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

주님께 드리는 이야기 제2편 "의심"


주님~
그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또 커피를 한 잔 진하게 마셨습니다.
그리고는 짬을 내어 컴 앞에 앉아
메일 답도 하고 집 식구들에게 따뜻한 점심도 차려내고
저는 그냥 식욕이 없어 돌아서는데
핑그르르 어지러우며…. 제가 갑자기 이상해졌습니다.
전 평소에도 엄살은 몰라 곰이라고 그러거든요.
"내가 이상해~~"
그러면서 눈을 감았습니다.
그 와중에도 식구들에게 침착하게 작업을 지시했습니다.
"어머님은 혈압계 갖다 주시고…종근이는 우황청심환 좀 꺼내고…."
제 평소 혈압은 좀 낮은 편이어서 언제나
100점 맞기가 어렵고 아래 혈압은 낙제를 겨우 면할 60 수준입니다.
148~ 98이 나왔습니다.
얼른 약을 먹고 누워 있으려니…. 속이 울렁거렸습니다.
일어설 수는 없고 대야를 가져 다 놓고는 연신 오버-잍 하기 시작했습니다.
계단을 내려 설 수 조차 없어….
장남 등에 업혀서 병원엘 갔답니다.
의사 왈 " 에고 엊저녁 술 많이 했어요?" 하며 농담을 합니다.
혈압 얘길 했더니…. 얼마나 고집이 쎈지… 전자 혈압계가 엉터리라는 둥…..
혈압은 이 정도면 정상이라는둥.... 제 말을 믿으려 들지않고
자기 생각만 주입시키려 애쓰고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정상~!!! 하고 일언지하에 묵살/// 해 버리는 것입니다.
주님 제가 더 잘 알지요.
전 조금만 몸이 좋지 않으면 혈압이 삐질 삐질 올라가
여느 사람 혈압과 같아 지거든요.
130만 넘으면 벌써 숨쉬는 것도 달라지고…..
몸이 정말 이상해 오는 걸 느낀답니다.
아무튼 그럭 저럭 연 이틀을 죽도록 아팠습니다.
눈 감고 누워 있으려니….. 이상한 색채가 그림이 자꾸만 덮쳐 왔습니다.
검은 빛과 차고 푸른 보라 빛…….청 남색 이라고 할까요?
언제 그 무서운 그림을 한 번 그려 봐야겠습니다.

병원이 아무리 옆집 이래도 업혀서 왔다 갔다 했습니다.
아무튼 아팠던 얘긴 그만 접구요.

주님,
시험 걱정이 슬슬 되는 것 있지요.
걱정에 책은 곁에 가져 다 놓았지만 그 게 옆에 있다고 어디 외워 지나요?
그렇게 제가 아껴둔 며칠이 허사로 흘러갔답니다.
막상 디-데이,
아침에 샤워하고 화장하고 나니 눈만 좀 괭하다 뿐이지 멀쩡했습니다.
전철 안에서 그만 호흡이 가빠오기 시작 했습니다.
평소엔 땀 한 방울도 않나던 내 이마에 식은 땀이 배어났습니다.
전철 안에서도 어디 편한 자리에 눕고 싶은 것 있지요.
때 마침 입구쪽에 자리가 나길래 그리로 얼른 옮겨 앉았습니다.
그 자리는 온 몸을 기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식구들이 가지 말라고 말릴 때 그만 뒀어야 하는 건데…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습니다.
5호선으로 갈아 타며 매점에서
아직은 위에 해로울지도 모를 박카스를 한 병 구입했습니다.
마치 제가 카페인 금단증세가 있는 사람 같았습니다.
공덕 역 다가갈 즈음엔 식은 땀이 걷혔습니다.
공덕 역에 내렸습니다.
지하철 출구에 웬 아주머니 대 여섯 분이 뭘 팔고 있었습니다.
'아~~ 맞아 컴퓨터용 싸인 펜!"
아들녀석이 건네주며…
언제 펜 물이 떨어질 줄 모르니 웬만해선 그 앞에서 하나 사가라는…..
"얼마예요'
"500원이요"
"저 아주머니 인력관리 공단이 어디예요?"
"아유~~ 여기 이 분들 따라 가기만 해유~~ 죄 그리로 가는 분덜이예요."
깜짝 놀랄 일이였습니다.
그래도 걷다가 못 미더워서…어느 아가씨에게 길을 또 물었답니다.
"저기 보이죠? 저 따라 오세요. 저도 거기 가요."
그러면서 샛길로 접어들어 요리조리 잘도 갑니다.
"어쩜 아가씬 길도 잘 알지?"
"저요? 저 시험 치러 몇 번 왔었거든요"
"아이고~ 시험이 어렵나부지?"
"아니요 제가 공불 안 해서 그렇지요 뭘"
참하고 예쁜 아가씨다. 웬만해선 침착하게 잘 할 것 같은데…..
"발표는 언제 나요?"
"오늘요"
전 시험도 겨우 볼 것 같아 얼른 끝내고 집에 돌아 갈 생각부터 했습니다.
"ARS 나 인터넷, 전화문의는 안 된대요"
"왜? 그럼 어떡하지?"
"전 그냥 집에 가요 갔다가 내일 다시 오지요"
'에이~~ 아무나~~
한 사람에게 좀 봐 달라 그러고 전화번호 알아뒀다가 나중에 서로 전화 해서 확인하지?"
"그럼 우리둘, 그러자 . 전화번호 좀 적어줘요 내가 낼 전화 할께,
아가씬 내 번호 적어 갖구"
우린 사이좋게 서로 메모를 나눴답니다.
나는 아가씨 전화 번호를….
아가씬 내 수험 번호를..... 또 …우리 집 전화번호까지도,
그 아가씬 선배답게 친절하게 제게 응시실 까지 확인 시켜주고 돌아 섰습니다.
참 요즘들어 보기 드문 아가씨 같습니다.

주님,
그런데,
세상에 이런 일이……
막상 자리에 앉아 시험 볼 준비를 하는데
지하철 입구에서 사 온 컴퓨터용 펜이 물이 희미하게 나오지 뭡니까?
저는 나도 모르게
"세상에 이런 일이….."
하면서 중얼댔더니 다행히도 옆자리 어느 분이 하날 빌려 주시는 것입니다.
아마 쓰던 것을 주워 다가 되 판 모양입니다.
시험을 보려고 자릴 잡았는데….
허리며 다리 온몸이 뒤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두 번 다시 고생할 일이 끔찍해서 차근차근 풀어나가고 있는데
시험 감독관이 얼굴을 대조하러 가까이 다가 왔습니다.

"저 얼굴 바짝 들어요?"
하며 애써 웃었더니 마주 화안히 웃으며
"공부 많이 하셨어요? 시험 잘 보세요. 찬찬히… 합격하세요"
' 아~~ 지나치는 말이지만 얼마나 기분이 상큼한가?'
이 한마디에 제가 기운을 얻고 시험을 치루었다면 주님은 믿어 주실겁니다.

