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묻어둔 동치미를 꺼내다 말고 인기척에 놀라 후드득 날아가는 새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까치도 아니고 제법 큰 새, 두 마리가 삐익 삑...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며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작은 감나무에 까치감으로 몇 개 남겨 두었더니 그 것을 보고 찾아오는 우리집 귀한 손님들입니다.
추운 오늘 아침에도 또 그 녀석들이 들렀습니다. 삑~삑~~ 우는 고 녀석들 말이예요.
안방 창문을 살그머니 열고 내다보았지만... 우는 울음소리만 들릴 뿐... 몸체는 보이지 않네요.
맞아요 요즘 까치가 떠났는지 뜸한 틈을 타서.... 눈치껏 찾아주는 드물게 귀한 손님들이예요.
삑~~삐삑..아주 애처롭게... 불완전한 새 울음소리를 내는... 덩치만 큰 울음소린 아주 애달픈 가녀린 새들...
오늘 감나무 부근 담장 위에다 먹다 남은 밥이라도 올려 놔야겠어요.
#-2
집 뜨락에 살짝 댕겨 가는, 까치가 없는 날이면 찾아오는 넘,
좀 전에 다시 삐익 삑- 소리가 나길래 안방 커튼을 젖히고 보니 바로 눈 앞에 나뭇가지위에 앉은 잿빛 새...까치보다는 작고 제비보다는 두어 배쯤 큰,
해서 충전하던 배터리를 얼른 끼워 카메라를 챙겨보니 이미 날아가고 없었습니다.
현관으로 내려서니 분명 새소리는 들리는데, 그 몸체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 현관문에 매단 모빌, 뎅그렁~ 소리내는 문을 열면 분명 날아가 버리고 말텐데...
눈에 선한 그, 새...이름이 대체 무엇인지?
응석난 병아리처럼 우는 울음소리를 내는 덩치 큰 이름모를 잿빛 새,
뭘까?
#-3
1월4일 일요일
주일예배를 드리고 막 교회를 나서는데... 듣지못했던 귀한 새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뭐랄까? 어릴적 우리들이 입에다 꽈리를 물고 꽈르륵, 꽈르륵 불던 것처럼, 입에다 아주 고운 구슬을 물고 도르르륵, 도르륵, 즐거운듯 명쾌한 이, 새소리는?
대체 어디서 어떤 새가 그러는지 궁금해하면서 위를 올려다 보는데...
키 큰 은행나무 裸木위에 잿빛 새 한마리, 첨엔 울음소리가 너무 고와 차마 그넘이라곤 상상조차도 못했는데...
내 눈앞에서 귀에 익은 그 "삑-- " 울음소리를 내며 날아 오르기 전까지는,
은행나무가 아무리 크다지만 말갛게 잎새 다 떨어져 나간 가지뿐인 나목인지라... 육안으로는 새가 아주 아주 잘 보였지요.
얼마 전, 창문으로 내다 본 회색 새는 너무 가까운 곳에서... 가까이서 처음 만나보는 희귀한 새라서 그 두근거림의 허둥댐과.. 카메라 준비만 바삐 하느라 .. 급한대로 눈에다가 라도 채 담아두지도 못했는데... 그러다 그만 날려 보냈는데, 오늘은 운 좋게도 별로 좋지않은 시력이지만 자세히 볼 수 있었지요.
아주 멋진 gray color 연미복을 입은 제비보다는 두어배 쯤 더 크고, 까치처럼 배가 부르진 않아도 제법 둥그스름한 흰 배에는 회색 dot(물방울 점)무늬가 있었지요.
마침 가방에 디카가 있다는 걸 안 순간 가방을 땅바닥에 내려 놓고 높은 나무를 보느라 고개를 한껏 젖히고 두 팔을 위로 뻗은 채 줌인으로 당기고 뷰파인더로 보려니.. 정오의 밝은 햇살에 잘 보이질 않았지만,
셔터를 몇 번 누르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제사 생각난 어머님은 띄뚱 띄뚱 지팡이를 짚고 앞 서 가십니다.
바로 그 때, "후드득" 깃터는 소리와 동시에 그넘이 휙- 날아가는 것입니다.
그런데...그런데.....날아가면서 우는 소리가? 쀼~ 쀼쀼유~~~ 하고 들리는 게 아닙니까?....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맨 처음 제가 들었던 삐익 삑, 소리보다는 더 흡사한 의성어라 생각되어져 정정해서 표기해 보는 "쀼유~~ 쀼쀼유~~" 울음소리는 네이버 백과사전에 씌여진 표현 그대로 옮겨봅니다.
