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선이 효순이를 살려내라/소파개정하라/우리나라 부자됩시다!









비에 젖어 우는 초혼/이민영



비에젖어우는 초혼,

그날 7월

오늘은 벌써 11월, 구천을 헤매는 내 두딸아 얼마나 춥니

잠시 내려와 애비 가슴팍에 쉬었다 가렴







신효순.심미선


- - - - - - -



그래서 그 대지는 하늘과 함께


비가 되어 울고


서럽게 울고


그래서 世上은 우리들 마음에


이별離別뒤에 오는 사랑과


영혼속의 그리움으로


한 물 되어


울고





그러니 비는 님을 만나 반기는


사랑 이여라


님을 보내는 통곡痛哭 이여라





하늘끝 닿는듯 내 마음이 있을거니


마음끝 닿으니 내 마음과 있을거니


너 빗소리 만큼이나


내 마음에 있을거니





소리없이 호곡呼哭하는 것들도


대지大地에 쌓인다


소리없이 울던이도 비를 적신다


아 늦날의 오후에 내리는 칠월의 비여


그비는


내 사랑을 맞는


내 가슴의 눈물.울 엄마 아빠 가슴


타면서 내리는 눈물인것을


이땅.강산의


검붉은 대지가


서럽디 서럽게


펑펑 쏟아 내는 통곡의 눈물인것을










감동과 추모.회한의 눈물을 흘리며,저도 지난 7월에 쓴글로 答합니다

배경곡은 [조관우 사랑햇슴으로]인데.曲이 안되서 원제의 곡인 한승기曲으로 합니다



의정부역 집회장







捕蛇者(포사자) 香煙(향연)되어...


난 도립병원만 들어서면 한사람이 생각난다, 첫번째 그와의 만남은 10년전 내가 담낭절재 수술로 입원했을때, 같은 병실에서 일주일을 같이 생활했는데, 그는 뱀에 물려 나보다 하루전에 입원한 捕蛇者(뱀잡는 사람= 땅꾼) 김씨이다,

그런데 그가 왜? 잊혀지지 않고 자꾸 생각이 나는걸까? 그것은 보통 평범한 사람들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난 수술후라 웃을수가 없는데 그는 엄청 나를 괴롭혔다, 자신은 전혀 웃기려고 하는게 아닌데 행동 하나,하나가 무지하게 웃겼다,

그는 왼손 엄지손가락을 뱀에 물렸는데, 물린쪽의 팔이 팅팅부어 다리처럼 굵었다, 한쪽은 정상이고, 부운 팔을 끈으로 묶어 목에 달고 다니는데, 작은 키에 빵빵한 몸매하며 가슴엔 굵디 굵은 팔을 달고있으니 마치 서해 갯바닥에 사는 게!처럼 한쪽집게는 작고 한쪽은 엄청큰 왕발이 농게가 생각나서 아픈 배를 감싸쥐고 혼자 킥킥대자,

그옆 침대의 김씨와 동갑인 이씨가 (아니 왜 그렇게 웃는거요?)
(김씨를 보니 바닷가의 농게가 생각나서요) 이씨는 (맞아! 한쪽발이 이따만하게 큰놈 말이죠?) (예) (맞아! 이제 부턴 김씨는 게발이라고 해야겠네)하며 (어이! 게발 어딜가시나? 하하하)

김씨는 의사와 간호사의 처방은 필요가 없다, 치료는 자신이 스스로 한다, 아침 저녘으로 간호사가 세숫대야 가득 보라색깔의 소독약을 가져와 팔을 담궈준다, 간호사가 나가자 마자, 그는 사물함에서 감자를 꺼내 칼로 얇게 썰어서 손등과 팔에다 촘촘히 붙인다,

옆에서 (간호사가 시키는데로 해요!) 그는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는 식으로 피식!웃으며 (비암에 물린데는 감자가 최곤기라요, 독도 빠지고 부기도 빠져요, 이걸 붙혀두고 하룻밤 자고나면 독이 빠져나와 새카맣게 된다구요)하며 부지런히 붙인다,

감자야 썰어 놓으면 녹말이 산화하여 저절로 새카맣게 되는데...
반문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가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뱀을 하도 많이 잡고, 먹고 해서 그런지? 첫째 그의 피부가 뱀비늘(껍질) 처럼 검게 번들 번들 빛이나고,

두번째론 그의 눈은 뱀눈과 비슷하다, 그렇다고 인상이 날카로운건 아닌데...찢어진 작은눈 사이로 동공이 촛점도 없이 좌우로 왔다 갔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과,

세번째로 여러사람이 자신의 어눌한 말을 경청하면 열변을 토하는데, 그때 입가 양쪽 가장자리에 흰거품이 생겼다, 그러면 이씨가
(이어 게발! 거품딱고!)하면 씨익 웃으며 혀를 빼내 휘감듯이 양쪽을 흩고 들어가는게 꼭 뱀 혀가 날름거리는것 같았다,

그의 말은 질서 정연과 조리, 함축성과는 거리가 멀어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지만 이상하게 내 마음을 끄는건 순박한 마음이 묻어나고 평소 접할수 없었던 특이한 사람이기 때문이였다,

(수술후 회복하는덴 비암이 최곤기야요! 어르신,임씨 지가 나가면 뱀탕을 해드릴테니 꼭 날 찾아와요!) 건너편의 할아버지가 (난 그런건 한번도 안먹어 봤는디...) (걱정 마세요 백숙 닭은 드시나요?
지름이 동동 뜨는기 맛과 냄새가 똑 같아요)

할아버지 수발을 하시는 할머니가 (정말로 회복에 좋은가요?) (그건 지가 장담합니다, 정력에도 좋구요) 이씨가(정력에 얼마나 좋은데?) (지가 끓여주는걸 드시면 아주머니가 10년쯤 젊어지실 겝니다 킥킥킥) 할아버지가 (아-니 내가 정력이 좋아지는것 하고 우리 할망구 젊어지는것 하고 무슨상관이 있는가?)

