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그림 /이요조

2002/8/3(토) 23:04 (MSIE5.0,Windows98;DigExt) 218.156.126.181 1024x768






매 미  









환청으로도 들려오는...

유난히 매미 소리가 극성인 오늘,
짝을 찾아 운다는 매미,

모진 한 목숨
버텨 태어나서
되돌아 가기에 못내 애절한
흔적을 남기려
애간장이 다 녹도록 저리도 우는구나

따가운 팔월의
햇빛속에 흩어지는..울음...울음...

매미는
여름이 짧아 저리도 사뭇 우나보다.







*매미


셀 수 없는
땅 속 흑암(黑暗)을
살라먹은 넋두리


날빛이 너무도 너무나도 절절(切切)하여


어둔 혼(魂)
여명(餘命)에 서러운
청음(靑音)으로


명암(明暗)~~! 명암(明暗)~~!
명(明)~ ~` 명(明)~ ~`



이 요조








**여름이 짧아 우는 매미**



도심지 한 복판에서 매미 소리가 정신을 어지럽히도록 울어쌓더니...

이리도 큰 비가 오려고 그랬나 봅니다.

짧게는 2~3년 보통은 5~7년, 길게는 17년도 더,땅 속 어두운 곳에서 유충으로 지나는 매미,

기껏 매미의 성충이 되고는 15~17,8일밖에 못 산다니....

그 동안 서둘러 짝짓기를 해야 한답니다.

비가 웬만큼 쏟아져도 매미는 아랑곳 않고 웁니다.

그러나 이런..큰 비가 한 사나흘만 계속되어도

매미의 황금 청춘이 덧없음을 그렇게 울어댔을까요?

아무튼 환청이 다 생겼습니다.

8월 3일, 종로 조계사 부근 숲에서 매미 소리를 엄청 들은 후....

글:그림/黃眞伊,이요조

2002년 8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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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묻어둔 사랑 이야기

언제부터인가 나는 하늘을 자주 보게 되었다.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제일먼저 하늘을 본다
베란다 쪽 창문을 열면,
하늘이 내 아파트 아래에서 곧 바로 보인다.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하늘을 보면서,
두 팔을 벌려 그 하늘을 가슴에 안아본다.
그리고 넓은 하늘을 가슴에 끌어 안고 긴 호흡으로 들이 마신다.
살아온 동안 노쇠한 내장이 새것으로 바뀌는 느낌이다.

하늘을 바라보는 때에는
세상에 모든것을 다 잊어버린다.
해와 달과 별과 그리고 구름만 보이는 하늘인데도
아득히 먼 그곳을 보노라면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 생각, 이유 없이 하늘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훓어본다.
검은 비구름이 잔뜩 차있는 변덕스러운 여름날의 하늘,
깊은 땅속의 향기를 맡고 있는 생명을 주는 봄 하늘,
그 하늘에서 딩굴고 싶은 마음을 주는
진주알 같은 맑고 깨끗한 가을하늘,.
가을날 드높은 하늘에 하얗게 두선을 남기며
날아가는 호죽기도(군 비행기) 보면 심심하지가 않다.
온세상이 쉼으로 안주하는 곳에 엄숙하게 잠을 재우는 겨울하늘,
볼거리 생각거리가 많은 사계절의 하늘은 볼수록 신비하다.

생각 할 수록 신비스러운 하늘의 수수께끼는 많다.
이 지구상에는 내놓으란 유명한 과학자들이 많다.
과학자들은 지구 상에서의 수많은 문제들은 잘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천문학자들은
하늘에 숨겨진 신비의 비밀은 아직도 시원히 풀지를
못하고 있다.
문제를 풀어 보려고 무던히도 노력하고 애쓰지만
저 먼 하늘의 수수께끼는 영원히 풀지 못할 것 같다.
아마 그것은 기독교에서만 말하는 절대자의
영역이리라 생각이 든다.
그렇게 인정 하는것이 편하다,

끝이 어딜까?
저 안 보이는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끝이 궁금 하기만 하다,
아니! 세상의 이치는 시작과 끝이 있다고 하는데,
과연 하늘엔 끝이 있을까?참으로 알 수 없는 수수께끼다.
그 궁금증이 더 하늘을 보게 된 것 같다.


