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국화*


살아있는 동안엔 사랑이 필요하다



들에 핀 작은 풀 한 포기,
집에서 기르는 개나 돼지도 사랑 받기를 원한다.

어렸을 적에 나는 국화를 꺾꽂이 하여 아버지 무덤 아래 언덕오르막에다
줄줄이 심어서 국화 밭을 만들었었다.
초 중등 학교 적 일이니 까마득한 옛일이다

채마 밭 울타리 쪽 그늘에다 모래가 많이 섞인 흙을 퍼다붓고
국화를 한 뼘 반 정도 되게 잘라다 20여대씩 꺾꽂이를 해놓고는
하루에도 수 차례씩 들여다보며 그들과 얘기를 나누곤 했다.

"얘들아, 어때? 물은 충분하니?"
"오늘은 어땠어? 낮에 뜨겁진 않았니?"

그러기를 한 닷새쯤 하고 나면 요 녀석들은 어김없이 뿌리를 뻗고
잎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걸 보시던 우리 할머니 말씀,
"그것들이 네 정성을 아나 보다. 하나도 죽지않고 다 살았으니"

그런가 하면 돼지에게 밥을 주는 것이 내 몫이라
밥을 주러 가서는 반드시 한마디씩 하였다.
"많이 먹고 빨리 커라!"
지푸라기를 넣어주면서도
"이거 너 고실고실하라고 넣어주는 거야. 좋지?"

그래서 그랬는지 돼지 장사가 늘 하던 말이 있다.
"뭘 맥여 키우간디 요렇게 빨리 큰다요?"
동네 단골로 드나드는 분이라
어느 집 돼지가 얼마나 컸는지를 빤히 알고 있어서 비교가 되나 보았다.

그런 것 말고도 난 모든 사물하고 대화 나누기를 좋아했었다.
지금도 가끔씩 배란다에 있는 식물들과 대화를 하곤 한다.
내가 어른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연구한 것을 보고,
'생명 있는 것들은 다 사랑 받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물며 인간이야 말할 것도 없겠다.
특히 가족간의 사랑은 잠에서 깨어나면서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쉬임없이 확인되어지는 가장 근본적인 사랑 중의 하나이겠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사랑하는 가족이 포근히 잠들어있는 것을 보며 아침 준비를 하러 나가는 아내,
하루의 첫 시각에 가족을 위해 아침을 준비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는 남편,
부모님의 따뜻한 미소를 대하는 자녀,
직장에 나가자마자 웃으며 인사해주는 동료들..

사랑 받기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사랑을 줄 일이다.
그것이 잘 되지 않을 때는 가식으로라도 사랑한다고 말해보자
말은 곧 씨가 되어 싹이 트고 잎이 나서
사랑의 향기를 뿜어내는 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

우리 오늘은,
가장 많은 사랑을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사랑의 하루를 가꾸어 봅시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 꺼꾸리




첫번째라는 이유로....

시장에 장보러 갔더니
햇옥수수 삶은것을 팔고있었다.
세개나 혹은 네개씩 비닐 봉지에 넣어 파는데
아직 식지않은 옥수수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몇 명의 아주머니들이 둘러서서 고르고 있길래
그 틈에 끼어들어 나도 하나 골라들었다.
장사꾼 아주머니가 봉지에 넣어주며
- 새댁은 참 빨리도 잘 고르네
그렇게 물건 빨리 고르는 사람이
신랑두 잘 고른데여~ 신랑두 잘 골랐수?-
- 하하~~ 네에~잘 골랐어여~~ -

그렇다.
장삿꾼 아주머니의 말처럼
나는 물건을 참 빨리 고르는 편이다.
어디서 무엇을 사든 이것저것 집었다 놓지 않고
처음 눈에 띈것을 집어드는데 그건
첫눈에 띈것보다 더 좋은게 없다는 생각에서다.
이건 물건을 살때에만 국한된게 아니고
세상을 살아오면서 모든일에 적용시키고 있다.
그건, 어떠한 일이나 어떤 경우에든
첫번째를 중하게 생각하자는 것으로
내 자신과 맺은 굳은 약속같은 것이다.