아침밥을 끝내고 식탁에 앉아 커피를 한 잔 마시며 혹시나 얼까하여 들여 논 무 자루를 멀거니 보며 숨은 그림 찾기를 그려낸다. 맹인견'골든리트리버'의 순한 두상과 내민 혀가 보이고 착하게 잘 생긴 원숭이 얼굴도 그려진다. 무 자루에서 무가 이리저리 빼뚤빼뚤 들어 앉아있는 모습에서 만들어내는 내 마음의 영상, 혼자서도 늘 잘 논다.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꽃방에 화살나무를 왜 화살나무냐고 물었던 님에게 국궁화살을 찍어서도 올리고 싶고 무를 싼 비닐 봉지에 다가가 원숭이 그림과..그리고 순한 개의 얼굴을 그려내고 싶다.
내게만 보이는 그림을 불러내고 싶다. 아이들만 있어도 너... 저기서 원숭이 찾아봐 봐~~ 하겠는데... 어머님 앞이라 잠자코 커피만 홀짝거렸다.
불에서 내린 냄비를 대충은 식었겠지...뭐 어떠랴 싶어 올려두었더니 한참을 있다가 삐직! 소리가 난다. 아차 얼음에 금가듯 하는 소리.. 난 그 게 무슨 소린지 나는 안다. 방금 전에 식탁보를 낑낑대며 갈았는데..작은 냄비를 들고 보니.. 아니나 다를까? 금이 갔다. 채 두 달도 안된 얼마 전에 식탁유리 한 장을 깨먹고는 모퉁이가 조금 틀려도 남아도는 유리를 대신 깔아 사용했는데...그마저 해치우는 용감무쌍함이여~~
근데.. 깨어진 조각이 나뭇잎 무늬다......하~~ 예쁘다. 아이가 피나는 정강이를 보며 울다가 그 빨간 피를 갖고 노는 것처럼 그 무늬가 오늘아침 카페, 꽃방에 들러 본 식나무 잎새를 닮아 있어서 혼자 싱긋 웃었다.
새유리로 바꾸기까지 스카치 테프로 우선 부쳐 보느라 애쓰다가 기어이 손에 스치고 말았다. 그리고는 낑낑대며 손이 잘 닿지 않는 모퉁이로 일단 돌려 놓았다. 빨간 피가 베어난다. 카메라를 찾아들자... 며느리 발자국마다 눈길이 따라 다니시는 엄니,
"피나는데.. 약은 안 붙이고 뭐하노?"
에그..그래서 화장실로 숨어 들어 가 한 컷! ㅎㅎ~~ 내가 생각해도 너무 재미있다.
무는 사 두었으니.. 명절날 특별김치를 담가야지. 친정어머니는 동지 전이면 늘 대구를 사다가 처마밑에 주렁주렁 달아 말리셨다.
대구가 구덕 구덕 말랐다 싶으면 그대로 초고추장에 찍어 드시고 좀 덜 마른 것은 무 썰어 넣고 국을 끓이면 어린 입맛에도 그렇게 시원할 수 없었다.
큰 대구 아가미를 젓갈로 만들어 음력 구정에 무를 잘게 썬 깍두기를 담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
무..오이.. 언제부턴지 난 아삭거리며 대뇌에 전달되는 씹히는 소리가 좋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여름엔 오이.. 겨울엔 무를 즐겨 먹나보다. 씹으면 곧바로 대뇌를 울리는 소리... (텅-빈 바가지의 공명음.. ㅋㅎㅎㅎ~~) 치감이랄까? 씹히는 맛을 즐기고 있는 나를 깨닫는다. 얼마 전 어디에서 보니.. 어금니가 없는 사람이 치매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란다, 잘 씹을 수 있다는 것이 대뇌를 충족시키고 활성화시키나 보다. 어금니가 시원찮다면..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이긴 하다.
손가락에 밴드를 붙이고, 오늘은 큰맘먹고 재래시장을 찾아 다녔는데 대구 아가미 젓갈이 없단다. 아마 경동시장에 가야할까 보다 하기야 요즘 그런 반찬을 누가 만들어 먹는다고 얼마전 통오징어 젓갈도 구하려니 어려워지던데...