(어르신도! 모르시는 말씀! 아기들 젖을 물리면 먹은 젖이 어디로 가나요? 다 피가되고 살이되고 하는것 아닙니까?) 순간 (푸하하하!) 폭소가 터져나와 병실을 덥친다, 할머니가 민망한 얼굴로 (예끼 여보슈! 그런 비유가 어디 있어욧!)

수술후 이틀째는 가스도 나오고, 여기저기 박혀있던 호스를 빼고나니 살것같다, 링거병을 달고 살살 돌아다녔다, 수술전 마취를 하면서 너무아파(아-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고통을... 다시는 나쁜짖 않하고 착하게만 살아야지...이젠 술,담배 모두 끊어야지...)하며 의식을 잃었는데, 사람이 이렇게도 간사한가? 그게 바로 이틀전인데...담배가 피우고 싶어 미치겠다,

내가 김씨를 捕蛇者(포사자)라고 한것은 그의 사연을 듣다보니 문득 중국 盛唐時(성당때) 대문호 柳宗元(유종원)의 捕蛇者說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당시 포악한 가렴주구에 시달리는 농민들이 굶어 죽거나 땅을 버리고 떠나는걸 보며, 3대가 뱀을 잡다가 물려 죽었지만 뱀을 잡아 세금을 내는것이 더 쉽다는 내용이였다,

그는 강원도 첩첩산골 가난한 집에 태어나, 어버지때 부터 약초,산나물, 뱀을 잡아 생활을 했으며, 아버지도 뱀을 잡다 돌아가시자,
조금 남은 땅뙈기를 동생에게 물려주고 아내와,딸 세식구가 서울로 나갔단다, 그는 노가다를 하고 아내는 식당일을 하며 재산을 조금씩 불려나가 4년만에 자그마한 분식집을 하며 알콩달콩 잘 살았는데,

먼 친척이 보증을 서달라기에 도장 한번 잘못찍어 이불 보퉁이 이고 쫒겨나와, 부인과 어린딸은 식당에서 기거하고, 그는 공사판 따라 이곳 저곳 전전했는데, 그나마 십장이란 놈이 돈떼먹고 달아나자,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다시 시골로 내려와 옛날에 하던 짖이나 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그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나는 운동 반경을 넓혀 계단쪽으로 내려가니 담배냄새가 솔솔 콧구멍을 때린다, (한대를 피울까? 아니야 참아야지!) 의자에 앉았다,

재털이 앞에서 김씨가 부지런히 뒤져 꽁초를 모은다, (김씨 예서 뭐하세요?) 김씨는 주운 꽁초를 재빨리 호주머니에 넣으며 (멀리
나오셨구랴)하며 꽁초에 불을 당긴다, 짧으니 몇모금 빨고, 또 딩기고,

나도 참는것도 한도가 있지! (저~김씨 제 사물함에 가서 자동차키 좀 갖다 주실래요?) 그가 가더니 금방 가져왔다, 우린 창문에 붙어서서 (저기 정문 옆 3번째 차에 가서 콘솔박스를 열면 담배가 한포 있을겝니다) (그래요?) 하더니 휑-하니 갔다와,

우린 한개피씩 물었다, 난 두모금도 못빨고 머리가 핑-돌아 의자에 기대 버렸다, 김씨는 킥킥대며 (수술후라 기력이 없어 그런거요, 내일이면 괜찮을겁니다)하며 내이마를 짚으며 손을 잡는다,

겨울도 아닌데 그의 손이 어름장 처럼 차가워 소름이 끼쳐 그의 손을 반사적으로 뿌리치자, 묻지도 않았는데 내 발보다 더 험한 손을 펼쳐 보이며 (이건 낫에 베인 상처, 집게 손가락에 폭 들어간 자국을 짚으며 이건 3년전 까치독사에게 물린자리, 또 여긴 작년에 칠성독사에게 물린자리...)

(칠성독사라뇨?) (아 그건 독사치곤 좀 큰놈으로 몸에 점이 7개가 박혀있어요 요놈이 제일 독하죠) (물리곤 놓쳤겠네요?) (놓치다뇨? 잡아야죠! 물린자리를 빨아 독을 빼내며 쫒아가 낫으로 고놈의 목아지를 날려 버렸죠) (와 대단하시네요? 그래서요?)

(그놈은 팔수도 없으니 들고와서 내가 키우는 먹구렁이에게 주었죠) (먹구렁일 키운다구요?) (키운다기 보다 나의 오랜 친구라 내가 보살펴 주지요) (뱀을 잡는 사람이 잡아서 파셔야죠?)

