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아린 추억속에서.


내가 고등학교 1학년이던 어느 해
그 당시 학생들에게 널리 읽히던 國英文 혼용
Student Times 란 신문에서 예쁜 이름을 보았다.
역시 그때 유행하던 펜팔란의 주소록에서-.


첫 편지를 보낸 며칠 뒤에 답장이 왔다.
이름만큼이나 예쁜 봉투에
정성껏 한자 한자 그리듯이 새겨넣은 글씨는 예술 그 자체였다.
1962년은 우리나라가 먹고 살기 어려운 때였고
요즘같이 문구류가 다양한 시절이 아니었다
편지지는 약간 흰 16절지에 가로로 붉은 줄이 쳐있는
괘지가 주종을 이루는 때 였지만
우리는 항상 예쁜 편지지와
직접 정성들여 만든 봉투를 사용하며
졸업하고
진학하고
군대가고
제대한 뒤까지 아름다운 사귐을 계속했다.


그동안 주고받은 편지는
10 ~ 20대의 고뇌와 방황 그리고 희망과 결단 등
인간으로 성숙되어 가는 우리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있는 꾸밈없는 역사였고,
한편으로는 순수했던 마음에 조금씩 때가 묻어가는 변화의 과정이 그대로 담긴 기록들이었다.
받으면 곧 바로 답장하고
보낸 뒤 4일이면 거의 어기지않고 답장이 왔으니
근 10년간 주고받은 사연은
나보다 너를 더 잘 알게하는 敍事詩였다.


우리의 가슴저린 기억들을(나만 아픈지도 모르지만)
어찌 몇자의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이등병 겨우 면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육군 일병이던 나를 그 먼곳에서 면회를 왔었지.
그때 우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서로의 얼굴과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처음부터 조금도 낯설지않은 만남은
역시 많은 세월 주고받은 대화의 편지 덕이었을거야
그때는 왜 그렇게 주변머리가 없었을까?
멀리서 찾아온 너를 꼭 일등병답게 대하다 보냈으니~
헤어진뒤 얼마나 미안하고 후회했는지---.


제대를 앞두고 나의 주변은 걷잡을 수 없이 변해갔다.
제대 후의 거취가 입대 전의 상황과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변화해 갔고
계속되어야할 학업의 지속도 불투명해지는 암울한 시간의 파노라마였지,
그런데 그때의 나의 처신 중에
지금까지 가슴아리게 아픈 실수가 있었다.
왜?
나는 그 고통과 번민을 너에게 털어놓고 나누지 못했을까,
나의 형편과 처지를 왜 너에게 고백하지 못했을까.
방향타를 잃고 표류하던 그 방황하던 내모습을
어째서 너에게 사실 그대로 알리고 도움을 청하지 못했을까?


너에게 고통을 주지않으려고?
너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어서?
물론 당시 내 행위의 명분은 그랬었지만,
어눌하고 가식된 미소로 일관하다가
끝내 잠적하고만 나의 행위는 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돌이킬 수 없는 어리석은 판단이었다.


아니었으면,
수십년이 지난 세월의 뒤안길에서
남모르게 아파하고 저려하는 일은 없었을 것을----.
너와의 소식이 끊어지고
편지 쓸 일이 없어진 뒤로
나는 하루도 쉬지않던 일기도 접었고
틈틈히 만들어 나가던 글모음도 단념했었다.


한참 뒤,
정말로 한참 뒤,
다시 학업을 계속하고
지금의 이 길을 찾기까지 많은 세월동안을
펜대신 마음으로
종이대신 이 한 맺힌 가슴속에 차곡차곡 새겨두었지.
그리움과
갖가지 밀려오는 회한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지금도 나는
네가 없는 너의 고향을
가끔 버릇처럼 들려보곤하지,
옛 모습은 찾아볼수 없지만 역시 너도 없으니까----!






