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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소 배 1  
                                      시조
       
      도크에 눕기까지 옥죄던 삶의 무게
      그 무게로 엉겼을까 홍합덩이 암(癌)뭉치
      차라리 감아 버린 눈 허허로운 탓일게야
       
      긁으면 더 번지는 가려움증 굴 딲지는
      높은 파고(波高) 헤쳐나온 生의 뒤안 상채기
      깡깡깡~! 망치질 소리에 담(痰)마저 막힌 기침
       
      두들기고 닦아낸 신열속의 탈진으로
      너부러진 식은 땀이 해풍에 축축한데
      그래도 회항(回航)을 꿈꾸는 네 눈속은 한바다
       
      때로는 가슴 안에 수평선도 그어놓고
      자유로운 항로가 순풍으로 길을 트면
      이끼 낀 물빛 서러움은 사치로 남고싶다.
       
      글: 이요조

       

       

       

       

 music:허준 ost/산
 
 
이미지 제 것이 아닙니다.
만들고 보니...실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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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녀 


       
      오색의 물레 잣아 날마다 베를 짠다.
      새로운 문양 색깔 색다른 관념으로
      날줄에 영혼을 걸고 씨줄엔 열정 엮어
       


      사사조 베틀가로 한밤에 별을 풀고
      허상의 둥지에다 무정란을 품고있다.
      날 새자 얼굴도 없는 떠나보낼 님인데
       


      매일의 이별은 익숙하게 덤덤해져
      밝은 날 다시 본 그저 그런 피륙을
      연민에 둘둘 말아 베고 깊은 잠에 빠진다.
       


      이 잠을 깨고 나면 또 떠날 채비하자.
      배낭엔 백지 하나 그 위에 詩도 챙겨넣자.
      침 묻혀 꾹꾹 눌러 쓸 풀기 빠진 허무도.

      이요조


    詩作노트/
    어쩌면 칼럼글을 쓴다는 게 베를 짜는 직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날마다 나는 베를 짜는 직녀입니다.
    날새면 또 다른 베를 짜고 지난 밤, 최선을 다해 짠 베는 밝은
    날 보면 그저 그런 피륙입니다. 더 잘 짜보려 늘 애를 쓰지만
    자주 끊어지는 북! 언제나 마음과는 늘....거리가 멉니다.
    神技에 가까울 정도로 베를 너무 아름답게 잘 짜는 '이라크네'
    여신 '아테나'가 시기하여 죽어 거미가 됩니다. 아름다운 베를
    짤 수 있다면 거꾸로 매달려 줄을 내는 거미가 되어봐도 좋으련만
    ......................../이 요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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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계 **

    .





        그리움은
        한 바퀴를
        다 돌았는데도



        사랑은
        이제 겨우
        한 걸음


        더딘
        이 마음
        그대에게

        어이 전하리


        시,그림/이요조





    ,



     
    그대 향한 초침으로
    헉헉대며 바삐 다가서보건만,
    한 바퀴를 다 돌고도
    그대에게 다가선 것은 겨우 한 걸음,
    애달파라......
     
    이 요조

     

     

    music:파가니니 바이올린 소나타 12번/모래시계 혜린의 Th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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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잔  
                                                                    
               
              그것은 양지바른 산비알 호수였다.
              맑은 물 찰랑찰랑 차 오르면 물풀 자라고
              송사리 숨통이 트인 당당하던 부유는
               
              다시금 내 것이 아닌 자유는.. 
              반 쪽의 날개를 이미 벗어버린
              자기를 피우려다만 꽃송이로 무너져
               
              그 무게 더한 잔을 안고 있긴 너무 버거워
              막연히 죄고있던 깍지를 풀어야지
              연민의 발뒤꿈치도 슬며시 놔주리라 
               
              어둑한 늪을 돌며 슬픈 노랠 부를까
              조금은 외로워 텅 빈 잔 속에 섰는데
              한 가슴 핑 돌아 허무는 또 다른 나의 빈 잔.  
               
              이 요조.

         

         

        한 오년 전, 그림판 그림/이 때가 제일 잼있었는데....

        아랫글....(제목이 뭐였더라/빈술잔?)에 문득 생각나서 찾아 데불고 나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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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짝  

                                   

                 
                                                                 
              시조/이 요조

               

               

               

                   

               

                    온종일 기다림에  삽짝이  닳는구나

                    오라는 님 아니오고  서쪽 창에 노을만 드네

                   

                    흰 박꽃  달빛에 저려 눈물같이 피누나

                     

                   
                

                   
                   님을 위해 잘 익힌  술동이를 그러 안고

                  

                   마음의 빈 강에다   나룻배 띄워 놓고

               

                   어둔 밤  길 못드실라  조용히 노래하네


                  


                  


                  


                  

                   1999년 가을 밤에


                  

               

                                    

               

               

               

        .
                 