해서 마음을 바꿔 동태를 한 박스 차에 실었다.
4만원..명절이니 포를 썰어두고 동태 대가린... 우리 똘이 두고두고 삶아주면 될 테고 살코기라도 저며 저렸다가 자잘한 깍두기(경상도에선 장재김치라 이름)를 담아 보려고 일을 저질렀다.
꽁꽁 언 것이.. 내일이나 해동되려나?
자고로 팔자는 만들기 나름이라 더니... 일을 싸서 만들고 앉았다.
오늘이 15일, 설날이 딱 1주일 남았으니...
괜스레 바쁘다 바뻐~~`
이요조
*에구 근데.. 해동하려 던져둔 동태가 너무 잘아요. 안면 있는 가게에서 믿고 샀는데 포장되어 있어서 그렇게 잔 것인지 몰랐지요. 내일 바꿀까..어쩔까 고민이에요. 너무 자잘해 일거리만 많은데.... 우리 똘이는 좋겠지만...
다 들켜 버렸지요. 그냥 미친 년처럼..인터넷을 여기저기 다 뒤지고 다녀도 내 눈에는 멀거니 들어 오는 게 하나 없었습니다.
머리는 텅 비어 버리고... 나는 마치 얼 빠진 ..... 허수아비입니다. 지금 바깥에는 비가 어기차게 내리는군요. 저도 참다가 참다가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숨기려 했는데... 이 악물고 아닌 척 하려 했는데....
오늘 앵초님..... 글을 보고.돌아서니.. 제 홈페이지에 빼빼님 글이 실려 있어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그 글을 칼럼에다 올리고나니 빼빼님 전화가 왔더랬습니다. "왜?" "제 칼럼 그림 안나온다고 글 쓰셨길래.." "응 그랬지(그랬었나?)...." "나,빼빼님꺼..내 칼럼에다 올렸다" "괜찮아요 뭐 어때요....." "사진 안뜬다는 미루님 글 보고 홈페이지 자료실 거쳐 그 것 다시 올린 거잖아요" "괜찮아요 뭐 어때요....." "...??????..." 빼빼님 칼럼 글을 그림만 보고 그냥 지나쳤나봅니다. 내가? 그럼...?? 아~~ 이런... 내가 마음이 둥둥 떠서 그냥 눈을 떠도 감은 것처럼...보아도...뭘 보았는지.....
위선은 이래서 다 탄로가 나고 맙니다. 금새 탄로날걸...
평소엔...이러지 않았는데...
그냥 건성... 여기저기 마구 클릭만 허고 다니면서... 마음에도 없는 글을 찍 찍 그어대면서...
두 번 다시 마음 아픈 이야기 접으려 했습니다.
두 번 다시 모든 것 잊고 살려 했습니다.
조금 울고 나니 속이 후련해집니다. 아래 글은 아침 연소심님이 멜을 보냈길래 답글 썼다가.... 임시 보관함에 두었던 글입니다.
day-dreaming 헤어질 때 한 번만 더 간절히 뒤 돌아보고 싶은 사람이 내게도 생긴다면/ 헤어질 때 한 번만 더 간절히 뒤 돌아보고 싶은 사람이 내게도 존재한다면 유독 허튼 마음 엿보일까봐 냉냉히 걷겠습니다. 바람이 건듯 불어 옷깃이라도 휙 날리우면 바람에 어쩌지 못해 은근슬쩍 한 번 더 돌아다 볼 사람이 내게도 생긴다면 차라리 눈과 귀 모두를 닫아 버리고 마음 빗장도 질러놓고 "closed" 팻말, 돌려 놓은 채, 불까지 꺼둔 빈-가게에서 홀로, 지워버린 나를 생각하다 말고 혼자 피식- 웃고 말테지요. 아마도 거꾸로 달린 "open"이 정면으로 바라다 보일테니까요. 세상은 바늘 하나 꽂을 데 없이 각박하여도 행여, 내 작은 마음밭을 예쁘게 가꿀 짜투리 공간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기웃대는, 한 걸음쯤 물러설지라도, 내 모든 것 기꺼이 내어 줄지라도 물러선 만큼, 준 만큼의 더 극명한 아름다움으로 채워지지 않을까 하는 망상으로 말입니다. 돌아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럴 수 있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추운날 난로불 앞에서 느끼는 따뜻한 전율일 것입니다만, 아직 내 마음에게도 선뜻 내비친 적 아직은 없지만, 아~ 젊음이 새치처럼 희어짐이 헛헛하여 저지해 보려는 도벽 기제의 글로 써 보는 백일몽일 뿐!