엊그제 까지만 해도
나같은 살찐돼지에게서 육수를 한 방울이라도 더 쥐어짤듯 대들던 무더위도
어느듯 꼬리를 내리고 아침저녁으로 몸을 움추리게하는 가을이 왔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
낙엽의 계절,
튜울립의 계절이라 한다.
이번 가을은 태풍 루사의 심술로 풍요로움 보다는
우울함과 허탈감, 아쉬움의 계절이 될것 같다.
튜울립은 "가을의 신"이
아리따운 꽃따는 처녀를 탐하다 "정조의 신" 다이아나의 훼방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 자리에 핀 꽃이란다.


봄이 여인들의 춘정을 자극하듯
가을은 남정네들의 추정(?)을 끝도없이 끌어올리는 계절인것 같다.
나도향의 "물레방아"에서 신치규가
방원의 아내와 수작을 부린곳도
휘어청 달밝은 가을밤의 물레방아간 이었으며,
김동인의 "감자"에서 복녀가
왕서방과 통정한 곳도 가을밤 감자서리 현장에서다.


요즈음 가을을 맞이하여
극장가에 등장하는 영화들도 가을을 더욱더 심란하게 만든다.
시동생과 형수의 불륜을 그린 "중독",
남편의 외도에
충격을 받은 아내와 시골의사간의 정염을 불태우는 "욕망",

몇해전 중년 남자와 불치병에 걸린 젊은 여자와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제목도 "뉴욕의 가을"이다.


화사한 여인들의 알몸을 보일듯 하던 옷차림이
점점더 옷소매의 길이가 늘어나
남정네들의 시선을 초조하게 만드는 계절이다.
포유류들은 가을에 짝짓기를 가장 많이 한단다.
대검찰청 발표에 의하면 일년중 9월에 간통사건이 가장 많으며,
성범죄도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아마, 가을은 사랑(?)을 만드는 계절인가 보다.
어디론가 자꾸 떠나고 싶고,
무언가가 자꾸 그리워 진다.
한 여름 무더위 때보다 더욱더 목마름이 생긴다.
공연히 옆구리가 허전해지고 정서불안 현상이 나타닌다.


이번 가을에는 다이아나의 눈을 피해
오래오래 간직될 아름다운 사랑게임(불륜?)을 꼭 하고 싶다.

기존의 질서가 파괴되지 않는 사랑을 말이다.
아아!!
어디엔가에 있을 사랑스러운 내 님을 손꼽아 기다리며........


구월의 노래 ...


구월입니다..
구절초 연보랏빛으로 들녁에 피는구월입니다.
기다리지않아도 소리없이 약속한날.
행여 우리가 잊고 지나간다 하더라도,
세월은 어리석음을 미소로 답하고는 다가와 줍니다.


변화로 다가오는 풍경을 탓하지 않고
잠잠히 흘러 무던함의 지혜를 알리어 줍니다.
가끔의 성급함에 아쉬움이 잇었다면,
여유로움으로 다스리길 바랍니다.


구월이 오면 어떤 아름다움이 있을까.
하고 생가하여 봅니다.
마음에 담을수 있는만큼의 아름다움을 마음가득담아
전하여 드리렵니다.


마음이 작으면 작은만큼...
마음이 채워지면 채워진만큼...
전하려 합니다.

아직도 몇년전 말리어둔
가을국화는 아직도 그가을의향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네 사람도
오래도록 변하지않고
향기를 전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랍니다.
구월의 노래입니다.


