력인 존재에게 행하는 어처구니 없는
인간의 악마적 쾌락이 절망적이어서,
벌써 읽고 돌아서 나가기를.........
신도림동은 내 성장기의 기억의 실타래를
풀어 나가는 첨병의 역할을 한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거주한 동네와
담장을 마주하고 있는 이웃동네이다.
나는 도림동 철뚝길 몰랭이 개발도상국의
연민을 자아내게 하는 가난한 동네에서 살았다.
어느 날 전철이 생기면서 집 앞으로 다니던
숱한 통행인의 발길을 막아 버리고
우리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사람들은
어머니로 하여금 전업(輾業)을 하게 하였다.
전셋집 장독대너머 엄청난 도림교회는
나날이 그 교세를 확장했으며 바벨탑처럼
웅장한 교회 건물의 그림자가
우리집에 시원한 그늘을 선사하는
동시에 햇볕을 착취해 가버렸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볕을 쬐이지 못하는 장독대의 기이한 운명
그 가난하고 비전 없는 동네에서
우리가족은 이십 오년을 버텨냈다.
기차와 전동차의 파열음이 고막을 찢었고
철뚝길 옆에서 뛰놀던 아이들이 외쳐대는
소리는 기차나 전동차의 그것보다도 더 요란했다.
늘상 희부염한 하늘은 절망이 무엇인가를 가르치기에 충분했다.
신도림동과 이웃하고 구로동과 이웃하는
햇살만이 무상으로 쏟아지던 속이 말간 동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신도림동에 전철역이
생기더니 도림동을 저만치 밀쳐내고 급부상했다.
덩달아 더 초라해진 도림동의 우울한 모습은
한동안 우리를 버석거리는 한숨으로 몰아 갔다.
가장 어둡고 번잡한 도시의 한복판.
그곳에 둥지를 튼 발가락이 부러진
비둘기와 그의 친구들.
공포와 회유의 간극에서 길들여진
가엾은 나의 비둘기, 내 사랑의 비둘기.
지금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울고 있다.
내 뼈가 자라고 내 비둘기가 나머지
발가락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도시.
그의 유린당한 생명이, 공포에 떨던 기억이,
아직도 살아야 하는 신도림동이 애처로워서
심각한 불균형의 성장기 어느 쯤으로 퇴행한
자아는 고스란히 두 뺨으로 설움을 받는다.
내가 살았던 도림동은 내 기억의
가장 절실한 부분을 도배하고 있으며,
피와 살이 엉켜서 나를 키우고 살찌운 동네이다.
철길이 막히기 전 수 많은 노동자들이
철길 위 육교를 줄타기하며 문래동으로,
양평동으로, 구로동으로 생계를 위해서
힘차게 또는 고달프게 발걸음을 내딛던
간이역과 같던 동네였다.
아침 저녁으로 그들의 부산하고
어수선한 발걸음 소리를 들으면서
나의 하루는 어둠을 걷어 내고
또 혼곤한 수마 속으로 빠져 갔다.
점심 때가 설핏 지나면 학교를 파하고
집에 돌아온 새끼소녀가 자잘한 찐고구마를
양은쟁반 위에 올려 놓고 바삐 지나치는
행인들의 발치 아래에서 희망의 눈빛을
저울질하며 궁색한 가계의 한 몫을 분담했다.
홍합을 보도블럭 위에 질펀하게 쏟아붓고
한 깡통에 백 원씩 호객하던 미경아빠의
걸죽한 음성이 오늘 다시 생생하게 살아난다.
지금도 나는 우리의 가슴팍을 훈훈하게 뎁히던
그 겨울날의 애환어린 홍합 국물을 잊지 못한다.
찌그러진 양은냄비에 뿌연 국물이 우러나면
식구수대로 머리를 맞대고 '후루룩 쩝쩝'거리며
홍합껍질로 떠서 마시던 기찬 국물의 맛.
방림방적의 어린 여공들은 삼 월 중순이면
벌써 맨다리에 반팔인 회색빛 유니폼을 입었다.
저당잡힌 젊음 위로 흐르던 고단한 찌꺼기들은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혹은 가문을 일으킬
오빠나 남동생의 학비를 책임진다는
명제를 안고 그렇게 시들어갔다.
그 시대의 공원들이 굳이 '전태일의 분신'이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아니더라도
파리한 목숨줄을 이어가기에는
시대의 엄청난 불행으로 여겨졌다.
