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인연
누구나 살면서 자신의 삶의 획을 그을 만한 사람을 만나기 마련이다.
평생지기일 수도 있고, 학교 은사님일 수도 있고, 또는 어떤 책이 되기도 한다.
나는 고 2때 그런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고2 수학여행을 설악산으로 갔을 때였다.
우리만 해도 교복세대라서 수학여행이라 해도 교복 아니면 체육복을 입고 가야했다.
전혀 사복이 허용이 안되던 때였다.
하지만 우리 학년은 얼마나 드셌는지 각 반의 반장들이 교장실로 찾아가, 우리 사복입고 가게 않해주면 몽땅 수학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협박과, 공갈과, 애원을 곁드려서 겨우 빨간티에 청바지로 통일하는거로 해서 겨우 사복으로 수학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획기적인 거였다.
다른학교는 모두 체육복 차림이었으니. 당연히 우리학교 학생들은 인기가 캡이었다.
다른학교에서 수학여행온 남학생들로부터 쪽지가 오고가고 정말이지 한껏 들뜬 수학여행이었다.
설악산행을 마치고, 저녁식사후 자유시간이 주어져서, 우린 경포대 바닷가를 구경을 갈 수 있었다.
끊임없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바다를 보며 마냥 즐거워 하는 우리를 웬 노신사분께서 부르셨다.
다가가니, 어디서 왔느냐, 몇학년이냐? 무슨생각을 갖고 공부를 하느냐?
등 보통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질문을 하셨다.
별 관심없는 아이들은 그냥 바다쪽으로 가버렸고, 나와는 꽤 오랜시간 대화를 나누었다.
나중에 헤어질때, 명함을 한장 주셨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큰 회사를 경영하는 회장님이셨다.
그때만 해도 그런것이 크게 와 닿는것이 아니라서,편지를 꼭 하라는 말씀과 함께그냥 명함만 받아들었고 그냥 그렇게 오랜시간 많은 대화를 나누고 그렇게 헤어졌다.
편지를 쓰겠다는 약속 때문에 시작한 편지는 대학졸업때 까지 이어졌다.
내가 안부편지 한장쓰면 그 분은 장문의 편지를 보내주셨다.
너무 지루한 내용이어서 그냥 건성 읽었는데, 사람이 어떤 목표를 갖고, 어떻게 살것인가에 대햔 내용이었던것 같다.
그 인연으로 해서 그 분이 경영하시던 회사에 입사를 하게되었고, 그분 가까이서 일을 배우게 되었다.
자수성가하신 분이라, 배울점이 많았다.
실제로 나와같이 근무하던 비서실장은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계신다.
수학여행가서 만난 특별한 인연으로 여느 직장과는 아주 다른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지금 93세로 아직 생존해 계신다.
작년까지만 해도 골프도 치실만큼 정정하셨는데, 올해는 작년만 못하신것 같다. 안부전화 드리면, 아직도 나를 기억해 주시는것을 보면 정말 정신이 맑은 분이시다.
나에게 많은 본보기를 보여주신분이고, 삶의 지표를 가르쳐 주신 분이기도 하다.
그분과의 특별한 만남은 내 인생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