낮에보는 하늘보다 밤하늘은 더 좋다
별이 졸고 있는 밤하늘은 밤새도록 보고 싶다
마구 지껄여도 하늘은 내 가장 편한 친구가 된다.
여름날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즐거움이란
영원히 싫지 않은 나의 무언의 연인이 됐다.
세상의 연인과는 비길 수 없다는 표현이 솔직한 고백이다.

오늘도 하루를 마감할때,.나는 그 하늘을 본 후에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하늘을 잠시 잊은 채 잠을 잔다.

새날이 되어 날이 새면 하늘을 또 만나게 된다.
하늘 문을 열면 아름답고 활기찬 새날이 온다.
맑고 환하고 용기를 주는 신나는 하늘을 다시 또 본다.
하늘을 보며 소망을 갖는다.
역시 삶은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
내일도 하늘을 본다는 소망이 있어서

그 신비하고 멋지고 아름다운 하늘을,
나는 그 하늘을 사랑한다. 즐겁게..

섬강.2002.1.1





고무나무와 라일락

바람이 쌀쌀해 지고
수은주가 영하 삼도로 내려가면
어김없이 집안 구석을 차지하는 고무나무가 있다
나는 초겨울날 아침 고무나무를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다.
이 나무가 우리 집과 인연을 같이한 것은 딸아이 젖먹일 때이다.
방 세개에 베란다 난간을 화강석 돌로 치장한 집을 지었을 때이다.


방 두개에서 살다가 어머님방 부부방 아이방 따로 장만하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아이 엄마는 잠이 다 오지 않는 단다...
전에 살던 집이 방이 두개라 늘 불편해 했던 아내다
그 집에 이사하면서 친구가 이 화분을 선물했다. 무성하게 자라고..
가지가 두개로 뻗고..
싱싱한 파란 잎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그 뒤로 이 화분을 잊고 살았는데..
중곡동으로 이사 오기 위해 집을 수리하는데 이 화분이 눈에 띄었다.
공사중 다칠세라.
차고에 들여놓곤 했는데. 키가 커서 차고 천장에 닿아
이 화분을 간수하느라.
공사를 하는 기간에 애를 먹었다.


공사를 마무리하고
정원을 하면서 정원사가 "나무를 고르러 가시지요 "하여.
정원사를 따라가 보니 나무 값이 만만치가 않았다
향나무, 과일나무, 단풍, 꽃나무 몇 가지를 샀다.


나무가 잎도 별로고
볼품 없는 나무를 정원사가 들고 오며 가지고 가잔다.
하는 말이, "이 꽃나무 향이 좋고요 이름이 라일락이라고 합니다"
나무를 다 심고 정원 석도 쌓았다.
놓는 방법에 따라 모양이 달라 보인다.

잔디를 입히고 길도 다듬고 화분들도 거실 앞에 가지런히 늘어놓고
정원일 이 끝이 났다.

볼품 없는 그 라일락은
좋은 자리는 향나무 뒤에 구석 외진 곳에 심어졌다.
이놈은 괴이하다. 나무 이름이 부르기 좋은 개나리, 백일홍, 목련이니,
연산홍이니 고유한 토속적이고 이름도 얼마나 정감이 가는 이름들인가.
그러나 라일락은 외국어에다 부르기도 생소하고 모양새도 정원수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고무나무는 거실 앞에 놓고 커지기 전에 가지를 자를 것을
아내가 말리는 바람에 못 자르고 키만 키웠다.
겨울에는 거실에 들여놓고 고무나무 위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한다.
열대식물에 그리스-머스 트리를 장식하니, 얼마나 웃음 나는 일인가.
잎이 어렸을 적 먹어본 식은 개떡같이 두껍고 뻣뻣하며 잎 한 개도
전지 가위로 잘라야 한다.
비가 오면 저 혼자 비를 떠받을 양으로 투박한 잎으로 받아낸다.