주님~~
별 말 아닌데도 왜 그런지 기분이 썩 나아졌습니다.
시험을 치루고 나와서…
빌린 펜 주인을 찾으려도 도저히 기억에도 없을 뿐더러…..
그 많은 사람 중에 어느 누구인지 ~~
어느 사람은 500원짜리를 사기를 치고…
어느 사람은 빌려주었는데도 되 돌려 줄 길이 없어 막막했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모든 물체가 두 개로 어른 거렸습니다.
심한 난시현상이 왔습니다.
아마 이 나이에, 이 시력에,
제일 어두운 구석에서 시험을 치르느라 아픈 몸을
하고 낑낑대다 보니 일시적으로 그리 된 것 같았습니다.
바람이 상쾌하면서도 찼습니다.
가방을 어깨에 메고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었는데….
아니 이 게 웬 일입니까?
양 주머니다 펜이 들어 있었습니다.
하나는 빌린 것을 돌려줄 것이고….
하나는 아~~ 이런 아까 지하도에서 산 펜 입니다.
제가 여럿 있는 데서 엉터리를 팔았다고 했던 물건은
제가 집에서 가져 온 것이였습니다.
주님,
이 죄를 어쩌면 좋습니까?
네 이웃을 거짓증거 하지 말라셨는데……
주님,
전 그 바람 쎈 지하 역 입구에서 자루 펜을 파는
불쌍한 한 아주머니를 의심했습니다. 매도해 버렸습니다.
아니, 속으로만…. 혼자만 그런가 보다 할 문제를 제 주변 사람
몇몇이 함께 들리도록 부정한 말을 했습니다.
선뜻 빌려 주고도 찾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전 멀쩡한 물건을 판 아주머니를 모함했습니다.

주님~~
돌아 오는 길에, 어떻게 그 곳을 지날까 생각하는데
다행히도(?) 아주머니들은 그 곳에 한 분도 없었습니다.

주님~
제가 몸도 아픈데다….
그 얄량한 시험까지 치르느라 정신이 나가서 그랬을까요?
주님,
차분히 찾든지 생각을 다시 해 보면 될 문제를 …
아무래도 오늘, 저 크은 실수를 (의심의 죄) 범한 것 같습니다.
용서하세요.
주님~~


(주님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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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 드리는 살아가는 이야기 제3편 "민들레"


주님께

주님,
어제 하루 주님께 이야기 고하는 것을 빼 먹었습니다.
언제나 즉시 따뜻한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그만 식어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지난밤엔 잠을 안 자다시피 해서 좀 고단하지만 그래도 견뎌 보겠습니다.
안 먹어야 될 커피를 한 잔 몰래 마셨거든요.

그 날, 시험이 끝나고 집으로 오려니…
어차피 좀 있다가 결과를 보고 가야겠다고 마음을 바꾸었답니다.
아마 그제서야 지하 역에서 사 먹은 드링크 카페인 효과 탓이었나 봅니다.
그 곳에 갈 때만 해도 쓰러질 것 같았고
시험만 끝나면 뒤도 보지않고 집에 가리라 생각한 게 바뀐 걸 보면….

아무리 몸이 좋지 않아도 배는 고파왔습니다.
한 끼니를 때우려 밖으로 나가자니 현기증이 날 만큼 아득했습니다.
아마 매점도 있고 구내식당도 있을 것이다 싶어 찾아 보기로 했습니다.
엄청나게 큰 식당이 있었습니다.
직원들 식사가 거의 끝나 가는 때인가 봅니다.
흰 옷을 입은 영양사에게 다가갔습니다.
"외부인도 식사 할 수 있을까요?"
"예, 오늘은 가능하겠어요"
된장국물만 먹었습니다.
꼭 위의 충만감 보다 점심식사 자리를 갖는다는 데서 오는
충족감인 것 같습니다.
그 정도면 우유 하나로도 더 나을 텐데….
.
자리에서 일어서자 긴 통로 끝에서 제 쪽으로 마주향해 오는
그 흰옷의 영양사를 보았습니다.
전 평소에 별로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표시하는 자상한 사람이 못 된답니다.
서로 스치며, 순간적으로
" 잘 먹었습니다."
" 잘 드셨어요?"
정말 동시에 인사를 하고는 우린 동시에 우스워서 맑게 웃었습니다.

주님,
오늘은 사람과 사람사이에 원망과 그리고 신의? 아님 조그만, 가벼운 관심?
이런 것들이 어떻게 하루의 기분을 가늠하는지 알았습니다.
정원이 좋아서 가져 온 책이나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책을 보는데
등에 내리 쬐는 햇볕은 따가워도 옷 깃을 막무가내 파고드는 바람에
30분을 있지 못하고 일어 났습니다.
운동 삼아 산책이나 하려 하구요.
그래도 3시까지는 아직1시간 반이나 남았습니다.
정원을 돌다 보니… 저처럼 혼자 온 사람은 없는 듯 했습니다.

북쪽 건물 뒷편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호젓한 정원이 보였습니다.
저는 그 쪽으로 발길이 다가 갔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이라 너무 좋았습니다.

정말 적적할 정도로 호젓한 곳입니다.
혼자 그 곳에 있다가 보니 잔디 사이로 삐죽 오라 온 쑥이 보였습니다.
그냥 캐었지요.
그러다 보니 민들레가 군데군데 많이 피어 있었습니다.

민들레란 한약재로서 그 뿌리를 포공영 이라는 것 까진 저도 알고 있습니다.
위장에 특히 좋다는 것두요.
그 잎은 써도 몸에는 참 좋다고 하더군요.
주님,
동물의 왕국에서 배웠어요.
짐승들도 주로 쓴 풀만 즐겨 먹는대요.
주님은 아셨어요?
전 초식 동물들은 아주 달콤한 열매나 맛있는 풀들만 골라 먹는 줄 알았지요.

주님,
언젠가 제가
시조모임에 나다닐 때 어느 분이 민들레, 즉 "포공구덕"
민들레의 아홉 가지 덕을 칭송 한 것을 프린터 해 주셨는데
그 게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요즘 같으면 제가 잽싸게 문서로 저장을 할 텐데 말입니다.
그 것 하나 때문에 소식도 끊고 지내다가 전활 드릴 수도 없고…
너무 좋았던 옛 선조님들의 글인데…
너무 아쉬웠습니다.
주님, 제가 언제든 찾게 되면 읽어 드릴께요.

북쪽 정원은 옹벽에다 높이 만든 것이라
사람들은 그 곳까지 갈 필요가 없는 곳이어선지…
떨어진 솔잎, 단풍잎으로 아주 부엽토 층이 좋아서 푹신푹신했습니다.
그 사이로 자라겠다고 나오는 민들레 인지라 땅바닥에
착-하니 붙은 그런 게 아니어서 뽑듯이 손만 갖다 대어도 속속 뽑혔습니다.
큰 일 났습니다.
이 곳 민들레는 제가 다 뽑아가니 내년에는 어떡하지요?
뿌리는 남겨뒀으니 또 솟아 나겠지요?
그렇겠지요?
아픈 것도 잊고 너무나 재미나게 뽑다가?(캐다가?)
시계를 보니 벌써 3시가 되었습니다.

