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1)




      나는 입니다.
      전생에 당신을 떠나
      이생의 바다에서 홀로 흔들리며 떠 있는,

      당신은 모르시지요
      외 글자 이란 이름 하나 만으로도
      내가 얼마나 외로운지...

      까마득한 예전 우리가 하나였을 때
      당신을 부여잡은 손목을 그만 놓치고
      동그마니 홀로 된 나,

      시간이 구름처럼 천천히 흐르고 있는
      평화로운 듯 졸고 있는
      더없는 풍경이지만

      파도에 패이는 가슴으로
      내가 얼마나 고독해 하는지
      차마 당신은 모르실 것입니다.

      날마다 나는 당신에게
      긴- 편지를 씁니다.
      갈매기 편에 늘 부쳐 보내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언제나 해풍에 실린
      갈매기의 빈 날개짓 뿐입니다.

      망망대해 아득한
      우리 사이를 고마운 어느 뉘 있어
      아름다운 다리를 놓아 준다면

      내가 당신에게로
      갈 수가 있을까요
      당신이 먼저 내게로 달려 오시겠어요?

      그 게 백년,
      아니 천년이 된다 하여도
      이 자리에 망부석으로 기다리겠습니다.



      이요조







      섬(2)




      깊은 바다 속
      뿌리내린 해초처럼
      네 발목을 부여잡는 이 누군가?

      해가지면 어두운 밤바다로
      자맥질하는 머리를 푼 섬은
      포말(泡沫)에 몸을 섞고,

      파도에 가슴패기 닳고 닳아
      각혈로 응혈진 갈망은
      끝없는 꿈의 부유~~

      연모는 사뭇 회한이 되어
      뭍을 외면하고 돌아누워
      담(痰)맺힌 울음에 목이 메는 너,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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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오는 날엔




      비오는 날엔
      " ............"


      마른 먼지도
      무거워진 날개로
      신경통을 앓는


      비 오는 날엔
      아무런 말이 필요없습니다.


      적적함의 찌꺼기가 막혀
      거꾸로 역류하는 하수구처럼
      그리움, 꾸역 꾸역 ~~
      가슴이 게워내는 날입니다.


      파란 가스불에 올려진 후라이팬에다
      눅눅한 그리움을
      둥그렇게 부쳐놓고
      빈 가슴, 메우려다가...


      비 내리는
      창 밖만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글/이요조













      *상단의 이미지는 제 것이 아닙니다.
      이미지가 좋아서 가져오다.. 이 글을 쓰게되고 이와 유사한 제 이미지는
      오늘 반나절을 찾아도 어디에 들었는지... 제 사진 찾으면 대체해야지요.
      물론 윗 사진보고 글을 쓴 것이니... 감응은 좀 떨어지겠지요.
      아래는 비 오는 날 찍은 제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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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념

    살아있다는 게 무언지 꾸준히 먹고 배설하네요.
    달팽이~~ 어느 야채 무더기에 묻혀서 왔는지, 주방 싱크대에서 생포되어
    작은 생수병에 넣어져 키운지 한 스므날 남짓~

    오늘도 나는 물을 갈아 줍니다. 이젠 조금 싫증도 나고해서,
    병뚜껑을 열고 함부로 다루듯 주루룩- 물을 부어내리니 병 속에든 찌꺼기가 수루룩- 빠집니다.
    달팽이야 나가든지 말든지... 그런데 웬 걸?
    빠삐용이 흐르는 물과 함께 빠져 나올 수도 있을텐데...
    절대로 빠져 나오지를 않네요. 고집이 쎈가?
    '빠삐용' 이란 이름을 도로 환수해 버릴라나 봅니다.
    오늘 시골길에 가서 숲에다 두고 올라고 했었는데, 그러다 바빠서 깜빡 잊고는 그냥 외출했었는데....

    여러번 헹굼질 하는 찬 물의 급류에 놀랐는지 상추잎을 타고 앉아서 죽어도 놓질 않는군요.

    바보 같으니라구~ 그 게 바로 [관념]이라는 건가봐요.
    늘 습관처럼 그저 그래왔던....

