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밤의 콘서트 ( 달빛 쏘나티네 1)



나의 창가에
하얀 달빛이 찾아 와
침대 위에
여인처럼 누웠다.

귀뚜라미가 물레 앞에 앉아
이 여인을 위해 비단의 긴 실을 뽑는 아름다운 가을 밤,

어둠에 취해
달빛인지 여인인지 몰라
함께 잤다.





가을 밤의 콘서트 ( 조수미와 함께 이 밤을... )



벌써
가을이 왔지만
여름은 아직 떠나지 않았다.

가을은
여름을 가라고 하고
여름은
기다리라고 한다.

여름이 아픈가 보다.

거리에 쌓아 둔 따가운 햇볕과
산과 들에 풀어 둔 더운 바람과
내 침실의 후끈한 무더위를
이고 떠나는 등 뒤로 해가 지면

서늘한 바람이 행복한 이 가을 밤

나의 창가에는
오늘도 귀뚜라미가
조수미와 함께 찾아 왔다.

가을 밤은 아름답다.

*
조수미의 천사와 같은 목소리와 티없이 맑고 영롱한 귀뚜라미의 노래가 환상적인 실황공연이 펼쳐진
내 조그만 침실은
들뜨고 격한 현장감 넘치는 사운드로
밤이 일어나 어둠을 환하게 불로 태우고 있었다.





가을 밤의 콘서트 ( 안드레아 보첼리...)



여름의 뉘앙스가 묻은
가을 저녁 하늘을
별들이 깨끗히 닦아 놓고
서로 반짝이며 채팅하는 밤을 보라.

보았으면 아래를 보라.

오늘도 어둠이 환한 나의 창가에는
귀뚜라미가 안드레아 보첼리보다도 더 고운 목소리로
가을연가를 부르고
밤은 음표들의 속삭임으로 휘날려
조그만 나의 침실은
고독이 천사의 옷을 입고 누웠다.

가을은 누구에게나
쓸쓸한 바람이겠지만
그래서 밤새 가슴이 아퍼 휘몰린다 해도
귀뚜라미가 내 창가에 찾아 와
노래 부르는 날의 가을 밤은
눈부시게 하얗다.





가을 밤의 콘서트 ( 자 화 상 )



서늘한 가을 밤
아무도 없는 택시 정류장에
60대 초반의 허름한 아저씨가 서 있다.

늙지 않으려고 청바지에 붉은 티를 입었지만
키는 작고 몸은 북어처럼 마르고
얼굴은 번데기처럼 주름 투성이다.

어둠 속에서 어디를 가려고
택시를 기다리나 보다.

이 아저씨가 바로 나이 50 의 나다.





가을 밤의 콘서트 ( 달빛 쏘나티네2)



어제 밤
공원에서
가족과 함께
달 구경을 했습니다.

둥근 달 속에서
토끼 두마리가
떡 방아를 찧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우리 가족은
달빛 아래서
비단을 깔고
토끼가 가져 온 떡을
맛 있게 먹었답니다.

해마다 추석이 오면
우리 가족은 손을 잡고
공원으로 가
토끼가 빚은 송편을
하얗게 먹는 답니다.





가을 날의 콘서트 ( 강 )



이른 새벽
나의 집 앞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밖을 나서면
오색 단풍으로 무장한 자동차들이
거대한 중국의 양자강이 되어
가로수를 삼킬듯 흘러
집 앞은 벌써 아수라장이 되었다.

자동차들의 물결이 사나운 강으로 변해
뿌연 홍수가 도시 전체를 휘감고
나를 삼킬 듯 덤비는 파도는
온 종일 이성을 잃고 불로 출렁거렸다.

강을 바라보면 강을 건너야 하는 책임이 무서워
강은 미친듯 폭우를 동반해
우리들을 향해 거센 물줄기를 틀어
놀라 갈 곳을 잃고 강뚝에 않아
오늘도 그저 가쁜 심호홉을 하면서
강 멀미를 앓고 있을 뿐이었다.




