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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났습니다.


아이들 봉숭아 꽃물을 들이려고,
운동장 한 바퀴를 돌아 꽃잎을 따 모았습니다.
워낙 땅이 거칠어 봉숭아 키가 10 ~ 15cm나 될까요?
꽃잎은 기껏 한 두 송이...
그래도 모으니 한 됫박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론 턱도 없지요.
내일은 꽃잎 채취에 시간을 써야 되겠습니다.

ㅇㅇ들과 함께 걱정하며 어떻게든 한 줌씩만 따 오면...
일곱 줌은 되지 않겠습니까만,
어디 제 맘 같아야지요.
ㅇㅇ에게 맡겨 놓고 나왔지만
돌아오는 목요일은 어떤 모양일지....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서...


이 여름날은 어떻게 보내고 계시는지요?
이런저런 상상은 해 봅니다만 짐작 가지는 않네요.


논바닥이 환히 보이도록 듬성했던 모들이,
이젠 제법 자라서 목이 길고...

깃이 흰,
그 새들을 만나기가 모 심을 그 무렵 같지는 않습니다.
이제 그들 키만큼 자란 벼로 인해,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으로는 도저히 그 자태를 볼 수가 없거든요.
다행히 서행을 하거나 신호를 받고 있을 때면
가끔 머리를 들어 주어서
희고 가느다란 목만 잠깐 보여 줄 뿐
다시 먹이 찾기에 바쁜 그들인 것을요.
제발
먹지 말아야 될 것은 안 먹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남은 별것도 아니라는데,
미물들이라 하는데,
왜 저는 소중하며 애착이 가는 것인지요?

금붕어...
실내에 방역을 하느라고
잠깐 딴 곳에 옮겨 놓았던 것을
오후께야 주검으로 내 눈 앞에 가지고 왔습니다.
좁은 용기와 더워진 물 속에서
속절없이 맞았을 그들의 최후가 그려집니다.
사람은 그 생명을 책임지지 못햇습니다.

숨 막힐 환경이었고 그 환경은 사람이 준 것이었죠.

"뭐! 아침에는 멀쩡했다고? 그게 말이나 되나!"
"지금까지 무려 몇 시간이 지났는데 이제사 찾았나!"
"여름 오후가 되기까지 그 用器 속이 얼마나 더워졌겠어."
"여태까지..."

"........"

"물이 더우면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도 몰랐어!"
"개울물 수초가 우거진 곳에
물고기가 모인다는 것도 몰랐어!"
"정신 나간..."

그렇게 고함쳐도 속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별것도 아닌 것을'
'사람보다도 더 좋을까'
이런 소리들도 들리는 것 같아서 말이지요.


그러나 아닙니다.
벌써 아이들은
"금붕어는 어디 있어요?"
아침마다 수면 위로 오르는 금붕어에게 먹이를 주며
한 식구로 마음으로 눈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아이들이
그 예쁜 것들을 찾고 있슴은 당연한 것이지요.


아무 일도 아닌 것을
또 대단한 것처럼 이러는 나는 도대체 누굴까....


이 아침, 저는 또 저 바깥 세상을 탄식하며
괜히 화를 부추겨 보았습니다

이제 봉숭아꽃이나 따러 나가 보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님들.


2002. 7. 17 울타리



대청 번호:52121





늙음과 낡음*

곱게 늙어가는 이를 만나면,
세상이 참 고와 보입니다.
늙음속에 낡음이 있지 않고,
도리어 새로움이 있습니다.
곱게 늙어가는 이들은 늙지만, 낡지는 않습니다.

늙음과 낡음은
글자로는 불과 한 획의 차이밖에 없지만
그 품은 뜻은,서로 정반대의 길을 달릴 수 있습니다.

늙음과 낡음이 함께 만나면
허무와 절망 밖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늙음이 곧 낡음 이라면
삶은 곧 '죽어감'일 뿐입니다.
늙어도 낡지 않는다면 삶은 나날이 새롭습니다.

몸은 늙어도
마음과 인격은 더욱 새로워 집니다.
더 원숙한 삶이 펼쳐지고
더 농익은 깨우침이 다가옵니다.