    여태껏 해왔던 묵은 관념을 씻은듯이 탈피하면, 선선히 포기하면 꿈꾸던 세상이 저절로 열릴텐데...
    까짓 작은 상추 잎새 하나가 대단한 생명선이라도 되는 듯 부여잡은
    어리석은 달팽이와....우리가 뭐가 다르랴 싶어서요.




    [내 생각과 틀려요!]

    ♪마음이 서로 통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하노라면 코드가 다른 사람과 같이 있노라면,

    ♪나는 스스로 둘로 나뉩니다. 나는 하나가 아닌 둘이 됩니다.

    ♪내 영혼은 자꾸만 멀찌기 달아납니다 저만치 등을 보이며 갑니다.

    ♪영이 자꾸만 빠져 달아난 또 다른 나는 멍합니다. 빈 껍데기로 말입니다.

    ♪대화는 군데 군데 끊어지고 빈껍데기는 마치 고장난 형광등처럼 깜빡거립니다. 건망증 환자처럼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정신을 차리면 잘못 합체된 로봇처럼,

    ♪난데없는 하품이 납니다 눈꺼풀이 게슴츠레해집니다. 구제 불능으로,

    ♪왜 그렇게 몸과 마음이 딱 맞게 일치가 안될까요? 게으른 탓에,

    ♪내 혼은 치기어린 철부지처럼 좋고 싫음이 분명합니다. 사회성 결여로,

    ♪어떤 세련된 화술이나 그럴듯한 표정연기를 못해냅니다. 고집 쎈 자만감,

    ♪바보같기도 떼쟁이 같기도 치기뿐인 저능아 같기도 한, 칠칠치 못하므로,

    ♪강바닥 뻘 속 깊이 묻힌 돌멩이처럼 빠져 나오질 못합니다. 노력부족으로,

    ♪강바닥 뻘 속에 점점 깊이 박히는 관념같은 돌멩이처럼, 쓸데없는 매너리즘에,




    *요즘 먹는 약때문에 기피했던 커피를 오랜만에 마시고 밤잠을 설치네요
    해서 중얼거립니다./낮에 비를 좀 맞았거든요.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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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놀기*


아무에게도 전화도 하기 싫다.
누구를 만나기도 싫다.

누구에게든 전화만 오면 저쪽에서
혹시 잘못 걸린 전화가 아닌가 몇번을 확인해 보다가
"목소리가 왜 그래요?"

집안 시숙 한 분이 전화를 해 오셔서는
"제수씨 음성이 왜 그래요?"
하시길래 평소 나의 뒷 목 아픈 걸 잘 아시는 분이라

"혹시나 그 영향인가 해서 갑상선을 떼 내 봤어요"
했더니... 그 작은 일을 뭐할려고 소문을 내셨는지
집안 여기저기서 전화가 온다.

다들 무소식이 희소식으로 여기고 사는지라 오랜만에 전활하자니 여간 머쓱한게 아닌가보다.

"안녕하세요? 그간 어떻게 지내셨어요?"

시 조카넘이다.

"ㅎㅎ~~ 밥 먹고 잘 사알지"

"건강은 어떠세요"

"나.. 건강해 "

"근데 목소리가 왜 그러세요" 짐짓 능청을 부린다. 나도 그에 맞게 응수해 줘야지

"나? 변성기여 할머니 음성으로 전환할려구"

.............

25km 떨어진 그리 멀지 않은 곳,

팔려고 전세도 두지않고 비워둔 단독주택, 그 앞집에서 연락이 왔다.

"거기 똘똘이 아줌마네 집 맞지요? 아니 목소리가 왜그래요? 못 알아 보겠어요"
"아니 아주머니~ 어쩐 일이세요?"
"웬일인가 싶어서요 그럴 분이 아닌데.. 마당이 너무 풀밭이라~"
"ㅎㅎ~ 제가 좀 아팠어요 비 온 뒤 언제 한 번 가야지요 곧 갈께요"
"그랬구나 오세요 저도 도와드릴께요"

오늘 같은 날이면 풀도 잡아 끄는대로 쑥-쑥- 뽑아질 터인데...
아직은 움직이기 싫은건지 가기가 싫은건지...
...........