Tears in Heaven/Eric clapton


감히 한 말씀................./멋진 머슴


어제 경기도 일산 호수공원에서 한국 사이버 농업인 연합회가 주최하는 농산물 판매장에 참여했다..
이번 행사는 판매보단 사이버농업인 창립 홍보를 겸하고,
회원들 간의 얼굴 익히기,
그리고 한국 최고의 농산물 공급을 위한 결의대회 성격도 있다.
날씨 탓인지 계획했던 참여농가가 일부 빠지고
생각했던 매출은 기대 이하로 조금 맥이 풀렸다.

오랜 월급생활에 젖어있던 나이었기에 된장 판매란 쉽지 않았다.

판매방법도 그렇고 모든게 어설프고 어색한데다 날씨까지 춥다보니
조그마한 부스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나의 몸은 물론 마음까지 서글프게 했다.
태어나 처음 해보는 된장 판매는 큰 기대는 안했지만
찾아오는
고객들은 없고 하니 더더욱 마음 한구석엔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갖가지 생각들이 맴돌았다.
간혹 찾아오는 고객 또한 가볍게 툭툭던지는 한마디 말들은 더욱 맥을 풀리게 했다.

아니 너무 화가 나기도 했다.

이곳에 참여하는 분들은 대한민국에서 각 분야별로 최고라는 농가다.
유기농 농법을 고집하며 각종 언론에 오르내리는 등
최고의 농산물을 만들어 백화점과 사이버 등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한데 1년여 동안 정성들여 가꾸고 만든 배, 귤 등등
많은 농산물을 왜 이리 비싸냐며 30-50% 깍아 내리니 조금 아쉽다.
이것은 이해할 수 있다.

농산물을 파는 사람은 무식하고 옷차림도 허름하여야 하는지.
아니
고객들에게 조금 무시를 당해야하며 함부로 취급당해도 참아야 하는가.
아쉽기만 하다.

고객이 된장을 구경하면서 하시는 말
"뭐가 이리 비싸"
"아저씬 농사꾼처럼 안보여".
"만원이면 만원이지 9,900 이 뭐야".

갑자기 눈물이 핑돌았다.

얼마 전까지 조금은 화려했던 직장생활의 한부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갔다.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려하기에 고객에게 말했다.

“난 된장을 파는게 아니라 인격과 작품을 판다고 생각합니다.
농산물을 안 사셔도 좋으니 이 추운 날씨에 마음과 몸이 차가운 농사짓는 저분들에게 상처주는 말씀은 삼가해주시라“고 부탁했다.

시중에 파는 커피는 몇 천원일까...

전 된장을 판매한지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상 어느 곳보다
그나마 비교적 바르고 순박한 분들이 농사를 하고 있는 분들이라고 감히 한 말씀 하고 싶습니다.
전 사랑하는 농사를 짓는 이분들과 평생을 함께할 것이며
그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된장파는 농군으로 반듯하게 살아 갈렵니다.




꿈꾸는 노인...꿈 내리는 노인


햇살이 따사로운 가을날
공원 벤취에 한 노인이 꾸벅 꾸벅 졸고 있다.

그는 바람보다 가벼운 새 털 마냥
세월을 거슬러 꿈을 꾸고있다.
아니 꿈을 서서히 내리고 있다.


볼연지 수줍던 새 각시
윗저고리 살며시 벗기던 첫날밤의 새 신랑이 된다.

첫 아들 놓고 새끼줄에 빨간 고추 매달면서
히죽 히죽 마냥 웃던 청년이 된다.

회갑잔치에 아들 딸 며느리 손자손녀
절 받으며 허허허 웃던 흐뭇한 아버지 할아버지가 된다.

허나 이제는 다 떠나버렸다.
아니 다 떠나보내었다.
그래서 새 털 보담 더 가벼운 바람 같은 몸으로 남았다.


가을이 되었다.
가을은 풍요의 계절이면서
옷을 벗어버리는 계절인 것이다.

다 비어버린 몸이고 마음이라서
가을햇살도,
가을바람도
이토록 행복한 꿈을 꾸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노인의 등허리에 쓰러져 가는 가을햇살이 아름답다.
떨어져 내리는 단풍잎 하나 아름답다.