아직도 몇년 전 그 가을국화는
향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추석선물 유감


사람이 사는곳엔
정을 주고 받기 위해 선물이 오고 간다.
가장 가까이에선 가족간에
기념일을 잊지 않고 작은 선물을 한다면 그 마음 때문에 행복해 질수 있다
그리고 친구간에도
생일을 축하한다고 불러내서 밥 한때 사주고 장미꽃 작은 다발이라도 안겨준다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데 선물이 선물이 아니라 뇌물이 될땐.....
정말 가만히 보면 명절 선물 모두가 조금은 그런 의도가 숨어 있는것이 아닌가 싶다
거래처에다 좀 잘 봐달라고 ...
상관들에게 길좀 잘 열어 달라고..
하다 못해 유흥업소 업주들이 관에게...
정말 순수한 감사에서 우러나와서 주게 되는 선물은 얼마나 될까


그러나 저러나 현실은 다 선물을 한번 쯤 고민하고 살고
백화점에서 팔리는 상품권만도 명절에만 4조원대라니...
이 많은 상품권이 가는곳은 어딜까?


올핸 수해도 많았고 아직도 우리 주변엔 고통 받는 이웃이 너무 많다
우리나라 가정의 대다수가 선물과는 먼 삶을 살고 있는 국민이 너무 많은데
선물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어려운 사람들 가슴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
혹여 내가 받은 선물이 두개라면
어려운 이웃과 하나쯤 나눌수 있는 마음을 가지면 어떨까?
백화점마다 쇼핑 쎈타마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선물 세트들이
어디로 가고 어디서 바로 사용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나도 그냥 있기엔 마음이 편치 않은곳이 있어
유과 마을에서 직접 만든 유과세트을 저렴하게 구입하여 선물을 했고
멸치세트 조금도 했으며 또 큰댁에 갈때 가져갈 선물을 궁리하고 있다
그리고 일반적인 생활용품 간단한 선물을 받기도하고
내게 전혀 반갑지 않은 양주도 받았다[이건 금방 다른사람에게 간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선물은 2 만원대이다
선물이란, 줄 때도, 받을 때도 생각하여 주고 받고
사용할때도 잘 사용해야 한다


내가 이 글을 쓰는것은 아침 일찍 쓰레기를 버리려 갔더니
누가 그랬는지...

받은 선물이 넘쳐서 보관을 잘 못해서 상했는지...
분명 고기류 같은데 ...
박스도 풀지 않고 깨끗한 모양대로
분리수거 봉투에 세 봉지나 박스째 따로 쌓여 버려져 있었다.

나이든 사람이 저러지는 않을것 같고
젊은 사람 누가?
풀어보고 싶었지만 문제를 크게 하고 싶지 않아
그냥 오면서...
많으면 나누지 죄를 짓고 있구나 하고 자꾸만
선물의 나눔에 대해 생각이 복잡해 졌다.


원래 선물은 윗 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주는것이라는데....
어찌되어 요즘은 위로 올라가는것이 되었는지....
혹여 많이 받았다면 쌓아두지 말고 이웃과 나누자.

손을 펴자...
빈손으로 왔고
갈때도 빈손으로 분명히 간다.
알렉산더 대왕이 죽은후 유언으로 관 밖으로 구멍을 뚫어 편 손을 보이게 한 뜻을
기억하는 추석이 되어 서로의 가슴들이 조그만 감사로 행복해 지는 추석이 되면 좋겠다.


아름다운 시절, 소년.소녀들만 보세요.


새로 난 서해안 고속도로는 모양만큼이나 시원스레 뻗어있다.
주말이지만 늦은 시간이라 그다지 차량은 많지 않은 듯하다.


서쪽하늘이 벌겋게 물들어 있다.
해가 지는 모양이다.
서해의 낙조는 언제 보아도 장관을 이룬다.


7.3키로의 서해대교의 웅장한 자태가 한눈에 들어온다.
형형색색의 야간 조명장치로 인해 더욱 아름다움을 뽐낸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긴 다리 - 바다위를 연결한 한국인의 의지가 다시금 뿌듯하게 느껴진다.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차를 세운다.
봄이 한창이지만 이상하리 만치 차가운 바람이다.

이곳에서 석양을 맞다니 !!!!

소녀는 정말이지 우리나라의 서쪽의 모습이 이토록 아름다운 지를 처음 알았다.
사실 서해안을 달려보긴 난생 처음이다.
소녀는 동쪽에서만 살아왔기 때문이다.