헤어질 때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간절히 보고싶은 사람이 내게도 생긴다면 특별히 일렁이는 감정없이 무덤덤한 시선으로 멀거니 바보처럼 바라다 볼 것입니다. 설령 가슴은 바르르 바르르 끓다못해 넘쳐나도 말입니다. 글:그림/이요조& music/슈만-dream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자유로운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살고자 애쓰며 격려하리라. ............................ <지란지교를 꿈꾸며 中>
사람의 한 평생에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을 생각해 본다면 어찌 하나 둘 이랴마는 길을 걸을 때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차안에서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익숙하거나 혹은 생경한 풍경들,....그리고 무수한 자동차...차들.... 한 평생을 살면서 무수히 쓰고 버리는 일상의 물건들까지도..
내가 다리가 아파 절룩이면 다리가 아픈 사람을 자주 보게 됩니다. 내가 아이를 가져 배가 부르면 왜 그렇게도 거리에서 배불뚝이들을 자주 맞닥뜨리는지, 아파서 병원을 가면 병원엔, 아니 세상엔 아픈 사람들뿐인 것으로 여겨질 정도입니다. 사람은 아는 것만큼만 보인다고 합니다. 자기가 느낀 것만큼만 느낀다는 말도 되겠지요. 그렇듯 내가 좋아하는 취미가 있으면 같은 부류의 동호인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 사람을 알려면 친구를 보라고 한 말도 그런 뜻이 아닐까요? 물론 좋지않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은 그런 류의 친구들로 어울렁 더울렁 얼려 지내게 될 것입니다.
옷가게에 걸린 옷을 보고는 문득 어떤 친구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그 친구가 늘 즐겨 입는 패턴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를 보면 그에 상응하는 어떤 꽃이 떠 오르기도 합니다. 그의 향내나 모습이 주는 이미지가 그 꽃을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또는 옷가게를 스쳐 지나가다가 어떤 옷 앞에서 무엇에 끌린 듯 멈추어 서서 이리 저리 구경을 하다가 종내는 사 오기도 하는 즉흥적 구매는 집에 와서 보면 까마득한 예전에 즐겨 입었던 꽃무늬였거나 그 질감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압니다.
아마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길들여진 취향이 있나 봅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부류에도 물론 그 취향이 작동하나 봅니다. 요즘엔 서로 밥코드가 맞느니..어쩌니 하지만, 아마도 헤어진 연인 사이에서도 좋았던 기억을 차마 떨치지 못하여 다시금 그와 비슷한 분위기의 이성을 애써 찾으려 노력하게 되나 봅니다. 사람들은 그 것을 '구원의 여인' 즉 이상형이라는 굴레의 가면을 덧씌우기도 하는 자기최면을 걸면서 까지 말입니다.
한 번 좋아했던 친구나 연인은 또 다시 그 비슷한 친구나 연인을 동경합니다. 흐르는 물처럼 스쳐 지나 갔는데도 말입니다.
세상에서, 혹은 사이버 상에서라도 반듯한 올곧은 모습으로 바투 다가 선 사이라면 진정 빛깔 고운 인연으로 간직해 두고 싶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들 중에 사람과 사람의 만남처럼 소중한 관계가 어디에 또, 있을까요?
밥코드가 절대, 맞지 않는다고 하셨나요? 좋아하신다면 애써 따라 하셔야지요 그의 밥코드에 굵은 줄이 그어졌다면 함께 굵은 줄을 죽- 긋구요 가는 줄에는 역시 따라서 가는 줄로 그어놓게 된다면 그렇게 하게되면 언젠가는 틀림없이 같은 분류로 통칭되어질 것입니다.
정말 사랑한다면 말입니다.
만나면 만날수록 그 만남이 향처럼 은은히 번져날 그런 인연이고 싶습니다.
너무 가볍다거나, 너무 가깝지 않은 아주 귀하고 소중한 인연으로 말입니다. 인연이 없어, 그냥 스쳐 지나 가더라도 부디 '기분 좋은 스침의 기억'이었으면 합니다. 해서 내 마지막 결산일에 지란지교의 대차대조표에는 붉은 줄이 그어지지 않기를 진정 소망합니다.
