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글:보니/ 강길수



비가 오고있는 대지의 모습은 우리를 순수하게 한다.

정갈하게 가꾸어진 잔디밭 위에
한 줄기의 소나기가 내릴 때,

작은 연못 위에
빗방울이 떨어져 무수히 파문지며 물기둥이 솟을 때,

연록으로 물든 봄의 산야에 보슬비가 내릴 때,
비는 우리의 마음을 순수하게 한다.


어느 비 오는 가을날,
낙엽 깔린 숲 속에서 난생 처음 알게된 소녀가
열 일곱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버리자,
비만 오면 비통에 잠기던
다정했던 옛 벗의 슬픈 이야기를 생각하게 될 때,

여행길의 차창에 빗줄기가 흐를 때,
그리하여,
문득
지난날의 일들이 영화 장면처럼 확 되살아나고,
"아! 나는 바보였었다!"라고 후회하게 될 때,
흐르는 빗줄기는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비는 쉴 새없이 대지를 두드린다.
대지는 문을 열고 생명은 눈을 뜬다.


한 포기의 방울꽃이
함초롬히 비에 젖어 있을 때,
밤새껏 내리던 비는 어느새 멎어 버리고,
산뜻한 새 아침의 햇살은 터지도록 맑고,
순결한 방울 소리가 온 아침에 퍼질 때,
어제 내린 비는 기묘하기만 하다.


비 온 후의 깔끔하고 순결한 생명의 대지,
온통 맑고 푸른 하늘,
신선한 공기,
청아한 새소리‥‥‥.
이 모든 것은 신비로운 비의 작업이다.


비가 있는 대지
축복 받은 곳,
생명의 고향.

비가 없는 대지
버림 받은 곳,
황량한 사막.

비는 대지의 생명소(生命素),
대지의 혈액(血液).
비는 혈관을 따라 흐르며
영양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제거한다.


대지는 싱싱하고 온통 푸르다.
골고타의 언덕 위에 암흑이 뒤덮고 비가 내릴 때,
거룩한 빗방울 방울 성혈(聖血)이 되어
온 세상을 씻어 내리고,
순교자의 붉은 피로 연연히 이어 왔으리니,

비는
거룩한 사랑의 상징,
영생(永生)의 효시.


비는 내려야 한다.
사랑의 비는 내려야 한다.
너의 마음에도,
나의 마음에도
그리고,
모든 사람의 마음에도‥‥‥.
비는 내려야 한다.


공해로 질식되는 자연을 씻어주고,
기계와
정보와
돈의 노예로 전락하는 인간을 해방시키고,

독선과
아집과
이기와
그릇된 사상과
무관심을 모두 씻어버리고,
맑고 순수한 영혼이 숨쉬는 대지가 되어야 한다.

때로는 진노의 대왕 폭풍우가 되어
혼돈의 현대에 준엄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
더 격렬한 '노아의 홍수'가 필요한 세태(世態)다.

장마철은 와도 참 비는 내릴 줄 모르는가?
비를 그리는 내 마음
어둡고 내가 찾는
맑은 동공(瞳孔)들은 어디에 있는가?


비는 우리를 기다리게 한다.
대지는 갈증으로 신음하고,
곡식은 말라죽을 때,
농민들이 기우제를 지내고 하늘을 우러러 탄식할 때,
비는 끈기 있는 인내심을,
사심 없는 맑은 마음을 요구한다.

비는 또, 우리를 당황하고 슬프게 한다.
폭풍우가
노도(怒濤)보다 등등한 기세로 대지를 삼켜 버릴 때,
갈증에 신음하던 대지는 홍수에 휩쓸리고,
무수한 수재민이 생길 때,
비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어느 덧
홍수의 상처도 아물어 가을을 재촉하는 단비가 내릴 때,
비는 비로소 기쁨을 선사한다.

대지와 생명을 사랑하는 비는
온 누리에 영그는 열매와 곡식이
자신의 분신(分身)이란 것을
그리고, 결코
비는
인간들의 이기,
자만,
독선,
아집,
탐욕,
분노,
나태‥‥·,
이런 것들과는 영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선포한다.

비는
전능하신 분의 자비로운 용서의 선물이다.

구름으로 승화한 빗방울은
바람 타고 대지를 살피다가 필요한 곳곳에 내린다.


비는 태초부터 대지에 내린다.
뭇 생명을 발아시키고,
양육하며,
이물을 씻어 내린다.