(그녀석은 나를 살려준 은혜를 베풀었어요, 내가 서울로 이사 가기전 아버지의 유언따라 뱀은 잡지를 않았어요, 뒷산에 더덕캐러 갔다가 숲이 많이 우거져 어두 컴컴한데를 지나면서 한발을 내 딛는 순간!

바로 발 앞에서 먹구렁이가 독사를 (쩝!) 삼키는거예요. 이 먹구렁이가 날 물려는 독사를 덥쳐버렸지요, 하늘이 노랗더군요 (고마워 내 자네한테 진 신세를 꼭 갚아주마) 하고 내려왔지요,

난 흥미가 진진하여 (그래서요?) (그뒤로는 저도 잘 몰라요 서울로 이사를 가서...그뒤 6년만에 돌아오니 이눔이 폐가를 지키고 있더군요, 물론 나를 알아보는 눈치였어요 ,그래서 난 먹을게 있으면 갖다주고 했지요)

그는 눈을 반짝이며(이눔이 춤도 출줄 알아요) (뱀이 무슨 춤을 춰요?) 내가 산에 다닐때 단소를 가지고 다니는데 피리리리 불면 이눔이 저 만치 떨어져 나타나 머리를 끄덕이는데요?) (뱀은 원래 청각 능력이 없을텐데요?) (그렇지만 내 피리 소리는 듣는걸요? 임씨 퇴원하면 우리집에 한번 와봐요 보여줄테니) (예 한번 가지요)

(근데 이번엔 어떻게 물리셨나요?) (술 때문이죠 뭐!) (술드시고 뱀을 잡아요?) (아니오, 전날 면에 있는 잔치집에서 술을 거나하게 먹고 잤죠,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내렸내? 비암 잡으러 나갔지요, 킥킥킥 비암들은 아침에 비가 오면 힘이 없어 비실비실 거려요

그냥 보이는데로 주워 담으면 되지요, 뱀이 많은곳엘 달려갔죠, 여기저기 늘부러져 있더군요, 한놈을 잡아 왼손에 옮기는데 저-쪽에서 한놈이 도망가네? 쫓아가 밟았죠, 그옆에 또 한마리가? 그대로 멕아지를 낚아 채었죠, 순간 왼손에 잡은놈이 삐쭉! 빠져나오며 엄지손가락을 물어버린 겁니다)

응급처치는 했는데 전날 술을 먹어서 그런지 독이 빨리 퍼진것 같았어요)하며 어처구니 없다는 웃음과 함께 그의 혀가 나오더니 입가 가장자리에 맺힌 거품을 훝고 들어간다,

그리고 그는 매일밤 사라진다, 옷을 갈아입고 어디로 가는지? 원주엔 친구도, 친척도 없다면서... 깨어보면 냄새를 풍기면서 동갑인 이씨와 (푸~푸~)거리며 얘길 하고있다, 이씨는 성질이 지랄같은 사람이라, 바로 옆건물 영안실에서 좀 시끄러우면 창문을 열고

(야! 조용히해! 죽은 사람은 죽었고, 산사람은 잠좀자자! 잠좀자!)
소리를 질러버린다, 그래도 곡소리가 좀 크면 뛰어 내려가 한바탕 고함을 치고 올라온다 그러고 나면 훨씬 조용해 지는데.

그의 지론인즉 (슬프면 조용히 눈물을 흘릴것이지, 무신 빌어묵을 멀뚱~하게 있다가 누가 오면 (아이고!아이고!) 소리만 질러대니 이것이 틀렸다 이겁니다) 그렇지만 내가 암만 생각해봐도 이씨는 고약한 사람이다, 자신의 편안한 수면을 위해선 유족들의 곡소리도 마음껏 못내도록 하였으니 ㅋㅋㅋ

다음날 저녘엔 동갑이랑 둘이 밥을 먹지 않는다 (김씨,이씨) 식사는 하고 나가시죠? 그들은 킥킥대며 (우리는 맛있는거 먹으러 가는데...) 하며 옷을 갈아 입고 나가더니 너댓시간이 지났나?

설잠이 들었는데 앙칼진 여자의 목소리! (김씨 또 술먹었죠?) (안 먹었어!) (술냄새가 나는데?) 김씨는 (꺽!꺽!)하면서도 (안 먹었다니깐! 니가 언제 내한테 술받아 줬어?) (자꾸 거짖말 할거예요, 수언니한테 보고합니다!)

이틈에 이씨는 도망쳐 들어와 이불속에 숨었고, 김씨가 갑자기 찌그러지며 (아- 한번만 용서해줘요, 친구가 왔는데 딱한잔 했어요...한번만 봐줘요~~)

투닥, 찰카락, 전화기를 뺏기고 빼았는 소리가 들린다, (이번이 마지막이예요! 조용히 주무세욧!) (예 예 조용히 자겠습니다)하며 들어오더니, (어이! 이씨 나와!) 둘이는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각자점퍼속에서 과일과 전을 쏱아내고, 뒷주머니에서 쏘주를 꺼내놓고 우릴 보고 내려오란다,

환자들중 양호한 사람들은 내려가 가져온 음식들을 먹는다,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권하는 그들의 성의를 무시할수가 없어서...