부랴부랴 손을 씻고 게시판 앞에 가니 전 도저히
그 군중 속으로 돌진해서 볼 엄두가 나지않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복닥대는지…
그 때 그 아가씨 생각이 났습니다.
전화 번호를 제가 알고 있으니 역으로 수험 번호를 물어서
제가 가르쳐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에겐 마침 핸드폰도 없었고 공중전화는 멀고 그냥 포기하자….
다짐했는데도 이 문제가 계속 가슴에 걸렸습니다.
전 물론 한참 뒤에 가까스로 보니 합격했습니다만….
감사합니다
주님,
주님이 뒤에서 밀어주셨죠?
집에서 아픈 사람이 나갔으니 걱정하고 계실 어머니께는
밥 먹고 바로 전활 드렸는데 왜 그 아가씨에겐 전화할 생각이 안 들었는지……
참 이기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님,되 돌아 오는 전철 안에서 피로감에 눈을 감고 있는데
바로 옆자리 아저씨, 계속 어디다 통화를 합니다.
아마 마눌님에게…하는 것 같습니다.
"저기 그 김 있지 미국형님께 보내게 얼마나 있어"
아~~ 단순한 말투에서도 형님 사랑이 묻어났습니다.
눈을 떠 봤습니다.
그 아저씨를 보는 게 아니라 형님을 생각하는
동생의 표정을 훔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손에도 들려있는 물건이 아마도 형님께 보낼 물건을 사 가는 중인 것
같았습니다.
형제는 자랄 때 아웅다웅 싸우다가도
이렇게 장성한 뒤에 뭔지 모르게 부모와는 또 다른
애틋한 끈끈함, 뭐 그런 그 귀한 情이,
요즘 항간에 간간히 유산문제로 싸울 때는 남보다 더 못한지….
참 알다가도 모를 게 사람의 일입니다.

주님
다시 눈을 감았다가 뭔가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떴습니다.
손 등에 큰 개미 한 마리가 기어 다닙니다.
얼떨결에 탁 털어 냈습니다.

주님,
어쩌면 좋습니까?
정말 -
그러고 난 뒤의 후회하면 뭣합니까?
제 큰 가방 속 민들레 속에서 나온 개미였는데……
아무도 모르게 살그머니 화장품 케이스에다 넣었다가
우리집 마당에라도 놓아주면 될 텐데…..
이제 그 개미는 지하에서 어떻게 살아 남지요?
아니 우선 그 숱한 사람들의 구둣발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요?
갑자기 "아이들이 작아졌어요" 외화가 생각났습니다.
그 개미는 지하철을 타고….
무사했을까요.
집단에서 이탈이 문제가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생사의 판가름에 처할 운명을 제가 만들어 버렸습니다.
영국에서 광우병으로 건강한 젖소까지도 마구 태워 죽이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어제…. 그러면서…병든 어미 곁에 있던 건강한? 송아지 한 마리를 두고
축산 농가의 희망이니… 뭐라느니…하면서
그 송아지 만큼은 꼭 살려내겠다는
대단한 센세이션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웃기는 아이러니…….
아마 산 짐승들을 마구 태워 없애다가 일말의 양심을 실 가닥처럼
그 송아지에게 부여하고 그 것으로 교묘히 수치심을
가리는 인간 양심의 최후 보루가 아니던가요?

주님,
그만 개미얘기는 잊어버리렵니다.
다음 날 이였습니다.
은근히 걱정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급히 외출은 해야겠고
그 아가씨…그래요 정미예요 김 정미,
정미에게서 전화가 오면 저, 어저께 합격했다고 얘기해요? 말아요?
이래서 거짓말이 또 거짓말을 낳나 봅니다.
구순을 바라보시는 어머님께 당부하고 또 당부했지요.
"어머니, 저 찾는 전화 오면… 잠시 나갔다고 하시고 혹 시험얘길하면
알고 있다고 그러지 마세요 네? 알려줘서 참 고맙다고 만 말씀 해주세요 네?"
이런~~ 내가 말 하나를 막으려고…. 여럿에게 못할 연기를 시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기다리던 전화는 없었습니다.
어저께야 말고 나라도 먼저 해야겠다는 생각에 전화 번호를 찾으려니….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그 날 가져 간 책 시험 문제지…노트를 아무리 뒤져도 없습니다.
전화번호가…
꼭 적어두었다고 생각한 노트에 번호가 하나 있어 돌리니까
내가 잘 아는 어떤 사람 목소리가 나옵니다.
얼떨결에 끊고 후회했습니다.
'모자라긴,,,, 그냥 궁금해서 전화 한 번 했다면…
서로간에 얼마나 듣기 좋고 보기 좋아? 나, 그러니 바보지'
혼자서 꿍얼거렸습니다.


주님,
제가 정미를 흉하자는 건 아닌데요.
전화번호를 써 줄 때부터 무언가 시원찮았습니다.
제가 생각한 그 곳에 쓰여져 있긴 있는데…..
샤프로 작게 힘없이…. 써서 거의 노트 색갈 그 자체입니다.
그 흔적이 날아갈까 두려워 거기다 너무 작은 글씨지만
우선 진하게 덧씌운 다음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 안 그래도 지금 전화 드리려고 했는데….. 축하 드려요"
"예, 나는 학원에서 전해 들었어요. 정미 씨는?--- 떨어졌다고?"
"예,…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요"
힘 없는 목소리였습니다.
누가 그랬었지요.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자신감이 실력을 배가한다고…..
예쁘고 착한 정미는 매사 자신감이 너무 없어 보였습니다.
너무 소심해 보였습니다.
글씨란 아무리 못 써도 힘이 들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왜? 왜? 착해 보이는 정미는 언제나 뒷전에서 우물대어야 하는지요?
누구 탓인가요?

주님,
저, 집에 와서 카페인 탓인지 먼길에 시험도 치르고
왔는데 그래도 퍼지지않고 가방 속에서 숨 죽은 민들레를
꺼내서 다듬으며 자꾸만 정미생각을 했습니다.
숨죽은 민들레와 착하기만 한 예쁜 정미를……..



요조 올림.


http://www.jmpob.net/technote/main.cgi/민들레.bmp?down_num=978446189&board=6&command=down_load&filename=민들레.b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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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나이 50,그 중 1년 >

지난 해 이맘때 큰 딸아이는
“나,수술해야 한대요-.”
경악할 소리를 서슴없이 뱉으며
왈칵 울음을 쏟아냈다.

아이 혼자서 감내하며 검사했던 병원으로
달려간 나는 청천벽력의 소리를 들어야 했다.
세상에!
‘하나님! 어찌 이런 고난을----

난 카피한 필름들을 들고
서울 큰 병원은 죄다 돌아 다녔다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수술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소위 말하는 명문을 나오고
1년 미국연수도 하고 온
우리에겐 샛별같이
예쁘고 착하기만 한 딸이-----

그 어렵던 취업난에도
어디를 가얄지
망설이던
교만 때문일까?

난,하던 일도 그냥 팽개치고
두 달을 아픈 딸아이와
함께 고통을 나누었다.
같은 통증이 왔다.

퇴원 후 심신이 지친 아이를
나는 집에서 간호를 하면서
무어가 그리 바쁘게 살아왔는지
지나온 나를 돌이켜 보았다.

회복기에 들어서
아이는 다시 휴직계를 내고
우린 그 일로 잃은 것도 많지만
더 크고 중요한 많은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엄마와 딸이
제 가끔 바쁜 핑계로
얼마나
요원한 사이였는지-----

우린 다시금
하나처럼 되고
우린 다시금
참 모녀 지간으로 돌아 섰다.

나는 능력이 닿는 한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뭐든 다 해주고 싶었다.

어느날,
군대에 간 친구가
훈련이 고될 거라고
보고 싶은지, 혼자 중얼댔다.