늙은 나이에도 젊은 마음이 있습니다.
늙었으나 새로운 인격이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도 낡은 마음이 있습니다.
젊었으나 쇠잔한 인격입니다.

겉은 낡아 가도
속은 날로 새로워지는 것이 아름답게 늙는 것입니다.
겉이 늙어 갈수록
속은 더욱 낡아 지는것이 추하게 늙는 것입니다.

새로움과 낡음은
삶의 미추를 갈라 놓습니다.
글자 한 획만 다른 것이 아닙니다.
삶과 인격이 다른 것 입니다.


시작하는 월요일
하루하루 예쁨있는
좋은 나날 되소서....semosi











'칼럼목록 349'


연시란?
무엇일까... 능금님 글에 답하다가
아이러니하게
저도 넌픽션으로 그려보았습니다.

여러분들께...
죄송한 말씀 올립니다.
보리밭님께서도 의아해서 되물으시길래
좀 더 구체적인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우선... 글들을 뽑아 독자란으로
옮겨놓겠습니다.
두 군데(미루숲길...미루바람)다
너무 일관성이 없는 것 같아
제가 할 수 없는 번복을 합니다.
이 점 양해하여 주신다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미루 숲길로 올려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미루 칼럼 357호 [고추잠자리]..글은
누구신지 가늠할 수가 없군요.

미루 숲길을 공동의 장으로 쓰시고...
전,
미루나무만 쓰겠습니다.

아직 운영자로 열어둔 것은...
본인의 글을 숲길로 옮기시든지...

제가.....
그 날자 분으로
독자의 난으로 옮겨다 놓겠습니다.

죄송합니다.

ㅎ~
이번호 칼럼 제목처럼...
정말 저 혼자 다시금[완전흡수]합니다.



미루나무 드림
(9/1일까지)

.......................................................................................















**가엾은 나의 비둘기**


잿빛 하늘에 그려진 신도림역의 비둘기.
가슴이 너무 아파서, 아리고 저려서,
불가항력인 존재에게 행하는 어처구니 없는
인간의 악마적 쾌락이 절망적이어서,
벌써 읽고 돌아서 나가기를.........

신도림동은 내 성장기의 기억의 실타래를
풀어 나가는 첨병의 역할을 한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거주한 동네와
담장을 마주하고 있는 이웃동네이다.

나는 도림동 철뚝길 몰랭이 개발도상국의
연민을 자아내게 하는 가난한 동네에서 살았다.
어느 날 전철이 생기면서 집 앞으로 다니던
숱한 통행인의 발길을 막아 버리고
우리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사람들은
어머니로 하여금 전업(輾業)을 하게 하였다.

전셋집 장독대너머 엄청난 도림교회는
나날이 그 교세를 확장했으며 바벨탑처럼
웅장한 교회 건물의 그림자가
우리집에 시원한 그늘을 선사하는
동시에 햇볕을 착취해 가버렸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볕을 쬐이지 못하는 장독대의 기이한 운명
그 가난하고 비전 없는 동네에서
우리가족은 이십 오년을 버텨냈다.

기차와 전동차의 파열음이 고막을 찢었고
철뚝길 옆에서 뛰놀던 아이들이 외쳐대는
소리는 기차나 전동차의 그것보다도 더 요란했다.
늘상 희부염한 하늘은 절망이 무엇인가를 가르치기에 충분했다.

신도림동과 이웃하고 구로동과 이웃하는
햇살만이 무상으로 쏟아지던 속이 말간 동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신도림동에 전철역이
생기더니 도림동을 저만치 밀쳐내고 급부상했다.
덩달아 더 초라해진 도림동의 우울한 모습은
한동안 우리를 버석거리는 한숨으로 몰아 갔다.


가장 어둡고 번잡한 도시의 한복판.
그곳에 둥지를 튼 발가락이 부러진
비둘기와 그의 친구들.
공포와 회유의 간극에서 길들여진
가엾은 나의 비둘기, 내 사랑의 비둘기.

지금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울고 있다.
내 뼈가 자라고 내 비둘기가 나머지
발가락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도시.