비는 대지의 혈액,
그 기묘한 작업을 계속한다.
비가 오고 있는
대지의 모습은 우리를 순수하게 한다.




별채: 번호:22320









하남시 사회문화회관 조감도 (석정님의 공모 출품작 디자인 송윤호)


7년 전에,
역삼동에 한 설계사무소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건축의 축자도 모르는 내가 특공대로 초빙되어 간 꼴이다.
설계비 20억이 걸린 대형 프로젝트이므로,
회사의 사활을 걸고 일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동생 친구의 부탁이고, 사장도 동향에 동갑내기이라 흔쾌히 입사했다.
나름대로 "컴도사" 소리를 들으면서 전직원 교육도 해 주었다.
남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하면서.....

일상근무 시간에도, 툭하면 직원들이 불러댔다.
내 일을 하면서도, 사무실을 이곳 저곳으로 쫓아다니면서,
열심히 가르쳐 주었다.

그리하여, 고집 쎈 컴맹들을 수준까지 올려 놓았다.
IMF가 터지고, 이름 있던 사무실들이 쓰러져 갈 때에,
우리에게도 위기가 닥쳤다.

두가지 대형 프로젝트가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설계실 직원들이 3개월 째 일이 없어 놀게 되었다.
결국 두 개의 사무실을 하나로 뭉쳐서 구조 조정을 했다.

오산에서 출퇴근하려니, 어쩔 수 없이 자가용을 이용하였다.
기름 값은 폭등하고, 주차비에 도로비에, 절반은 땅에 버리면서,
열심히 다녔다.

처 자식들 장래를 위해서 끝까지 버티겠다고 결심했다.
그 해 정월, 비장한 각오로 두개의 프로젝트를 해결하리라고 결심했다.
그래야만 우리 모두가 살 수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결국 30 여일을 철야를 했고, 한가지만 통과 되기를 빌었던 것이,
2월 중순에,
두가지 모두 통과되었다. 무려 30억을 딴 것이다.
기대 밖의 성과에 다른 직원들은 축제가 벌어지고,
나는 집에서 죽은듯이 밀린 잠을 잤다.

축하와 위로의 전화를 받으면서.....

그렇게 일어났는데.....

일간지에 직원을 모집하기에 이르렀다.
건축사 한명 뽑는데, 이력서가 수천장!, 가히 경제난을 알만 했다.

사장 입이 찢어졌다.
나는 그로써 만능인이 되어 버렸다.
관공서에까지 초대되어, 전산망을 휘젖기도 했다.

결국 40여명이던 직원이 300여명이 되었고, 사무실도 크게 이전했다.
꿈에 부푼 사장은, 합병도 하고 연구실도 차리고,
일본,독일,프랑스 유학파들과 석사급을 대거 기용했다.
방계 사업도 벌리고, 사장 식구들이 사업을 분담했다.
회장도 세우고, 부사장도 둘을 두고, 임원들이 즐비하게 되었다.
자동차도 고물 그랜져를 버리고 에쿠스로 바꾸었다.

바야흐로 전성기를 맞은 사장은,
오늘의 자기를 있게 해 준 직원들을 도태시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대망의 프로젝트들은 한해가 가고, 두해가 가도,
전혀 진척이 되지 않았다.

홀로 실장인 나는,
기라성 같은 건축가들 속에서 시달림만 받기에 이르렀다.
드디어 실적에 목마른 사장의 안달에,
정든 직원들은 하나 둘씩 떠나갔다.
결국 나 홀로 남아서 신입 사원들과 힘든 일을 해야만 했다.

사공이 많아서인지 뜻대로 되는 일이 없게 되었다.
언제부터인지 발언권도 없어졌고,
그저 로보트처럼 일만 했다.

과거에는 두어달씩 연구해서 하던 일들을,
언제부터인지 두어 주만에 처리해야만 하게 되었다.
심지어는 겹치기로, 이쪽 저쪽 사무실에서 계획한 일들도 하게 되었다.

그러기를 몇년, 드디어 인내의 한계에 이르렀다.
운전대에 앉을 수도 없을 지경으로 다리와 온 몸에 통증이 왔다.
진통제를 먹으면서 지팡이를 짚고서도 태연하게 일을 계속했다.

결국 쓸모 없는 퇴물 취급을 당하고,
물갈이를 하려 하면서도,
그래도 눈치는 보여서 함부로 하지를 못하더니,
명색이 공신인데...

결국 사장 입에서 생트집이 나오고 말았다.