"우리바람 쐬러 나가자."
나는 아이와 함께
말없이 강으로 내달았다.
“여기가 그 부대 훈련장이야”

날자가 맞질 않아
걔는 그 날 캠프에 있었지만
그 장소가 틀림 없었다
아이는 그 곳을 눈에다 담고 있었다.

그 다음날
전화로 둘은 신이 났다.
공감대 형성이 된 것이다.
“거기 경치 너무 너무 좋지 그지 그지?”

이제 1년,
오늘 아이가 다시 첫 출근을 했다.
안쓰럽다.
두자니 그렇고 보내자니 그렇고—

엊그제
잠자리나 편히 해줄 요량으로
메트리스나 갈아줄까 하고
외출했다가 심하게 머리가 아파왔다.

“엄마, 나 땜에 아프지?”
“내 가 왜?”
“나, 출근 시키려니---“
“야, 꿈보다 해몽이다.”

어제는 TV ‘가을 동화’ 보면서
저도 나도 엄청 울었다.
드라마를 핑계 삼아
둘이 맘 놓고 울었다.

오늘 아침
짐도 많은 아일 데려다 주지도 못하는데
아이는 씩씩하게 출근했다.
“엄마,이제 나, 나가고 나면 병 낫을 걸”

딸아이를 보내놓고
앞이 희미한 눈으로 이 글을 쓴다.
언젠가는 홀로서기 해야 할
아이를 위해 하나님께 무릎을 꿇어야겠다.

2000년 11월 첫날 울보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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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묻어 둔 이야기★





고장남 컴퓨터처럼 잘 못 저장된 게 아무리 애를 써도
지워지질 않는다면?
사람의 일이란 참 묘하다 한 번의 선입견이…..
그 걸 만회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내 모습이…… 사이버 식구들에게 어떻게 비춰졌을지 그 건 나도 모른다.
어쩜 시답잖은 글로 괜히 너스레 떠는 내가 영 마뜩잖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태어난 고향을 벗어나 객지에서 아이들 교육을 시킬 때 일이다.
물론 학교 어머니들이랑 교제 범위가 한정되어 좁혀졌고….거기다가 사는 곳이
같은 아파트임에 더 더구나 몇몇은 아이가 고만하니… 엄마들도 응당 비슷한 나이였다.
그 중 한 이가 계속 나랑 매사에 어긋났다.
취향도 정 반대였고…… 하여튼 만나면 그저 불편했다.
두 번 다시는 볼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소원했었다.
그러구러 세월이 흐르고……
나는 그 중간 과정은 다 잊어 먹었다. 우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지금 그 꼬마 아이들이….. 사회인이 되고….
그 후 그 집과 우리 집은 형제간 이상으로 가까워졌다.
그래서 배운 것 하나….
가장 안 어울릴 것 같은 사람들이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 커플이라고………

그런데
사이버에선 그 극복의 과정이 없다.
그냥 등 돌리면 그 것으로 끝이다.
바깥 세상은 미워 하면서도 필연적으로 부대 껴야 한다.
그러노라면 어느새 상대방의 속성을 이해하게 되고
처음에 보였던 결점이 나중에는
사랑의 트리거 포인트로 다가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처음 발을 디려 놓았을 때…..
어줍잖을 때 맨 처음 손을 잡아 준 이가 풀꽃이다.
(님은 생략) 나는 그녀의 글에서 풀꽃의 유별난 감수성을 사랑하게 되고…….

어느 날, 드디어 만남의 기회가 다가왔다.
제일 궁금한 게 풀꽃 이였다.
아마 풀꽃도 느꼈으리라~ 예민한 그녀니까…….
나는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그녀의 미모에서 실망한 게 아니라…..
나의 개인적인 일로…….
나의 개인적인 스토리가 고주알 메주알 나오는 것은 생략하자.
집안일로 아주 나쁜 기억에 있는 어떤 그녀랑 너무 흡사해서 나는 그 날 내내 우울했다.
풀꽃의 본연의 모습은 이미 지워지고…. 나는 내심 그녀를 거부하고 있었다.
풀꽃의 모습에 그녀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왔다.
나는 오프라인 모임 후로도 풀꽃과 그녀의 합체에 메스를 가하지도 못한 채 내내
그녀에게 냉담해 왔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게 마음에 걸린다.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느낌이 덜 좋았을 풀꽃,
아마 영악한 그녀는 그 당시 뭔가 모를 눈치를 챘으리라.
그 게 잘 못된 허상의 관념이라는 걸 나도 모르는바 아닌데…..

우회하여 다른 이야기,
한 10년 전 교회의 한 성도가 자기 올케가 부산 여자였다고….
내 목소리가 어쩜 그리 같으냐고……
그녀는 나만 보면 그 올케를 떠 올렸을 테고
그 올케와는 사이가 원만치 않은 시누인 걸 알았다.
역시나 그녀와의 사이는 잘 될 턱이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누구든 사투리를 들으면 거의 똑 같거나 비슷하게 느낀다..
그 걸 들으므로 해서 각자 나름대로의 연상효과가 다르다는 것 뿐,
나는 전라도에 살면서….너무 좋은 이웃이 있었기에…
지금도 거기 사투리가 그립다.

사람들은 살면서 사랑을 한다.
그 사람이 모양새가 잘 나지 않았어도
그 사람은 이 세상에 오로지 하나뿐인 귀한 사람이 된다.
그 사람과 사별이든 이별이든
또 다른 상대에게 문을 열 때는 그 사람과
어디 닮은 구석이 없는지 애타게 찾는걸 보게 된다.

그 상대가 만약에 글래머 였다면 그 사람의 취향은 글래머로 흐른다.
그 사람의 헤어진 애인이 말라깽이였다면 뚱보는 혐오스러워진다.
또는 뚱보랑 알게 된 사람은 귀염성과 너그러움, 등
그런 매력을 또 다른 뚱보에게서 구현하려 애쓴다.
노래를 잘 불렀던 사람을 사랑한 사람은 다음에도 역시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에게 이끌리게 된다.
아무튼 나는 한 동안 애 먹었다.
나는 나의 잘못된 인식을 꾸짖기도 하면서….

벌써….. 수 개월이 흐르고……..
나는 풀꽃의 자라 오름을(?) 눈 여겨 본다.
처음엔 그냥 꼬리 글이 이젠 제법 철학적이 되어 가고……의젓해졌다.
나는 배웠다.
부지런히 봉사(?)하고 베품이 다 자기에게로 돌아감을……
풀꽃은 이미 많이 받았다.
나는 종종 풀꽃의 글을 대하며…빙그레 웃음 짓는다.
그녀의 시간을 할애한 품의 댓가가 그 글의 모양새에서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나는 풀꽃으로 하여금 나의 나쁜 인식의 버릇을 탈피했고…
나는 언제나 그녀에게 빚을 진 것 같았다.
언젠가 짧은 메일로……
진작 하고 싶은 말들이 있었다고 아리송한 내용만 남겼을 뿐
차마 이 얘기는 꺼 내어 보지도 못했다.

마침 그녀가 아프고 나는 빚을 항상 지고 있는 것 같아
이참에 나도 시간을 할애해서 그녀만의 카드를 만들었다.
그 게 내 카드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라면 다른 이들이 이해 할까?

