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 그대]

 

 


내 심장이 게을러졌습니다.
펌프질도 시들머들 건성 하는 듯 합니다.
당신이 내 심장의 펌프에 마중물이 되어준다면

좌심방 좌심실, 우심방 우심실을 헤집고 다니며
구석구석 낀 먼지를 강력하게 뽑아낼 텐데 말입니다.

 

내 심장은 물때가 끼이다 못해
이젠 푸르스름하게 이끼 앉은 빛을 띱니다.
심장이 그 압력에 못이겨 혈압만 올립니다. 

 

따신 사랑만 먹이며 살고픈데

하얀 알약만 거푸 먹입니다.

내 심장에게 미안합니다.


당신으로 인해
내 심장이 환희로 들뜬다면
누런 내 얼굴도 금방 화색이 돌지 싶습니다.

 

그런 당신은 어디에 계신가요?
내 눈이 화등잔처럼 커지며

기뻐 뛰다 못해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도록 만들 당신, 듣고 계신가요?

계시긴 하는건가요?

 


깔깔 중년 이요조 낙서글

 

 

 

 

검색글에서

 
 

웬만큼 기억을 더듬으면 펌프에서 물을 길어본 적이 있지요?

펌프에서 처음 물을 끌어올리려면 물 한 바가지를 먼저 부어야 하는데,

그 물을 마중물이라고 한답니다.

물 한 바가지가 콸콸 쏟아낼 물을 마중 나가는 셈이지요.

마중이란 손을 내미는 일로부터 시작합니다.

마중물처럼 작은 뒷받침이 큰 열매를 맺는 씨앗이 되기도 하지요.

마중물, 참으로 아름다운 우리말입니다.

어린 시절, 여름 한낮, 빈 마을, 갈증,

마중물이 없어 펌프 안을 들여다보며 애태우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지금 나는 누구의 마중물이 되고 있는지 되돌아봅니다.


언젠가 꼭 한 번은 마중물이 되고 싶습니다.

마중물, 그래야 사는 의미가 있을 듯 싶지 않습니까?


사진출처

(http://new.photo.naver.com/ArticleRead.nhn?did=17&articleNum=20040624230603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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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줏어온 이미지

 

 

 

    5월의 햇살아래 선 중년

     

     

    오월의 햇살아래 당당히 설 수 없는 중년의 빈혈끼

    용기가 괴사한 허무로 갑자기 아려오는 가슴 한 켠,

    화사한 계절, 시린 오감에 

    뜬금읍씨 詩가 마렵다.

     

     

    내 가슴은 너무나 편협하고
    내 언어의 유희는 고작
    내 손바닥만한 좁은 가슴의 무대에서

    별을 들여와 작아서 더 어두운 방을 꾸밀 수도,
    산을 들여와 바람막이 병풍을 칠 수도,
    내를 끌어와 발을 담글 수도,
    길을 내어 신작로 하나 닦을 수 없음을 안다.

    해서 나는 오늘도 엎디어 운다.


    이 좁은 가슴을 쪼개고 쪼개어봐도
    소롯길 하나 낼 수 없음을,

    한겨울 모진 추위에 떠는 것을 보다못한 천사가 벗어준 흰 옷을 입고
    수피가 희어진 아름다운 자작나무 한 그루 만져보지 못함을,

    작은 내 가슴의 땅은 오지처럼 척박하여
    훨훨 날아다니는 민들레 씨앗하나
    제대로 따스히 품어보지 못함을...

    나는 오늘도 엎디어 운다.

     

     

    날아가는 까치 한 마리가 위로한다.

    "미니어처가 있어요"

     

    포로롱 참새가 다가와 위로한다.

    "지니의 요술램프도 잊지 말아요"

     

    줄장미 새순에 매달린 진딧물들이 소근거렸다.

    '압축을 풀어봐요"

     

    진딧물을 물어나르던 까만 개미들이 일제히 외쳤다.

     "아자! 아자!"

     

     

     

    5월의 뜰에서 서성이는 중년, 이요조


 
 
 
.
 

 
낙서화/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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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비늘

             

             

            추적 추적 내리는 봄비에

            꽃비늘 꽃비로 나리는 날

            초하는 팔랑이는 나비의

            눈물로 오려나

             

             

             

             

            사진:글/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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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달래

             

             

            당신의 모습입니다.

            당신의 환생입니다.

             

             

            너무 오랜 기다림입니다.

            깊고 긴 겨우내내

            동안 참아온 그리움입니다.

            침묵의 신열은 불꽃 종기로

            온 몸에 헌데처럼 번져 납니다.

