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월17일,
제헌절 아침나절 집안이 조용하다.
식구들은 모처럼 늦잠이다.
식구라야 네 식구,
엄니.. 그양반.. 큰아들넘,
난, 어제 몸이 좋지 않아 모처럼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며칠..무리한 탓도 있나보다.
월요일은 무슨 맘인지... 두 부부가 의기투합하여
부부팀끼리 함께 하는 나들이...오후 늦게사, 포천을 한 바퀴... 돌았다.
언제나 식사가 끝나고 한 잔 거나해지면 나오는 이야기들, 정치이야기
넷중에 술을 입에도 대지 못하는 나는 언제나 맡아논 운전 기사다.
난 그들의 횡설수설보다는 바깥이 좋아 밖으로 나왔다.
어스름녘...보슬비 내리는 물 안개 자욱한 시골풍경...
아직 숙지법도 익히지 못한.. 디카를 들고 , 사진 몇장을 찍었다.
외출 중에도 늘 뇌리를 떠나지 않는 숙제하나,
카페에 "담배피우는 여자" 란 어느님의 글에 이미지를 붙여야겠는데... 찾아도 없다.
겨우 아주 작은 이미지 두 개 뿐,
하나는 담배를 든 여자손만... 그리고 또 하난, 담배 피우는 뒷모습의 여자다
제법 방대한 이미지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싸이튼데도 확대도 되지 않는 스몰사이즈,
아~ 역시 한국이구나... 싶어 내심 흐믓해했다.
남편은 집에선 담배를 잘 피우지 않는 사람인데..(물론 재떨이도 없다 우리집엔)
그 날 난..담배를 집에 가져가자고 부탁했다.
내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남편,
"거..남자회원 누군가..당신을 놀리는 것 아냐?"
'흐흐~~ 고맙기는...'
집에와서 씻고나서 컴텨앞에 앉으니...새벽 1시 30분이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노래방...
나 혼자 맨정신으로.. 맹숭맹숭,,, 두시간,
웃어주고 박수쳐 주고... 간간이 앵콜...에다
옵빠~~ 까지 맘에도 없는 소리를 하고 났더니...
막상 나도 술먹은 사람 못잖게 어찔거린다.
찬물에 샤워를 정신 번쩍들게 하고 나서는,
그 것.. 늘 낮에도 나에게 따라 붙던 "담배피우는 여자 이미지"
자..이제 작업시작이다.
남편에게 담배한대 불 피워 달래서 막상 손에다 그 담배를 끼우려니...
'이런~~ 서툴기가... 이래서 안 해 본 도적질은 못한다는 것이로구나'
손 폼새를 자상한? 남편에게 전수 받아 몇 카트 팍팍 찍고보니...
이런.. 영락없는 남자 손이다.
여자라는 이미지가 안뜬다...
하기사, 나이 50이 넘도록 일을 할 때는 무지하게.. 장갑도 잘 끼지 않는 나,
일주일전.. 빈집에 가서 풀 뽑고는 (그 땐,장갑 꼈는데도)그 외... 막일에
알러지 피부가 울긋불긋 뾰드락지 난 것까지...
이 손을 그 누가 여자 손이라 보랴,
16일
수술한 아이가 이제는 목발을 떼고도 잘 걷는데..
약과 목발이 동시에 떨어졌단다.
다리가 무겁다고 그런다. 겁이 다시 덜컥났다.
병원에 전화 예약을 했더니.. 일주일 뒤로 잡아진다.
동네 병원에 가서...이야길하고 약을 타서...
광화문으로 달려 갔다.
약을 받아본 아이.. 처방전에는 약이 네알인데 세알이란다.
전화를 해 보더니.. 약사 잘못이다.
괜히 이 에미가 민망하다. 꼼꼼히 챙겨보지 못한 죄로,
아이 룸텔이 있는동네 약국에서.. 매약으로 나머지 약을 채워 주고는
혼자 집으로 돌아오는데...