사이버 에서 배운 교훈은
부드럽게 대하면 모든 이가 햇 솜처럼 다가서고
자기가 가시를 지니면 다가오는 모든 이가 두더지로 보이고
오해를 부를 소지가 많은 사이버의 말, 글이 자칫 남에게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
남을 꼬집은 말, 그 게 바로 부메랑이 되어 자기에게로 돌아 간다는 것이다.
요는 누가 무어랄 것도 없이 제 스스로가 그렇게 서운해진다는 것이다.
자기가 설령 아니면 꿋꿋이 지내다 보면 언젠가는 그 오해가 풀릴 날이 올 텐데….
너무 성급한 나머지 도중하차 하고…….

사람과 사람사이에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들도 갈라서게 되는 원인이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다는데……
하물며…사이버 공간에서랴,
그러나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어 만나보고……
따스한 사랑을 느끼고…. 사이버란 연줄이 좋게만 연결된다면 좋은 사람들,
그렇다 좋은 사람들을 너무 많이 떠나 보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그 날 한번 본 님들을 나는 평생 잊을 수가 없다.

그냥 산보처럼 가볍게 나왔다가 갈 때는 언제나 배우고 돌아 가는 나였기에
오늘은 부끄럽지만 깊이
묻어둔 이야기를 글로 보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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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기온이 28도 까지 오르고 그리도 덥더니.
오늘은 날씨가 을씨년스럽다.
빈 집에 갔다.
누구는 밭에다 파종했다고 자랑이 늘어졌는데….
난 게으름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메주 만들고 남은 씨알 좋은 콩을 골라 들고 빈 집으로 향했다.

개나리의 만개로
길목이 눈이 부시도록 노랗다.
집에 가 보니,
어제 하루 더웠다고
한 그루 진달래는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만개한 진달래 꽃 사이로 호박벌?(뚱뚱한)이 잉잉대며
달콤함에 푹 빠져 있었다.
등나무도 싹을 틔우고 있었고,
수국도, 딸기도….회양목은 보일까말까 한 꽃술을 피우고….
철쭉도 꽃몽오리를 빼 물고 있다.
홍매화도 붉은 꽃망울을 내 비치고…..
라일락도….꽃봉오리와 함께 잎을 매달고 있었다.
완연한 봄이다.

얼마 전, 제대한 놈이 따라가 주려고
오후 4시, 학원 가기 전 까진 와야 된다더니…
막상 잠자리에서 못 일어난다.
마침 남편이 그 쪽으로 서류 전달 할 일이 있고
안해주면 못 할 처지임을 아는지라...
선뜻 함께 가주겠다 한다.
예전에는 집안 일이라면 물 한 컵도 못 마시던 이가,
언제나 나무등걸처럼 우직할 줄로만 알던 마누라의
허리가 작신 부러져 나간 뒤론….
좀 거드는 척이라도 한다.

빈 집에 며칠 전 함께 들릴 때,
개집 부근을 청소해 주면 좋으련만
구두 버린다고 못한다더니…오늘은 웬 일일까?
하도 비워둔 집이라….
실내 주방 수도꼭지가 막혔다.
옥상탱크 물 찌꺼기가 해동하면서 내려오다 끼였나 보다.
“여보~~ 바늘~~”
꼭지 샤워기에 뭐가 끼어서 뚫으려나 보다 하고 찾아주고 돌아서 나오려는데
“여보~~ 헌 칫솔~~”
몇 번을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 보면….
막상 내 일을 못하고 만다
“휴~~ 내사 마~~ 앓느니 죽지…”
바깥에서 다른 일을 하느라 바쁜데
“우리 밥 먹고 하자”
아~~ 두 식구래도 다시 밥을 해서 찬을 마련하기가 그리 쉬운가
나는 방금 사 온 돼지고기를 압력솥에다 살짝 돌려내고
갓김치를 꺼내고….
된장찌개 끓이고…..
동치미를 썰어놓고...
만약에 말이다.
이 나이에,
좋은 사람이 생겨서 이렇게 따로 밥 한끼 차려 내 놓으라면 나는 못할 것이다.
이쁘게도 보이고 싶을텐데...
어느 세월에 이런 일을 마구하나??

마치 정신 없는… 멋이라곤 없는 아낙,
이리 뛰고…저리 뛰고…
온김에 말려 두었던 무우청도 꺼내 삶아가야하고...
한참 묵은 검은 콩도 챙겨가서 콩자반도 만들고...
집에 아마 물엿이 없을테니...
우선 여기 것 가져가야하고.......
별일도 아닌 것 같은데…..언제나 나는 일이 걸다.
그래, 향수~ 정지용님 詩에서처럼 사철 발 벗은 아내처럼…..
화장도 않고 나온 나는 영락없는 시골 아낙이다.
일에 부대껴~ 억척으로 제몸 하나 아낄 줄 모르며~~
아무런 멋도 낭만도 없다.
제대로 된 밭도 아니면서
그래도 농사를 모르는 내겐 언제나 버겁다.
우리집 후문 쪽,
삼각형으로 이상한 자투리 땅이 있는데….
길이 2차선에서 4차선으로 넓혀 지면서
도로에 빼앗기고….이상한 꼴이 되었다.
땅 주인은 한 사람이 아니었다는데…. 건물도 지을 수 없고 어중간한데다
법적 소송까지 붙었단다.
우리가 사면 좋지만 그 곳에다 더 코 빠트리고 싶지가 않다.
물론 돈도 없지만……
마침 후문이 있는 관계로 우리 땅처럼 되어 있어서 그저 생긴 거나 진배없다.

마당에 연못이라고 목욕 함지박 타원형 큰 것을 넣고
내가 직접 내 키 만큼 괴석들을 올려 쌓은 인공 폭포~~~
용량이 큰 여과기(수족관)에 돌 틈새로 호스를 연결해서 만든,
내가 만들었다면 아무도 믿지않는 폭포?
물 소리가 듣고 싶었다.
담장 코너에다 이 것을 한 여름 나 혼자서 만들고는
더위를 먹고는 한 사나흘 얼마나 앓았던지…..
만들긴 비록 한나절 이였지만…
먼 곳 계곡 까지 가서 날라온 돌들….
남의 눈치 보며 하나씩 둘씩 날라다 모은 내 정성…..
면장갑을 끼고 시멘트를 만졌지만….시멘트 독이 스며들어
한 참을 고생했던 내 손 바닥…..
그 것을
남편은 엎어버리자 한다.
그 것 땜에….옆 자리에 있는 오엽송이 죽었다고 늘 타박이다.

그러고 보니 옆자리 대추나무도 빗자루 병에 걸려 회생 불능이다.
내가 새 집으로 이사 올 때 5천원 주고 사서 심은 묘목인데….
대추 알이 얼마나 굵고 단지….
나는 베어내는 것도 큰 일이지만
너무 아까워서 인터넷으로 나무병원으로….찾아 보았지만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일명 대추나무 에이즈, 또는 그저 미쳤다고 표현하는….
너무 안타까워… 밑 둥 에다 거름을 정성스레 묻곤 하였더니
잎은 오그라지진 않아도 열매를 맺지는 못하였다.
대문 앞에… 아주 나무줄기가 잘 생겨 사다 심은 대추나무 마저
빗자루 병이 옮아 버렸다.