             

             

            모진 추위를 잘도 견뎌 낸

            벙싯대는 당신의 희열입니다.

            찬바람과 언 땅을 가로 질러

            숨 가쁘게 달려 온

            연분홍빛 서신입니다.

             

             

            산천을 붉게 어룽지우고도 모자라

            명주 옷고름에 뭉텅뭉텅

            각혈 쏟아내듯 꽃멀미에 

            두 뺨이 상기된 얼굴로

            산하를 봄 바람으로 오십니다.

            당신은...

             

             

            아픈 듯 붉게,  붉은 듯 아프게,

            화사한 상흔으로...

             

             

            詩/畵:이요조

             

             


       
      진달래는
      나비다.
       
      바람이 불면 화르르...날아갈 것만 같은,
       
       
      이요조
      (대부도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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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화는 눈물겹더라

       
      툭, 꽃잎 하나에 서러움이 앞서고
      투둑, 꽃잎 두 개에 아픔이 번지네

       
      꽃이 피는 것도 정녕 아플진대
      꽃이 지는 것도 이리 아프구나
       
       
      흐드러지게 핀 꽃이  눈부시게 웃더니
      비님 오시는 날, 뚝-뚝 눈물로 떨구네
       
       
      슬픔이 강물 되어  넘실넘실 넘쳐나면
      내 마음 둘 데 없는 아픔으로 미어지네
       
       
      가슴이 흉터없이 정갈해 지려나
      비 온 뒤, 하늘이 투명한 것처럼,
       
       
      하늘 아래 나 또한 해맑은 꽃으로
      거듭 거듭 피는, 아! 카타르시스여~
       
       
       
      글/사진: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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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선
       
                                                시조/이요조
       
       
       
      푸른 그물 머리채 건져 올려 빗질하라
      어부의 장딴지에 힘이 불끈 주어지면
      바다여 길을 내어라 황금 비늘 어장으로,
       

       
       
      풍어로 희색만면한 구릿빛의 미소들
      포구를 감도는 너울도 춤인 양하여
      만선을 등에 업으면 해와 달도 벙싯댄다.
       
       
       
      소래포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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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에 월백하고,


      배꽃
       

      달빛에 저린 

       

      梨花를 봄 꿈으로 그리던

       

      이월 그믐밤 성급한 길손이

      배나무 아래 홀로 섧다. 

       

         

      비단옷을 벗는

       

      여인의 내밀한 속살처럼  

       

       삼월 보름 휘영청 달밤이면

       

      달빛이 정녕 무안 켔구나

       

       

      陰 이월 그믐밤에 

       

       

       

       

       

       

       

       

       

       


        

      아!

      배꽃이

      활짝 웃음

      터트리는 날은  

      삼월 보름 밤이 되겠구나~

       

       

       

       이월 그믐날

      이화에 월백을

      꿈꾸는 나는

      치근치근

      어깃장 놓아본다.

       

       

       

      배꽃은

      아직 봉오리

      그 입술을 오므린 채

      배시시

      수줍음 타고 있었다.

       

       

       

       

       

       

       

       

       

       

       

      이화는

      그다지

      꿀이 많지 않단다.

      아마도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목젖이 빠지도록

      기다리다 지쳐

      막상 꽃이 활짝

      벙그는 날엔

      진이 다 말라 버리나 보다.

      그래서 더 더욱

      담백한

      梨花 

       

       

       

       

       

       

      글/사진: 이요조  

       
       

      2005年 4月 8日(陰이월그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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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은 봄이다.

      괜히 한자음으로 표기하고 싶어서 봄! 이렇게 써 놓고는
      아무리 한자 전환을 하려해도 먹통이다.

      '어라 왜 이럴까?'


      몇 번 시도 끝에 그 이유를 알고는 혼자서 피시식 웃어보는....

      정녕 봄은 봄이다.

      
      
      
          『3월』
                
          바스스~ 바스슥대며 解土하는 
          흙무더기를 뚫고 새순 돋아나듯 
          된통 봄을 앓던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벽에 걸린 달력은 아직도 2월, 
          묵은 달력장을 미련없이 찢어버리고
          2월을 몰아내려 창문을 활짝 열고 먼지를 턴다.
          청소기가 자지러지며 기함(氣陷)을 한다.
          찢겨 나간 2월이 
          청소기에 깔려 아픈 비명을 내며 그렇게 죽어가고
          3월은 또 그렇게 
          열린 창문으로 기다렸다는 듯 
          성큼 한 발을 들여놨다.
          새봄이다.
          
          글/그림/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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