어제 부엌 싱크대에서 달팽이 한 마리를 보았다.
상추? 아니면 대파에서 묻어왔겠거니 여기며 일 하던 중이라 나중에
찌꺼기 바구니를 비우면 쓰레기통으로 보내지겠거니 하며
신경을 쓰지 않고 물로 씻어 내려버렸다.

그리고는 잊었다.
나물 데친 뜨거운 물도 버린 것 같은데...

어디서 살아 나왔는지 오늘 또 싱크대 주변을 얼쩡거린다.
보내줄 데가 영 마땅치 않다.

여기는 풀도 아무것도 없는 시내 한 복판인 데,
생수병을 카터 칼로 구멍을 조금내고 거기에다 달팽이 집을 만들었다.
"그래 내가 키워줄께... 요즘 다른 이들 보면 악어나 뱀도 키우던데.. 내가 너 하나 못 키우랴"

물을 조금 붓고 상추 잎도 하나 넣어주었다.
달팽이는 기어 오르더니 이내 없어졌다.
"아니..어디로 갔을까?"

뚜껑을 열었더니.. 그 뚜껑에 거꾸로 매달려 웅크린 모습이 저으기 안온한 표정이다.

밑바닥 습기도 마다하고 상추 잎도 마다하고 뚜껑에 거꾸로 웅크려 잠든 것 같은 모습,

"그래 오늘부터 네 이름을 '빠삐용'이라 명명한다"

슬그머니 부담감이 생긴다.

오늘부로 내가 양육해야 할 식구가 하나 더 늘었다.

아니지..

또.. 숱한 생명들~~

24일날 난생처음으로 이 나이에 콩나물을 길러 보려고 콜라 패트병을 잘라

콩을 넣고 물을 주었더니 오늘에사 뿌리가 내렸다.

까만 비닐로 감싼 콜라패트병, 싹이 났을까? 궁금해서 벗겨보기를 여러번~~

드디어 오늘,
그 눈이 톡톡 터지더니..기여히 하얀 발을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에구 신기해라~ 부지런히 물줘서 길러야지.

가만! 그런데 콩나물은 길러서 국 끓여 먹으면 되지만 달팽이는?

달팽이는 어쩌지??

아 맞다! 콩나물 국에 멸치대신 넣으면 쓰겄다.

크하하하~~~







2003년 6월 26일 못된 엄마의 일기
(일주일 뒤 우리집 식단 메뉴/사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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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추나무와 아폴로 눈병





    *감염*

    ..............................................................................................

    양치기의 달/ 큰일에도 꿈쩍않을 것 같으신 요조님 우울증치료에 작은 감나무가
    치료제 역활을 톡톡히 한 셈이로군요 그작은 감나무의 열매에 그리도 기뻐하심은
    마음속에 소녀같은 감성이 있음을 들키셨네...좋은 하루 ..건강하세요 [08:30]

    정다운/ 아~~..글쿠나..여장부처럼 씩씩하신 요조님도 가끔은 우울증을 앓으시는구나....
    하긴 섬세한 감성을 지니셨음이니....감나무..그나무는 어린유년의 세월로 나를 기억케한다..
    현관앞 1층에사시는 노할아버지가 심어놓으신 화단에 감나무한그루 난덕분에 매해 초봄엔
    감꽃을 가을엔 탐스럽고 맛있는 단감을 구경할수있다.. [15:33]

    정다운/ 늘부지런하시어 경의선 철길옆에 푸성귀를 심어 나누어주시던분..
    작년겨울부터 노환으로 누우셨다..감나무도 주인이 아픈줄아는지 감이 별반 많이달리지를 않았다
    ...식물도 동물처럼 교감으로느끼는 것일까..아침마다 주인의 사랑을 먹고 무럭무럭자라
    탐스런열매로 보답하던 감나무...그나무도 웬지 알고있을것만 같다...
    ................................................................................................


    어제 분당을 다녀 오면서 얼핏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다.
    마치 나에게 하는 소리같아서 귀가 솔깃해졌다.
    지루하다거나 삶이 재미없음도 모두 자기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이란다.
    제 인생을 잔칫집으로 만들거나 상갓집으로 만드는 건 다 본인 마음 먹기란다.
    맞는 말이다.