다음날도 그들은 저녘을 먹지 않고 옷을 갈아입는다 (오늘도 두분이 외식가나 보죠?) (예 외식이라기 보다... 우리는 이런밥 안먹어요, 자 다녀 오리다)하며 나갔다, 할아버지가 (저 김씨와 이씨는 병원비도 못내는 신세라면서 술먹을 돈은 있나?)

그옆에 맹장 수술을한 총각이 (할아버지 저 아저씨들 어디가는줄 아세요?) (어디로 가는데?) 그는 웃으며 (멀리도 안가요 바로 요밑 영안실에 가잖아요, 어제 제가 친구를 배웅하려고 나갔더니 두분이 술에 떡이되어 영안실서 올라오는걸 봤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그날도 둘이는 혈색좋게 만탕코 되어 어깨동무를 하며 들어왔다,

다음날은 나도 조심스럽지만 자유롭게 계단을 오르 내릴수 있으니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하체 힘 기른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연습을 하는데, 그들이 다가 오더니 (임씨 커피나 한잔 합시다)하며 양쪽에서 나를 끼고 매점으로 갔다,

쥬스를 한병 주더니 이씨가 쓰레기통을 뒤진다 (담배 여기 있는데요)하자, 그는 푸른색 포장지를 꺼내더니 옷속에 감추네? 김씨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오더니 흰봉투를 몇장 가져왔다,

내손에 볼펜을 쥐어주며 (부의라고 좀 써주소) (예 그러죠)
하며 정성들여 예쁘게 쓰자 (와~ 임씨 필적 한히지(왕희지)다)
난 속으로 (어쭈~ 꼴에 어디서 왕희지는 줏어 들어가지고...)

봉투를 돌려 (성함은? 김만식씨죠? 일만만에 심을식인가요?) (아닙니다 그건 예명이고 김동진으로 써주시요) (동녘동에 무슨진이죠?)
(그냥 쉬운걸로 써주세요) (참진?) (예! 그겁니다)

(이씨 아저씬요?) (오얏리에, 병혼디...) (잡을병인가요?) (예!)
(그럼 호는요?) (그냥 임씨 꼴리는데로 써요) (맞게 써야지요)
(제일 쉬운게...) (좋을호! 아들자변에 계집녀) (예 그겁니다)
내가 봉투를 건네주자 그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칼로 푸른색 포장지를 짜르더니 3장씩 봉투에 넣으며 (에라 3만원 먹어라! 이게 부위금 봉투야요) 순간 이들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술은 먹고 싶은데 돈이 없으니 영안실에 가서?....

(꼭 이렇게 해야 합니까?) 그들은 빈정대는 투로 (빈대도 낮짝이 있지 빈손으로 어떻게 가요? 이거라도 내놓고 절한번 올리고 뜻뜻하게 한상 받아야죠!) 측은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자 이제 임씨도 공범이 되었으니 오늘 저녘은 같이 갑시다, 공술이 맛도 좋다지만 그보다 스릴도 있고, 재미좋아요) (좋습니다 저도 공술한번 먹어봅시다)했는데, 난 저녘에 손님이 와서 빠지고 그들은 실컷 마시고 들어오더니, 무용담을 자랑한다,(오늘은 우리가
두탕 뛰었어요) 다른 병원까지 원정을 갔다 왔다나?
한참을 떠들더니 병실 침대를 흔드는듯 코를 있는데로 골면서 잔다,

다음날은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김씨가 외출준비를 하고는 안절부절 못한다, 비가와서 그런갑다... 하고 화장실을 가니 문앞에서 기다린다?

(김씨! 저한데 할말 있으세요?) (저~ 저~) (말씀해 보세요!) (집엘 가봐야 하는데...) (아 차비가 없으신가 보죠? 기다리세요) 하고는 고향갈 차비를 넉넉하게 주었다, 그는 그날밤 돌아오지 않았고, 나는 다음날 오전에 퇴원을 하였다,

가끔 그 병원을 들리면 그가 생각나 웃곤 하지만 그를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한 6년이 지났나? 아는분이 초상이라 그 병원 영안실을 들렸더니,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 다가가 보니 (아이쿠 포사자 김씨 아저씨! 아닙니까?) 김씨는 어리둥절~ ( 6년전 저기 구병동에 같이 있었던 임이 잖아요) (아! 생각납니다)

반갑게 내손을 잡아 앉히곤 팔을 흔들어 (여기여 쏘주 두병만 줘요!)소리친다, (또 비암에 물리셨나요?) (아니요 기냥 속이 좀...) 그의 빨간코와 거품달린 입을 보니 옛날 생각이나 (요즘도 약주 많이 드시나 보죠?) (아닙니다 요샌 먹질 않아요) 같이온 노인인듯? (김씨는 술 먹으면 죽는다 해도 매일 먹어대니 쯔쯔쯔)

얼굴을 보니 햇볕에 그을려 검은게 아니라 병색이 완연한 윤기가 없는 검은색이다, (요즘도 비암 잡으시나요?) (예 약초도 캐고 비암도 잡지요 뱀탕 한번 먹으러 오신다더니...) (아이쿠 죄송합니다 제가 먹어보질 못해서...) 보아하니 그는 또 입원해서 영안실을 다니며 술을 얻어먹는것 같았다,

(참 그 먹구렁이는 잘 있는가요?) (잊지도 않으셨네? 그눔도 지처럼 많이 늙어서...이눔이 요새 끼니나 제대로 때우는지? 가을이라 많이 먹어둬야 하는데 내가 이렇게 입원해 있으니...) 아는분이 불러서 나는 자리를 옮겼다 오니 그가 가버렸다,