병원에서도 오지도 말고, 경보를 많이 하란다.
바로 근골격증이다.
진단도 없고 산재도 안된다. 걸을 수도 없는데 환자가 아니란다.
백약이 무효이고, 오로지 운동을 해야만 하는데,

왜 그토록 미련하게 살았는지.....

그래서, 마침 후배들의 부탁으로 조금 편한 일을 하기로 했다.
일주일만 쉬라는 것을 뿌리치고 직장을 옮겼다.

쉽게 생각했던 일이, 몇명 안되는 직원들과 하려니까 어려워졌다.
시키지도 않은 일을 위해서, 강원도까지 택시보다 더 뛰었다.
그렇게 해서 4개월 만에 일은 성사되었다.

그런데.....

그 일은 그것으로 끝났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집사람이 오래도록 준비를 해서,
남에게 빠지지 않는 주단가게를 차렸다.

제법 장사가 되는 것 같더니,
월드컵에, 비수기가 닥쳐서 많은 적자를 내고 있다.

몇개월 쉬었지만, 여전히 몸에는 자신이 없다.
산책을 일삼다가 너무나도 무료해서,
법률서적도 뒤져보고,
사이버 공간에서 얼굴 모르는 제자들도 두어 보았다.

그러나, 아직은 미련이 남았다.
이 시대에 컴퓨터디자인의 원조라는 자부심이 그것인데,
어느 분야 보다도 더욱 빨리 늙어야 하는 것이,
요놈의 직업인 줄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사무실을 개설하려고 보니까, 집사람이 선수를 쳐 버렸다.
셔터맨이나 하고 운전기사나 하면서 지내기에는,

진짜로 속이 터질 지경이다.
어디론가 날아가고 싶지만, 갈 곳이 없다.
저마다 살기가 바쁘니까, 시간이 없는 것일까?

그래서, 30년 만에 시골의 국민학교 스승도 찾아 뵈었고,
소꼽친구들도 찾아 보았지만,

아직은 내가 이럴 때가 아니다라는 생각에,

정말로 화가 치민다. 세상은 왜 이 꼴이고, 나는 왜 요 꼴인가?






 





◎ 이름:사진/이요조

2002/7/23(화) 12:32 (MSIE5.0,Windows98;DigExt) 61.80.43.165 1024x768




한국의 멋, 그 아름다움  


단청[丹靑]이란?





단청의 역사는 선사시대 신에게 제사를 지내거나 제단을 꾸미는 데 그림을
장식하거나 제사장(祭祀長)의 얼굴에 색칠을 하는 일 등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단청은 신비감을 주고 잡귀를 쫓는 벽사(邪)의 뜻도 있고
위엄과 권위를 표시하기도 한다. 한국은 삼국시대에 활발하게 유행하였다.

고구려 벽화고분인 쌍영총(雙楹塚)·사신총(四神塚)·강서(江西)
우현리대묘(遇賢里大墓)·안악(安岳) 제2호분 등에 비천(飛天)·연꽃·인동초·
구름·불꽃 등 다양한 문양이 그려져 있다. 신라의 솔거(率居)나 일본에 건너가
그림을 그린 백제의 백가(白加)도 모두 화공이었는데, 단청은 화공이 도맡아 하였다.

'단청'이란 그림을 뜻하기도 하였다.
안압지(雁鴨池) 발굴 때 출토된 통일신라 암막새 기와 밑에 단청의 붓자국이
있는 것도 있었고, 단청할 때 물감을 담은 그릇 등도 출토되었다.
1123년(고려 인종 1) 고려에 와서 본 바를 기록한 송나라 서긍(徐兢)의
《고려도경》에 “궁궐 건물에 난간은 붉은 옻칠을 하고 동화(銅花)를 장식하였으며
단청이 장엄하고 화려하다”라고 하였다. 고려의 단청은 외부의 기둥이나
난간 부분에는 붉은색을 칠하고 그늘진 천장이나 추녀 안은 녹색으로 칠해서
단청의 명암효과를 높였다. 현재 남아 있는 수덕사(修德寺) 대웅전이나
부석사(浮石寺) 무량수전(無量壽殿) 등 건물의 단청은 녹색이 많아 내부는
차갑고 가라앉은 분위기가 감돈다.


이,하늘은..단연 우리의 것





바람의 출입





*기본빛깔*
기본빛깔은 5색이며 이를 혼합해서 수많은 빛깔을 낸다.
5색은 청·적·백·흑·황이다. 정약용(丁若鏞)의 《여유당전서》
〈잡찬집(雜纂集)〉에 단청의 5색은 5행사상과 관계가 있다고 하였다.