    [작은 감나무]글을 카페 게시판에 올리고 그 답글로 양치기의 달님과 정다운님이
    나같은 여장부?도 우울증을 앓냐고 그런다.

    나도 우울증이 뭔지 잘 모른다.
    병원에 가서 처방전으로 약국에 갔는데 "우울증 약이네요" 한다 연두색 알약 반쪽이다.
    그리고 다른 약도 역시 비슷해서 밤낮으로 바보처럼 잠만 내처 자고 있다.

    내 우울증은 묵은 뒷목 아픈 것에서 오기 시작한 것 같은데
    얼마전 어머님의 병환 후윳증으로 더 심해진 것 같다.

    부산을 가려고 20일 전부터 예매해 둔 새마을 기차를 놓치지를 않나
    꼭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어머님은 병원가자고 우기신다.

    그것도 급한 병원이 아닌 안과... 누안액으로 넣으실 약이 없다시는 것이다.
    병원 다녀오고 그러다 기차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놓치기만 하랴... 주말이니 입석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인 셈이다.

    안구건조증은 낫는 병이 아니다.
    엄니는 그 안과 못 쓰겠다고 다른 안과를 가보자시기에
    무려 세 군데를 전전하다 보니 이젠 병원에서 되레 눈병이 옮으셨나보다.
    아폴로 눈병이란다.
    간이 쿵하고 떨어졌다.
    아폴로눈병(급성 결막염)을 한번 쯤 앓아본 사람은 알리라 얼마나 통증이 심한지,
    평생처음 눈병을 해본다시는 어머님~
    어머님은 "절대 눈병이 아니다 그 의사도 잘 몰라서 그런다 다른 병원을 가보자"
    우기시는데... 정말 시쳇말로 환장할 노릇이였다.

    이제 라식수술한 아이가 겨우 한달이 되어 안정을 찾는가 싶을 시기인데...
    집에 오면 큰일이잖는가?

    그리고 남편과.. 아들들이 눈병을 한다면? 만약 여기서 방어하지 못하고 주부인 내가 옮는다면?
    우리 식구가 다 옮는다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어찌 내가 긴장을 늦추리~~

    어머님의 손 간 데마다 몰래 따라다니며 신경을 쓰고 도어핸들 닦기
    식탁모서리, 의자 닦기 화장실 전기스위치 수도꼭지 변기 뚜껑 닦기 .. 어찌 하나 두개랴

    어머니가 완쾌하시도록 한 열흘 내내 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며칠 전 '바이러스 맨' 이라는 영화(컴)를 보았다.
    의과대학에서 감염학을 가르치면서 강의실 도어 손잡이에다 야광물질을 몰래 발라두었다 한다.
    강의실 불을 끄고 캄캄한데서 모두는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한다.

    뺨에 눈에...머리카락에...팔뚝에.. 심지어 남학생들은 바지 앞지퍼에서
    야광물질이 빛을 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염...

    안과선생님은 제일 좋은 방법은 눈에 비눗물이 들어가도 좋으니
    손과 얼굴 눈을 비누로 깨끗이 닦아주는 게 최선책이라신다.
    그리고 집에서 냉찜질을 하라신다.

    아폴로 눈병은 이제 우리집에서 완전 소강상태다.
    긴장이 풀리고나니.. 맥이 탁- 풀어지는 게 아무하고도 말도 건네기 싫다.

    [감나무이야기]가 났으니 말인데
    그 곳에는 대추나무가 두 그루 있다.
    한그루는 대문옆에 또 한그루는 집 안쪽 켠에...

    몇해 전 대추나무 '빗자루병'이 유행할 때
    대문 앞 대추나무가 병에 걸리자 그만 안 쪽 대추나무도 쉬 감염이 되고 말았다.
    예외없이 두 그루가 다 비실거렸다.
    약이 없단다.

    대추나무가 미쳤다고도 하며 일명 대추나무 에이즈라고도 불렀다.
    인터넷으로 나무 박사를 찾았지만 별 도리 없단다.
    아무리 애를 써도 결국은 죽는다고 모두는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대문 옆에 있는 대추나무는 오래묵은 것이지만 토종 대추에다 누가 준 것이라
    그저 다 자란 것을 손쉽게 얻은 나무였고
    마당에 있는 대추나무는 내가 직접 10년 전에 5000원 주고 회초리만한 어린 묘목을
    사서 직접 심어 키운 것이라 애착이 갔다.