그후 또 3년이 지나 작년 늦여름 직원 아버님 부친상으로 그병원을 찾았다, 직원의 자리는 조문객으로 북쩍이는데, 바로 옆자리엔 내 또래 한사람이 상복도 안입고 쓸쓸하게 앉아있다, (고인이
객사했나?) 생각하며 영정 사진을 봄과 동시에 내입에서 (아! 포사자 김씨!)하고 튀어나왔다, 영정 앞으로 다가간다,

그는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제 형님을 아시는지요?) (예 잘 알지요, 10년전 한병실에 같이 있었죠)하며 한개피를 권했다,
(그럼 혹시 전매청에 다니신다던...) (예 맞습니다 형님이 말씀하시던가요?) (그때 퇴원해 오시더니 꼭 오실거라며 좋은 뱀을 모우는걸 봤습니다) (그러셨어요?)

그의 영정 앞에 향불을 피우고 절을했다, (사인은요?) (간경화입니다) (예~ 약주를 좋아하시더니...) (술로 사셨다고 봐야죠) (가족들은...) (예 연락되어 형수님과 조카가 오고있는 중입니다)

(원주에 사시나요?) (아닙니다 저도 형님과 함께 시골에 살지요)
(근데 빨리 오셨네요?) (예~ 그냥 그렇게 되었습니다)하며 천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얼댄다 (비암도 영물이라더니...운명도 같이하나?)

순간! 내 머리속을 먹구렁이가 파고들어 꿈틀대며 지나간다,
조심스럽게 (영물이라뇨?) 그는 (아! 아닙니다)하더니 (이상해요... 제가 오늘 아침에 뒷산 장뇌밭을 돌아 보려고 산을 올라가는데 옛날 형님이 사셨던 폐가 앞에서 찢어진 먹구렁이 껍질과 수많은 발자국이 널려있더군요)

(어라? 어젯밤에 형님이 보살피던 먹구렁이가 멧돼지들에게 당했구나?) 하며 문득 불길한 생각이 들어 바로 내려와 원주에 있는 아들놈에게 전화해서 병원을 가보라고 했지요, 가보니 오전에는 괜찮았다던데... 그래도 불안해 올라왔더니 오후에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형님과 그뱀은 이상한 관계였어요, 형님이 뱀을 잡으면서도, 그뱀은 잡지를 않았고, 오히려 키웁디다, 쥐를잡아 던져주고, 굿골에서 굿하고 버린 음식을 걷어와 방구(바위)밑에 먹어라고 놔주고,

형님은 단소를 잘 불었는데...산에 오를 때도 (피리리리~) 불면서 가면 이 먹구렁이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갔어요, 절대로 다른 사람 눈에는 띄지를 않죠, 지가 멀리서 슬슬 따라가는 장면을 몇번이나 목격했어요. 형님이 입원하고 보름동안 한번도 이놈을 못봤어요,

그런데 그저께 집사람과 동내 아낙들이 나물캐고 내려오는데 (딱 따닥! 딱 따닥!) 금속성 치는 소리가 나기에 쳐다보니 아무도 없고 이 먹구렁이가 큰 방구(바위)위에 올라가 산밑을 내려다 보며 꼬리로 방구를 치고 있있는데, 왠지 그렇게 처량해 보이더랍니다,

그리고 어젯밤에 죽었고,
오늘 형님도 돌아가시고...

난 숙연한 마음에 다시 그의 영정을 바라본다,
사진앞에서 타오르는 향의 연기가 꾸불꾸불 비암처럼!
그의 얼굴을 휘감으며 공중으로 퍼져간다...... 끝.


원주에서 談思 임기지 올립니다






그대...
앙상한 가지에 11월 열아흐레의
싸늘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조금 더 지축이 돌고나면
그 가지에 찬 바람이 불고,
별들의 속삭임마저 냉랭한 겨울이 오실테지요?

그대...
아마도 작년 이맘때의 일이었어요.
그 날도 나는 여늬 때와 같이 양학동 등산로에
혼자서 등산을 갔습니다.
꽃동무는 어디 두었느냐구요?
무슨 일이 그리도 많은지 아무리 달래고 꾀어도
일핑계로 따라 나사지 않았답니다.

풀들은 다 마르고, 활엽수 나무들의 잎새들도
거의 다 지고, 미처 떨어지지않은 마른 상수리 나무의
잎새들이 부는 바람에 팔랑이며 울부짖어
보는이의 마음을 애처롭개 하고 있었지요.

그대,
호기심이 많은 나는 야산인 양학동의 등산로이지만
이 곳 저 곳, 이 길 저 길을 거의 다 다녀 보았는데,
그 날 두 번째 운동기구와 쉼터가 있는 곳에
다다랐을 때, 왼쪽 아래로 이제 막 몇 사람이 다니기
시작한 길을 처음 보게 되었어요.

그리 높지는 않지만, 그 쪽은 경사가 급해서
거의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데,
몇 사람이 간 흔적을 보고는
"나처럼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도 있군...!"하는
마음으로 흥미를 느끼며 내려깄습니다.