그의 유린당한 생명이, 공포에 떨던 기억이,
아직도 살아야 하는 신도림동이 애처로워서
심각한 불균형의 성장기 어느 쯤으로 퇴행한
자아는 고스란히 두 뺨으로 설움을 받는다.

내가 살았던 도림동은 내 기억의
가장 절실한 부분을 도배하고 있으며,
피와 살이 엉켜서 나를 키우고 살찌운 동네이다.

철길이 막히기 전 수 많은 노동자들이
철길 위 육교를 줄타기하며 문래동으로,
양평동으로, 구로동으로 생계를 위해서
힘차게 또는 고달프게 발걸음을 내딛던
간이역과 같던 동네였다.

아침 저녁으로 그들의 부산하고
어수선한 발걸음 소리를 들으면서
나의 하루는 어둠을 걷어 내고
또 혼곤한 수마 속으로 빠져 갔다.

점심 때가 설핏 지나면 학교를 파하고
집에 돌아온 새끼소녀가 자잘한 찐고구마를
양은쟁반 위에 올려 놓고 바삐 지나치는
행인들의 발치 아래에서 희망의 눈빛을
저울질하며 궁색한 가계의 한 몫을 분담했다.

홍합을 보도블럭 위에 질펀하게 쏟아붓고
한 깡통에 백 원씩 호객하던 미경아빠의
걸죽한 음성이 오늘 다시 생생하게 살아난다.

지금도 나는 우리의 가슴팍을 훈훈하게 뎁히던
그 겨울날의 애환어린 홍합 국물을 잊지 못한다.
찌그러진 양은냄비에 뿌연 국물이 우러나면
식구수대로 머리를 맞대고 '후루룩 쩝쩝'거리며
홍합껍질로 떠서 마시던 기찬 국물의 맛.

방림방적의 어린 여공들은 삼 월 중순이면
벌써 맨다리에 반팔인 회색빛 유니폼을 입었다.
저당잡힌 젊음 위로 흐르던 고단한 찌꺼기들은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혹은 가문을 일으킬
오빠나 남동생의 학비를 책임진다는
명제를 안고 그렇게 시들어갔다.

그 시대의 공원들이 굳이 '전태일의 분신'이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아니더라도
파리한 목숨줄을 이어가기에는
시대의 엄청난 불행으로 여겨졌다.
산업역군이란 미명아래 스러져간 그들의 피빛 청춘.

다림질이 되질않아 구겨질대로 구겨진
양복 바지를 입고 나선 곱슬머리 총각은
나를 보자 쑥스러운듯 멋적게 웃었다.

허옇게 바랜 그의 무기질 웃음은
내 심장에 노오란 현기증으로 촘촘히 박혀 왔다.

그 청년의 백지장같던 미소가 가여워서
저만치 내려가는 뒷모습을 한참이나
주시하던 기억이 난다.

'그가 선택받은 소수의 신분이었더라면
저렇게 초라한 모습은 아니었을텐데' 하는
그 때 비추어진 나의 편협한 사고
혹은 어찌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몰랭이 골목에 사는 남루한 사람들은
대부분 출세나 신분 상승은 외면한 듯,
언제나 그렇게 가난하게 초라하게 길들여진 비둘기처럼
내 마음의 상심으로 남아 있었다.

노모가 물려준 손바닥만한 집터에서
노가다로 실업자로 그날그날을 전전하던
소갈딱지 없는 아들은 낮술에 취해 날마다
아내와 싸움질을 하다가 어느 날 첫 단추의
오류를 깨우친 여자가 아내와 어머니라는
이중의 버거운 직분을 미련 없이 걷어차 버렸고,

세탁소를 하던 집의 맏딸은 옆방의 호스테스를 따라
가출 이 년만에 머리털이 노오란 아기를 안고 들어왔다.

마음이 아파서 제 나이에 걸맞은 역할을 하지 못했던
닭집의 막내 아들은 끝내 동네 똘마니로 전락했으며,

교도소를 제 집처럼 들락거리던 주인 집 외아들은
소년기와 청년기의 대부분을 스스로가 거머쥔
주홍글씨의 수인으로 덧칠의 명수가 되어갔다.