내 눈에 띈 모든것들,
나를 좋타고 하는 모든 사람들,
그것들 중에 나와 첫번째 만나게되는 인연을
운명처럼 생각하고 받아드린다.
일직감치 매사를 그렇게 정해놓고
모든일에 그런식의 원칙을 세운다.
이럴 때는 이렇케,
저런 경우엔 저렇게,
그렇게 정하고 원칙에 따라 사니 참 편리하다.
결과에 따른 불평도 원망도 있을 수 없다.
또한 그렇게 맺은 인연을 끝까지
소중하게 생각하자는 것도 변함없다.

그렇게 정해놓고 실행하는데
따로이 이유가 있을 수 없다.
가령, 우리집에 남는 방을 세놓을 때
처음 보러온 사람이 맘에 들어 할 땐
그사람에게 주었다.
그 사람이 몇 식구인지, 어디 사람인지
그런것을 따질 필요가 없기에
한번도 물어본적이 없다.
그사람이 내집을 맘에 들어하면
그것으로 족했다.
그렇게 맺어진 인연은 그사람이 사정이 생겨
내 집을 나가야 할때까지 계속되었다.
처음 내집을 필요로한 사람이기에...
그렇게 살아 온 지난 세월을 소중하게 생각하고있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알게된 친구도
처음으로 마음준 친구를
지금도 가슴 깊이 간직하고있다.
통신회사도 처음 알게된 회사와의 인연을
끊치 못하고 있다.
다른 통신회사가 여러모로 따져봐서
내게 더 유리해도 말이다...
이곳 열린마당도 마찬가지다.
중년들의 모임이라해서 선택한유일한 카페이다.
지금도 비슷한 모임에서 초청이 오지만 외면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맺은 숱한 인연들...
사랑, 친구, 집, 가구, 그릇 하나 등등 까지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내게 다가와 나와 인연을 맺은 모든것들...
그것들을 끝까지 사랑하련다~~~

2002 . 9. 5. 풍란...






녀석은 말렸지만 소신을 운운하며 지원했었다.
가는 날도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날 돌려보냈다.
보름을 밥 때만 되면
싱크대 붙잡고 숨죽여 울게 만들더니...

한달 뒤
'해병은 영원히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라는
글을 쓴 편지가 왔고 면회는 오라 할 때 오라고 했다.

8개월 후 부대 이동이 있어 수원으로 가는데
서울역에서 차를 바꾸어 타는 한 시간의 틈이 있다 하였다.
8개월만에 본 녀석은 지 키(1미터85센티) 만한 자루를
짊어지고 손이 더덕더덕 터져 있었다.

고기 쌈을 입에 밀어 넣어주며
뜨거워지는 목젖을 진정 시키느라 진땀이 났다.
하얀 얼굴 긴 손가락에 자고 싶은 데로 자고, 먹고
싶은 데로 먹던, 피아노도 잘치 던 대학3년 녀석이
하필이면 우겨서 해병대를 지원 할 줄이야...

녀석을 보내고 나는 산을 탔다.
그것도 천 미터가 넘는 산만 골라서 타기를...
녀석을 생각하면 힘들지 않았다.
덕분에 전국의 웬만한 산은 다 섭렵해버렸다.

그 아들이 제대를 했다.
헤라클레스를 닮은 팔뚝을 만들었고,
화장실에서도 밥을 먹을 수 있고,
쓰레기 더미 위에서도 잠잘 수 있고,
하수도 물을 마셔도 배탈이 안 나는,
멋지고 대견스러운 사나이로 다듬어져서 왔다.

이제 부모님에게 신세를 지지 않겠다고
내년 복학을 위해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한다.

아들의 어머니들이여,
눈물을 감추고 해병대를 보내 보시라!!!

부모가 못 가르치는 것을 나라에서 공짜로 가르쳐준다.
포항 하늘의 별도 보기 싫다 했건만 지금은 더 정겹다.
나라에 감사하고 해병대를 사랑합니다.

* 아들은 올 3월에 복학을 했고 학비는
본인이 해결하면서 잘 다니고 있습니다 *











웬일인지 우리가족끼리 고스톱을 친적은 지금껏 한번도 없구....

친구들과 수영강습이 끝나면
점심을 해결하구선 가끔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기위해
가까운 친구집으로 몰려갑니다....

모여서 점당 백원, 오백원짜리를 가끔 칩니다...
아주 초보수준도 안되는 몇명은 뭘 모르니 제각각 우겨대고
웃음보를 터트리다 그렇게 배꼽쥐고 웃는데 더 열심이니
한판치는데 걸리는 시간은 우린 꽤 오래 걸립니다....