조금씩 미끄러지며 잠시 후엔 작은 도랑이
있는 골짜기에 도달 하여 도랑을 막 건너려 할 때,
마른 잡초위에 맛있게 보이는 노란 밀감 한개가
탐스럽게 있었습니다.

그대...
그 순간,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 밀감을 주워 들었지요.
그리곤 땀이 조금 나고 목이 마르던 차에,
'잘 됬다. 웬 횡재야!' 하고 입맛을 다시면서
그 밀감을 먹기위해 껍질을 벗기려는 찰라에
불현듯 번개같이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손을 멈추게 했습니다.

그 '생각'이란
"그럴리야 없겠지만, 만에 하나 이 밀감안에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불 특정인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찬 어떤 사람이 '독극물'이라도 넣었다면...?"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다음 순간,
나는 자신에게 말 했습니다.
"하느님을 믿고, 마음 비우겠다는 너도
밀감을 빠뜨린 사람 하나 믿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영악한 속물에 지나지 않는 구나!" 라고...

그리곤, 내마음은 잠시 실로 근복적인 갈등을
해야 했지요.
"이 밀감을 버린다면, 아마도 저 멀리 제주에서
한 해 전에 씨눈으로 잉태되어 봄에 꽃피우고,
주인의 알뜰한 보살핌으로 여름을 자라 나
가을에 수확되어 포장되고 팔리고 운송되고
또 몇 번을 팔려서, 어느 분의 등산 가방에 넣어졌다가
여기에 와서 그냥 썩어 버릴 운명리라니...
밀감의 한 생은 얼마나 허무할까...?"라고 말입니다.

이 말에 그대는 웃을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의 내마음은 목적을 위해 우리와 함께
있는 모든 사물과 생명들, 그리고 그 정점에 있다는
인간이란 실존 자체에 대한 긍정이냐 혹은 부정이냐
하는 문제로 클로즈업 되었던 것이지요.

그대...
"말감 한 개의 단순한 문제를 뭐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느냐구요?
그 밀감 한 개 버리면 그만인 것을 가지고
머리 아프게 사느냐구요?
그래가지고 이 험란한 세상를 어이 살아내려 하느냐구요?"

글쎄 말입니다.
편하게 살면 그만인 것을 말이지요.
나도 전엔, 아니 그 무렵도, 지금도 내 삶의 대부분은
아마도 그렇게 살고 있겠지요.
그 날 처럼 어쩌다 내 내부에 있는 거부 못할 그 무엇이
되살아 나면, 그렇게 되니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답니다.

하지만, 조용히 마음 가라앉히고 묵상 해 보면,
가끔씩 예고 없이 내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유성처럼
혹은, 어린 시절 그 낭낭하던 어머님의 목소리처럼
아름답게 내 존재를 꿰뚫어 오는 메시지를 내가
외면 할 수 없음을 나는 압니다.

어느 술 좌석에서 이 얘기를 약간 했더니
환갑기에 든 어느 분이,
"그런 생각으로 밥은 어떻게 먹어?" 하더이다.
나의 마음이 비록 그 분의 말씀과 맥락은 같을지
모르지만, 차원이 다름을 그대는 이해 하실테지요?

그대...
마지막 순간, 나는 내 생명을 건 모험을 하기로
무작정 결정했습니다.
영리하다 할 수는 없을 테지만 내 경험상으로
주위 상황과 시간, 밀감의 상태 등을 분석,
나름대로의 과학적인 결론에 의해 그 상황을 대처 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곤 밀감 껍질을 벗겨 그 탐스런 밀감을
아주 시원하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불과 몇초 내지 십여초에 일어난 상황이었지만,
내 '생명을 건 밀감 한 개의 모험'은
얼마나 큰 기쁨으로 다가왔던지요!
'막가파'라든가 '조폭' 그리고,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차별 보복성 범죄'로 많이도 상했던
내 마음의 갈등과 갈증을
그 새콤하고 상큼한 밀감의 맛은 다
씻어내고 있었지요.

그대...
그리고 나는 중얼거렸습니다.
"그래.
나는 아직 살 만한 세상에
살고 있는거야...!"라고.

그대...
우리 함께 앙상한 가짓 새로
저만치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러 가지 않을래요...?

늘 건강해야 하오.

20002년 11월 열아흐레
보니.


결심했다....내년엔...나도... /글: 마골방주


어제...2002년 11월 3일...일요일...쫌 추운날

나는 봉사현장에 있었다.
한강을 끼고 쭈~욱 이어져 있는 둔치위의 달리는 길.
그 곳에서 마라톤 대회가 있었다.
이름하여 [울트라 마라톤 대회]....
그 현장에서 새벽6시부터 저녁 8시까정 급수담당을 했다.
한 5KM마다 물을 공급해주는 바로 그 임무다...
플러스 해서 달리는 이들에게 힘내라고 '홧~팅!' 해주는 임무...
무쟈게 추웠다.
그렇지만 감동이 물결치듯 넘어 온다.

42.195km(105리길)도 양에 안차는지 100km(일부는 62km)를 달린단다.
제한시간은 13시간...
그러니까 출발을 새벽에 한다.
자동적으로 꼴인은 저녁 어둠이 내려않는 시간이 된다...

이 사람들 미쳐도 단단히 미친 사람들(?) 이다.
13시간을 쉬지 않고 뛴단다.
난 거기서 봤다
어느남자...40대 중반...9시간 50여분 정도에 꼴인...
어느여자...13시간30분 만에 꼴인하는 장면...