나는 그를 볼 때마다 오금이 저려서
"짱구 오빠" 하면서 반색을 했다.
이미 그 시절 나는 삶의 횡포와 타협하는
친절한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지금 내가 키우는
강아지 이름이 짱구다.

나는 짱구오빠에게 무엇을 해 주고 싶었을까!
두렵고 답답한 그 때의 내 심정은
그에게 맘껏 달릴 수 있는 도주로를,
절대로 체포가 불가능한 자유의 길을 열어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사회가 정의하는 그의 범죄성의 해악과는 무관하게
그는 생포되어 서서히 죽어가는 짐승처럼 보였다.
살아서 쓸개에 끊임 없이 빨대를 꽂혀야 하는
비운의 곰을 닮아 있었다.

내 눈에 비친 그는 박제된 삶을 연명했으며,
제도권 속의 우월한 인간들이 내세운
그릇된 율법사관의 희생양이 되어
처참한 전생을 되풀이 하는듯 보였다.

세상이 뒤집어져도 변할 것 같지 않았던
내 인식의 궁핍한 도림동.
우리 가족은 그 동네를 버렸다.

사 년전 아버지가 페암으로 세상을 뜨신 뒤에,
죽어도 도림동을 떠나지 않겠다던 어머니를
반강제나 다름없는 협박으로 등을 돌린 뒤
그 후로는 가보질 못했다.

나의 질긴 운명의 사슬이 묶여 있으며
우리 가족사의 생생한 기록이 보존되어 있는 곳.
어머니의 끈끈한 인정이 살아 있는 골목쟁이 사람들.

팔 할의 바람이 미당을 키웠다면
팔 할의 동경에 대한 굶주림이 나를 키웠다.

아무리 초라하게 쇠락하고 쓸쓸하여도,
내가 그리도 벗어나고 싶어 안달했던
애증의 동네라 하여도,
나는 도림동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내 성장기를 잿빛으로 찌들게 한 동네이며
희망이란 기차 대신 절망이란
기차만을 떠나 보냈던 동네이지만
나는 그 시절이 없으면 부유하는
한 마리의 유충에 불과하다.

도림동에서의 윤택했던 기억의 회로를
지워버린다면 나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신도림역에서 신음하는
발가락이 잘리운 비둘기이기 때문이다.

내 사랑 비둘기.
내 서러운 눈물의 비둘기
내 황량한 사막의 비둘기.

내 어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네 어찌 내 가슴을 쓰라리게 하지 않을 수 있으랴!


**신도림역의 비둘기(발가락 잘려나간)를 읽고**


글/이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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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진해 경화동의 하사관 학교에서
하사관 기본교육 28주를 마치고
새벽 미명에 서울 용산역에 도착한 우리
악만 살아남은 46명의 해병 신임 하사관들은,
우리를 수송하기 위해 김포 청룡부대에서
나온 '청룡 버스'에 나눠 타고 김포 반도로 떠났다.


말로만 듣던 전방으로 향하면서 소문으로 익히 들은
'청룡부대'에 대한 공포감을 서로 나누던 우리는 김포읍을
지나서도 30분이나 계속 북으로 달려가는 버스 안에서 점점
말을 잃어갔다.


모두들 말을 안하고 있었지만 속으로
'전방이라더니 이러다 정말 철책선 앞에 내리는거 아냐'라는
생각으로 두려움반 호기심 반 뭐 그런 생각에 젖어 있었다.
그 때, 어떤 놈이 신음소리를 내듯 나즈막한 소리를 질렀다.


"씨벌... 다들 밖에 봐봐..."
그놈의 말에 밖을 쳐다 본 우리는,
하늘에서 엄청나게 쏟아지는 '눈'을 보고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 벌써 눈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조오또... 서울에서 반팔 입고 입대한 게 엊그제 인데
여긴 벌써 눈이 오는구만..."