    살 때 묘목이 아예 접붙이가 되어 있었다.
    그래선지 유난히 씨알이 굵고 달았는데...
    아쉬움에 나는 유독 걔에게만 거름을 파묻어 주기 시작했다.
    개똥에서부터 생선내장..쌀 뜨물까지...
    주다가 남으면 대문께에 있는 대추나무에게도 조금은 나누어 주었다.

    한이년 두나무 다 열매도 맺지 못하면서 비실거리더니... 아니나 다를까
    대문옆에 있는 대추나무는 이제 완전히 죽어있었다.

    안쪽에 있는 대추나무는 빗자루병의 흔적은 없되 아직 열매는 맺지 못하고 있었다.
    잎은 건강하게 무성했다. 내년이면 열매를 맺게 될려나?

    '아폴로 눈병'과 '대추나무 이야기'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는데
    -식물의 교감- 운운 하신 정다운님의
    [작은 감나무]이야기 답변을 생각타 보니 이리 장황해졌다.

    내 속에 우울을 글로써 씻어 낼 수 있다믄야... 상관없다고 누가 뭐라진 않겠지.
    아니네
    이것도 엄연히 감염이네...
    다른이에게 내 우울을 전가시키고 저는 벗어나려는...
    훗, 아무튼 모든 건 저 마음먹기에 달렸다하니,
    님들~~
    모두 모두 즐겁게 사시기를, 늘 잔칫집 분위기의 자신이 되시기를....



    ...........................


    청산골에서 쌔빈 '바이러스맨' 영화를 추천해서 올립니다. 화면 크게 하고 즐겁게 감상하세요.





 
 

 

패닉 - 달팽이

달팽이 음악과 이 음악 교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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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John Letter

이락 전투를 승리로 끝내고 母港인 San Diego항으로 귀환중인
최신형 核추진 항공모함 Abraham Lincoln의 갑판이자 활주로에는
US NAVY-1기(S-3B 4인승 전투기)가 사뿐히 안착했다.
날개를 접어 올리고 방향을 바꾼 전투기에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대통령인 Bush가 녹색비행전투복을 입고
헬멧을 옆구리에 낀 체 뛰어 내렸다.

나는 이 멋진 장면을 지켜보면서
어디선가 읽은 Dear John Letter를 떠올리면서 서글퍼졌다.
Dear John Letter란 전장에 나간 애인에게 배달된 절교편지를 뜻한다.

"Dear John/ 이 편지 쓰기가 정말 싫군요/
Dear John/
오늘밤 당신에게 고백해야 해요/
당신에 대한 내 사랑은 죽어버렸어요/
잔디의 풀이 죽듯이/
그리고 오늘 밤 저는 다른 사람과 결혼해요/
Dear John"

왜 하필이면 John일까? 너무 평범하고 흔한 이름일까...
남자의 이름 중에서 Sean은 "고결한"이란 뜻이, Ryan과 Brian은 "힘센",
Kenneth나 Kyle, Irvin등은 "잘생긴"이란 뜻을 갖고 있다.
Jane이나 Janet, Janice, 그리고 Matthew는 "신의 자비로운 선물,
Michelle과 Michael은 "신을 닮은", Jason은 "하나님은 나의 구주"란 뜻이 있다

"...나는 해외전투에 나가 있었지/
우체부가 내게 편지를 전달했을 때/
나는 너무나 행복했었어/
中略/
편지는 Dear John으로 시작됐어/
내 사진 돌려주지 않으시겠어요/
제 남편이 그걸 원해요/
제가 누구와 결혼한다고 말해도 당신은 크게 마음쓰지 마세요/
내 사랑 사라졌다는 것 당신께 말하기가 가슴아프나/
오늘 밤 저는 당신 동생과 결혼해요..."

기쁨뒤에는 슬픔이
서러운 가슴에는 그리움이 미움으로 남아 있겠지.

이번 전쟁에서도
얼마나 많은 장병들이 Dear John이 되었을까...
비록 짧은 전쟁이었지만...