인간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세월 따라 변하고 늙고 죽어갈 수 있음이 아닐까?


무릇 세상만물이 그러하듯이....


그래서 졸고 있는 노인은
아름답다.
꿈마저 내려버리는 노인은
더욱 아름답다.




돌아오지 않는 요일


"제발, 이러시면 안 돼요.
이런 곳에서는 할 수 없어요.
당신의 불타는 마음과 기분은 이해하지만..."

아그네시카는 약간 저항하며 불만섞인 몸짓으로 청년의 손을 떼어 놓고 켜 올려진 스커트 자락을 내리며 옷매무새를 고쳤다...(中略)...

"사랑하는 아그네시카여,
왜 우리는,
우리의 사랑을 나눌,
사랑을 속삭일 오직 세쪽만이라도 막힌 방이 없을까요?"...


학교시절 읽은 폴란드의 플라스코라는 작가가 공산학정의 절망속에서 살아가는 민중의 생활상을 그린 <第8曜日> 에 나오는 장면으로 기억된다.


게오르규의 <25시>가 1970년대 젊은이들에게 많이 읽혀진 작품이라면, <제8요일>은 1960년대에 공감하던 그 시절의 생활상이 담겨진 작품이었다.


우리 나라의 현실도 중산층이상에서는 의식주문제가 겨우 해결되고 있지만 주거환경은 형편없이 낙후되어 있다. 그래서 가장 걱정되는 생활의 현실이 주택문제이다. 곧 세쪽만이라도 막힌 방의 문제 - 즉 집이라는 큰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우리의 주거문제는 단순히 먹고 자고 쉬는 공간일 뿐만이 아니라, 그 가정의 전체 재산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집이 중산층이하의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주택문제 해결에는 단순한 안식처에다가 재산증식의 역활까지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주택의 개념을 소유라는 인식에서, 안락하면서 두려움없는 주거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려면 국가나 공공기관에서 주택문제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고,또 실제에서는 그렇게 많은 이 드는 일에 선듯 나설 수 있는 형편이 못 되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의 젊은 세대나 커가는 자식들의 장래를 바라보는 세대 모두가 이 문제에 신경을 곤두 세우게 되는 것이다.


우리 열마 카페 회원 여러분께서는
이 글이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실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말은 필자가 어느 대학에서 주관한 주부와 새로운 가정을 이룬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통합 세미나에서 그 당시 대학로에 있던 카톨릭학생회관에서 한 강의의 첫 서두부문이다.


왜 이 글을 썼느냐고 묻는다면 요즈음의 사람들은 이런 귀한 나의 안식처이면서 내 재산인 우리 아파트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은 다른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내 자신이 이번에 아파트 문제에 뛰어들어 과거에 집을 옮겨 다니면서 재산을 늘여 나가고, 또 아이들이 친구를 사귈만하면 이사를 다니게 된 일이 몹시도 자식들에게 죄스러움으로 점철되기 때문이다. 아들애가 하던 말 "아빠, 우리 또 이사가야 돼요?" ("미안하다, 아들아" - 조용히 고백하는 능력없던 아버지의 말)


새벽 2시반에 웬 이상한 사람이 2,3번이나 전화해서 잠을 깨워 놓고는 나를 또 아파트문제에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혼자서 괜히 옛날 생각하고, 또 그 시절 살아오던 어려움과 즐거움을 되뇌이면서 우리 아파트의 여러 난관들이 잘 풀리기만을 바라고 있다.


그리고 같은 또래의 사람들이 대부분 컴맹 내지 넷맹이라 더욱 외로워 지는지도 모른다. 우리 사랑하는 입주민 모두가 이번 기회로 더 많은 관심
과 성원을 보내 주셔서 고마운 마음이 그지 없다.


