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지금 이곳은
온통 노오란 개나리들로
물든 봄입니다.
추운 겨우내
축제만을 기다려 오던
꽃망울들이
퐁-퐁 축포처럼 터져나고....

푸르름에...물들다 들다 못한
山河가 마악
꽃물에 젖을 해산에 들어갔습니다.

왜..이리 아픈가요?
꽃 자태, 바라보는 마음 한 구석이
저려 옵니다.

화사한 봄날...
햇빛 부셔 빛 나는 날...
외려 헝클어지는 마음,
쿨적해진 나는 오늘도
수신없는 편지를
허공에다 띄웁니다.

행여
시린가슴 또 하나 있다면
동감의 꽃을 피우면 되니까요.

하늘은 황사로 뒤덮였다가
햇살이 건방지게 따가와
벗고 뒹굴다가...
봄비가 되어 추적이며
감질대다가....

아~~
이러구러
이 봄도 가고
또 세월이 가겠지요.
이 봄을 보내면......
어김없이..다시 오는 봄,

그런데..
한 번 가버린
당신은
정녕 오지 않는 것입니까?

개나리 화사함에
현기증 일듯,
그리움에
노오래지는 빈혈로
목이 메이는데도 말입니다.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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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음악은 팬플륫 연주

"외로운 양치기" 입니다.







빈잔

시조

그것은
양지바른 산비알 호수였다.
맑은 물 찰랑찰랑 차오르면 물풀 자라고
송사리 숨통이 트인 당당하던 부유는


그 자유는 다시금
우리 것이 아니었다.
반쪽의 날개를 이미 벗어버린
자기를 피우려다만 꽃송이로 무너져


그 무게 더한 잔을
안고 있긴 너무 버거워
막연히 죄고있던 깍지를 풀어야지
연민의 발뒤꿈치도 슬며시 놔주리라


어둑한 늪을 돌며
슬픈 노랠 부를까?
조금은 외로워 텅 빈 잔 속에 섰는데
한 가슴 핑 돌아 허무는 또 다른 빈 잔.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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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이요조

2002/3/29(금) 01:05 (MSIE5.0,Windows98;DigExt) 211.227.69.148 1024x768


섬집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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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이역 **









* 간이역 노인 *



신 명란




손 끝 흔들려 떨구어진 머리 속,

두 눈 눌려 닫힌 그 속엔

지나온 세월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빵구난 무릎팍의 검은 구멍으로

못난 한숨이 새어 나와서는

불어오는 바람되어 흘러가 버린다.



따지기 볕이 오뉴월 땡볕인양

상을 찡그리는 얼굴엔

온 사랑 못다 바친 인생의 주름들...



누런 손으로 빼어문 꼬질꼬질 담배엔

지난 장마철 떠내려 가버린 시간들만

얼룩으로 남아있다.



도회지 옷차림을 한 여인들의 쏟아지는 웃음 소리에

몇번의 헛기침으로 머쓱함을 달래며

정차역 안내 방송도 나오지 않고

슬며시 멈춰서는 간이역에 내린다.



창가에 바짝 얼굴을 붙이는 사람들에게

길 건너 마을의 어스름한 풍경처럼

보일듯 말듯 손을 들어준다.



떨어져 나간지 오래된 지붕 사이로

초저녁 별이 뜬 하늘이 보이고

말뚝만 박혀 있는 간이역에는

스멀스멀 타들어가는 담배만...



85년 5월.

+++++++++++++++++++++++++++++++++++++


간이역.
기차역 이름도 없고 매표원도 없지만 기차는 멈춰 서고 다시 출발하는...
한평생 선로위에서 달리는 기차에겐 작지만 소중한 쉼터.

오늘밤을 넘기면 안되기라도 한 듯,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며칠전 창고에 마늘을 꺼내러 갔다가
얼핏 본 비닐봉지 안에서
원고지 뭉치가 보였던게 말입니다.

옛날 생각이 나서 올려봅니다.


"빼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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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이 나이에 건망증 운운이

이 것 또한 어느날…. 먼-훗날

사치가 되려나?

건망증이 심해 간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뻔뻔해진다.

집에서 차를 타고 시내쪽으로 오다 보면

사거리가 나온다.

거기서 나는 여러 번 당황했다.

좌회전 차선에 대어야 하는지……

직진하려고 신호를 받아야 하는지…….

아님 매끄럽게 우회전으로 빠져야 하는지…

나는 종종 사거리에서 길을 잃어버린다.