청은 동(東)이며 용(龍)이고 계절로 봄[春]이며 5행으로 목(木)이다.
적은 남(南)이며 새[雀]이고 계절로 여름[夏]이며 5행으로 화(火)다.
백은 서(西)이며 호랑이[虎]이고 계절로 가을[秋]이며 5행으로 금(金)이다.
흑은 북(北)이며 현무(玄武)이고 계절로 겨울[冬]이며 5행으로 수(水)이다.
황은 중앙이며 계절로 토용(土用:환절기에 해당)이며 5행으로 토(土)이다.
단청의 5행사상에는 현세의 강녕(康寧)과 내세의 기원이 깃들어 있다.

침묵속의 정렬





단아한 뒷문





*안료의 종류*
안료란 용매에 용해되지 않는 유색 미립자상의 무기(無機) 또는 유기(有機)
화합물의 착색제로서 접착제와 혼합하여 해당물건에 칠을 하면 도막(塗膜)이
형성되어 성형물에 아름다운 색채를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색채의 조화





전통 대청 마루판





긍지를 느끼게 하는.. 당당하고도 아늑한 멋





무언의 약속




*종류*
단청의 종류로는 가칠(假漆)단청·긋기단청·모루[毛老]단청·긋기모루단청·
금단청·금모루단청·갖은금단청·고분(高粉)단청이 있고,
특수한 것으로 칠보단청·옻칠단청·금은박단청·금은니단청 등이 있다


단청과 와당의 美









한국적인 멋, 그 아름다움이 좋고도 자랑스럽다.
누가 왜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아득한 조상적 부터..이어져 내려 온 핏줄탓이리라.
내 가락이 좋고, 우리의 색채가 좋고....
해서인지 가능한 난 늘 한복을 즐겨 입는다.
한복을 입으면... 그제사 언제나 참"나"를 찾을 수 있는것 같은 마음이 들어 참 좋다.

사진/이요조









'가납사니 > 사람들·舊,미루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용마루의 꿈  (0) 2002.07.27
만용의 여유  (0) 2002.07.26
夫婦  (0) 2002.07.24
"비내리는 강"  (0) 2002.07.24
사진/창경궁 뜰안에.....핀 꽃들  (0) 2002.07.23
















夫婦 1 & 2


























夫婦

참으로
오랫동안 잊었던 사랑이다.

등이 휠 것 같았던
기억하기 조차 싫은
귀한 열매의 사랑이었다.

살아오면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어둔 밤 하늘 별만큼이나
반짝이던 묻어둔 사랑이였다.

무에 그리 바빠,
개켜둔 사랑의 날개옷
한 번 제대로 챙기질 않고
그 사랑, 방목만 하였구나

사랑을 유기한 공범죄,
켜켜이 먼지속에 개켜둔
잊었던 그 사랑을 꺼내어
이제라도 맑게 맑게 휑궈내 보자꾸나

잘 닦인 흰 은잔에다
해묵어 곰삭은 과실주 향기에
흠씬 취해도 보자.
목이 쉬도록 부둥켜 안고
온 밤을 울어도 보자.

저 푸른 하늘 끝자락에다
바지랑대 곧추 세워
이불호청처럼 탁-탁 털어
바싹 말려도 보자.

시간이 얼마 없구나
내 단 하나 소중한 사람아~

아직은 고운 황혼,
일몰로 어둠이 엄습해 오기전에,
우리 손이라도 꼭- 맞잡자.
얼른~





글 :그림/ 이요조











autostart="true" width=100% height="40" loop="-1" hidden="true">


'가납사니 > 사람들·舊,미루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용의 여유  (0) 2002.07.26
단청[丹靑] 한국의 멋, 그 아름다움  (0) 2002.07.25
"비내리는 강"  (0) 2002.07.24
사진/창경궁 뜰안에.....핀 꽃들  (0) 2002.07.23
완전_흡수  (0) 2002.07.21











◎ 이름:사진.글:이요조

2002/7/23(화) 23:06 (MSIE5.0,Windows98;DigExt) 211.227.96.225 1024x768




오늘 오후 비내리는 한강/영동대교 북단





















"비내리는 강"


비가 내린다.

나는
차창을 사이에 두고도
명치끝까지
타고내리는
비를 맞으며 간다.