라일락은
가지를 마구 쳐서 심었는데 제법 어울리게 가지와 잎이 나왔다.
잎도 상추 잎처럼 연하고 적은 비가 내려도 싫은지 잎들이 흔들어 댄다.
비가 그치고 따뜻한 봄날 라일락이 꽃을 피웠다..
붉은 색이 많은 보라색이고 꽃도 작아 눈길을 끌지못하나 소박한 모습이다.

꽃도 한 송이 우송이 나눌 수 없이.수십 송이가 하나로 뭉쳐 핀다.
놀란 것은 향이 강하지도 않고 연한 향이 특이하다.
보잘것없었던 라일락이 느낌이 달라 보인다.
향은 집합에도 이웃에도 길가는 사람도 한마디씩 풍기는 향을 칭찬한다
집안에까지 향으로 가득하다

고무나무는.......
그 뒤로 도저히 크는 키는 강당할수 없어 두 가지를 모두 잘랐다
자른 곳에서 우유빛의 피를 흘리며 아픈 모습이다
무성하던 성장은 멈추고 잎도 감나무 잎처럼 작아지고
볼품이 없이 되었다.
지금은 오래 전에 이 집으로 이사오면서.........
모든걸 잊고 살았는데.

오늘아침 옛 생각 속에 빠져든다.

지금도 옛집에는........
라일락은 겨울 날 봄에 꽃을 피우기 위해.......
추운 겨울을 밖에서 추위를 견디며 준비하겠지?
두나 무가 우리네 삶을 닮았다.

라일락은 천대받았으나 큰 변화 없이
봄에는 향기를 내며 제 주변을 즐겁게 하고 있겠지 !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그러나 딸아이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헤어져 만날 수 없다
지금도 향나무 뒤 외진 곳에 있는지?

거실에서 사랑 받던
고무나무는 아이들 손끝에 추리를 달고
사진을 찍던 화려했던 옛날을 잊은 체 지금은 거실에 천덕꾸러기로
가족의 무관심 속에 떠나 있다.
아이 엄마가 종종 물을 주고 보살핀다.
그래도 우리 가족의 지난날을 간직한 체 가족과 같이 살고 있는 것은
고무나무뿐이다.

오ㅡ랜세월
소식은 없어도 가슴에 남아있어 영원히 기억되는 친구가 그립다......
처음에 화려하고 같이한 친구가 가까이 살지만 있는지 없는지
무관심 속에 떠나있는 이는 없는지.........
이 아침 고무나무를 바라보며 마음이 아프다.


중곡동썬입니다 (2001.12.11.)








내가 어릴적에 고향집 마당에는


아주큰 무화과나무 두그루가 있었다....




울엄니, 아부지가 외갓집에서 한그루씩 얻어와서


우리집마당에 옮겨 심었는데....


아주 잘 자라서 나무의 그늘은


커다란 평상위를 아주 시원하게 만들어 줬었다.....




마당이 있었던 우리집은 동네애들 집합소 였는데.....


그당시 상고를 다니던 울오빠는 국민(초등)학교 다니던 나에게


반강제로 주판알 튕기는걸 가르쳐주곤 했었는데.....




때론 으름짱으로....때론 먹을걸로 유인해 가며 나를 붙잡아앉혀


그 주판실력을 전수하고싶어 안달이 났었던 울오빠....




여름내내 널따란 평상에 나란히 배를 깔고 엎드려서


오빠랑 쉬운 더하기,빼기를 배웠는데.....


흥미가 없었던 울언니는 코방귀만 뀌구 달아나고~~~~~




그립다.....