그런데 그 여자가 어디서 본 여자다.
앗! 바로 그렇다...꼭 지금부터 한달 전인 10월3일 개천절날...
구파발에서 임진각까지 통일로를 따라서 뛰었던 [통일 마라톤]대회에서
나를 앞질러나간 바로 그 女...
그 女 쫓아가려고 한 10여km 뒤 따르다 내가랭이 찢어질 뻔 했던 그 사건...
결국 그 女는 여자부 1등(기록은 3시간 28분...)을 했었지...

그 女(알아보니 나이 40대초반이란다...)가 한달새 만에 다시 보인 것이다.
참으로 대단하다.

난 [통일 마라톤] 이후,
영양보충한다는 미명하에,...날씨도 춥구 해서,...거의 매일 술 먹구...
별로 달리기를 않했더랬는데...
대신에 4년여 손 놓았던 golf club 다시 잡고
무뎌진 칼 날 다시 잡으려고 손에 물집잡히도록 열쒸미 패고 있었드랬는데...
그 女는 한달새에 더 큰 달리기대회를 준비했었다니....

그래서 결심했다.
내년에 나도 100km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하기로...
내년에 완주 못하면 내나이 50이 되기 전까지 꼭 완주할 것이다.
하루 최소한 20여km는 달려야 할 것이고,
최소한 1주일에 한번 정도는 40여km 이상은 달려야 한다.
크로스 컨트리도 열쒸미 해야할 것이구...
무엇보다도 술 쫌 작작 먹어야 겠다.
.
.
.
[4/5열마]님들~~~~~~!
꼭 마라톤이 아니더래두 달리기는 몸에 참 좋은 운동이랍니다.
많이들 하시는 골프도 유산소 운동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리 강도가 쎈 운동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시고,...아울러서...
싸우나에서 흘리는 땀과
달리기에서 흘리는 땀은 질적으로 틀리다는 것을 꼭 유념해 두시고,
벽에 똥칠하지 않을 건강한 80대를 위해 달리기를 시작해 보세요.
.
.
그래서 모두 건강한 [4/5열마]가 됩시다.
.
.
★내년에 각종 【마】라톤 대회와 【골】프대회를 두루 섭렵할 것을 다짐하는...[마골방주]★







    - 분노의 분수(噴水) -






    네 분노(噴怒)
    하늘까지 닿았나 보다.

    하늘 향해 솟구쳐
    오르고 또 오르고

    한순간
    유영(游泳)하던 허공 속

    네 자화상(自畵像)은 지쳐
    길 잃는다.

    끝없는 나락(那落)의 골따라
    흐르다만 영혼(靈魂)처럼

    (生)
    의 부활(復活)
    거듭난다.
    네 검은 초록이
    바람따라 일렁거릴 때

    숨겨진 나의 오만(傲慢)한 욕망은
    하얀 물우산(水雨傘)쓰고

    의미 없는 부활(復活)
    몸짓으로

    다시 솟구쳐 오른다.
    .
    .



    글/장기성


정회원 기념~

모두들 모른 척 하지 말기요 ㅎㅎ

===



모른 척 하라고요?







'모른 척 하세요'

"……"

'한번만 응?'

"……"



눈독을 들이댔습니다. 그 덕에,

그는 들키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모른 척 할 수 없나요?'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잘 썩은 솔잎을 걷어내고는 땄습니다. 땅 속 깊이 자리한 '송이버섯'을

안 들은 척, 미안한 마음을 지니고 말입니다.



'모른 척…….'



봄에 고사리를 꺾으면

'아는 척 해달라' 하며 고갤 들어 눈인사를 하지만

가을에 송이를 따면

'모른 척 해달라' 하며 고갤 숙이는 통에 여간 손이 저립니다.



아는 척 해 주어야 할 때의 눈치,

모른 척 해 주어야 할 때의 눈치,

그 틈에 '둘 사이의 관계'가 놓이게 되는가 봅니다.



~~ 도둑고양이가 된 늙은 그 놈이 한동안 발길을 끊어

~~ '어디서 새끼를 낳았나 보다' 했습니다.

~~ 얼마 후, 그놈의 새끼들이 있는 곳을 눈치 챘습니다.

~~ 고양이도 내 눈치를 알아채고는

~~ 새끼우리를 다시 숨기고 말았습니다.

~~ 내가 아는 척해서 불안했나 봅니다.

~~ 그 뒤론 모른 척 해 주었습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하여 알았는데

'모르는 것이 약이다'하며 '모른 척'으로 '앎'을 덮으면

'아는 것이 병'이 되어 맘이 쓰일 때가 있습니다.

'잘 났어 정말~'이 마음에 꽂히기에 말입니다.



정말 몰라, 당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것도 몰라~" 하면서 내 삶의 쓰임새를 팽개치는 때 말입니다.

정말 몰라, 아플 때도 있었습니다.

"아는 것이 뭐여~" 하면서 내 맘의 온통을 뒤집을 때 말입니다.



'모름과 모른 척'

그 차이를 알면 세상을 아는 사람이 되는가 봅니다.