산업역군이란 미명아래 스러져간 그들의 피빛 청춘.
다림질이 되질않아 구겨질대로 구겨진
양복 바지를 입고 나선 곱슬머리 총각은
나를 보자 쑥스러운듯 멋적게 웃었다.
허옇게 바랜 그의 무기질 웃음은
내 심장에 노오란 현기증으로 촘촘히 박혀 왔다.
그 청년의 백지장같던 미소가 가여워서
저만치 내려가는 뒷모습을 한참이나
주시하던 기억이 난다.
'그가 선택받은 소수의 신분이었더라면
저렇게 초라한 모습은 아니었을텐데' 하는
그 때 비추어진 나의 편협한 사고
혹은 어찌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몰랭이 골목에 사는 남루한 사람들은
대부분 출세나 신분 상승은 외면한 듯,
언제나 그렇게 가난하게 초라하게 길들여진 비둘기처럼
내 마음의 상심으로 남아 있었다.
노모가 물려준 손바닥만한 집터에서
노가다로 실업자로 그날그날을 전전하던
소갈딱지 없는 아들은 낮술에 취해 날마다
아내와 싸움질을 하다가 어느 날 첫 단추의
오류를 깨우친 여자가 아내와 어머니라는
이중의 버거운 직분을 미련 없이 걷어차 버렸고,
세탁소를 하던 집의 맏딸은 옆방의 호스테스를 따라
가출 이 년만에 머리털이 노오란 아기를 안고 들어왔다.
마음이 아파서 제 나이에 걸맞은 역할을 하지 못했던
닭집의 막내 아들은 끝내 동네 똘마니로 전락했으며,
교도소를 제 집처럼 들락거리던 주인 집 외아들은
소년기와 청년기의 대부분을 스스로가 거머쥔
주홍글씨의 수인으로 덧칠의 명수가 되어갔다.
나는 그를 볼 때마다 오금이 저려서
"짱구 오빠" 하면서 반색을 했다.
이미 그 시절 나는 삶의 횡포와 타협하는
친절한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지금 내가 키우는
강아지 이름이 짱구다.
나는 짱구오빠에게 무엇을 해 주고 싶었을까!
두렵고 답답한 그 때의 내 심정은
그에게 맘껏 달릴 수 있는 도주로를,
절대로 체포가 불가능한 자유의 길을 열어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사회가 정의하는 그의 범죄성의 해악과는 무관하게
그는 생포되어 서서히 죽어가는 짐승처럼 보였다.
살아서 쓸개에 끊임 없이 빨대를 꽂혀야 하는
비운의 곰을 닮아 있었다.
내 눈에 비친 그는 박제된 삶을 연명했으며,
제도권 속의 우월한 인간들이 내세운
그릇된 율법사관의 희생양이 되어
처참한 전생을 되풀이 하는듯 보였다.
세상이 뒤집어져도 변할 것 같지 않았던
내 인식의 궁핍한 도림동.
우리 가족은 그 동네를 버렸다.
사 년전 아버지가 페암으로 세상을 뜨신 뒤에,
죽어도 도림동을 떠나지 않겠다던 어머니를
반강제나 다름없는 협박으로 등을 돌린 뒤
그 후로는 가보질 못했다.
나의 질긴 운명의 사슬이 묶여 있으며
우리 가족사의 생생한 기록이 보존되어 있는 곳.
어머니의 끈끈한 인정이 살아 있는 골목쟁이 사람들.
팔 할의 바람이 미당을 키웠다면
팔 할의 동경에 대한 굶주림이 나를 키웠다.
아무리 초라하게 쇠락하고 쓸쓸하여도,
내가 그리도 벗어나고 싶어 안달했던
애증의 동네라 하여도,
나는 도림동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내 성장기를 잿빛으로 찌들게 한 동네이며
희망이란 기차 대신 절망이란
기차만을 떠나 보냈던 동네이지만
나는 그 시절이 없으면 부유하는
한 마리의 유충에 불과하다.
도림동에서의 윤택했던 기억의 회로를
지워버린다면 나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신도림역에서 신음하는
발가락이 잘리운 비둘기이기 때문이다.
내 사랑 비둘기.
내 서러운 눈물의 비둘기
내 황량한 사막의 비둘기.
내 어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네 어찌 내 가슴을 쓰라리게 하지 않을 수 있으랴!
**신도림역의 비둘기(발가락 잘려나간)를 읽고**
글/이현옥
Daum cafe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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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났습니다....................글/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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