무화과 익는계절....


고향집 마당이 그립다.....




학교에 갔다오면 나는 가방을 마루위로 휙 집어 던지고는


잽싸게 무화과나무 위로 올라간다.....




튼실한 가지하나 골라잡아 앉고선


잘 익어서 빠알갛게 툭 벌어진 무화과를


단내 솔솔 풍기며 서너개 따먹곤 했었다.....




나의 어릴적 여름은 그렇게 익아가고....


마당을 내려다보며 한참을 나무에 걸터앉아 놀았는데.....


이젠 가고없다....




7월부터 익기시작하면 첫물따기,두물따기,세물따기.....


이렇게 처음익은걸 다 먹을때쯤 되면 작은놈들이 익기 시작한다...


그 두물따기를 하고나면 또 다른 작은놈들이 익어가고......




여름이 다 가도록....


참 많이도 열렸는데.....


초여름에 열린 첫물딴 무화과는 제법큰 주먹 만해서


석류처럼 쩍~ 벌어지믄 그 단맛이 꿀맛보다 더 좋았다....




세물따기한 무화과는 단맛이 좀 떨어진다....


해서 오빠와난 잘씻은 항아리에 소주를 붓고선 무화과가 익기만하면


그속에다 풍당퐁당 갖다 담았다....




식구중에 누구도 술마시는 사람이 없는데도 그렇게


"무화과주"를 만들었던 유년의 기억들......그걸다 누가 마셨지??




감나무보다 컸던 무화과나무가 보고싶다.....


그후론 가지가 가느다란 무화과나무 밖에 못 봤는데.....


우리집 마당에 있었던 무화과나무는 어디에도 없다.....




여름이오면....여름이 다가도록....


난 이렇게 입에 쫙쫙붙던 그 무화과가 먹고싶다.....


하얀 진이 내손을 괴롭혔던 무화과나무.....




몇년전에 뻐스터미널 입구에서 팔고있는 무화과를 봤는데


색깔도 별루구...크기도 작은귤만하다....


반가워서 낼름 열개를 사긴 샀는데...




세상이 그시절이 아니니....그맛이 영~아니다.....


혀끝에 남아있는 그때의맛은, 기억에 생생하기만 한데.....







그립다...무화과 익어가던 고향집마당...... *^^*












(2002.8.3. 화성여자님이 쓴 글)





그대...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기억하고 계시군요.
그리고, 사랑하시는 군요.

얼마 전 갑자기 "우리를 슬프게 하는것들"이 보고싶어
한 권 있는 '안톤 슈낙'의 산문 집을 컴퓨터 옆에 갖다 두었습니다.

제일 앞에 있는, 그 옛날 국어책에 실린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낭송하며,
그 까까머리 시절의 낭만으로 돌아갔었지요.

"...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 아무도 살지않는 고궁. 그 고궁의 벽에서는 흙덩이가 떨어지고,
창문의 작은 나무위에는 '아이쎄여 내너를 사랑하노라...'는
거의 알아보기 어려운 글귀가 씌어 있음을 볼 때."

"... 공동 묘지를 지나갈 때. 그리하여 문득
'여기 열 다섯의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난 소녀 클라라 잠들다.'라는
묘비명을 읽을 때. 아, 어린 시절 그녀는 나의 단짝친구 였지."
... ...

그 어느 한 단어, 한 구절도 놓지고 싶지 않는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나도 사랑합니다.

젊은 날 부터 "나는 언제 '안톤 슈낙'과 같은
산문을, 수필을 쓸 수 있을까...?"하는 마음만 가지곤
늘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아왔지요.

그대...

"늘 고독했으면서도 가난한 영혼을 꿋꿋이 지켜오지 않았느냐"구요?

그래요.