연못(? )은
얼음이 녹고 나니 물이 썩어 고여있다.
남편 말대로 별 쓸모가 없긴 없었다.
실내에도 금붕어를 기르고 있었으니까,
장마 때만 되면 큰 지렁이들이 그 깊은 물속에 엄청나게 빠져 있었다.
비만 오고 나면 죽은 지렁이 건져내기….
아니면…새끼 쥐들이 바위를 타고 놀다가
익사하는 곳으로….
해서 늘 눈치가 보이는 연못 청소는 두 말도 않고 내가 늘 했었다.
집을 거의 반년을 비워두었으니…..
음식 쓰레기 나올 일도 없고….
당연히…. 새끼 쥐의 죽음도 없었다.
여태 얼음덩이로 있었던 물이라…
지렁이의 시신도 없었다.
작은 방개하나와 알 수 없는 버러지 한 마리뿐……
작년 가을에 떨어졌던 대추나뭇잎이 새파랗게 건져졌다.
뒷문을 나가보니
남편의 곡괭이 질이 제법이다.
아니었으면 억세게 내가 하던 일인데…..
나도 얼른 내 일을 미루고 나가서 흙을 고르는 남편 뒤로 다가가
나무 꼬챙이로 흙을 꼭꼭 찔러 구멍을 내고 거기다 콩을 심었다.
작년에는 배 고픈 까치가 지켜 보았다가 거의 다 파 먹었었다.
올 해는 콕콕 정성스레 묻었다.
또 그 까치가 있나 해서 두리번거려 보았다.
그 때… 이 동네 참견 장이 아줌마가 나타났다.
“아니 콩은 모심기 때 심는데….”
“그럼 어떡해요?”
“할 수 없지 뭐, 비닐 씌워야지”
“에게게~~ 요따다가??” 피식 웃음이 나왔다.

고추 모는 한 달을 더 있어야 한단다. (늘 하면서… 늘 모름)
그 말을 듣자
남편은 얼씨구나 하고 나머지 땅 파기를 포기했다.
때 마침 빗방울이 후드둑 떨어졌다
그 것도 일이라고 술 한 잔 해야겠단다.
아까 삶았던 돼지 수육에다 갓김치, 참이슬로 거나하게 취한 남편,
빗길에 조심스레 운전해 오는 내 곁에서 고단한지 한 잠에 빠져 코를 골고 있었다.


2001/4/11일
글/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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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는 아직 봉오린 채로 있고…
산수유는 피었다.
수양버들이 연두색 옷으로 단장했다.
시골 집에 갔더니…
진달래가 봉오리를 함초롬히 물고 있었다.
이대로 며칠만 따뜻하면 곧 피리라
철쭉 연두색 싹이 손톱 만큼씩 새 얼굴을 달고 웃는다.
홍 매화도 눈을 틔우고 있었다.
올 때마다 날씨가 쌀쌀해서 미루던 똘똘이 집을 정리했다.
솜 방석을 두개 디밀어 주었더니….
죄다 뜯어 발겼다.
처음엔 양모를 주었다가 다 뜯길래…. 그 게 동물성이라
위협감을 혹 주나 보다 싶어 솜 방석을 주었더니 여전히 죄 다
뜯어 놓았다.
체인 줄에 솜이 이리저리 걸려서 엉망이다.
가위로 일일이 뜯어주었다.
마지막 동치미 단지를 열어 나머진 냉장고에 넣고
우리가 가져올 것과 나눠 먹을 것을 따로 담았다.
나는 워낙 국물 있는 것을 좋아도 하지만
동치미를 한 해도 거른 적이 없다.
입동 전에 아주 반듯하고 예쁜 무우를 골라서 잘 다듬어 씻어
절여두었다가 이틀 후 물만 부우면 되는 일을……
그런데 올 해는 땅밑 독에다 넣고 싶었다.
동치미는 동짓날쯤이 제일 맛있고 歲 안에다 먹어야 되는 것인데..
땅밑에서….
유난히 눈이 많아 거의 밀봉상태로 눈으로 덮여 있었기에
더 맛이 뛰어났다. 꺼 낼 엄두도 못 내고 그대로 방치했었다.
얼마 전 처음 개봉 할 때나 맛이 여전했다.
무우가 너무도 싱싱하게 그대로 보존 되어있다.
언제나 봄이 되어 동치미 무우가 남으면 진간장에 잠기게 두어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지루한 장마철 입 맛 없을 때
얇게 썰어 (맛있는 갈색이 되어있음) 깨소금, 참기름으로 양념을 하면
찬물에 말은 밥도 그저 꿀 맛이 된다.
아님 곱게 썰어내려 식용유에 살짝 볶아만 내어도 맛있다.
그 것도 아니면 채 썰어 말려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불린 다음
기름장에 무쳐 내어도 깔끔한 맛이다.
오늘 저녁에는 국수를 말아 먹으니….
담백한 맛이 시중에 조미료 맛 감도는 냉면보다 훨씬 감칠 맛 났다.
그리고 또 하나,
제육 겨자무침,
돼지고기를 삶아내어 찬물에 헹궈서 기름기를 뺀다.
겨자 가루는 미지근한 물에 게어서 따뜻한 곳에 둔다.
상추, 동치미 무우 썬 것, 배가 있으면 좋고…..
오이도 있음 좋고(약간 절임)
아무 것도 없을 땐, 동치미 무우만 넣어도 아주 좋았다.
돼지고기 썬 것과 부재료 썰어 둔 것에다 준비된 양념을 버무려 낸다.
(양념= 겨자 식초 설탕 소금 간장 약간마늘 파 약간)
시원하게 두었다가 먹으면 둘이 먹다가 둘 다 죽어도 모름,
헤~~~
우리집 똘똘이 이야기를 하다가 먹는 얘기로 흘러가 버렸다.
아무튼 올 해 동치미나 김장 김치 맛은
정말로 끝내주는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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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섬
(익명 방의 싸움을 보고...)
누구나 한 번 쯤은 가 보고 싶은 섬….
그러나…..
그만큼 왕래가 쉽지 않은 섬,
제약을 받는 섬,
일정한 주소도 없이 부유하는 섬,
어쩌다 살아가면서 맞닥뜨리게 되면
함부로 해서는 절대 아니 될 섬,
누구랄 것도 없이 나, 자신에게도
오타가 나도 고칠 수 없음을,
뒤 늦은 후회가 묵살되는 섬,
그만큼 조심스러운 섬이다.
어떤 글은 표나게 누구 것인지 금방 알아도…
언제나 어림 짐작은 금물이다.
인생에 모든 것이 다 그러하듯이…..
언제나 엉뚱할 수가 많다.
나의 추억의 기억에도 익명의 섬이 있다.
따로 분류하고 고립 시켜둔,
아니 그렇게 분류를 해 두고 싶은 섬 ? 아니면, 방 ?
절대로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방이기에…
마치 옛날의 판자 울타리 나무 옹이가 빠진 구멍으로
남 몰래 드려다 보는 짜릿한 맛,
물소리가 나면 누가 마당에 나와 목욕하나? 궁금하던,
남 몰래 무엇을 저지르고도 그런 옹이 구멍 하나쯤
마련해 두고 봐 주기를 바라는 얄궂은 아이러니,
내, 기억 속의 익명방
이유없이 정지된 화면,
스틸로 남아있는 흑백사진
어머니 지갑에서 몰래 훔치던 빨간 지폐의 무서운 기억,
(쵸코릿이 너무 먹고 싶었다)
써도 써도 없어지지 않는 돈,
감출 수없는 거스름 돈이 더 무서웠다.
아버지 멋진 가죽가방을 잘라내던 기억,
(가죽 한 조각으로 무엇을 절실하게 만들고 싶었다)
어머니 빌로드 치마를 가위 집 내던 기억
(너무 신기하도록 보들 거리는 유혹에)
옆집 남자 아이를 흠씬 패 주어 기절 시킨 일,
(바보 같은 게 나만 따라다니니까)
구멍가게에 가서 아무리 주인을 불러도 없자
별, 필요도 없던 아무런 가치도 없는
실핀을 몰래 집어 나오던 기억,
그 후로 그 집앞을 지나치며 어린마음에
스스로 받은 상처가 너무나 컸던 일,
애 써 아프다고 사 준 귀한 인형을 언니와 언니친구가
가지고 놀았다고…..
정말 나도 아깝지만 와락와락 뜯어버린 기억,
등겨를 탈탈 털어내어 모두를 경악하게 했던 기억,
실로 부끄럽고 창피스럽고….