서해대교를 지나 바로 연결되는 송학램프로 차를 진입시킨다.
한적한 국도지만 4차선의 뻗은 도로엔 정말이지 고요할 정도로 통행차량이 뜸하다.


갑자기 차 속에서 숨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은 왠일인가?
옆에 있는 소녀의 얼굴이 어둠속에서도 상기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소년은 안심하라는 듯 조용히 소녀의 손을 잡는다.


송학 전망대는 안섬휴양지의 언덕위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서해안에서는 드물게 일출과 일몰을 다 볼 수 있단다.
소녀는 생각만해도 마음이 설렌다.

언덕에 올라서니 서해바다의 아름다운 자태가 한눈에 들어온다.
밤이라 바다는 보이지 않지만 밀물에 부서진 파도의 하얀 포말이 귓전을 울려 바다를 느끼게 하고,
그리멀지 않은 곳에 떠있는 고깃배의 휘황한 불빛이 바라보는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한다.


바다를 배경으로 소년소녀는 말없이 어깨동무를 한다.
서로 아무말이 없어도 그들은 무수한 언어로 속삭이고 있으리라.


아름다운 바닷가의 야경에 취해 두사람의 마음은 뜨거운 감동으로 젖는다.
두사람은 감격에 어린 눈빛으로 서로를 마주본다.


소녀의 두눈이 촉촉히 젖어있다.
소녀를 바라보는 소년의 눈동자도 이미 눈자위가 붉게 젖어있다.


그들은 왜 눈물을 흘리는 것일까?

소년이 가만히 소녀를 감싸안는다.
소녀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소녀의 온몸에 가벼운 경련이 인다.
가슴으로 전해오는 소녀의 심장소리.....


밤바다의 파도소리가 저 멀리서 아스라이 들려온다.
철썩, 처얼썩................................


소녀는 소년을 재촉하여 밤바닷가로 나갔다.
방파제 앞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한없는 행복감을 느껴본다.

아 !! 정말 꿈만 같다......
내 일생 이렇게 숨막히는 기쁨에 젖어 본 적이 있었는가?


소년은 조용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얼어붙은 달 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
한 겨울의 거센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어느 틈엔가 소녀는 화음을 넣어 부르고 있었다.


소녀는 생각한다.
-그래, 오길 참 찰했어-

이 아름다운 추억의 순간,
어쩌면 내 인생 가장 아름다운 순간일지도 몰라.
정말 멋진 사람과의 추억의 밤 !!

사랑하는 그이와 함께 한 이 밤은 영원히 기억 될 거야.

저 멀리 어두운 뱃길을 비춰주는 등대의 불빛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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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부부동반으로 송학, 안섬휴양지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 1시간 지근거리의 작고 조용한 마을 이었는데
정말이지 한폭의 소설이 씌어지는듯 감성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곳 이었습니다.
그래서 졸작이지만 한단락 엮어 보았습니다.
여러분, 소년소녀시절의 기분으로 한번 돌아가 보시지 않겠습니까?

















귀뚜라미 소리 들으며...





그대...

마음담아 보내주신 소식 고맙습니다.



성당에서 회의를 마치고 밤에 돌아와

차를 세우고 우리 작은 둥지로 들어 올 때,

귀뚜라미 한 마리의 맑은 소리가

제 마음의 귀를 노크하였어요.



장마 때 보다 더 궂게 오는 비때문인지

말복도 입추도 지난 시기이건만

별로 느끼지 못하던 가을이,

약한 안개비 속에서 들린 맑은 한 마리 귀뚜라미 소리에

밀물처럼 왈칵 내 마음에 와 닿았지요.





가을.

아! 가을인가...?



서녘에서 하늬바람 불어오면,

가을을 채촉하는 비구름도 걷히고

맑은 하늘, 맑은 별, 깨끗한 은하수, 쪽 빛 바다 펼쳐지겠지요.