늘 고독하면서도 가난한 내 영혼이었어요.
바람에 날리는 갈대처럼 언제나 바람을 탔지만,
갈대처럼 생각하며, 그 바람을 견디려했었구요.
내 가난한 영혼을 지켰는지의 여부는 나로서는 모르겠습니다.

이제 내 영혼은 '그대'란 실존을 만나
서로 보듬고,
서로기대며,
서로 안식 할 수 있음을 느끼고 또 봅니다.

진솔한 이야기를, 처철한 영혼의 외침을
글로 표현하지 않겠느냐고 권하신 그대의 말씀, 진정 고맙습니다.

불씨마저 끄지려던 내 깊은 마음의 소망을
일깨워 주시고, 불붙여 주심을 헛되이 하지 않도록 살아보렵니다.
나 능력은 없으나, 그대 통해 오시는 영감을 믿으며,살아내보렵니다.

그대...

그대도 이미 밝히고 계신 예술혼을
나도 함께 더 밝게 빛내시리라 믿습니다.
친구로서,
동지로서,
연인같은 길벗이되어 안톤 슈낙과 같은 세계로 우리 함께 가실까요?

그대...

맞아요. 깊은 영혼의 일치를 나누는
친구 있으니. 나도 이 가을이 행복합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홀로 있게 하소서. 가을에는 진실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착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아름답게하소서.

이 밤...
아름다운 꿈구어요.












팔순의 老시인 김춘수님을 티브이 모니터를 통해 뵈오며,
평생을 시로 점철된 그의 삶의 이야기 속에서 잔잔하지만 깊게 울리는
감동을 느꼈다.

개인적인 체험을 시속에 옮기기를 철저하게 삼가 했던 시인이지만,
작년에 아내를 삶 저편의 세계로 먼저 떠나보낸 이후로는 아내에 대한
애절한 애도의 마음이 어쩔 수 없이 시 속에 묻어난다는 말씀을 하시며
조용히 웃으시는 모습이 얼마나 인간적이시던지...

시대를 초월하여,
지금껏 모든 청춘의 들끓는 가슴속으로, 꽃보다 아름다운 '나’와 '너'
의 '의미’를 부여해 주었던 시 [꽃]을 쓴 시인이지만 최근 30년간은
거의 '무의미’의 시만을 쓰셨다는 시인 김춘수님.

그의 무의미 시란,
시에 나온 모든 언어들에 너무 많은 의미를 달지 말고 그저 느낌으로
읽고 그 느낌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시라고 말씀 하신다.
시를 쓴 시인이 그러하였듯이 읽는 이도 그렇게..
아니, 그래야만 하는 그런 시 읽기....

老시인의 설명에 따르면,
스님의 불경소리를 듣는 듯 그저 자연스럽게 그 불경의 내용 보다는
들려오는 음률의 울림을 따라서 리듬으로 들으라는....
그래서, 시란 분명한 표제가 있는 베토벤 보다는 음의 조화가 돋보이는
모짜르트의 음악 같은 것이라신다.

그의 이런 시에다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의미를 다는가에 대한 실제로
있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실 때, 티브이 모니터 앞의 나는 참으로 실소를
금치 못해 혼자 깔깔거렸다.

고교에서 국어교사를 하고있는 시인의 제자가 어느 날인가 사관학교의
입시에 나온 문제라면서 시인의 시에 대한 질문이 담긴 시험지를 들고
왔었다고 한다. 그래 그 문제를 보시고는 손수 답을 적어서 주셨더니
다음날 다시 찾아온 제자의 손엔 답지에 맞춰 채점된 어제의 바로 그
시험지가 들려있었고, 시험지를 보자 무심코 건네 받은 시인은 그만
깜짝 놀라셨는데...그 이유가 바로, 시험지에 채점된 시인의 점수가
겨우 40점 이었다는 이야기....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인가.
시를 쓴 작가가 그 시에 관한 문제를 직접 풀어서 40점의 점수를 받았으니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느냐시며 껄껄껄 웃으시던 모습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한 컷의 사진처럼 내 가슴에 남아있다.