글을 쓰다보니 초점이 흐려졌는지도 모른다. <亨>



























    1. 빵숙이의 전성시대


    내 몸을 자세히 보면 온통 상처투성이다, 다들 그 많은 상처가 생기게된 연유를 묻곤 하지만
    나는 항상 (어릴 때...)하고 얼버무리고 만다,
    하지만 세밀히 살펴보면 피부에 언뜻언뜻 묻혀있는 반점이 이빨 자국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그것은 모두 하나뿐인 여동생 빵숙이에게 물린 상처이다,

    "오빠가 얼마나 못났으면..." 하고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실제로 난 못났고 졸장부이다,
    빵숙이는 상당히 호전적이고 강압적인데 반해 난 타협적이고 복종적이며, 빵숙이는 우람한
    덩치와 파워를 가졌는데 난 작고 약했으며, 그녀는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옹고집을 철저히
    물려받았는데 난 그렇지 못했으니, 싸움을 하면 지는 건 당연지사라 생각된다,

    먹을 것이 생기면 엄마는 언제나 둘의 몫을 똑 같이 갈라준다, 빵숙이는 내 것이 많니 크니
    하면서 바쁘게 먹어댄다, 눈 깜짝할 새 게눈 감추듯 흔적도 없이 먹어치우곤, 갖은 애교(?),
    아양, 협박을 하면서 내 몫을 반 이상 뺏어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또 먹는 것이라면 칠야의 어둡고 차가운 밤이나, 장대같이 쏟아지는 우중을 뚫고서라도 기필코
    사오는 열의를 보였고, 손님이 와서 (누가 동생이지?)하면 나의 어깨를 솥뚜껑 같은 손으로
    쿡 찍으면서 (얘가 동생이고 제가 누나예요)하며 아주 능청스럽고도 노숙하게 대답한다,

    나는 빵숙이가 치마 입은 모습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 활동적인 성격이 맞지 않아 선지? 여자 애들이
    하는 공기 줍기나 고무줄넘기 보다는 딱지치기와 구슬치기, 특히 말타기에 아주 흥미가 있었다,

    그래서 꼭 사내애들이 노는데 와선 끼워달라고 떼를 쓴다, 안 끼워주면 훼방을 놓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끼워준다, 이때부터 이건 독무대에서 리사이틀이나 하듯 냅다 괴성을 질러대며
    그 삼겹살 덩이가 (붕~)뛰어 올라 탈 때는 짬뽕(말이 찌그러짐) 안 되는 얘가 없었다,

    먼저 빵숙이의 살벌한 이빨과 찬란한 전적을 소개하고 넘어가야겠다,
    첫째 입이 얼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다, 엄마가 빵숙이를 낳고 나서 얼굴을 보니 얼굴
    전체가 입이라 (내가 사람을 낳았나? 새 새끼를 낳았나?) 생각이 들었다나?^^ 아무튼 빵 한 개가 아무
    저항 없이 쑥! 들어간다고 빵숙이란 별명을 지어주었다,

    대문니는 안으로 살짝 들어간 듯하며 날카롭기가 끌과 같고, 좌우의 송곳니는 아연도 박판을 쉽게
    맞창을 낼 정도로 좀 과장해서 물렸다! 하면 살점이 덜렁덜렁해진다,^^
    또 그 강인한 이빨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인지? 용돈만 타면 그 먼 학교 앞 가게까지 쫓아가 먼지 앉고 말라비틀어진
    오징어 다리를 사 먹었다,

    빵숙이의 전성기에는 골목대장인 석이를 몇 차례 넉 아웃 시켜 끝내 이사를 가게끔 만들었으며,
    우리 집 강아지를 물었다는 죄목으로 옆집 불독을 이빨 대 이빨로 맞붙어 조져버렸다,

    더욱이 거지가 와서 행패라도 부리면 총알같이 날아가 개 대신 이빨 자국을 선사했고, 동네 애들이
    구슬치기하면 빗자루로 몽땅 쓸어가도 누구하나 나서서 (내놔라!)하는 애가 감히 없었다,
    심지어는 빵숙이네 담임선생님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뭐죠?)하니까 (빵숙입니다!)하는 소리가
    나왔을 정도니 그야말로 이빨 하나로 온 동네를 제패한 실력자임엔 두말할 여지가 없다,