에구구~~~ 여태 고스톱도 못치는 무식한~~~~
각자 주머니에서 나온 돈은 그날 점심값을 낸 친구에게
넘겨주는 정도의 싱겁기 짝이없는 놀이를 간혹 한답니다....^^*

그런 제가 혼자서도 고스톱을 잘 칩니다....

벌써 반년이 넘었네요...Daum게임에 들어가
비주얼고스톱을 치는게...아무도 모르는"완전범죄"??

제가 처음 게임을 할땐 점당 100점 이었는데
잃어도, 따도 점수변동이 밋밋하니
다들 심드렁해 하나 보더라구요...
그래선지 어느날부터 게임이 500점짜리로 바뀌더군요....

잘치는 고스톱도 아닌데
한동안 겜방에서 제가 전국순위 331위 였습니다..
실제론 선무당인데 웬일?
캐릭터를 클릭하면 승률과 순위가 나타나거든요....

저녁.... 두어달?만에 게임방에 들어갔더니 업그레이드 시킨
프로그램이 자동설치 된대네요....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그새 많은 방이 점당 1000점으로
바뀌어 있네요....

오랜만에 고스톱을 치니 낯설어 눈이 뺑뺑 돌기만 하구....
얼른 눈에 안들어오니 속도가 느리니
꾼들은 빨리 치자고 윽박지르고....
겜방의 "노름꾼"들은 손큰 베팅에 익숙해져 대부분 점수가 불어나있구...

나의점수는 뭐 그런대로 볼만한데
그사이 순위는 989위로 확~뒤로 밀려나 있구요.....
몇만점이 들고 나는건 보통이네요....
go를 할땐 심호흡을 하는 나를 봅니다.

세상에!! 기분이 놀이가 아니라 정말 노름 같으네요....
어느새 나도 노름꾼이 된건가요?? ㅋㅋㅋ

판돈이 커지니 분위기도 다른거 같네요....
겜방 사람들이 농담도 주고받고 어디사는 누구냐고
인사들도 하곤했는데....
이젠 오로지 고스톱에만 열중인것 같네요.

제 취미생활이 아닌가 봅니다...주눅이 듭니다....
컴터안의 고스톱이란걸 찾아 신기하기만 했던 몇달전이 좋았군요...
사실은 가끔은 신났던 적도 많았거든요.

근데 흥미가 없어졌네요...이상하게....
두달넘게 안 쳐도 아무런 금단현상도 없구....
천장에 아른거리는 것두 없구...
오랫동안 요넘을 잊고 있을 정도니....

잘된 건가요??
사이버노름이여.... 이젠 안녕~~~~ (^!^)


(화성여자님이 2002.9.6.에 쓴 글)






옥수수밭 황톳길 따라 한가로운 가을바람 쉬이 감을 자랑 마라.
주름진 중년농군 걱정 많은 이내심사 삶의 노정 애달프단다.

어느 농부 수고로운 땀흘린 수확이련가!
식탁 위에 탐스럽게 잘 익은 옥수수 하나
고향 냄새 향수 불러 나도 몰래 손이 갔지요.


알차게 빼곡이 잘 여문 알들이 노란색 정다웁게 곱기도 하군요.
감사의 마음으로 한 알 한 알 자연의 먹거리를 음미하노라면
고소한 그 맛에 어느새 나는 추억 속을 달립니다.


미끈하게 훌쩍 큰 키를 자랑하며 시원스레 뻗은 푸른 잎새들은
언제 보아도 대자연의 아늑한 어머니 품속같은 끈질긴 생명력을
발산하는 싱싱함 그 자체입니다.


올 가을 옥수수 작황이 좋으면 작은누나 시집보내겠다고 찌들은
수건하나 머리에 두르시고 부지런히도 호미자루 놀리시던 그해 가을날
때아닌 폭풍우로 씨받이 하나 남기지 않고 모두 쓸어가 버렸습니다.
그 옥수수 밭에서 망연자실하며 서러워 통곡하시던 그 때 어머님의
모습이 아련한 기억으로 노란 옥수수 알들 속에 한처럼 맺혀 있습니다.

세월의 무상함은 말없이 때가 되면 가을을 알려 옥수수 알들을 여물어
갈 뿐입니다.