서녘 하늬바람 더 불어오면,

푸른 잎은 울긋 불긋 단풍으로 물들고, 오곡 백과 여물어 무르익겠지요.





가을.

아! 진정 가을인가...?



어린 시절 고향 초가 지붕엔

여름부터 하얀 박꽃 피어, 박이 주렁 주렁 달렸었지요.



가을이 되어,

소슬한 가을 달밤에 핀 하이얀 박꽃은

어린 내 마음을 어이 그리도 시리게 하였던지요?



무서리 내려 박꽃은 지고,

그 잎새도 마르고,

덩굴도 시들 무렵이면,

우리 둥지에선 박을 따 톱질하여 바가지를 만들었지요.

어린 우리 동기 네 남매는

학교에서 배운 흥부전의 행운을 기대하며 아버지 하시는 톱질을 도왔었구요.



어머니는 설익은 박 속으로

박나물을 만들어 가을 밥상에 올리시면,

물컹하고 무덤덤한 맛에 맛 없다 투정하던 우리 네 동기들의 천진한 모습...





이런 것들이 이 밤 귀뚜라미 소리 들으니,

되살아난 그 옛날 가을의 한 풍경이었어요.





그대,

이 가을엔 마음 비우는 연습을 하고 싶군요.

외로움이 아닌 고독을 통해, '텅 빈 충만'을 맛보고 싶어요.



가을 하늘처럼 푸르게 시리고,

가을 은하수 별처럼 맑고,

앙상한 가지에 소슬 바람부는

늦가을 황혼처럼 아름다운



'텅 빈 충만!'....



이 가을은 그런 가을이고 싶어요.



하여, 이렇게 기도합니다.



이 가을엔 고독하게 하소서!

이 가을엔 비우게 하소서!

내 마음 모두 비워 그 누구, 그 무엇이건 담을 수 있는



'텅 빈 충만'을 누리게 하소서!





그대...



제가 무척 욕심장이이지요?

그래요. 욕심장이 랍니다.



"사랑하는 이여 ~

영원의 향기는 고난중에 발산된다는 사실을 묵상해봅시다 " 하신 말씀처럼

이 가을엔 고독한 비움의 고난 길을 걸어

가을 향기,

'텅 빈 충만'의 향기,

영원으로 이어지는 향기를 내고 싶어요.



건강한 가운데 사업 번창하시고,

기쁜 나날 되소서!



안녕!





보니 드림.

...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드문드문 흘러간다. 둥근 달은 구름의 바다를 누비며 출렁이는 빛을 호수에 뿌린다. 교교한 달빛이 내려 앉은 숲속의 호수에 낚시를 드리우고 상큼한 숲의 향기에 취한다.

붕어는 태생이 슬픔 그 자체이다. 붕어는 겉보기에는 다른 물고기와 비슷하지만, 체형이 특이하므로 낚시꾼들의 집중적인 공략 대상어가 되어버렸다.
전체 체형을 살펴보면 배가 부르고 주둥이가 짧다. 많이 먹어야 하는 데, 주둥이가 짧고 배가 둥글다. 이것이 붕어에게는 비극이다.

잉어는 주둥이가 주름지고 길며, 배는 그다지 불룩하지 않은 유선형이라서 그냥 입을 쑤욱 내밀어서 먹이를 빨아들여 그냥 삼키면 된다. 그래서 잉어의 입질은 찌를 쑥 끌고 들어간다. 메기 장어 등 다른 물고기들도 이와 같다.