    이러한 빵숙이의 행패에 엄마는 손이 발이 되게 빌고 다니기에 바빴고, 아무리 때리고 타이르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조금만 수틀리면 얼굴이고 뭐고 닥치는 대로 물어뜯는 빵숙이의 제물인
    나는... 그 더운 여름날 섧디 섧게 울면서 상처에서 흐르는 진물에 달라붙으려는 파리를 쫓기에
    이력이 났었다, "오라비가 만날 동생에게 당해서 되겠냐!"하며 집에서 나를 태권도 도장에 보냈다,

    빵숙이로 인해 시작하고 그로 인해 끝냈지만 호신술이란 기본이념은 망각한 채 오로지 빵숙이를 뚜드려
    잡겠다는 일념 하에 비지땀 퍽퍽! 쏟으며 열심히 수련했다,
    두 달 정도 수련을 받고 청띠를 매고 보니 다리도 한창 풀리고, 몸이 근질근질 하던 차! 빵숙이와
    일전을 겨루게 되었다, 방청소를 하다가 농 밑에서 연필이 한 자루 굴러 나왔다, 분명히 내 것인데
    자기가 주웠으니 자기 거라며 우긴다, 평소 같으면 당연히 뺏기는데 태권도가 참질 못했다,

    (너 오늘 잘~걸렸다, 오라비의 태권도 맛 좀 봐라!) 하며 신속하고도 절도 있게 딸딸이 전굴 자세를
    취하며 (얍!) 기합을 넣었다, 빵숙이는 물어뜯으려다 상대가 예상외로 대차게 나오자 멈칫하더니
    앙증스럽게 웃으며 (놀구 자빠졌어야~)하며 내 팔을 낚아챘다, 그 순간 (으라챠챠!) 좌회전 돌려차기로
    빵숙이의 턱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실제로는 힘없이 갖다 붙인 상태였는데 그녀는 잽싸게 나의 거시기(낭심)를 꽉! 물어 버렸다,
    (엄마! 나죽어!) 하며 움켜쥐고 팔짝팔짝 뛰다가 뒹굴자, 비명소리에 달려온 엄마는 황급히 바지를
    벗겨 내리고 감자 두개의 이상유무를 확인 또 확인 한참을 살피곤 안도의 긴 한숨을 쉬더니 (이년이
    집안의 대를 끊을 년이네? 혼 좀 나봐랏!)하며 멀뚱하게 서있던 빵숙이의 종아리를 사정없이 때렸다,

    하지만 고집대로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 없이 계속 맞고만 있다가 연방 날아오는 회초리 (앙~)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그 완 반대로 난 아픈 것도 잊어버리고 만면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번듯이 드러누워
    나의 천적인 빵숙이의 괴로움을 즐기며 황홀경에 도취되어 가고있는 찰나!

    (야 이XXX야! 너는 뭘 잘했다고 웃어!)하며 빵숙이의 육중한 몸이 내 얼굴을 덮친다 난 완강히 바동거리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역부족이다, 목덜미를 콱! 무는 순간 내 몸에서 피가 빨려 나가는 느낌과 함께 의식이
    희미해져간다, (아- 드디어 나도 천당엘 가는구나? 근디...우째 천당엘 가도 피 빨려 죽으면서 가냐?)
    하며 쓸쓸히 죽어 가는 것까지는 생각이 나는데...

    몸서리치는 한기에 얼마 뒤 깨어보니 염라대왕이 아닌 엄마의 걱정스런 얼굴이 클로즈업 되어온다,
    (어 이상하다? 난 분명히 드라큘라에게 물려 죽었는데...)중얼거리자 엄마는 이마의 땀을 닦아주며
    (또 그 소리야 이 세상엔 드라큘라가 없다니 깐! 너무 놀래서 헛것을 본 게야) 오라비의 흰창만 남은
    눈과 게거품을 보각보각! 내는걸 본 후 빵숙이의 무시무시한 무는 버릇이 없어졌지만 근40년이 지난
    지금도 어쩌다 보이는 그녀의 이빨을 보면 섬뜩해진다, 그 당시 노이로제가 상당히 심했나보다,