송이버섯~, 그 옆에 모른 척 한눈 팔면서 발길 돌리도록 서 있는 소나무

용돈~, 뒷걸음치면서 슬그머니 들어오는 손길을 모른 척하는 주머니

시계~, 만날 시간은 넘었는데, 지나가는 분침을 잡지 않고 모른 척하는 오후 7시

열쇠~, 아무리 찾아도 손짓 하나 까닥하지 않고 모른 척 있는 소파 밑동



나서주기를 바라는데

모른 척하면서 골탕으로 꽁무니를 빼는 사람 앞에선

사정이 없이 '두고 봐~' 하고 다짐을 하는 때도 있습니다.







'그 일'을 알면서도

'그 사람'을 알기에

"몰라", "안 봤어", "생각이 나지 않아" 하면~

그 사람에 가서 꼭 한번, 모른 척하고 마음을 비비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오늘,

'모른 척' 하면서 마음 들이미는 사람,

어디 있나요?

그 사람에 다가가서

나도 모른 척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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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물을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보고싶어" 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응" 하고 포장지가 말했습니다.

고운 손길에 포장이 벗겨졌습니다.

"…고마워… 풀어줘서" 라고 하면서 선물이

"속보이고 싶었어" 라고 신음을 하였습니다.



'보고픔'이 그 마음의 근처에서 기웃거리면 덩달아, '보이고픔'이 마중을 하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때 있습니다. 서로간에 그리움을 제 가슴에 유치(幼稚)한 후, 기다림을 유치(誘致)하는 것 말입니다.

'보고픔'이 길들여지지 못하고 그만 닳아지면 덩달아, '보이고픔'이 말문을 막아도 맘이 쓰이는 때 있습니다. 둘 사이에 자리한 대기(待機)를 멈추고 그만 그 마음에 기대(期待)고 싶어하는 것 말입니다.

'보고픔'이 어색한 마음으로 *소담스럽게 다가서면 '보이고픔'이 *야멸스러운 마음으로 *벌쪽거리는 때 있습니다. 하나같은 값어치로 같이, 가치(價値) 있는 놀림을 꿈꾸는 것 말입니다.



감추었다가 슬며시 드러날 수 있어야 '보고픔'이 온전히 자리하는가 봅니다. 보챔이 있는 고픔이 아니라 감쌀 수 있는 보로 자근자근 채울 수 있는 마음 말입니다.

거죽 속에 들어 있어 거품 벗길 수 있어야 '보고픔'이 여물어 탐나게 되는가 봅니다. *되작거리는 마음이 *바글바글 대는 손길에 *가위눌리는 것 말입니다.



'보고픔'은 거울인가 봅니다. '보고픔'을 거울 앞에 세우면 금새 '보이고픔'이 생겨나 *애오라지 닮아가는 것 말입니다.

'보고픔'은 벗기고픈 마음인가 봅니다. 소리의 칼로 틈을 만들고 언어의 톱으로 사이를 비집고 마음의 낫으로 찍어대는 것 말입니다.

'보고픔'은 '드러내고픈 마음'을 그 사람이 머금기를 바라면서 마음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인가 봅니다.



앓아 누워 있는 휘청거리는 삶의 오후에 자그마한 햇살이 비집고 들어와서는

'보고싶을 것 같아, 보지 않았습니다.'

'먹고싶을 것 같아, 먹지 않았습니다.'

'좋아질 것 같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하였습니다. 괜히,

그런 까닭으로 내 마음을 방목(放牧)시킬 수 없었습니다.



'보고픔'이 한가로이 풀을 뜯지 못하고 그 무엇에 걸리는 것은 쓰다듬어야 할 허기진 발자국이 두 눈에 들리기 때문이고, '삐그덕'거리지만 짊어지고 걸어가야 할 현실이 손목을 휘감기 때문인가 봅니다.





하지만 다시금

"보고 싶어?" 하면

"응" 하고

"많이?" 하면

"응" 하고 대답을 하고마는 것이 우리네 심사인가 보다.



오늘은

보이고 싶습니다.

보고싶은 마음을 들키는 것 말입니다.

그래서는

보란 듯이 본 때를 당하고 싶습니다.

볼 낯이 없도록 말입니다.

그럼 안되나요?






* 벌쪽거리다 : 속의 것이 드러나 보일 듯 말 듯하게 무엇이 열렸다 닫혔다 하다

* 소담스럽다 : 보기에 소담하다. 생김새가 탐스럽다

* 야멸스럽다 : 자기 생각만 하고 남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아니하다

* 되작거리다 : 무엇을 찾느라고 이리저리 자꾸 뒤지다

* 바글바글 : 마음이 쓰여 속이 타다

* 가위눌리다 : 자다가 무서운 끔을 꾸어 옴쭉도 못 하고 답답함을 느끼다

* 애오라지 : 다만 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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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유경




      가 을 병 동



      가을이 끝나는 곳에

      이름 없는 병동이 있고

      날개가 부러진 철새 몇 마리

      가는 햇살을 받으며 서있다.



      구름꽃 꺾어 물고

      창공을 박차고 날던

      눈부신 빛의 날개도 아주 접고서

      노래편지 바람에 띄우던

      샘물 같던 음성도 다 떠나보내고



      이제는

      담쟁이 넝쿨에 가슴을 맡긴 채

      꿈은 차라리 서글퍼

      주소도 없는 곳에

      그저 누워있는 갯벌

      가을 끝에 가보면

      작은 섬 하나

      하늘에 떠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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