눈을 바라보며 어처구니없어 하던 우리는 차창에 스치는 길거리마다
빨간바탕에 노오란 글씨로 새겨진 청룡부대 마크들을 보며
오싹함을 느꼈고, 유격 부대 마크가 걸려 있던
'벽암지 교육대'안에 임시로 만든 하사관 특수교육대라는 곳에
들어서면서 그 앞에 걸려져 있던 구호를 보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국가가 부르면 어디를 가도 최정예 전투 요원으로... '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었으면 난 이곳에 오지 않았다.
'한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이다'
'선배 해병의 명예에 누를 끼치지 말자'
"악을 기르자" '죽음을 각오하면 못할 것이 없다'


젠장......이윽고 버스가 멈추더니,
버스 문이 열리고 빨간색 팔각모를 쓴 교관이 버스에 탑승했다.
눈이 안 보일 정도로 모자를 깊게 눌러 쓴
그 교관은 우리를 보고 나즈막히 말했다.
"연병장에 4열 종대로 집합하는 시간 25초 준다.
만약 늦는 새끼가 있다면..." 그렇게 말한 후 교관은 모자를
살짝 쳐들고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말했다.

"죽. 인. 다. "


우리는 잠시 내리는 눈을 보며 젖어있던 상념에서
후다닥 깨어나 번개같이 버스에서 뛰어내렸다.
왜냐면... 교관의 눈은 인간의 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우린 태어나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다고 느꼈던 지난 7개월의
하사관 학교 생활의 공포감에 비해 거의 두배의 고통에 시달리며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우리들에게 교관들은 말 그대로 전술학이나 가르치는
선생으로서의 교관이 아니라 팔각모를 깊게 눌러 쓰고 구타라는
먹이를 찾아 헤매이는 '하이에나'였다.


그들은 무슨 일이든지 우리들을 심한 욕과 구타로 윽박질렀다.
"옷 벗는데 30초 실시!!"
"샤워 하는데 3분 실시!!"
"전투화 끈 매는데 10초 실시!!"
"식사시간 15초 실시"


그들은 시간내에 우리가 완수하지 못할 때엔 자신이 갖고 있는
정신봉으로 우리의 어느 부분이든 골프 풀스윙하듯 후려갈겼다.
무방비 상태로 맞은 동기들은 특히 얼굴부위를 맞을경우
입안이 다 터져 며칠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을 정도였다.


이렇게 숨쉴 수 없는 날들이 이어지던 어느 날...
중요한 훈련을 눈 앞에 두고 내무반에서 교육대 최고의
악명을 날리던 독사 교관이 훈시를 하고 있었을 때였다.
야간 침투작전 중 가장 중요한 훈련에 대한 설명이었기에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살벌했었고 모두들 교관이 그 악명높은 독사 교관인
관계로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눈빛을 초롱거리면서 집중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뿌우우웅~~~!!"
난 내 옆에 앉아 있던 놈의 히프 쪽에서 터져 나오는
이 소리에 흠찟 놀라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 순간, 모든 동기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오는 것을 느꼈고,
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듯 돌처럼 굳어 버렸다.


"......" "......"

숨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방귀를 꾼 내 옆의 놈은 물론이고...
방귀소리에 놀라 이쪽을 쳐다보는 동기들의 모든 눈엔...
공포의 정신봉과 이단 옆차기가 날라올 것이라는 공포감이 가득했고...
방구 소리가 인근 지역에서 들려 주범으로 오해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지독한 방귀냄새가 코로 밀려 들어와 숨도 제대로
못 쉬는 두 가지의 복합적인 고통 앞에 나는 정신이 아득해져갔다.


"흐음..."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구타에 예외를 두지 않던 독사가 아무 말 없이 하던 말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 역시 생리현상은 어쩔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였던가...기가 막힌 표정으로 내 쪽을 쳐다보던
동기들은 안도의 눈빛으로 시선을 거둬들였고...
나 역시 안도의 눈빛으로 내 옆에서 방귀를 낀 진짜 주범을 쳐다보며
깊은 숨을 내쉬고, 내 옆에서 방귀를 끼고 본인 스스로가 더 놀랬던 그 놈
역시, 나를 안도의 눈빛으로 쳐다보며 한숨을 쉬는 찰라에...