☞ 공자가 말하기를, "선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향기로운 지초(芝草)와 난초(蘭草) 가 있는 방안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 냄새를 맡지 못하니, 이는 곧 그 향기와 더불어 동화(同化)된 것이고, 선하지 못한 사람과 같이 있으면 절인 생선 가게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 나쁜 냄새를 알지 못하나 또한 그 냄새와 더불어 동화된 것이다. 붉은 주사(朱砂)를 지니고 있으면 붉어지고, 검은 옻(漆)을 지니고 있으면 검어지게 되니, 군자는 반드시 그와 함께 있는 자를 삼가야 한다."
[연속듣기] 1.J.S.바흐: G선상의 아리아 (장영주) / Sarah Jang 2.Jesus Joy Of Mans Desiring / Johann Sebastian Bach 3.사계 중 겨울 / 비발디 4.Pachelbel (Cannon In D Major) 5.환희의 송가 / 베토벤 6.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모차르트 7.Gabriel's Oboe / Ennio Morricone 8.Requiem / S.E.N.S. 9.Chariots Of Fire / Vangelis 10.Still Life / Annie Haslam 11.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 / 정수년 12.상록수 / The Symphony Orchestra Of Russia 13.아침이슬 / The Symphony Orchestra Of Russia 14.Deep Peace / Bill Douglas 15.Fundamentum / Lesiem 16.Tribute / Yanni 17.광야에서 / 김광석 18.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 햇볕 한 줌 될 수 있다면 / 노래마을 19.천리길 / 김민기 20.거치른 들판에 푸르른 솔잎처럼 / 양희은
해 넘어가자 진즉에 커튼까지 묵직하게 내리고 있었는데 바깥에 무슨 소리가 들려도 온도를 급강하하려고 지나는 바람소리겠거니 했었다.
20일 그제야 타닥거리는 소리에...
"아고 맞어!"
근데.. 예전에는 김장 담그는 날이었는데... 하고 써 둔 글을 찾아보니 올 해는 무려 20여 일이나 늦었다.
우리집 등나무의 축포 연례행사가... 나도 날 잡아 꼭 무슨 일이라도 할 요량이면 매해 저도 맞서서 함께, 기일을 잡음이 기특하다.
아마도 습도와 온도 뭐 이런 삼박자가 맞아야지만 콩깍지 같은 열매가 폭죽처럼 터트려 지나보다.
마치 누가 장난하듯 왼종일 새총을 쏘아 대는 것 같다. 유리창에도 마당에도 지붕에도 담장너머에 까지도 하루종일 "타다닥....타닥!" 소리에...까만 바둑알 같은 씨알이 나르고... 씨앗(콩)깍지가 떨어져 나가며 바스라지고, 나무 잔 가지나 약한 웬만한 가쟁이는 맞아서 스스로 꺾어져 떨어지고, 뜨락이 온통 지저분해졌다. 그러나... 내 어이 찡그릴 수 있으리~
여름내내 키워 온 씨앗, 분통 속같은 꽃향기로 호박벌을 유인해 불러다 놓고 소나기와 뙤약볕과 무서리 속에 땀방울로 기른 씨앗을 터트리는 제례처럼 엄숙한 행사임을,
22일이 동짓날인데... 주말에야 겨우 다 만나 볼 수 있는 가족들에게 앞당겨 팥죽을 쑤어 먹이려는 이, 에미 맘이나...
어찌하든 멀리 날려 보내려는 등나무의 그 마음이나 자식 사랑하기는 매일반인 것을...