강은,
굽굽해진 몸을
내리는 빗줄기에
뒤척대며 말없이
흘러~흘러가고 있었다.



2002년 7월 23일 비내리는 오후에,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가납사니 > 사람들·舊,미루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청[丹靑] 한국의 멋, 그 아름다움  (0) 2002.07.25
夫婦  (0) 2002.07.24
사진/창경궁 뜰안에.....핀 꽃들  (0) 2002.07.23
완전_흡수  (0) 2002.07.21
아버지 5  (0) 2002.07.20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읽고ㅡ 스펜서 존슨 지음 / 이영진 옮김


두려움 때문에 시작도 하지 못 하고 주저앉는 사람이 있다면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지난 여름은 정말 더웠다. 학생들의 방학과 함께 내가 읽어
야 할 책은 자그만치 60여권이나 되었다. 나이 탓인가? 늘 즐겨있던 책들
이 부담으로 내마음에 자라매김 할 즈음 이 책을 만났다.

모두 3부로 되어 있으며 1부는 동창들이 모여 힘든 삶을 이야기 하고 2부
는 짧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치즈를 찾아 떠나
는 두 명의 쥐 '스니프'와 '스커 리' 그리고 꼬마 인간 '허'와'햄'이다.
변화에 적응해 가는 인간형과 변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행복을
찾는 사람과 변화를 제대로 맞지 못 하고 두려워 하는 인간형을 제시하며
스스로의 선택을 유도한다. 3부는 동창들이 이야기를 다 듣고 변화를 받
아드리는 사람과 받아드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차이점.변화하지 못하는 근
본적인 이유.변화를 두 려워하지 않는 마음.변화해야 하는 이유.변화를
준비 할 때 필요한 것 등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이 글을 읽으며 '나의 치즈는 무엇일까?'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가정에 안주하고 시간의 여유를 갖을 때 난 왜 직장 에서 팽팽
한 긴장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처음 나의 치즈는 노후 준비였
다. 연금의 개념이 없을 때 건강이 안 좋아 사표를 냈고 다시 직장을 갖
은 후의 모든 수입은 2남1녀의 교육비에도 늘 부족했다. 자식의 투자가
노후 대책이 되었던 우리 부모님들 처럼 나도 그렇게 생각하며 세 아이들
의 교육에 모든 수입을 투자했다. 덕택에 아이들은 모두 좋은 직장에 다
니고 걸맞는 배우자를 만났다.

그러나, 세 아이들 다 떠나보낸 후, 텅 빈 내 손을 보며 뒤늦은 후회가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노후대책' 이라는 단어가 꿈 속에서도 괴롭혔
다. 다시는 떠 올리고 싶지 않은 'IMF', 내가 소속된 분야의 학원 19개
중 14개가 쓰러졌다.학원생의 70%가 떠나는 현실 속에서 실의에 빠졌다.
'나도 문을 닫을 것인가?
차라리 자식들에게 생활비를 받을까?'

그러나, 치즈를 찾아서 미로를 달리는 것이 꼭 생존 자체를 위해서만이
아닌 그 자체적인 만족과 보람을 위한 것이라고 한 '허'처럼 나의 직장
생활도 꼭 빵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 도전이다. 다시 시작하는 거야.' 교사도 기사도 내보내고 모처럼
한가한 시간에 미친듯이 공부를 했다. 그리고, 성경을 읽으며 자신감을
가졌다.'하느님은 내 편이다.'라고. 3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가고 학원은
'IMF' 이전의 상태로 회복이 되었다.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도전을 두려워 하지 않았던 그때의 그 힘은 어디
에서 왔을까?' 하고. 이제 나는 그 물음에 분명히 대답할 수 있다. 전지
전능 하신 분이 나를 이끌어 주실거라는 신앙과 언제나 곁에서 나의 넋두
리를 들어주고 힘을 주었던 친구라고.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책을 읽고 아이들과 같이 지내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허'에
게 치즈인 것이'햄'에게도 치즈일 수는 없듯이 각 개인의 가치관이 모두
다름을 또한 인정해야 한다. '도전' 을 두려워 하지 않는 삶을 원하는 분
들에게 나는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별장 [문화가산책] 번호:423 2002/03/15 00:56






*
◎ 이름:사진/이요조

2002/7/21(일) 12:19 (MSIE5.0,Windows98;DigExt) 211.222.168.218 1024x768


**창경궁안에.....핀 꽃들.../접사




*
1/나도 한 몫/뱀딸기





2/장다리와 굴뚝





3/우리의 멋/무궁화

]



4/작은 여유/토끼풀





5/공존/담쟁이





6/소박/금불화





7/님바라기/도라지꽃





8/twin/작은 굴뚝과 꽃 두송이





9/우물?/열매 나무?