    2. 나의 역전기


    여동생이 있는 사람이 부럽다고요? 또 여동생이 귀엽다고요? 하기사 사람에 따라 경우에 따라
    그런 분도 있겠지요, 그러나 저는 전혀 입니다, 오히려 왠쑤덩어린 걸요,

    초등 학교 졸업 때까지 고양이 앞에 쥐 신세로 줄창 물어뜯기고, 허구헌날 얻어터져 눈탱이 밤탱이
    되는디 그게 왠쑤지 동생인감유? 중학교 1학년 때! 빵숙이와 또 일전을 치르게 되었다, 모든 싸움이
    그렇듯 기선제압이 승패의 50%를 차지하는데 그날도 (너 이년!) 고함은 질러놨으나, 가소롭다는 듯
    차가운 미소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이빨을 보는 순간 (오매 기죽어~~) 뭐랄까? 외나무다리에서
    호랑이를 만난 개처럼 내 꽁지가 뱃가죽 밑으로 찰싹 달라붙은 듯한 느낌과 함께 오금이 저려왔다,

    난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자신에게 최면을 건다(이러면 안돼! 무서워하지마! 이길 수 있어!)하는
    순간 (짜샤 죽을래?)하며 내 팔을 낚아채는 빵숙이의 머리를 밀쳐내며 (엄마야!!!) 밖으로 도망쳤다,

    엄마가 달려오시더니 나의 공포에 질린 모습과 빵숙이의 헝클어진
    쑥대머리 사이로 번득이는
    눈과 이빨을 보더니 (아이쿠 몬 산다 몬 살아! 저기 인간이가? 짐승이지! 쯧쯧) 내 손에 빗자루를
    쥐어주며 당부한다, (니 오늘 저년 꼭 잡아라!)하며 둘을 방안으로 밀어 넣고 문을 닫아버렸다, 나를
    향해 댓쉬하는 빵숙이를 빗자루 몽디가 부러지도록 패고 또 팼다, 코에 맞았는지? 코피가 흐른다?
    (어? 코피가...)

    닦아 줄려고 다가가는 순간 잽싸게 나의 어깨 죽지를 물어버렸다 (어~엄마 나죽어!)비명소리에 창문으로
    지켜보던 엄마가 쏜살같이 들어와 빵숙이의 머리채를 낚아채어 벽으로 패대기쳤다, 난 물린 어깨를
    문지르며 (아이쿠 아파라~~) 울고 있는데, 그녀는 울지도 않고 지 이빨로 물어뜯은 나의 러닝 셔츠의
    쪼가리를 물고 (으르릉)거리고 있다, 어느새 코피는 멎은 것 같다,

    엄마는 귓속말로(니 오늘 저년을 잡지 못하면 평생 고생한다, 내가 있으니 걱정 말고 싸워라!)하곤
    나가면서 빵숙이의 대가릴 사정없이 쥐어박으며 (꼴 좋다 이년아! 어데 감히 오라비를 이길려구)
    (자 이제 2라운드다 땡!)하며 문을 닫고 나갔다, 난 지금까지의 공격 패턴을 바꿔 중앙에서 싸우면
    불리할 것 같아 방구석 코너에 등을 붙이고 싸우기로 했다,

    그녀가 다가오면 빗자루론 얼굴을, 발로는 배를 공격한다는 계산인데 역시 막강한 파워를 앞세운
    육탄공격이 들어온다, 잡히면 끝장난다! 란 각오로 죽을힘을 다해 계속 때리고 차고 하는데...
    배를 차여 (욱! 욱!)거리면서도 탱크처럼 밀고 들어와 내가 잡혀버렸다, 그리고 둘은 안은 채로 넘어졌다,
    (큰일났다!) 난 딸리는 힘이지만 빵숙이의 머리를 힘껏 밀며 버둥댄다, 아~ 저 날카로운 이빨이
    푸른빛을 내며 나의 연한 살점을 노린다,