"푸식... 푸식... 푸시식..."
오옷!!!!!! 이 미친 자식이!!!!!
너무나 안심이 된 나머지 기도 안 막힌 방귀소리를 내었던 것이었다!!!
더 이상의 용서는 바랄 수도 없었다.
평소 깊게 눌러 쓴 모자에서 눈동자를 발견할 수 없던 독사가
지휘봉을 던져버리고 내 쪽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분명 '어느 자식이야!!'라고 묻는 게 역력하였는데...
그 눈빛에 나는 본능적으로 '예31번 올빼미 하사 임!두!만!'이라는...
내가 범인임을 자수하는 관등성명을 대 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 순간...
"휘이익!!!" 빛보다도 빨리 그의 정신봉이 내 주탱이를 날려 버렸고
그 뒤로 태권도 3단을 자랑하는 교관의 이단 옆차기가
내 가슴을 즈려 밟았다. 그리고 약 10분 동안...
내무반에서는 아래와 같이 무협지에서나 볼 수 있는
모든 초식들이 전개되었다.
허공답보 (허공에서 실전되는 초절정 고수들의 경공술. 내공이 바탕되야 됨)
금나수 (소림에서 사용하는 무술로 손으로 잡아 공격하는 기술)
태극권 (무당에서 사용하는 무술로 남의 힘을 빌려 공격하는 기술)
복호장 (아미파에서 사용하는 무술로 호랑이를 잡을 때 쓰는 장법)
매화권법 (화산파에서 사용하는 매화의 모습에서 유래된 권법)


물론 위의 말은 웃자고 한 말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렇게까지 맞을 수 있었는가 싶을 만큼
참 많이 맞았다. 언제나 한탄스러운 건...
그런 순간에 기절이라도 해서 의무반으로 실려가면 좋으련만...
내 맷집과 정신은 그걸 다 맞으면서도 더 맞을 수 있다는 게
슬픈 현실이었다.


그 뒤로...
그는 나를 자신의 생명의 은인으로 떠받들고 살았다.
친구를 위해 기꺼이 희생한 나의 높은 인격을 존경한다며...
그는 자신의 종교를 팔아서 얻은 초쿄파이를 내게 갖다 주었고...
아침식사 때 딱 한번 나오는 피같은 250미리 우유도 가끔 내게 주었다.
내가 아무리 사양해도 그리고 그 귀한 화랑담배도 난 그 이후
떨어지지 않았다.
개도 은혜를 갚는다'라는 말로 내게 강권을 했고
난 그것을 못이긴체 받아들이고.........



시골에서 자랐고 고등학교도 농업고등학교를 나온 그는
농사짓는 분들의 그 정직하고 성실함을 그대로 본받았던 사람이었고
앞으로 훌륭한 영농지도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는
내 인생에서 가장 순박했다고 기억되는 사람이었다.
자신은 언제나 남을 위해 댓가없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으면서도
자신을 위해 자그마한 은혜를 베푼 사람에겐 두고두고 갚는
그야말로 훌륭한 인격체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 힘든 후반기 특수교육대 생활을 마치고...
특교대 생활의 괴로웠던 만큼이나 나에게 주어진 힘들었던 군생활을
거의 마쳐가던 어느 날...
제대를 얼마 안 남겨 놓고 해병대 역사상 기억될만한
안전사고가 일어났었다.


세상 사람들 에게는 알려진 일이 없는 사고였지만
이 사고로 많은 해병들이 죽었고
본부대 간부였던 나는 그들의 장례식을 주관해야만 했고
난... 그곳에서 우연찮게 그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는... LMG사격장 교관을 하던 그가 서투른 신병의 오발사고에서
자신은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한 채...
지금은 이렇게 관에 누워서 나를 마주하게 되었던 것이다.


관 앞에 멀쩡히 웃고 있는 그의 사진을 보고...
그 와 함께 죽어간 사병들의 시신을 수습하던 내 마음은...
아마.......... 평생을 살아가면서 그를 잊을 수 있을까 싶었다.
군대만 아니었더면.....내 그를 위해 마음 놓고 울어라도 주었으련만,
눈물을 참아가며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식을 준비하는
나의 가슴은 갈래갈래 찢어나가는 듯 했다.