***** 열린마당의 아름다움 엿보실래요 *****


여백님과 돌팔이 점쟁이의 구수한 이야기


하나:
매번 무너지는 나의 맹세


** 달이 바뀔 때마다 짚어 보지만, 어렵네요 **

1. 기상시간 10분전에 절대 불을 켜지 않는다.
2. 바쁜 아침 시간에 방 선생님들을 귀찮게 하지 않는다
3. 아이들이 이쁘다고, 귀엽다고, 말 안듣는다고 깨물지 않는다
4. 방 선생님들 모르게 간식 챙겨두었다가 먹이지 않는다
5. 물리치료 받으며 힘들어 할 때 장난치며 웃기지 않는다

6. 약 먹지 않으려고 밷어내는 아이들에게 코를 잡고 먹이지 않는다
7. 늦은시간 출출하다고 선생님들 부추겨 야식먹지 않는다
8. 운동하기 싫어하고 밥 먹기 싫어하는 녀석들에게 선물공세로 꼬드기지 않는다
9. 은근슬쩍 내 세탁물을 아이들 세탁물 속에 섞어놓지 않는다
10. 협조사항 잘 안 지키는 선생님에게 쉽게 삐지지 않는다

11. 화를 참을 수 없어서 한바탕 난리를 쳐도 당일을 넘기지 않는다
12. 버리는 음식을 절대로 내 배 속으로 버리지 않는다
13. 운동해야 한다는 물리치료사,간호사,영양사 충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14. 3살된 샛별이에게 엄마란 단어를 알려줌에 있어 늦동이 본 것같이 쑥쓰러워 하지 말고 차라리 할머니를 알려주자
15. 주방에서 식사,간식 도와줄 때 열심히 배우고 익히는데 신경쓰자

16. 분유타는거 도와줄 때 몇 스푼 넣었는지 헷갈리지 말자
17. 각 방 rounding 시 눌러 앉아 주는대로 다 받아먹지 말자
18. 꼬맹이들의 옷을 마음대로 갈아입히고 핑계대지 않는다
19. 회의도중 전화가 길어지면 "미국에서 온 전화야" 하면서 시치미 떼지 않는다
20. 이 많은 맹세를 지킬려고 노력하는 마음부터 가져야겠다

** 혹시 빠진게 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다가 내가 읽기도 지겨워 지네요**


** 편안한 주말 보내기는 어렵겠지요?
비 피해가 크지 않았으면..기도합니다 **

여백.

>>>>>>>>>>>>>>>>>>>>>>>>>>>>>

둘:
오늘만 돌팔이 점쟁이의 답글......... 작은큰통


여백님, 제가 한번 진찰을 해보겠습니다.
그냥, 재미로요.
원문 밑에다가 < >안에 진찰결과를 적었습니다.

** 달이 바뀔 때마다 짚어 보지만, 어렵네요 **
<매달 짚으신다니 대단한 정성입니다.>

1. 기상시간 10분전에 절대 불을 켜지 않는다.
<적어도 15분전에는 기상나팔을 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너무 인자하신 여백님입니다.>

2. 바쁜 아침 시간에 방 선생님들을 귀찮게 하지 않는다
<귀찮게 해야 정이 든다는데...그렇다면...>

3. 아이들이 이쁘다고, 귀엽다고, 말 안듣는다고 깨물지 않는다
<음... 이빨자국 나지 않은 아이가 없겠구만...>

4. 방 선생님들 모르게 간식 챙겨두었다가 먹이지 않는다
<이거야 원... 여백님이나 아이들이나 간식매니아인가요?>

5. 물리치료 받으며 힘들어 할 때 장난치며 웃기지 않는다
여백님이 힘들어서 장난치는 거죠?>


6. 약 먹지 않으려고 밷어내는 아이들에게 코를 잡고 먹이지 않는다
<글쎄요... 귀를 잡아봐야 소용이 없을텐데...
다른 방법이 있나요? 사정없이 우겨 넣어야죠, 그렇죠?>

7. 늦은시간 출출하다고 선생님들 부추겨 야식먹지 않는다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간식에 야식 매니어가 되어서는
컨트롤이 어려울 텐데요... 이미 포기상태?>

8. 운동하기 싫어하고 밥 먹기 싫어하는 녀석들에게 선물공세로 꼬드기지 않는다
<참 돈깨나 축내시겠네요>

9. 은근슬쩍 내 세탁물을 아이들 세탁물 속에 섞어놓지 않는다
<어라... 이럴 수가!!! 그렇지만 세탁물통에 여백(여유)가 있다면 은근슬쩍 그럴 수도 있지요? >