붕어는 짧은 입으로 입질을 하고서는 배가 불룩하여 머리를 위로 쳐들어야만 삼킬 수 있다. 물구나무 선 자세로는 먹이를 삼키기 어렵다. 이러한 까닭으로 붕어의 입질은 찌를 높이 솟구치게 하는 것이다.
이 환상적인 입질과 찌올림 때문에 낚시꾼들이 붕어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옛날 중국에 한 새 잡는 사람이 있었다.
사방에 그물을 치고 거기 들어오는 새는 전부 잡는 것이다.
한 대부가 그에게 말했다.
"아무리 미물일지라도 도망갈 곳은 터주고 잡는 것이 자연의 도리이니
그물 한 쪽을 터놓고 말하시오"
새잡이가 물었다.
"뭐라고 말할까요?"하니
"새들은 들어라! 한쪽이 터져있으니 터진 쪽으로 날아가거라. 내 말을 듣지 않는 놈들만 그물에 걸려라"라고 말하라며 대부가 일렀다.
사람들은 그 대부를 인자라고 여겨 그 소문이 멀리 펴졌다.
황제가 이 소문을듣고 대부를 불러 정사를 맡겼다.

이 이야기가 생각나서 나도 흉내를 내어보는 것도 재미있다고 생각하여, 두개의 낚시 바늘 중에 은빛 바늘의 끝을 뭉퉁하게 잘라내고 미늘을 없에고 금빛 바늘은 그대로 두었다. 그리고는 떡밥을 달아 던지고는 주문을 외운다.

"금빛 바늘의 떡밥은 먹지 말고 은빛 바늘의 떡밥만 먹어라. 내 말을 어기는 놈들은 혼 날 줄 알거라."하고는 기다렸다.

드디어 어신이 온다. 찌가 쑤욱 솟아오른다. 챔질을 하니 걸리지 않았다. 아마 내 말을 새겨들은 붕어인가보다. 몇 번 솟구치는 찌를 감상하다보니 한번은 찌가 호수위에 벌렁 자빠진다. 챔질을 했다.

피아노 소리를 내며 낚시줄이 운다. 그 소리는 붕어의 내재된 슬픈 영혼의 소리다. 태생적인 슬픔이 줄을 통해 울고 있다. 나는 그 울음을 즐기며 먹이사슬의 최고봉에 앉아 있는 기쁨을 만끽한다.
손맛이다.
낚시꾼들만 아는 손맛, 이 손맛을 느끼려고 이 밤중에 홀로 앉아 있다.
안개를 타고 내려오는 풀향기가 주위를 감싸고 있다. 행복한 순간이다.

한참을 낚아내고 살림망을 들여다 본다. 거기에는 내 말을 듣지 않는 놈들이 주둥이가 하얗도록 살림망을 들이 박고 있다.
갑자기 엄숙해 진다.
붕어에게는 내가 자신들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절대권자이리라.

둥근 달이 버드나무에 걸렸다. 달을 쳐다보니 달 또한 좋다. 바람에 일렁이는 버드나무 가지 따라 달이 춤춘다.
붕어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절대자의 마음에 자비심이 싹트기 시작한다.
갑자기 붕어가 불쌍해 진다. 고소한 떡밥 미끼에 혹해 내 말을 듣지 않고 미끼를 물고 늘어진 붕어들이 미련하다는 생각이지만 불쌍한 생각이 든다.

하늘에서부터 물속으로 내려 온 보이지 않는 낚시줄, 그 줄하나가 붕어에게는 운명의 줄이다. 끝에서 갈라져 내려온 짧은 목줄 두개, 하나는 복이요 또 하나는 화이다.

중천에 걸린 달님이 웃는다. 너 또한 그러하노라고 하듯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처하는 인간들도 화와 복이 뒤엉킨 수 많은 운명의 실을 어찌 구별하겠는가. 복이라고 달려든 것이 화가 되고 화라고 생각하여 애써 피한 것이 복덩어리였음을 어찌 알겠는가.