    그 와중에도 잔머리를 굴린다 (뭐 좋은 수가 없을까?) 마침 일이 될려니 방바닥에 굴러다니던 고무
    야구공이 보인다 (맞아 바로 저거야!) 한쪽 팔을 빼며 고무공을 쥐었다, 그 틈에 빵숙이의 이빨에
    내 목까지 바싹 다가왔다, 순간 젖 먹던 힘을 다해 (에라이 요년아, 이거나 먹어라!)하며 그녀의
    그 큰 아가리 속에 쑤셔 넣어버렸다, (에 켁켁켁) 불시에 일격을 받은 빵숙이는 공을 빼내려고 나를
    풀어준 순간 잽싸게 일어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찬다,

    일어나려면 차고 또 차니 일어나는 걸 포기하고 공을 빼내려니
    꽉 끼어 빠지질 않는다,
    갑자기 애가 조용하다 왜 저러지? 입에 박힌 고무공에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엄마! 빵숙이가!) 엄마가 보더니 칼을 가져와 공을 찢어 바람을 뺀 후 끄집어내고 등을 토닥거리자
    (휴~) 긴 한숨을 쉬더니 늘어져 버렸다,

    그 사건 이후로 빵숙이의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나 내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고,
    빵숙이가 상당히 고분고분해졌다.






    거대한 몸체위에 놓여진 작은 티클같은 존재로 오늘을 납니다.
    사라져간 많은 것들을 기억해 내려 안간 힘을 씁니다.
    바람으로도 그 흔적들은 찾을 수 없습니다.
    아주 작은 흙 먼지 속에서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다만 아스라히 남은 기억속에 잠겨있던 걸 꺼내려하지만 또렸하지가 않아요.
    지나온 삶의 편린들이 되돌아 갈수 없는 영역에서 나를 부름니다.
    다만 기억으로요.
    그래서 거울 앞에 서 봅니다.
    잃어버린 것들을 찾으려고요.

    내가 스치고 지나온 많은 일들과 많은 것들을 찾으려 마음에 여행을 가끔 가지요.
    신이시여!
    나를 이 곳에 오도록 배려하신 신이시여!
    어쩌면 방치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외로워할 때가 더 많았나이다.
    마음의 밭에서 자라는 나무처럼 생각은 꽃도 피웠다가 열매를 맺기도하고 더러는 병충해를 입고 고사하기도하고,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눕기도 하지요.
    때론 폭풍우에 뽑혀 뿌리채 말라 비틀어져 죽어 버리기도하고요.
    참으로 많은 변화와 곡절도 많았던 세월인 것 같습니다.
    남기는 것은 내가 만들어 낸 상처 뿐.
    그러나 그 흉터를 볼 수 있는 것도 납니다.
    나만이 갖고 있는 내 거울에만 있는 흉터들 ㅡ

    낡은 쇠를 용광로에 넣어 다시 새 쇠를 만들어 내듯.
    가끔은 자신을 불 속에 쳐넣기를 마다하지않는 사람들이 있기도하지요.
    쇠가 녹을 때 불순물은 모두 타버리거나 증발하여 순수한 것만 남아 새로운 탄생을 하듯이 우리에 삶도 때론 그렇기를 원합니다.
    신이시여!
    생명을 무엇이라 정의하시나요?
    살아 움직이는 것입니까?
    느낄 수 있는 마음입니까?
    아니면 둘을 합하여야합니까?

    바람이 불어 내 살갗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렇듯 내 살아온 모든 것들이 내 흔적이 지구의 어느 모퉁이를 스침니까?
    그 것이 내 삶이였습니까?
    생각은 어디에 머뭄니까?
    흘러지나가 버린 것입니까?
    지난 번 긴 장문에 연서 속에 당신께 바치는 내용이 많이 젖어 있습니다.
    신이시여!
    보셨나이까?
    보셨나이까?
    당신은 아시지요?
    당신만은 아시지요?
    아직도 당신께 다 못한 한이 있습니다.
    신이시여!
    당신은 아직 내 영혼에 한을 남겨놓으셨습니다.
    당신은 이세상에 나를 내려 놓으시는 것이 아니였습니다.
    왜냐고요?
    뿌리 뽑지 못한 한을 아직 남겨 놓으셨기 때문입니다.
    내 한에 뿌리를 뽑겨하여 주소서,
    내 손과 내 마음으로 하여금 뽑아내게하여 주소서.