10. 협조사항 잘 안 지키는 선생님에게 쉽게 삐지지 않는다
<걱정이 됩니다. 선생님들 입장에서요. 이 일을 장차 어떻게 할꼬...
협조안했다가는 당장 큰일을 당할테니...>


11. 화를 참을 수 없어서 한바탕 난리를 쳐도 당일을 넘기지 않는다
<글쎄요... 정월 초하루에 친 난리는 아마 해를 넘기지 않겠죠?>

12. 버리는 음식을 절대로 내 배 속으로 버리지 않는다
<우~~ 이젠 할말이 없습니다. 배하고 관련된 얘기는 그만 할랍니다.>

13. 운동해야 한다는 물리치료사,간호사,영양사 충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포기하는 게 마음 편하겠죠?>

14. 3살된 샛별이에게 엄마란 단어를 알려줌에 있어 늦동이 본 것같이 쑥쓰러워 하지 말고 차라리 할머니를 알려주자
<이글 거울보면서 쓴 건가요? 궁금하네요.>

15. 주방에서 식사,간식 도와줄 때 열심히 배우고 익히는데 신경쓰자
<이글 거울보면서 쓴 건가요? 궁금하네요.>

16. 분유타는거 도와줄 때 몇 스푼 넣었는지 헷갈리지 말자
<하하하, 이거 제 얘기 같아서리...>

17. 각 방 rounding 시 눌러 앉아 주는대로 다 받아먹지 말자
<저는 이미 포기했습니다. 12번글 참조>

18. 꼬맹이들의 옷을 마음대로 갈아입히고 핑계대지 않는다
<그렇게도 정이 들었나요?>

19. 회의도중 전화가 길어지면 "미국에서 온 전화야" 하면서 시치미 떼지 않는다
<다음부터는 어린왕자가 사는 별에서 전화가 왔다고 하면 어떨까요?>

20. 이 많은 맹세를 지킬려고 노력하는 마음부터 가져야겠다
< 뭐 맹세는 지켜야 하니까 지키면 되는 거겠죠...
그렇지만 상황에 따라서 예외란 건 있는 법이니까,
애가 이빨사용(?)을 부추기고 간절히 원할 때는 잠깐 깨물어 줄수도 있을게고,
애가 약을 뱉어내는데 우연히 그애 코를 보니까
콧물이 나올려고 한다면 코를 꽈악 잡을 수도 있을게고,
세탁물을 가지고 가는데 손에 갑자기 손에 힘이 빠진다면,
그걸 잘못해서 애들세탁물통에 떨어뜨릴 수도 있겠습지요.
아마 이 글 다 쓰시고 나니,
다른 때는 안그러는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출출해지셨지요?>

후후후...
<하하하...>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이 돌팔이에게 물어보세요.)



*세잎할미꽃*

청담...

하나: 할미꽃


님의 마음이
조용한 아침에 할미꽃으로 올랐습니다.

찾는 이 적어 고적한 묏등성에
한낮이면 하얀 솜털 뒤쓰고서

혹여나 눈에 띌까 작은키를 구부리며...
낮고 낮은 시선으로 아픈 사연 들으려고
님 향한 마음으로 홀로 고개 숙여 있습니다.

시린 바람에 가슴 흘러내려도
전부가 내 탓인냥 조용히 고개 숙입니다.

모두가 돌아가는 저녁이 와도
님의 시선 조용히 기다립니다.



둘: 자목련 앞에서

어제는 봄비가 내려 꽃잎을 떨구더니
오늘은 바람이 불어 마지막 낙화를 재촉합니다.


온겨울 내내 준비하고 가다듬어
힘겹게 피운 짧은 날들...
서러운 가슴과
피맺힌 절규들을 한데 모아
마지막엔 승리함으로 피워낸 꽃,

자 목련...
오늘 그 서러운 꽃잎이 지고 있습니다.


혹여, 어떤이는
내년에도 또 필터인데
무얼 그리 가슴 시려하느냐고 하지만,
내년에도 핀다고 지금 지는 그꽃이
어찌 괜ㅎ지않을런지요..?


사람마다 다 저마다의 몫이 있는것 처럼,
꽃들 또한 저마다의 슬픔의 몫이 있을 터인데...