05-14-03
si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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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감나무





    병치레 끝에 수술도 하고 그럭저럭 못 가본 게
    두어 달만에 처음 가는 비어둔 집은
    정말 입이 따악 벌어질 정도로 작은 마당은 말 그대로 쑥대밭이다.

    나리꽃은 흐드러지게 피다 못해 제풀에 픽-픽 쓰러져있고
    굳이 미신을 믿진 않지만
    여기 사람들은 유난히 모든 일이 꼬인다고 믿어 꺼리는 등나무를,
    옆집 빗물받이를 자꾸만 잡아 당겨 뽑아놓는 밉쌀머리에 큰 맘 먹고
    작년에 모두 잘라 베어 냈는데 모질게도 죽은 둥치에서
    줄기가 다시 살아 올라 얼기설기 제 맘대로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올 여름에도 다시 매미들 꽤나 꼬이게 생겼다.

    땅대(竹)는 뿌리가 번져 보도 블럭 사이로 기어나와 무성히도 번졌다.
    길이 없어졌다.
    똘똘이가 없는 주인잃은 빈 밥그릇들은 뒹굴어져 담긴 빗물에 이끼가 끼이고
    그것도 고여있는 물이라고 모기 유충만 잔뜩 고물거린다.

    재작년 봄이던가?
    집사님이 지팡이만한 감나무를 하나 갖고와서 심어주시더니
    하도 곁가지가 없어 막대기같아 보여 별반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세상에나 감이 12개나 맺혔다.

    너무 신기하고 좋았다.
    난, 감나무를 유난히 좋아는 하지만 윗지방으로 이사와선 심기를
    아예 포기하고 살았었는데...
    꼬물 꼬물한 놈이 여러번 세고 다시 세어봐도 기특하게 딱 12개가 달렸다.

    언제 감꽃이 피었고, 언제 나 몰래 감이 맺혔을까?
    동안 따듯한 눈길 한 번 제대로 건네 준 적이 없었는데도....
    참으로 신기했다.

    기쁨에 일하던 흙손으로 집사님께 전화를 했다.
    "심어주신 그 감나무있잖아요...감이 벌써 열렸어요 무려 12개나요"
    호들갑스럽게 수다를 부렸다.

    ..........................

    우린 둘 다 생각없이
    반팔 티-셔츠에다 칠부바지를 입고 갔다가
    장갑은 꼈어도 팔뚝에는 풀독이 올라 회를 친 것처럼 되었다.

    어제 부산서 올라온 언니와 형부를 만나러
    분당 조카네로 가려고 서둘러 일을 마쳤다.
    와중에도 꺾어져버린 수국과 나리꽃을 챙겼다. 집에 가져다 꽂으려고 ..

    출발하면서도 내내 나를 힐끔거리던 양반은
    "안색이 안좋네... 사람이 생각없이 멍해 보이네..."
    그랬었는데... 땀 좀 흘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기분이 썩 괜찮아졌다.
    아마도 내 혈색이 좀 돌았나 보다.

    "살만한가 보네~"

    "친정 갈려니 그런가?"

    "여자들은 시가(媤家) 간다 생각만 해도 서리맞은 호박꽃이 되고
    친정 갈라치면 이슬맞은 나팔꽃처럼 생기가 돈다더니... 당신도 그래?"

    남편 농담도 무리는 아니다.
    내가 생각해도 훨씬 낫긴하다.
    아마 12개의 감이 오종종 달린 작은 감나무 덕일게다
    우울증이 훨씬 가셔졌다.

    내년에는 더 많은 감꽃을 볼 수 있겠지...

    우리집 양반은 마눌 건강을 위해서라도
    이사를 해야겠다고 우기는데...

    글쎄...??



    이요조








    2003년 7월 14일 자정너머
    불현듯 [작은 감나무] 글이 쓰고싶어 쓰며...
    꽃도 토요일 꽂아 두고 외출했다가 1박하고 늦게 오니 어째 벌써 시들한 것 같으네요
    카메라 준비가 안되어 감나무를 찍어 오지 못했지만,
    네이버[감나무] 이미지를 찾아 그와 꼭 닮은 감나무를 발견하고 그대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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