이런.. 차가 막히는 게 장난이 아니다.
하기사 내일이 공휴일이니...
광화문 우체국 피턴에도.. 지치려 한다.
계속 광화문만 빠져 나오는데도.. 난 그로키 상태가 되어가고
주방에서 며칠 전 개미에게 물린 발등도 미치도록 가렵다.
그냥... 신발을 벗어 던지고 발을 올려 발등을 벅벅 긁는다.
잠이 온다... 피곤하다... 배도 고프다...
집에 오니..거의 9시다 허겁지겁 밥을 한술 먹곤 일찌감치 잠에 빠졌다.
보통 하루에 4~5시간 많아야 6시간 자는 천성이 올빼미인 나로서는 기이한 일이다.
몸 한 구석 어디선가 氣가 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아침 6시가 못 되어 일어났다가... 몸이 이상하여
다시..곤히 자는 남편곁에 누웠으나...
8차선 도로를 거꾸로 질주하는....비몽사몽간에... 그냥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왜 이럴까?
불안하다... 슬픔같기도 하고... 뭘까?
괜히 주방을 나와 덜그럭대다가....
그만..혼자서 밥을 퍼질러 먹기 시작했다. 반찬은 이럴 때일수록 토속적이고 짠 것이 좋다.
데우지도 않고 찬 그대로,
자반고등어 감자졸임... 콩나물 무침..평소 밥 두배로 먹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커피까지 마시고는 불안감에서 조금 조금 벗어났다.
그래도..이 두려운 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흩어진 내 氣를 다시 되짚어가며 찾아야겠다. ...
내가 왜 이러는지, 내게는 제일 편안한 자리 컴텨 앞에 앉아 글로 써 나를 진단해 본다.
아이 땜에 놀라서 그랬는지... (무리한 외출/나이탓)잠이 모자랐는지..
막히는 도로에서 먹은 스트레슨지...
아침엔 으슬 으슬 춥기까지 하더니.. 이젠 좀 낫다.
우선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다.
아침상을 봐야겠다.
엄니께는 간단한 생식 한 컵 타드렸으나...얼른 서둘러야지.
아침이 아니라.. 이른 점심이다.
비가 오려는지 지나치는 차 소리들이,
열어논 창문으로 ..와르르 쏟아져 들어온다.
글/이요조.
모두는 부지런히 바둥대며...녹음으로 최대한 치닫는 칠월의 성하 막바지!
웬, 고사목하나 그 주검의 장중한 어둠위로 빈 까치 둥지하나...그냥..섧다.
논에는 벼들이 수런대며 자라나고 있었다.
"아~ 몰랐었구나... 잠시 잊었었다. 이 더위에 너덜은 이렇게 푸름을 곧추세우고
키를 한치라도 더 보태려 애를 쓰고 있었구나"
비내리는 길을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뛰어다녔다.
그냥... 그 모습이 좋아 줌인으로 당겨 찍었는데도...게우! ㅎ~
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안개가 자욱한 산야...
산 첩첩 포개어진... 그림이 바로 수묵화다.
사진에는 잘 나타나질 않았다. 산첩첩의 농담을 달리한 담채...
"아 어찌 이리 아름다운 선이던고?"
오는 길에...포천읍내 노래방엘 들렀다.
웬걸.. 시골이라지만.. 차를 주차할 곳도 마땅찮다.
우연히
남편들의 입성이 같다.
까만 바지에 베이지 색 티셔츠
"까만바지 브라더즈" 의 장장 두시간짜리 공연으로
아내들은 즐거웠지만...(즐거운척 해 주었는지)
노래방을 별로 즐기지 않는나로선...두시간이란 무리다.
좋아하는 컴텨 앞에서는 10시간도 무리가 아닌데...
"우리(마누라덜) 이참에 프로덕션하나 꾸릴까? 또 누가 알어? 중국서... 강타처럼
옵빠... 그러면..메니저 우리들 마저 깔려죽게 될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