너무도 자연스런 시를 자연스럽게 바라보지 못한 사람들이 낳은
너무도 인위적인 문제점이었다고나 해야 할까..

그런 자연스러움을 얻기까지엔 老시인에게도 젊은 날의,
얼마나 많은 노력(창작의 과정)이 뒤따랐을까 생각해 본다.
언젠가의 인터뷰에서,
선생님의 시를 두고 형식주의니 기교주의라고 비평하는 사람들의 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신 老시인의 이런 말씀을
기사화된 활자로 읽을 수가 있었으니까..

"예술과정이란 곧 창작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것은 많은 노력 끝에
완성되는 것입니다. 제 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시가 좋은 시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일종의 아마추어리즘에
불과해요. 진정한 자연스러움이란 오랜 예술적 수련을 거친 뒤에야
생겨나는 법입니다."

그토록이나 오랜 세월동안 시를 계속 쓸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는
사회자의 말에 예나 지금이나 깡마른 얼굴에 굵은 테 안경알 속으로
아직도 맑게 빛나는 눈동자를 맞추며 老시인은 말했다.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다만 시를 쓰는 것 외엔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다고..
그러다 보니 자꾸만 쓰게 되고..
그래서, 생활하듯이 자연스런 일이 바로 '시 쓰기’ 라고..
그러기에 '시 쓰기’가 평생 유일한 업(業)이자 취미이며
소일거리가 되어버렸다며 아이처럼 순하게 웃으시던 시인..

팔십 평생 아직 한번도 은행엘 혼자 가 본 적이 없다는 老시인의 한 마디에,
나는 현실속의 그가 얼마나 많은 것에 부인을 믿고 의존해 왔을지에 대해
조심스런 상상을 해보며 혼자만의 미소를 지어 본다.(남편에게 이런 저런
은행일을 은근슬쩍 떠맡기기 좋아하는 나의 모습 때문이리라.)

그러기에, 시란 현실을 멀리하고 떠날수록 더욱 현실에 관여하게 되는
모순적인 존재라고 말씀 하셨었나보다.

언제쯤인가..
나도 그런 시를 쓸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다.
형식과 기교의 알찬 땀흘림의 과정을 거친 후,
진정한 노력의 산물로만 주어질 정말 자연스러운 그런 시를 말이다


솔향


별장 문화가산책 글번호:113 날짜:2001/07/13 23:26























도둑놈 천국에 살면서  









세금을 꼬박꼬박 내다가 망조가 난
아버지 얼굴이 그립다
측은한 마음이 덕지덕지 불어난다.



못 입고 못 먹고 살아가는
가난한 백성들의 윤기 없는 살점을
노리는 도둑놈이 찾아온다.



콩나물 천원어치를 에누리하여
오백 원에 사들고 오는
그대의 얼굴이 서럽다.



단돈 만원이 생긴다면
밤하늘 별빛 고운 은하수를 사고 싶다
그대의 하얀 밤을 아름답게 꾸미고 싶다.



희망의 권리를 부여받고
태어난 불행한 우리들
도둑질한 뇌물을 지키기 위해
진돗개를 키우는 도둑놈의 나라.



오늘,
도둑놈의 천국에 살면서
나도,
대도전서(大盜傳書)를 읽기 시작한다.



옥매산/박종영












 





◎ 이름:이 요조/사진

2002/7/25(목) 20:51 (MSIE5.0,Windows98;DigExt) 210.183.3.37 1024x768


나무  










수령 약 500년, 느티나무





나무의 상흔





老兵





수령 약 500년, 수양버들





수령 약 500년, 수양버들







수령 약 500년, 수양버들





천년주목/주목의 오래된 등걸





수령 약500년의 느티나무





흡사 여인네 가슴같기도 /나무명 모름





년륜의  癌 뭉치/ 그 모태나무/나무명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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