             

              
            기다리는 마음 / 이생강 [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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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그릇

                   

                   

                   

                  곤궁한 사랑은 무임승차로
                  도둑처럼 스며와  새벽이 오는 밤처럼
                  슬그머니 미명에 퇴조해 갔다.
                  뭐가 더 중하고 뭐가 더 무거울까?
                  이 생명 담은 그릇 깨어지고 나면 그 뿐인 것을,



                  진저리치며 새겨 읽는 사금파리 통증,
                  그리고 무수한 반복,
                  어금니에 묶어둔 인내

                  그 한가운데로 시리디 시리게

                  뿌리 발 내리는 고통에 미친 척,
                  봄비에 젖어 낙화한 처연한 흰 꽃잎도
                  눈물로 주워 머리에다 꽂아보자.


                   

                  세상이 빨리 돌아가면 돌아갈수록
                  더 커지는 원심력과 구심력,
                  있는 자는 더 가지고 없는 자는 더 뺏기고,
                  가벼운 건 더 가볍게 무거운 건 더 더욱 무겁게,
                  외로운 건 더 외롭게
                  고독한 건 더 고독하게
                  아픈 상처는 더 더욱 깊게..


                   

                  달 밝으면 더욱 더 가찹게 내려와
                  드리워지는 창살 그림자에
                  욱신거리며 감겨드는 마음자락 저리다.
                  상처 깊숙히서 일어나는 혼(魂)
                  밟히면 밟힐 수록 곧게 서는 내 魂의 작두여~

                   

                   

                   

                  글/이 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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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그리고 목검/photo: 이 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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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mmer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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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밭에 든 거북 / 김춘수

               

               

               

               

               

              거북이 한 마리 꽃 그늘에 엎드리고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조심성 있게 모가지를 뻗는다.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그리곤
              머리를 약간 옆으로 갸웃거린다. 마침내 머리는 어느 한 자
              리에서 가만히 머문다. 우리가 무엇에 귀 기울일 때의 자세다.
              (어디서 무슨 소리가 들려오는 것일까,)
              이윽고 그의 모가지는 차츰차츰 위로 움직인다. 그의 모가지가

              거의 수직이 되었을 때, 그때 나는 이상한 것을 보았다.

              있는 대로 뻗은 제 모가지를 뒤틀며 입을 벌리고, 그는 하늘을

              향하여 무수히 도래질을 한다. 그동안 그의 전반신은

              무서운 저력으로 공중에 완전히 떠 있었다.

              (이것은 그의 울음이 아닐까,)

              다음 순간, 그는 모가지를 소로시 움츠리고, 땅바닥에 다시 죽은
              듯이 엎드렸다.

               

               

               

               

              구토설화 (龜兎說話)

                                                                      이요조

               

               

                                                                 
              뭍으로  떠나온 지가..

              언젠지 하마 잊었다.

              토끼에게 속은 후, 

              다 잊고 살았다,

               

              엉금엉금  느릿느릿

              어슬렁 거리던 어느 날,  

              간을 말려 넣은 토끼를 다시 만나   

              말도 안 되는 경주(競走)에서  이긴 후,

              말도 안 되는  설화(說話)는  토끼전으로

              전생에서 이생으로 이어 꼬였고

              용왕의 기억에서 

              시효 말소 당한 신용불량자로

              꽃 그늘에 엎드려 사는

              별주부는 그 날 이후

              영영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다.

               

               

               

              **꽃밭에 사는 그 거북에게 소라 고동을 선물하다.

                         - 분명 아무도 보지 않는 밤이면 고개를 가만히 숙여 

                                          한숨 같은  바다소리를  기억해내듯 듣고는

                                                        달빛 아래 슬픈 모가지로 주억거리고 있을게다. **

               

                                                                                          

               
               

                                            .

               

               

              .

               

               

              뜰 한 귀퉁이에 버리듯..던져져 있는 거북에게 서해에서 가져 온
              소라고동을 갖다 놓아 주었습니다.

               

              비록 모습은 숨쉬지 않는 돌거북 일지언정...
              그, 靈은 거북이 임에 틀림없을 테니까요..................................../조

                                                 


                                                     Sojiro / 동경(憧れ,Mem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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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수와 돌사자

               
              당신의 눈빛이 나를 끌어 안으면 
              그 열정에 걸 곳 없는 어눌한 나의 시선 
              온 몸을 부끄럽게도 내어 맡길 수 밖에, 
               
              정 끝으로 조심스레 돌비늘 뜯어내고 
              수 천년 오랜 잠을 화석인듯 깨는 날엔
              천년이 두렵잖으리 또다시 돌이 된들, 
               
              생명을 빚어내는 무던한 손놀림은 
              핏줄 돌려 놓은 자리 살이되고 마디되고 
              시간은 공간을 만나 정 끝에서 멈출 때 
               
              머리에서 꼬리까지 앞 뒷발 발톱까지 
              갈기를 휘날리며 입을 쩍- 벌린 사자 
              포효를 입에 물고서 알몸으로 일어선다. 
               
               
              시조/이 요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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