나중에 제대한 후 사회에 나가서 맘 놓고 만나보자고 했던
우리였건만...그 힘든 군 생활을 다 끝내고 얼마 남겨 놓치 않은
이 상황에서...그와 헤어진지 벌써 23년
이럴순 없었다... 이래선 안 되는 거였다.
난 지금 그의 이름을 확실히 기억하지 못한다.
처음부터 그의 이름보다는 그의 청룡부대 하사관 특교대 때의
번호였던 32번 만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나에게 남겨 놓고 간 형상들은 많이 남아 있다.
쵸코파이...
우유...
농촌...
그리고...
눈물...

오늘 토요일 오후 텔레비젼에서 군대관련 프로그램을 보다
문득 기억나는 이 친구를 떠올리며...
이렇게 몇 자 끄적거렸다.
이 청명한 5월에 먼저간 친구를 그리며...


ㅡ남도사랑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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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5 / 추창호

    - 사진첩



    흑백 사진첩에는 세월도 멈춰 선다

    유채색 알록달록 풀어 논 그림 같은

    지금의 나보다 더 젊은 아버님도 계신다



    정화수 떠다놓고 네 엄마와 식 올렸다

    큰놈 결혼식 땐 많은 하객 보기 좋았제

    끝내는 흘린 눈물로 앙금 풀던 날도 있고.



    요것 봐라 얼매나 이쁘게 생겼노

    서로들 안아보더니 사람들이 그러했제

    자식에 대한 포부로 가슴 부푼 그런 날에



    필름을 멈춰보면 올올이 푸는 말씀

    살아오신 한 생애가 가슴 물씬 젖는데

    세월을 되돌릴 수 없어 마음 갈아 엎습니다










◎ 이름:이요조

2002/7/19(금) 22:50 (MSIE5.0,Windows98;DigExt) 211.227.69.114 1024x768


비오는 날의 오후  



빗속을 달리며....찍은 사진,







길음역 부근.... 잿빛 하늘이 무겁다.  구름이 발 빠르게 움직인다.

필시 하늘에 뭔 변고가 있으려나보다.

디카의 유혹에 빠져...

난, 빗길에도 먹장 구름 끼인 하늘.... 비오는 날의 분위기....

다...담아두고 싶은 욕심이 내게도 검은 구름의 장중한 몸짓 만큼이나..

거부할 수 없는 무엇에 진정 감전 됐나보다.







과학관을 막 벗어나 창경궁 담길,,,비는 장대로 쏟아지고...

인체 과학 전시회던가? 그것은 정말 보고 싶은데... 오늘 같은 날은 좀 으스스 할 것도 같다. 꼭 봐야지...꼭,......근데...갑자기 좀 춥다.






일전에 내가 딸 아이랑 이 앞을 지나치며 그랬었다.


" 왜 이 담장이 이리 정겹고 좋을수가...... 왜 낯마저 익지? 전생에 우리 집이였나?"

하는 내 말에  곁에서 빙긋 웃던 딸 아이..... 하는 말 뽄새 좀 보소






"음...아마 모르긴해도 ... 엄마는 무수리였을 거예요... 맞아 그랬을꺼야...ㅎㅎㅎㅎㅎㅎ~~~"

" 아~~  이래도 내 딸 맞는감여?~"  "이그 웬쑤가 따로 없다니께~"

고런 딸을 시방... 내가 이 우중에 데리러 가다니....







난, 이 길을 너무 좋아한다.비원에서 창경궁으로 통하는 다리가 있고.....

아름드리 프라타너스는 그 둥치가 피복을 벗으면... 연둣빛이였다가 기가 막힌 황금빛으로 서서히 변한다.

어디선가 글을 썼었다. 우리학명으로 버즘나무, 나는 그를 황금목이라 선뜻 불러 주었다.






한 아름 됨직한 해묵은 푸라타너스가 하늘을 온통 가리고 서 있고,

이런 길만 이어져 있다면... 드라이브가 마냥 즐거울 것 같은데....