    다만 이렇게 나를 내 속에 머물러 나를 드려다 볼 수 있게 시간을 할애하여주신 점에 대하여는 깊이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 깊은 바닥까지 샅샅이 뒤집어 볼수있을 때까지 시간을 주소서.
    잃어버린 것을 찾을 때까지ㅡ

    신이시여 궁국에는 사랑이라는 것은 압니다.
    그러나 그 것이라는 추상적인 알음보다 내 것을 만들어 내고싶습니다.
    그걸 알아내라 이곳에 내려 놓으셨지않았나요?
    창조라는 물음에 해답은 사랑이라는 해답집에서 답을 외워 답안지에 쓰는 그런 사람 보다는 그 해답을 얻어내어 쓰는 진정한 답안지를 쓰고 싶습니다.

    (2002.11.10. 작가 -- 편지)







    * 가을의 마음 자리 *


    가을은
    깊이도 모를 정도로
    높고 멀어지는
    푸른 하늘


    젊음과
    야망과
    열정으로
    치닫던 내 눈길을 거두고
    눈 내리깐 고뇌와 사유로 물들어
    산자락 오솔길 풀섶따라
    지내온 날들을 새김질할 때


    칠팔월 햇볕처럼
    불가마 같았던 입술도
    세월에 목매어 애원하던
    서러운 내 사랑도
    소슬바람에 귀 열며 비워지는
    먼 마음


    서늘한 나이의 깊이 만큼
    가을날 물살 같이
    휘어져 돌아오는 길목에서
    억새꽃 한 아름으로
    그대를
    그대를
    기다리는 시심


    소나기 지나간
    천년 침묵의 바윗등 같이
    흥건한 눈물 씻어간 정결한
    가을의
    가을의 마음 자리


    - 혜 강 -






    아들아(4) ....................../영랑


    아들아...

    훈련기간에 마지막 대화가 되겠구나.
    보내준 사진을보니 너의 번듯해진 자세가 흐믓하구나.
    햇볕에 그을린 모습도 건장해 보이고...
    한껏 자세를 잡아 본 모습인지는 몰라도
    늙어 꼬부러 지도록 그런 자세가 필요하단다.
    욕심을 부린다면 긴장하지 않아도 더 자연스럽게 반듯한 자세를 평생 유지하길 바란다.


    훈련 시 죽이도록 밉게 앞뒤에서 독려하는 조교들은 너의 트레이너 일뿐 너를 해하지 않는다.
    그들은 너의 극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지시에 의하여 너를 단련시킬뿐이다.

    그러나 네가 살아갈 세상의 도처엔 스스로 극복하지않으면
    너를 함락시켜 좌절시키고
    너를 파멸시킬 수 있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단다.


    한시적으로 마음껏 충족시키지 못하는 한끼의 식사나
    시원한 물 한모금의 의미는 상대적으로 큰 의미가 있음을 깨닫기 바란다.
    지금 훈련병은 모두 함께 훈련동안만 통제되지만
    자유 경쟁의 사회의 일원이 되었을때 ....
    일부사람이 하는것을 너의 능력부족으로 성취하지 못할때의 참담함을 꼭 상기하기 바란다.


    훈련을 통하여 많은것을 느끼고 배웠다니 고맙다.
    지금 너에게 공부하기 위한 시간이 절실하다는 생각은 훈련소 퇴소시
    국방부에 반납하지도 말고 빛바래 퇴색되지도 잊어먹지도 말길 바란다.


    그리고 네가 원하는 특기와 자대 배치는 잘 될것이다.
    걱정하지 말고 지금 훈련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도록...
    그러나 너의 필체 때문에 또 서러움 당할 것이다.

    늦었지만 매사에 준비없는 영광은 없다는 것을 명심해라.


    이제 본격적인 마무리 훈련을 통해 더욱 강건해져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길 바란다.
    배달되는 시간을 배려하면 시간이 촉박한것 같아 하고픈말 총총 줄인다.



    2002.8.30 사랑하는 아빠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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