2001년 11월 28일 <살아 갈 준비>
얼마 전, 급히 김장을 하는 11월 28일, 한참 배추 속을 버무리는데, 돌이 탁!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아이들이 그러나 보다, 하는데--- 또 돌이 날아온다. 소리로 짐작컨데 별로 큰 돌은 아니지 싶지만 언제 큰 돌을 던질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다 관 두겠지 그러면서 하던 일을 계속하는데--- 타-다닥! 연달아 그런다. 벌건 고추 물 든 장갑을 한 손으로 바깥에 나왔다. 마침 나와 있는 아주머니 더러 여기 아이들 돌 던지는 것 못 봤어요? 하니까 아이들이 아예 없었다는 대답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들어 오는데, 또 돌이 날아 왔다. 하늘을 올려 봤다. 어디서,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장난을 하는 것 일까? 또 돌이 날아 왔다. 아니, 놀랍게도 범인은 등나무 였다. 등나무는 콩과 식물로 꽃이 지고 나면 콩처럼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리게 된다. 마치 작두 콩 길이만큼 20센티는 된다. 보통 콩 같은데 길이만 엄청나게 길다. 저 많은 열매가 콩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저건 먹을 수 없을까? 하고 도감을 펼쳐보고 나중에야 한방 동의보감 구석재기 어디메서 그 씨앗을 달여서 지사제로 음용 하라는 답만 보았을 뿐-----
지난 봄에 등꽃이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열려, 보라 빛 분통 향내가 뚝뚝 떨어지더니, 기어코 올해는 열매가 많이 달렸다. 콩깍지를 열어보면 바둑알 같이 동그랗고 납작한 새까만 씨앗이 나란히 5~6개 누워 있다. 나는 이, 겨울을 날 김장 준비를 하고, 등나무는 이 겨울을 지나, 내년 봄, 종자를 퍼트릴 제례 같은 행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콩깍지가 연이어 화창한 날씨에 부풀어 터지면서 마구 튕겨져 나가는 것이다. 바둑알만한 씨앗들을 세상 밖으로--- 타-다닥-, 거리며 터지면서 마른 잔가지도 꺾여서 저절로 떨어진다. 자연의 이치라니--- 높은 곳에 있어 가지치기도 불편한데? 비록 자잘한 가지지만 마당이 어지럽도록 쏟아져 내린다 작년에도 느끼지 못한 일인데--- 하기사 여기저기 쓸데 없이 돋아나는 싹을 뽑아내기 힘들었었는데---- 이, 축제는 한 열흘 가량 더 지속 되었다. 뜰은 마구 어질러지고--- 살겠다고 저도 살아보겠다고 체면 불구하고 멀리 멀리로 새총 놀이하듯 꿈을 쏘아대며 미래를 기약하고 있다. 진정 살아 있음에-------
세상의 모든 길은 뿌리부터 헝클어져 있는 것, 네 마음의 처마끝에 닿을 때까지 아아, 그리하여 너를 꽃피울 때까지 내 삶이 꼬이고 또 꼬여 오장육부가 뒤틀려도 나는 나는 친친 감으리 너에게로 가는
길이 없다면
* '등나무'
꼬투리를 보니 확실히 '콩과'식물이 맞지요? 등나무는 '콩과'의 낙엽 덩굴식물입니다.
*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때의 갈(葛)은 칡이고, 등(藤)은 등나무다. 둘이 전혀 다르게 생겼으나 살아가는 방식은 비슷하다. 주위의 다른 나무들과 피나는 경쟁을 해 삶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손쉽게 다른 나무의 등걸을 감거나 타고 올라가 어렵게 확보해 놓은 광합성의 공간을 점령해 버리는 것이다.
두 무법자가 선의의 경쟁에 길들여져 있는 숲의 질서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릴 때 나무나라의 '갈등'도 골이 깊어진다. 사람이나 나무나 갈등의 근원은 지나친 욕심에서 비롯된다. 한 발짝만 비켜서서 보면 부질없는 욕심이 허망할 따름이다.
보기와 달리 등나무 꼬투리는 무지무지 단단하고 씨앗도 돌처럼 딱딱하답니다.
* 옛날 '진나'란 스님이 으스름 저녁에 등나무 토막을 뱀으로 보고 놀랐다는 이야기를 비유로 들면서 사물과 그에 대한 의식을 부정하고 있다. 사물이란 참된 의미에서는 무(無)이고 세속적인 의미에서만 유(有)란 것이다.
또 조선의 선비들은 등나무가 똑바로 독립하여 서지 못하고 다른 물체에 신세를 지는 특성에 대하여 아주 못마땅해 했다고 한다. 오늘날에야 아름다운 꽃으로 봄을 풍요롭게 하고 한여름 햇살을 비켜서게 해주는 고마운 나무일 따름이다.
보드라운 털로 덮인 열매는 콩꼬투리 모양이며 알맞게 자란 등나무 줄기는 지팡이 재료로 적합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등나무로 만든 가구'가 유행하였다. 그러나 등가구에는 등나무가 없다. 쌍떡잎식물인 등나무와는 사돈의 팔촌도 넘는 '래탠(Rattan)'이란 가짜 등나무다. 래탠은 열대지방에 자라는 외떡잎식물로서 대나무와 가까운 집안이며 속이 꽉 차있고 거의 덩굴처럼 수십 미터씩 길게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