정말 환상적인 길이다........이런 길을 비오는 오후에......겁없는 아짐, 디카와 함께라니...

ㅎㅎㅎ~ 하지만 좋은걸 어떡하누? 웬만한 앤 보다 100배 나은걸..., 암먼유,






나도 모르게 찍혀진 하늘.....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얼핏 얼핏 보이는 하늘....이 곳을 통과 할 때가 난 무지 좋다.






창경궁을 벗어나며.....비스듬한 경사진 길...역시..나무 나무들.....그 옆이 창덕궁인가?






오른쪽,  현대사옥 / 카메라 조작 미숙? 감자기 어둡다...먼 곳... 빛처럼 밝은 하늘을 찍으려했는데....

언제쯤이면...멋진 사진들로 글을 구성할 수 있을까?
ㅎㅎㅎ~

아직 설명서 한 번 안 읽은 나 자신... 너무 부끄러워 진다.

바보~

...그래 나는 바보다....정말,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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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이요조 yojo-lady@hanmail.net


2002/7/18(목) 09:36 (MSIE5.0,Windows98;DigExt) 211.227.96.172 1024x768

맨 아래 하단에 이요조 작품도 있음. ㅎ~


카툰(cartoon)


2002 동아LG 국제만화공모전- 카툰부문중에서



올해로 6회째를 맞은 국내 최대의 만화공모전(상금 1억원)인 ‘2002 동아LG 국제만화 공모전’에서 토마스 로드모베즈 자야스(쿠바)의 ‘아히르도’(Ahirdo)가 카툰 부문 대상을 받았다. 극화 부문은 서경순 최규석의 ‘콜라맨’, 캐릭터는 이대석의 ‘박스고양이 판도라’, 애니메이션은 임아론의 ‘Angel’이 각각 대상을 수상했다.

이번 공모전에는 세계 30개국에서 2374점의 작품이 출품돼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며 지난해 21개국 1691점에 비해 683점이 증가했다.



부문 별로는 카툰이 1941점(주제 929점, 자유 1012점)으로 가장 많았으며 캐릭터 부문은 220점, 극화 101점, 애니메이션 112점이 응모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해외 응모작은 줄었으나, 국내에서 제작된 작품들이대부분 출품됐다.이는 한국이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극화는 전반적으로 수준작들이 상당수였다는 평.



만화가 김동화씨는 “뛰어난 수작들이 대거 출품됐고, 예전에 비해 좋은 작품이 대폭 늘어났다”며 “새로운 시각을 담은 작품의 증가는 한국 만화의 발전을 약속하는 징후”라고 말했다. 수상작은 8월 10일∼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전시된다. 02-2020-9283나성엽기자 cpu@donga.com








카툰대상 / '아히르도' 자야스 (쿠바)



떨어지는 물줄기를 커다란 가위로 잘게 자르는 이미지로 물 부족 현상을 설명한 이 작품은 수많은 신문과 방송 보도가 몇 달에 걸려 할 수 있는 일을 단 한 번에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Population Action International)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연간 강수량이 세계 평균인 973㎜보다 많은 1283㎜다. 그러나 국토의 70%가 산지로 이뤄져 있고 강수량의 대부분이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내리며 많은 양이 곧장 바다로 흘러 내려가기 때문에 1인당 실질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은 이미 물 부족 현상이 시작됐으며 2025년이면 한국인은 물 기근에 시달릴 세계 27억명 안에 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누가 아무리 옆에서 뭐라 한 들, 목이 말라보기 전까지 물 부족을 실감하기 어렵다.



작품처럼 수도꼭지에서 끈적끈적하게 떨어지는 물은 결코 갈증을 풀어주지 못한다. 가위 날에 잘려진 물의 질감은 차라리 사람의 목구멍에 엉켜 질식시킬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작가는 “어느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범 세계적인 문제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상] AHIRDO /Tomas Rodmovez zayas / CU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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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경쟁작 (자유주제)] No title / Hafiz nesirogle / Azerbaijan















[변칙 출제작 (자유주제)] 사이버 환상/이요조/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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