살아가는 데 아무런 고통도 없는데, 재물을 탐하여 미끼를 덥썩 물었다가 패가망신하는 사람들이 어디 한 두 명인가.
명예를 얻으면 족한 것을 굳이 재물까지 얻으려 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권력의 최고봉에 올랐으면 그것으로 가문의 영광이며 최고의 명예이거늘, 그의 아들들은 가진 것 위에 더 욕심을 부려 미끼를 덥썩물었다가 감옥에 갇히는 사람도 있다.
인간이 미물이라고 없신 여기는 붕어보다 더 나을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붕어에게 내려진 줄은 붕어로서는 원초적 본능으로서의 슬픈 운명이며 사실은 붕어에게는 불가항력이다.
대개의 인간은 운명의 실체를 알 수 없어 운명의 늪에 빠져 허덕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요행과 세력과 금력의 힘을 믿고 미끼를 덥썩 물기도 한다.

미지의 운명은 인간에게 변명의 여지를 남기기도 하며 재생의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결과를 뻔히 알면서 탐욕의 미끼를 삼킨다는 것은 운명을 우롱하는 것이며, 이것은 미필적고의에 의한 탐욕죄에 해당된다.

수천 수만 가닥의 실에 매어달린 운명, 화와 복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대자연의 속성이라고 하지만, 권력이 개입된 운명은 이미 그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자승자박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찌 붕어보다 낫다고 할 수 있겠는가.

둥근 달도 이제 서산에 걸렸다.
달이 밝은 밤의 낚시는 큰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살림망에 갇혀 있던 붕어들 다 풀어주고 다음에는 속지 말라고 일러주었다. 주섬주섬 살림을 챙겨 둘러매고 숲속길을 걸어 나온다. 휘적휘적 내 젓는 소매 끝에는 향긋한 바람이 일아나고 풀숲을 헤치는 발걸음은 가볍다.




내가 아는 개그맨


사람의 가치...
세상에 아무리 볼 품 없는 사람 이라도
진가를 발휘하는 구석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다.

화가의 그림 솜씨...
소설가의 글 솜씨...
가수의 노래 실력....등등...많다...

개그맨이라는 직업인.
남을 웃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그들의 비애를 우리는 잘 모른다.
그들은 겹겹이 쌓인 감정의 두께를 잘 드러내야(조절) 무대에 설수있다.
한,두시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든지
치고받고 싸웠든, 통곡을 하고 울었든,
무대에선 남을 웃겨야만 한다.

내가 아는 몇몇의 개그맨 중에 한 명.
故양종철.
불의의 교통사고로 짧은 생을 살었다.


몇년전,
미국에서 온 내 친구를 위하여 서울친구들이 술 파티를 벌였다..
강남의 호텔,나이트에 합석을 하면서 알게된 그들은
내가 아는 어떤 사람들보다 똑똑하고 명쾌한 사람들이었다.

또래 개그맨 몇 명과 우리 일행들, 모두 열명이었다.
술자리가 한참 흥이 날 즈음에
집에서 자살 소동을 일으키는 와이프의 전화를 받고
부리나케 달려가는 어느 유명 개그맨이 있었다.
모두들 찬물을 끼얹은듯 숙연했었다.
그들도 여느 사람과 다를바 없는 일상을 산다.


그 중 양종철氏는 미국친구의 남편과도 친분이 있었다.
서로가 새벽에도 꺼리낌 없이 부르고, 불러내는 선후배였다.
양종철氏의 진가가 어김없이 발휘되는 때는 물론 노는 자리였다.
춤과 노래실력을 겸비한 분위기 메이커였었는데...

돈 욕심이 전혀 없는 그는 소위 말하는 셈이 약하다.
숫자 개념이나 돈에 대한 욕심은 철부지 수준이란다.


코메디언, 故이주일氏의 부음 앞에 숙연해 진다.
배고프던 무명의 시절도 있었고
14대 국회의원도 지냈던 영욕의 세월을 접었다.

그 못생긴 사람이 무대 위에서 받은 사랑은 가히 눈 부시다.
그의 가치를 사람들이 알아 본 까닭이다.


거목 개그맨의 부음을 접하며,
그 밝고 순진했던 양종철이 생각이 함께 났다.
인생무상을 느낀다.

오늘 사는 우리들 목숨.
내일 보장은 아무도 못 하는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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