사람의 사이에서 또한번
시린 외로움에 몸이 떨립니다.
사람이 그립습니다.
진짜사람이 그립습니다.
저 혼자 떨어내는 자목련 꽃잎도 저리 외롭습니다.

바람이 붑니다.
사월의 시린 바람이 붑니다.


청담

*목련열매*





금정산행


어제 공장에서 대충 얘기를 다 끝내고 오늘은 정말 "책임"이란 글자를 훌훌 벗어던지고 혼자 지내고파 산행을 결심했다.
새벽까진 구름이 짙게 드리워 비라도 오려나 했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아침을 먹고 나니 아직도 남은 여름의 해가 내리쬔다.


그래도 마음먹은 나만의 휴일인데 싶어 등산화끈을 조이고 산으로 향했다.
늘 날 맞아주는 금정산이 바로 동네 뒤에 있어서 내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
어릴 때 소먹이면서 노닐었던 산이기에 어느 누구보다 정감이 가는 산이다.
동네를 빠져 산 초입에 들어서니 벌써 바람에 떨어진 도토리들이 발아래 밟힌다.
옛날 같으면 서로 한알이라도 더 주워서 묵을 만들어 끼니에 보태려고 했었는데...
나 자신부터 그런 걸 추억으로만 여기고 지나치니 세상살이가 조금 나아지긴 했나보다.


평일! 내 혼자 정한 휴일이어서인지 사람 한 사람 얼씬 않는 산길이 더욱 구미를 당긴다.
오늘은 마지막 여름의 햇살을 머리와 얼굴 그대로 맞는다.
꼭대기를 돌아서 내려오리라 마음먹고 한걸음씩 내딛다 보니 어느새 중간쯤은 온 것 같았다.
7부능선 즈음에 자리한 절로 향했다.가는 길목에서 얼굴에 세월의 골에다 흰 수염이 가득한 노인을 만났다.
옆에 있는 동료분이 올해 연세가 90 이라신다.
우와! 순간 놀랐다. 그 연세라면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고...
바로 "대단하십니다. 조심해 가십시오."라고 깍듯이 절을 올리고 발길을 계속 옮겼다.


아직도 지난번 물로 불어난 계곡물이 명경지수처럼 맑게 흐른다.
바위에서 떨어지는 물이 조그만 소를 이루어 맴도는 모습이 마냥 아름답고 신기할 따름이다.
초등학교때의 동요가 생각났다.
"시냇물은 졸졸조올졸~"하는 동요가 말이다.
때묻지 않고 자랐던 60년대의 어린 내친구들아!
이젠 어느듯 머리엔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고 이미 멀리 가버린 친구도 있다고 전해 들었다.


목덜미를 타고 등으로 내리는 땀방울이 옷을 흠뻑 적시는 멋진 산행이었다.
하늘을 올려다 보노라니 눈에 띄는 나뭇잎들엔 벌써 한 여름의 짙푸름은 생기를 잃기 시작했다.
조석으로 울어대는 귀뚜라미소리만 듣다가 여기 나무들을 보노라니 절기를 아는 삼라만상이 또 한번 신기로울 따름이다.
아, 세월이여!
나무꼭대기의 나뭇잎 사이로 파란하늘을 이고 흰구름이 두둥실 걸렸다.


어느새 절에 닿았다.
아무도 없는 절마당의 평상위에 배낭을 메고 먼저 도착한 한 아주머니가 쉬면서 책을 읽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산행중이라면 으례하는 인사로
"반갑습니다."라는 말이라도 건네겠지만 그러지도 못하겠다.
독서삼매경에 빠진 것 같아.
"좋지! 맑은 공기 마시며 책읽는 저 순간이.
라이너마리아 릴케의 시도 좋고 우리네 삶을 얘기한 수필도 좋을 것이고...."
라는 생각을 하며 절을 둘러보니 절도 벌써 가을 채비를 다 끝낸 것 같다.
텃밭도 갈아서 아마 배추씨라도 심은 듯 골이 정연하다.
한켠에 발갛게 익어가는 고추들이 평화스러움을 더하는 것 같았다.


발길을 재촉하다 옆길로 잠시 들어서서 그늘진 바위 위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본다.
그리운 이여!