내가 지금 가야 할 길이 어딘지….

막막하다.

그 곳 사거리에서 그러는 것은 좀 낫다.

어느 날은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가

내가 왜 여기를 왔지?

일순 나는 단 몇 십초 간이라도….

몇 시간의 당혹스러움 같이 괴로웠다.

끝이 보이는 것 같은 막막함을 느꼈다.

건망증일까?

아니면…무슨 생각이든 너무 깊이 빠졌다가

낭패 보는 결과일까?

뇌 속에 든 기억의 '해마'란 놈들이 다 죽었을까?

아니면…. 그 놈들도 내, 머리 속에

50년도 더 되게 갇혀 있어서

너무 답답해서…….

다 바다로 바다로 향해

떠나는 것일까?

가려무나, 까짓 거

나도 떠나고 싶은데……

넌들,

별, 좋지도 않은 기억들을 나에게 각인 시키려

얼마나 힘든 삶이었겠냐?

참으로 수고했구나.

그래 나도 조금만 기억하고 살란다.

인자는 너더러 모진 일 안 시키마,

그냥 단순하게…..

습관처럼….. 생활 하며

느슨하게...

나, 그냥 그저 그렇게 살란다.

지나간 일 모질게 속쓰려 아파하고…

딱지가 앉을 만 하면 떼어내어 …….

돋아나는 선홍빛 피를 즐기고...

널 또 불러내어

겨우 가라앉은 앙금을 휘휘-

젓어내어

너마저 외면하고 싶은

옛일을 회상 시키고…..

주인 잘 못 만나 너, 그간

참으로 고생 많이 했다.

양손에 귀한 알사탕 마냥

꼭,꼭 쥐고 있던 것,

다 놓아 버릴란다.

있는 것 다 주고 말란다.

좋은 기억, 나쁜 기억, 다 버릴란다.

죄다 비워 버릴란다.

무소유로 가벼워 질란다.

나, 이 봄에 나비 될란다.

나비되어 훨-훨~

날란다.



글/이요조







Replay//이글은 오래 전 써 둔 글인데
꾸민 것은 작년 봄이로군요.
갤러리에서 찾았길래 가져왔습니다....
**그림/원성/음악/불교음악:윤회**

칼럼 누락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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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나리 **


황금종을 흔들어
봄을 깨우는 계절의 여신은
잠자던 봄처녀를 앞장세워
팝콘을 터트리듯...점점이 뿌려 놓은 별꽃!
그댄 노란 화관을 쓰고 온다 했으니,

아직은 바람 쎈 오슬한 길목,
먼 발치에 서서
그대 기다리던 감격의 눈물로
한 올 한 올 정성껏 기워 낸
황금 신발을 신고 마중 나가리니,

그댄 이슬에 젖은
내 손을 슬몃 잡고.....
어스름 달빛으로 물들인
내 모슬린 치마폭 위에다가
정념의 별 가루로 총 총 매달아 주시게.


詩/이요조



생상스_백조/photo_류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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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의 삶


완연한 봄이다.

오늘 길을 가다가 보니 까치가 부지런히

집을 짓는 걸 두 번이나 보았다.


봄이라 새 가정을 꾸미고 새 둥지를 트나 보다.

새끼를 낳아 기를 행복의 보금자리를 만들기에 여념없는

부산스런 봄 날,


까치집~~

하나는 나무 위에다 짓는 것이었지만,

하나는, 전주 위를 선택해서 집을 짓고있었다.

전주 위에다 짓는 집은 아무리 공을 드려도,

韓電 직원 아저씨들의 손에의해

오래지 않아 곧 허물어질 터~

헛 공을 드리는 게 안타깝다.

사람의 일도 하나님 눈으로 보시면 어찌 다를 바 있으랴,


폭풍이 몰아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견고하게 짓는

그들의 건축 공학적 솜씨…….

아무리 단단하고 대단한 솜씨여도,

그러나 그 장소가 우리 눈에도 아닐진데,

하나님이 우리를 보셔도 그런 마음이 드실게다.


제 아무리 특별한 삶도

설혹 힘든 삶도

결과는 다, 주님이 알고 계신즉,

주님 보시기엔 어떻게 비쳐질지……


신호등에 걸렸다.

오른쪽 숲 높은 나무 위에 있는

까치 한 마리는 집을 단장하느라 바쁘고

왼쪽 숲에서 나타난 또 한 마리는

무얼 물어 가져 다 준다.