10/조화로움/무궁화





11/음지라도,굳세게...애기똥풀

>



12/존재/뱀딸기






13/소망.../담쟁이의,















'가납사니 > 사람들·舊,미루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夫婦  (0) 2002.07.24
"비내리는 강"  (0) 2002.07.24
완전_흡수  (0) 2002.07.21
아버지 5  (0) 2002.07.20
빗속을 달리며.......찍은 사진,  (0) 2002.07.20


소흔 일기

1. 반가운 아우 -2001, 4, 20.-

삐리릭
핸드폰이 오랜만에 울린다.
누굴까?

“형님, 저 여유.”
형님 아우하며 지내는 열린마당 친구다.
요즈음 신학대학 다니랴
사과 장사하랴
옆지기 병간호하랴
무척 바쁜 그다.

생활의 어려움 속에서도
해맑은 웃음을 늘 간직하고 사는
그를 보면 내 마음마저 즐거워진다.

“지금 학교가 끝났는데
집에 가도 돼요?”
“당근이지.”

얼마 전 그의 집에 가서
한참이나 사과 장사를 같이 했었다.
작년에 농사지은 무라며 한 자루 주기도 하고
김을 서해안 가서 갖고 왔다며
주어서 잘 먹고 있다.

“저녁은?”
“집에서 라면 하나 먹고 왔어요.
밥을 차려 주어야 할 텐데
옆지기가 마침 외출 중이어서
커피 한잔씩 놓고
웃음꽃을 피우고 있는데
옆지기가 들어 왔다.

옆지기 왈 “저녁은요?”
“네, 먹었시유.”
“밥 있나?”
“있긴 있는데 찬밥이라…….”
“괜찮아, 차려오지.”
없는 반찬에 그것도 찬밥을…….
그러나 그는 맛있게 먹는다.

“형수님, 밥 더 있시유?”
거뜬히 두 그릇을 …….
우리 내외는 찬밥을 먹게 해서
미안해 죽겠는데
그런 눈치를 채고는 아주 맛있게 먹어 주니
이 얼마나 고마운가?
그러곤 열한시가 넘어서 갔다

“형수님, 한 번 놀러 오세요.”
“네, 꼭 갈게요.”
사과가 다 떨어져서
이제는 원두막 짓고 수박장사를 할 거란다.
그 땐 또 가서 같이 팔아 줘야지.

*****

2.고양이와 전쟁 -2001, 5, 27.-

며칠 전에 우리 집 지붕에
고양이가 새끼를
다섯 마리나 낳았습니다.

처음엔 지붕위에서 쳐다보는 놈들 눈망울이 예뻐서
그래 같이 살자 하며
드나들며 지붕을 쳐다보곤
눈을 마주쳐 왔는데,

근데 요놈들이 좀 크니까
천장 속이 지네들 운동장처럼
뛰어다니는데 우당탕 쿵탕
이게 장난이 아닙디다.

하여 이제 나가 살라고
추방작전 개시했지요.
우선 천장으로 들어가는 테라스와
지붕 사이에 틈새를 완전 봉쇄하고
천장엘 못 들어오게 한 채,
지붕 위에서 그놈들과 대치.

막 쫓으니까 어미란 놈이
새끼들 내 팽개치고는
저만 담을 타고 줄행랑 쳤어요.
지붕 끝에서 불안에 떠는
어린놈들 눈망울이 애처롭더라구요.

그래 일단 작전상 후퇴를 하고 말았는데
요놈들이 또 다시
천장에서 쿵탕거리는 거예요.

결국 다시 지붕에 올라가
한 놈을 잡았는데
아 글쎄, 캬~~아악! 하더니만 할퀴잖아요.
얼떨결에 내동댕이를 쳤더니 땅으로 떨어졌지요.
퍽 소리가 나기에 내려다보니 꼼짝을 안 해요.

에고 죽었나보다 하고 얼른 내려와 보니
휘리릭 도망을 가더이다.
다행이다 싶어 작전을 종료 했는데,
밤이 깊어가니 계속 야옹거리며
애처롭게 울어 대니 어쩌면 좋대요?

오늘밤
잠은 다 잔 것 같군요.
허 그것 참....... .

-대청에 오른 글 모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