계속 오르려니 저번 비가 핥고 간 자국이 너무나 선명하다.
길이 군데군데 패여서 돌만 남은 앙상한 모습이랄까?
저번 비로 물에 잠긴 김해 한림정의 친구가 또 생각난다.
이제 회복이 좀 되었는지...
당장 전화라도 해봐야지.
억새풀군락지에 닿았다.
가을이 이 아름다운 산을 만산홍엽으로 물들일 때 즈음에,
특히 해가 서산에 기울 때 즈음 여기 오르면 억새꽃의 군무는 묘한 실루엣현상으로 환상적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벌써 억새꽃이 다 피어서 하늘거린다.
어릴 땐 뱀이 많던 곳이기도 했었는데 이젠 그 흔했던 화사마저도 구경하기가 힘들다.


때마침 능선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을 양팔벌려 맞이하며 산세를 관망하다가 정말 "아름다운 조국"이라고 스스로 찬탄해본다.
산까치의 노래소리,
끝으로 치닫는 여름에 항거라도 하는 듯한 매미들의 울음소리!
허리 높이로 자란 억새풀 사이로 나타난 빨간 고추잠자리가 돋보인다.
어느새 부근이 잠자리들의 군무로 또 장관이다.
어릴 때 특히 해질녁 산에서 풀을 먹이고 소를 몰고 집 마당으로 들어서면 마당 한가운데서 이리저리 떼지어 날아다니던 그 잠자리들!
그것들을 제비가 잡는다.
날으면서 주둥이에 잠자리를 낚아채는 날쌘 제비들의 모습들이 불현듯 스친다. 그나마 이제 그것마저도 인간이 배출한 각종 오염으로 볼 수가 없으니 차차 인간의 곁을 떠나는 자연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산성을 넘어서니 시원한 낙동강 바람이 불어온다.
언제 왔는지 길목을 지키는 막걸리 장수를 보노라니 한잔의 막걸리 생각이 간절하여 호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땡전 한푼없고 달랑 열쇠고리만 잡힌다.
아까와라!


몇 년전 불이난 자리에 심어둔 나무들이 이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그러나 '언제 곁의 나무만큼이나 키높이가 같아지는 걸 보게될까'하는 작은 인생여정의 끝을 예상하니 크나큰 우주속에 한낱 점도 이루지 못할 내 자신의 존재가 정말 가소롭고 가엾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어느 싯귀처럼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주변의 내 친구들을 더 고운마음으로 사랑하며 살아야지.


햇살이 아직 따가와 발길을 재촉하려니 저만치 큰 바위틈에 자라는 소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어릴 때부터 있었건만 그야말로 모진 풍상을 다 겪으면서도 버티고 있는 저런 자태를 바로 오상고절이라 했던가?
차라리 올라가기 힘든 자리에서 버티고 있었기에 오늘까지 왔으리라.
아니면 벌써 분재에 눈독들인 사람이 살리지도 못하면서 파갔을텐데...
저렇게 크는 동안 우리동네 많은 어른들은 먼 길을 가셨건만...
특히 여름방학때 소를 산에 풀어놓고 친구들과 계곡에서 멱감고 노는 사이 자기 논에 우리 소가 들어가서 벼를 작살내었다고 그 어린(지금도 작지만) 나의 멱살을 잡고 "죽일 놈, 살릴 놈!"하셨던 그 분도 이미 먼 길을 가셨는데 이 소나무는 그래도 좋은 바람과 이슬을 머금으며 버티어온 것이 나의 작은 인생사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계속 길을 가려니 무릎까지 자란 풀속에서 그 옛날의 낄낄이(배짱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여름방학숙제로 등장하는 밀짚으로 만든 낄낄이집이.
새삼 뇌리를 스친다.
우리집 머슴을 졸라서 만들어 달라해서 갖고 갔던 기억들이...
좁은 등산로 옆엔 분홍색 패랭이꽃이 티없이 맑고 고운 색갈을 뽐내고 다소곳이 숨어있다.
바람을 타고 나부끼는 풀잎들이 초록의 파도를 연출하며 품고 있던 더운 열기를 내 얼굴에 쏟아낸다.
소나무가 드리우는 바위위에 앉아 친구가 사는 동네를 내려다보며 찡한 가슴을 쓸어내리려니 호랑나비가 멋지게 날개를 펴고 날아간다.
오, 살아있는 자연이여!


사느라고 공장에서 들이킨 먼지들을 다 쏟아낼 욕심으로 다시 한번 크게 심호흡을 하고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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