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흐르는 물이어라
그리 급할 것도
그리 서두를 것도 없는
그저 흐르는
시냇물이어라
그렇다고 괜시리 머물것도
썩 바쁠 것 없는
유유자적한 물이어라.
엄동설한 모진바람엔, 꽁꽁얼어
동면에 들어가고
춥다싶으면 슬쩍 살얼음 지폈다가
잠시 쉬다가고
봄이면 해동하여 흘러내리면 되고
흘러 흘러 내리면서
그 지경을 한뻠씩 늘려가며
이 세상 더러운 부유물
말없이 다 수용하고
강이되고...바다가 되는
강물의 평화로움
그 여유도 기실은
강수심 그 아래로
무섭도록 깊은 결의로 쉬임없이
힘차게 도도히 흘러
너른 바다의 광장으로 나가
달빛에 춤을 추고
파도로 살아내다가
햇빛에 날개를 얻어
다시 물방울로
흐르는 물로
거듭 윤회하는
나는 나는 그냥 물이어라.
이요조/2005년 9월2일 아침에
..♬♬ Franz Liszt : '연습곡 No. 3, Un Sospiro' 입니다.'
♬♬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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