자세히 보니

재목을 물어 나르는 놈은

큰 도로를 가로질러

반대편 숲속에서 나뭇가지를 물고 날아 온다.

제 집 부근의 나무 가지 끝들이 뿌우연 게……

물이 아직 오르진 않은 모양샌데....

그냥 부러뜨리거나,

바람에도 푸드득 부러져 떨어진 것도

그 주변에는 많을 것 같은데…..

나무 아래나 아님 그 가지나,

그 주변에 숱하게

널렸을 것 같은데……..

하필이면 큰 찻길을 가로질러 숲 속까지 다닌단 말인가?

집의 큰 기둥이 될 바로 자기들의

보금자리가 깃들

그 나무의 자양분이 될 거름까지도

생각 해서일까?

그 주변 환경 마저도 집의 개념에 속한 것일까?

그 조그만 체구에서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저 숭고함의

예지,


그래, 맞아,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멀리까지 다니며 수고롭게

일을 만들지 않는다.

필요하면 자기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단연코 가까이 있는 것을 취할 것이다.



누가 있어 벌점 스티커를 끊는 것도 아닌데……

왜 먼 길을 떠난 힘 든 작업을 하는지….

도저히 모를 일이다.


아마 하나님은 아시리라.



글/ 이요조








Ave Ma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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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계 **






시계


땡~때애앵~....땡! 드르륵...
아침 여섯 시가 되자 T.V도 같이 일어나 괙괙 소리를 지르고 있다.
헌데, 시계 소리가 영 아니다
깊은 산사에서 울려 퍼지는 종 소리같이 은 은 하던 시계 소리가
병원을 다녀 와서는 제 본래의 목 소리를 잃고 탁 한 소리를 내고 있다.
고장이 나서 내다 버리라고 해도 남편은 막 무가내로
새 시계 값 보다 더 주고 시계를 수리 해 왔다.

그것도 고치는데가 없어(너무 오래돼 동종의 모델이 없단다)
여기 저기 전화로 확인하고 야단 법석을 떨더니
청계천 어디로 자동차에 싣고 다니다 임자를 만나
한 보름만에 수리를 해와 조용하던 안방에서 다시 땡땡 대고 있다.
우리 아이보다 나이가 많은 이 시계를 구입한 것이
벌써 근 삼십년 세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만삭의 몸으로 내 몸 조차 가누기 힘들때 등에다 시계를
지고 다니는 월부 아저씨가 애기 낳으면 시간 맞춰 젓 먹여야 된다고
꼬이는(?) 바람에 당시는 꽤 만만치 않은 값을 주고 산 괘종 시계인데...
한달에 한번씩 태엽만 감아 주면 시간 맞춰 청아한 음향으로
우리 가족들의 귀를 즐겁게 해 줬는데,
시대의 물결에 밀려 건전지 용으로 시계들이 나오고..
그, 시계의 귀함이 사라지자 새로운 모델의 예쁜 시계를 구입하고 싶었지만,
무슨 애착이 그리 많은지 남편의 고집 때문에 단독에서
지금 사는 아파트로 이사 올때 버리려던 내 계획도 수포로 돌아 가고..
결국은 삼십년 가까이 버티던 넘이 드디어 病死로 그 생을 마감 하나 싶었는데,
남편의 극성으로 名醫(?)를 만나 앞으로 십년은 걱정 없이 간다고
수리점에서 이야기 해 줬다고 남편은 좋아 한다.

수술중 성대를 잘못 건드렸는지 소리가 전만은 하 못해도 6자에서 한번,
시간 되면 시간수 대로 땡땡 대는 시계소리를 들으면
처음 와서 시계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어리 둥절 하지만
몇 십년을 그 소리에 익숙 해진 나는 온 동네로 시계를 갖고
뛰어 다닌 남편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된다.



글/송기숙
그림/이요조
구성/이요조

메일로 보내오셨더군요.
제가 추고는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혹..글 쓴이의 의도를 다칠까하여.....
새벽에 일어나서 그려 두었던 그림입니다.
외출에서 돌아와 HTML로 구성하구요.
음악명은 모르지만 언젠가 소망님..
첼로 소리가 좋다하여서 다시 찾아 올립니다.

간간이...
제가..선택해서 올리겠습니다.
우선 상상의 그림이 떠 오르고...
제가 하고 싶어야 즐겁기 때문입니다.
독자란에 좋은 글이 있으면
마음에 닿을 때..언제든..
올려볼랍니다.


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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