그런 기억들만 모여 있는 방
후회를 아무리 해도 고쳐낼 수 없는 방,
언제든 그 일을 반추하며 자신을 성찰하는 방,
비밀의 방에 오면 우선은 자유스러울 수 있어 좋다.
뭘 해도, 위장을 하고 가면을 쓰고
변장술로 자기를 가릴 수 있어 더욱 매력 있다.
그러나…… 그 게
자유가 아닌 구속임을…….
눈에 보이지 않는 더 가중한 자율
임을……
어느 날 난, Y 談 하나 올리고
나 혼자 낄끼덕 거렸다.
그런데 그 게 거기서 끝나 주지 않았다.
내 마음이 그 좋지않은 흔적을 낳고 그리고
내가 낳은 그 흔적은 이상한 올가미로 나를 결박하고
난 기분 나쁜 끈끈함을 낳고
궁극적으로 죄 비슷한 게 발목을 묶고
혼탁해진 영혼이 결속되어 헤어나질 못한다는 걸 알았다.
하루종일을 그 허접 쓰레기가 내 마음을 점령했다.
아니 잠식 당했다고 보는 게 옳다
우선 억울했다.
까짓 쓰레기 같은 글 하나에…..
남들에게….
순간 낄끼덕 거림을 주자는 목적이
무료해 할(?) 그 들에게 섬광 같은 말초의 기쁨을 주고자
악마의 가장 그럴듯하고도 통상적인 합리화로
고기 맛의 후추처럼 맛의 자극을 전파 시키고자 한다는 게
오히려 보는 쪽은 그저 보고 지나치므로
흘려 버리지만…
제공한 자는 그 것이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에게
지우지 못할 만큼 깊숙하게 각인 된다는 것을 알았다.
내 기억 속 익명의 방을 부끄러워 꽁꽁 닫아 건
만큼 나는 그 기억과는 먼---
상관없는 사람이 되어가려고
어린 마음에도 부단히 노력했었다.
그렇듯
사이버 세계의 익명 방에서도 실패를 거듭한 뒤
(타산지석도 포함)
나도 내게 스스로 독이 되는 일은 삼가 한다.
그러나 또 어쩌랴?
아무리 정확성을 기해도 그 넘의 오타는 찍히고
나는 손 쓸 수도 없는….
이미 나의 한계를 벗어 난
흘러간 물인 것을………
그 내용이 설령 나 혼자의 모노로그가 아닐 때 그 일은
일파만파가 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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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함과 아름다움 ]


오늘은 공항에 나가야 한다.
그이가 오후 6시 비행기로 도착하기 때문이다.
별 준비를 하지 않는데도 부산하다.
신 공항까지 갈려면 일찍 서둘러야 했다.
그 쪽은 초행길이다.
공항 가는 길목, 그 동네 어귀에 오는 봄도 보고 싶어
피곤하지만 그런대로 눈을 부치지 않고 구경을 하기로 했다.
참, 아직은 지리나 진입로를 몰라 리무진을 이용하기로 했다.
시내에선 길이 막혀 옆차선 차랑 나란히 물려 가다 서다 하고 있었다.
옆 차선에 바싹 붙어 있는 차 속 풍경이 수상쩍었다
운전자의 얼굴은 잘 보이질 않지만…
아마 내 나이쯤 된 여자 같다.
핸들에 얹은 손이나…..
진주 목걸이를 한 목덜미….연두색 니트 상의….상체의 바디 라인
등으로 짐작해서도,
조수 석 자리의 남자는 그다지 많아 보이는 나이는 아닌데…….
그녀의 손이 그의 손을 만지는 게 아니라 주물럭거리고 있다.
처음엔 내가 뭘 잘못 보았나 했다.
별 해괴한 일이….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그는 계면쩍어 하며 주위를 살피는 표정이더니 나와 눈이 슬쩍 부딪혔다.
얼른 잡힌 손을 빼 버렸다
차 넘버를 보니 렌트카? 다.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내가 그런 사람…. 잠시라도 손을 잡지 않으면 안될 사람이
생긴대도…나는 그렇게 그런 자리에선 절대 손을 잡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못할 것이다.
운전을 시작한지… 어언 10년이 넘었다.
어두운 밤에도 앞 차의 실루엣만 보고도 그 들이 어떤 사인지...
아님, 빽 미러로 보아도 뒤차에 탄 남녀사이가 어떤 관곈지 알 수가 있다.
저러고 운전을 어떻게 하나 싶게 마주 보며 낄낄대는 이들……
아님 그저 시무룩 서로 딴청만 부리는 진짜 부부들의 모습
연애하는 심정으로 그런 모습으로 살던 날이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

그래 그를 맞아 돌아 오는 길에는 나도 살며시 손을 잡아 보리라~~
영종대교 아래로 펼쳐진 갯펄이 인상적이었다.
오늘이 음력 8일 조금이라 간만의 차가 심할 때라 그런지
더욱 볼만 한건지…..처음 보는 나로서는 아무튼 신기했다.
오후라서 뉘엿 뉘엿 넘어가는 해가 눈 부셨다.

막상 공항 본청사 앞에 다다른 갈래 길에 다가 선 자가용들이 모두 멈칫거리며
서 있는 안내에게 일일이 물어 보고 있었다.
아마 도로입구 전광판에 '주차장 만차, 장기주차장으로 이동' 하고
써 진 것을 보았기에 헷갈리나보다.
아직 개항이라 그 너른 벌판에 손님도 얼마 없을터에 주차장 만차라니......
왜 그러는지 버스를 타고 있는 나로서는 알 수가 없지만
차를 두고 오기 참 잘했다고 나 스스로 기특해 했다.

신문이나 TV로 보던 인천공항의 야경은 참으로 멋있었다.
동북아의 허브….어쩌고 한 말 아직은 겨우 새 집으로 이사만 급히했지,
웅장한 껍질만 있었지,내부로는
뭘 꾸미고 다듬고 한 예술적 미학감이 전혀 없다. 급조한 흔적만 역력하다.
실제 실내 안에서 느끼기엔 천정이 낮고 폭도 그리 넓지않아 답답했다.

