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 감을 먹으며*   

         


        어머니는 떫디떫은 땡감을 즐겨 잡수셨다.

        어머닌 왜 입 안 가득 떫음으로 무거운 

        못 먹을 것을 드시는지 몰랐다.

         


        내 어머니에겐 타관객지 도시생활에서

        나락 익는 냄새 구수한 친정으로 내닫고 싶은

        목을 꺽꺽 막던 향수의 출구였음을 이제야 안다.

         


        그 때 어머니 나이보다 훌쩍 더 넘어버린 나는

        어쩌다 떫은 감만 보면 덥석 깨물어 보는

        이 맛은 내 어머니께로 달려가는 그리움일 될줄이야~

         


        목젖까지 뻑뻑하게 무거운 떫음으로

        멈추지 않는 딸꾹질처럼 달려오는 그리움!

        아! 어머니~

         


        이 떫은 땡감을 뭔 맛으로 드셨을까

        행여 살다가, 살다가 가슴 터억 가로 막히는 날

        그 때 수월하라 연습하셨을까

         


        글:사진/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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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다리 / 이요조

 

 

 

한강 유람선을 탔다.

선상에서 다리 밑을 지나가며

나는 육교를 오르는 젊은 건각의 다리를 뽐내듯 깡똥하니 짧은 아가씨의 치맛속을 훔치듯...
고개를 한 껏 꺽은 채  다리 사이로 앵글을 디밀었다.
양 다리 사이로 포카스에 비친 자궁 속은 파란 물빛 양수였다.
나를 길러 낸 내 엄니의 자궁 속...내 영혼의 안식처,

내 어머니...어머니! 

 

그 자궁 속으로의 회귀를 꿈꾸는...부비고 싶었던 천상의 침상,

그 푸른 양수에 무릎을 걷고 첨벙첨벙 걸어 들어가서 내 지친 두 발을 가지런히 담그고 싶다.
다리 사이로 보이는 무한의 사유~

내겐 하늘문이 열리던 날이었다.

허공을 향해 네 발을 허우적대며 

교각 아래 측은히 떨어져 누운 한 마리 할딱이는 여린 짐승이었다.

 

나는...
내 탯줄은 누가 자를 것인가.

떠밀려 떠나온 양수의 따듯함이 억울하도록 그리워, 울음을 토했을 붉은 핏덩이,
피 투성이의 비리고 여린 육신은 누가 핥아 줄 것인가?

어머니....아!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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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은 봄이다.

괜히 한자음으로 표기하고 싶어서 봄! 이렇게 써 놓고는
아무리 한자 전환을 하려해도 먹통이다.

'어라 왜 이럴까?'


몇 번 시도 끝에 그 이유를 알고는 혼자서 피시식 웃어보는....

정녕 봄은 봄이다.



      『3월』
            
      바스스~ 바스슥대며 解土하는 
      흙무더기를 뚫고 새순 돋아나듯 
      된통 봄을 앓던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벽에 걸린 달력은 아직도 2월, 
      묵은 달력장을 미련없이 찢어버리고
      2월을 몰아내려 창문을 활짝 열고 먼지를 턴다.
      청소기가 자지러지며 기함(氣陷)을 한다.
      찢겨 나간 2월이 
      청소기에 깔려 아픈 비명을 내며 그렇게 죽어가고
      3월은 또 그렇게 
      열린 창문으로 기다렸다는 듯 
      성큼 한 발을 들여놨다.
      새봄이다.
      
      글/그림/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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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 자욱한 날에

             


            안개 속에서 불쑥 나타나서 눈에 불을 켠 자동차로 그렇게 나를 피투성이로 치어놓곤 스르르 안개 속으로 사라져갔다.

            아무도 듣고 본 이 없는 단발마는 습한 안개 속에 잦아들고 시신 위로 축축한 안개비가 내리고 있었던 그날,

            분명 죽었던 기억이 스멀스멀 살아나고 지워지지 않을 흉터는 켈로이드(keloid) 뱀처럼 부풀어 고개를 든 채 기어다녔다.

            눈마저 잃어버린 뱀처럼 이리저리 내 혈관을 돌고 돌아서  아스팔트 위로 꿈틀~꿈틀~~,


            안개는 그렇게~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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