김포 국제 2청사는 미래를 생각해 볼 때 좁지만은
기품이 배어있었다. 당당함이 스며 있었다.
외관이 어딘지 우리 기와 추녀처럼 완만한 곡선을 이루어
마치 살짝 치켜 올라 간 우리 여인네들의 외씨 버선코 같은 운취도 있었다.
실내도 이층에서 3층이 오픈 되어 우리 한옥의
山野를 마주 향해 탁-트인 대청마루 같은 느낌이 있었다.
떠나는 사람, 보내는 사람, 그 애절한 이별의 아쉬움에
아름다운 여운을 남기는 뭔가가 있었다.

인천 공항의 느낌은 아직 낯 설기만하다.
마치 조립식의 길쭉하기 만한 건물 내부에 서 있는 느낌이다.
아무런 맛도 멋도 없다.
그냥 새로 지은 어느 고속터미널을 길게 확대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일 뿐이다.
그저 회색의 방대한 시멘트 덩어리다, 차라리 실내보다는 바깥에 나오니 그나마 멋스럽다.
실내의 전면은 유리고 바닥은 대리석이고 그냥 그렇다.
우리 눈에는 건물의 전체적인 조형의 외관이 보이지않으므로…….
각 매스컴에는 얼마나 떠들썩 한지… 바닥이 거의 유리 수준이라
치마 입고 다니기엔 좀 그렇다는 둥,
유리로 된 누드 엘리베이터(가칭)가 있어서
아래에서 치마 입은 사람이 보이게 생겼다느니…..
과연 그랬다. 그런데… 그 엘리베이터는 의외로 지저분해 보였다.
국제 공항을 오가는 사람들은 모두 많은 양의 짐이 있는데…
마치 바깥에서 본 풍경은 화물 전용 엘리베이터 같았다.
그 걸 가려 주었다면….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에겐 바깥 경치를 볼 수 있게 하고
바깥 사람들 에겐 좀 가려주었다면 하는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중앙 입구 전광판을 보고 출구를 찾아 나섰다.
출국 출구는 A,B,E,F 로 나뉘었다.A~F 까지는 끝에서 끝이다.
한참을 걸어야 한다.
거대하므로 상대적인 불편이 뒤 따랐다.
바닥은 대리석으로 새 것이니까 윤이 났다.
김포 국제 1~2청사 바닥이 워낙 지저분하다 보니 그런 말이 나왔겠지 하고 좋게 생각했다.

내부 중간마다 설치된 정원은 어느 아파트 모델하우스 수준에도 못미치는
조야한 조경이였다.
아니, 전철역의 어느 정감 있는 곳 보다 못했다.
혹시나 배웅 나왔다가 못 만나게 되려나 하고 서 있기를..
착륙하고 도착해서 1시간이 지났는데도 영 감감 무소식이다.
뒤에서 모 호텔에서 나온 직원이 하는 말
“저 전광판 게이트 표시, 틀리는 게 좀 있어요 ”
그 얘기를 흘려 들으며 설마 ...했다.

금발의 키만 껑충 큰 여자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아~ 한 남자가 다가선다.
둘은 말없이 다정하게 따스하게 서로 안는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 참 보기가 좋다. 내 그런 느낌에 나도 흠칫 놀라며
있는데 포옹에서 여자가 뒤로 한 걸음 풀려나자
일순간 남자가 여자를 가볍게 끌어당겨 또 가벼운 입맞춤을 해 버린다.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참 그러고 나더니 세로판지에 싸 온 붉은 장미꽃 한 송이를 건넨다.
정말이지…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그런데 왜? 올 때 보았던 별 좋지도 않았던 그 남녀의 모습이 떠 오르는 것일까?
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그 생각을 애써 털어 버렸다.

누가 그이의 이름을 피킷해서 들고 있다.
언제나 겪던 일이라 간단히 인살 했다.
“같은 사람 기다리는군요”
“아, 그러세요? 그런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군요”
그리고 30분이 더 흐른 후에야 휴대폰 덕으로
우린 엉뚱하게 다른 게이트에서 나와 있는 그를 만날 수 있었다,
특유의 경상도 급한 성질로 나를 나무랐다.
전화도 잘 터지지 않는 것 같다고 짜증을 내었다.
이런…. 거의 두 달여 만에 보면서 웃어도 시원찮을 텐데…..

샘플 받으러 나온 거래처 그분이 전광판 오류라고 얘기 안 했으면
서둘러 핑계대지 않는 나와 한참을 좀 그랬을 것이다.
기분이 영 엉망이다.
아까 한 외국인이 픽업 온 사람을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고 난처해 했다.
아마 그 사람도 게이트가 잘 못 표기되어 그러는 것 같았다.
아무리 군데 군데 임시 안내요원을 두었지만 이런 오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당황스러워 하던 외국인 걱정에 궁금해진다.
많은 피해자들이 나처럼 중얼대다 돌아서는 수 밖에……
우린 또 그렇다 치고 외국인들은 …?
처음 이 땅에 발을 딛은 외국인은?
가이드가 아무리 나와 여러 시간을 열심히 피킷을 들고 있어도
게이트가 다른데….. 각 출구 간격이 까마득한데……
그렇다고 구 청사처럼 각 출구 모니터도 없는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된다면 필요치도 않지만……
돌아 오는 리무진 버스는 김포공항을 들린다.
국내선과 연계를 해야 되고…
사람들 얘기론 멀어서 버스료도 비쌀 뿐더러 승용차론 도로비도
비싸고….또, 김포에 내려 집까지 가려면 어차피 지하철을 많이 이용한다고 했다.
국제 1청사나 2청사는 쥐 죽은 듯이 문을 닫아 걸고 캄캄했다.
적막감에 어쩐지 감회가 씁쓸하다.
내가 상상한 인천 공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다가 보니 영종 대교의 야경이 화려했다.
그런데 다리 연결구간에 차가 지나 갈 때마다 차가 덜커덩거려
외국인의 심정이 되어보니 창피스럽고 민망하다.
연결사이 틈새를 지나칠 때마다 "덜커덩"
거리며 나는 소리가 왜 그렇게 가슴을 찔러대는지...

산을 깍아 도로를 만들고 소나무나 고급수종을 이식하고.....
공항을 위한 거리에다 쏟아 부은 돈도 만만치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영종대교 아취가 연두색으로 칠해져서 이 봄에 솟구쳐 오르는 새싹의 상징물로 보였다
적어도 내눈에는… 꼭대기 깜빡거리는 빠알간 불빛이 연두빛 아취 위에서 꽃송이처럼 예뻤다.
그렇다 인천 공항도 우리것이다. 새 싹이다.
우리가 가꾸고 사랑하지 않으면...애정을 갖지 않으면 누가하랴?
가꾸고 다듬자......시작에 불과한 일이다.
그래서 도약하는 정말 동북아의 허브로 탄생하면 참 좋겠다고 오면서 생각했다.

피곤하다.
애꿎게도 모니터 하나없는 사람들 틈 새 돋음발로 비집고 서서......
한 번 앉을 수도 없이 두 시간,
오며가며 네 시간,
총 6시간을 마중나가는 데다 할애했다.

오면서 나는 그이의 손을 잡지 못한 건 물론이다.
그간 궁금해서 이것저것 묻는 그이 말에도 나는 계속해서
뾰루뚱해져 있었기에…..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그런 정경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나이임을 낸들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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