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노의 분수(噴水) -






    네 분노(噴怒)
    하늘까지 닿았나 보다.

    하늘 향해 솟구쳐
    오르고 또 오르고

    한순간
    유영(游泳)하던 허공 속

    네 자화상(自畵像)은 지쳐
    길 잃는다.

    끝없는 나락(那落)의 골따라
    흐르다만 영혼(靈魂)처럼

    (生)
    의 부활(復活)
    거듭난다.
    네 검은 초록이
    바람따라 일렁거릴 때

    숨겨진 나의 오만(傲慢)한 욕망은
    하얀 물우산(水雨傘)쓰고

    의미 없는 부활(復活)
    몸짓으로

    다시 솟구쳐 오른다.
    .
    .



    글/장기성


정회원 기념~

모두들 모른 척 하지 말기요 ㅎㅎ

===



모른 척 하라고요?







'모른 척 하세요'

"……"

'한번만 응?'

"……"



눈독을 들이댔습니다. 그 덕에,

그는 들키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모른 척 할 수 없나요?'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잘 썩은 솔잎을 걷어내고는 땄습니다. 땅 속 깊이 자리한 '송이버섯'을

안 들은 척, 미안한 마음을 지니고 말입니다.



'모른 척…….'



봄에 고사리를 꺾으면

'아는 척 해달라' 하며 고갤 들어 눈인사를 하지만

가을에 송이를 따면

'모른 척 해달라' 하며 고갤 숙이는 통에 여간 손이 저립니다.



아는 척 해 주어야 할 때의 눈치,

모른 척 해 주어야 할 때의 눈치,

그 틈에 '둘 사이의 관계'가 놓이게 되는가 봅니다.



~~ 도둑고양이가 된 늙은 그 놈이 한동안 발길을 끊어

~~ '어디서 새끼를 낳았나 보다' 했습니다.

~~ 얼마 후, 그놈의 새끼들이 있는 곳을 눈치 챘습니다.

~~ 고양이도 내 눈치를 알아채고는

~~ 새끼우리를 다시 숨기고 말았습니다.

~~ 내가 아는 척해서 불안했나 봅니다.

~~ 그 뒤론 모른 척 해 주었습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하여 알았는데

'모르는 것이 약이다'하며 '모른 척'으로 '앎'을 덮으면

'아는 것이 병'이 되어 맘이 쓰일 때가 있습니다.

'잘 났어 정말~'이 마음에 꽂히기에 말입니다.



정말 몰라, 당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것도 몰라~" 하면서 내 삶의 쓰임새를 팽개치는 때 말입니다.

정말 몰라, 아플 때도 있었습니다.

"아는 것이 뭐여~" 하면서 내 맘의 온통을 뒤집을 때 말입니다.



'모름과 모른 척'

그 차이를 알면 세상을 아는 사람이 되는가 봅니다.


송이버섯~, 그 옆에 모른 척 한눈 팔면서 발길 돌리도록 서 있는 소나무

용돈~, 뒷걸음치면서 슬그머니 들어오는 손길을 모른 척하는 주머니

시계~, 만날 시간은 넘었는데, 지나가는 분침을 잡지 않고 모른 척하는 오후 7시

열쇠~, 아무리 찾아도 손짓 하나 까닥하지 않고 모른 척 있는 소파 밑동



나서주기를 바라는데

모른 척하면서 골탕으로 꽁무니를 빼는 사람 앞에선

사정이 없이 '두고 봐~' 하고 다짐을 하는 때도 있습니다.







'그 일'을 알면서도

'그 사람'을 알기에

"몰라", "안 봤어", "생각이 나지 않아" 하면~

그 사람에 가서 꼭 한번, 모른 척하고 마음을 비비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오늘,

'모른 척' 하면서 마음 들이미는 사람,

어디 있나요?

그 사람에 다가가서

나도 모른 척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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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보고싶어" 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응" 하고 포장지가 말했습니다.

고운 손길에 포장이 벗겨졌습니다.

"…고마워… 풀어줘서" 라고 하면서 선물이

"속보이고 싶었어" 라고 신음을 하였습니다.



'보고픔'이 그 마음의 근처에서 기웃거리면 덩달아, '보이고픔'이 마중을 하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때 있습니다. 서로간에 그리움을 제 가슴에 유치(幼稚)한 후, 기다림을 유치(誘致)하는 것 말입니다.

'보고픔'이 길들여지지 못하고 그만 닳아지면 덩달아, '보이고픔'이 말문을 막아도 맘이 쓰이는 때 있습니다. 둘 사이에 자리한 대기(待機)를 멈추고 그만 그 마음에 기대(期待)고 싶어하는 것 말입니다.

'보고픔'이 어색한 마음으로 *소담스럽게 다가서면 '보이고픔'이 *야멸스러운 마음으로 *벌쪽거리는 때 있습니다. 하나같은 값어치로 같이, 가치(價値) 있는 놀림을 꿈꾸는 것 말입니다.



감추었다가 슬며시 드러날 수 있어야 '보고픔'이 온전히 자리하는가 봅니다. 보챔이 있는 고픔이 아니라 감쌀 수 있는 보로 자근자근 채울 수 있는 마음 말입니다.

거죽 속에 들어 있어 거품 벗길 수 있어야 '보고픔'이 여물어 탐나게 되는가 봅니다. *되작거리는 마음이 *바글바글 대는 손길에 *가위눌리는 것 말입니다.



'보고픔'은 거울인가 봅니다. '보고픔'을 거울 앞에 세우면 금새 '보이고픔'이 생겨나 *애오라지 닮아가는 것 말입니다.

'보고픔'은 벗기고픈 마음인가 봅니다. 소리의 칼로 틈을 만들고 언어의 톱으로 사이를 비집고 마음의 낫으로 찍어대는 것 말입니다.

'보고픔'은 '드러내고픈 마음'을 그 사람이 머금기를 바라면서 마음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인가 봅니다.



앓아 누워 있는 휘청거리는 삶의 오후에 자그마한 햇살이 비집고 들어와서는

'보고싶을 것 같아, 보지 않았습니다.'

'먹고싶을 것 같아, 먹지 않았습니다.'

'좋아질 것 같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하였습니다. 괜히,

그런 까닭으로 내 마음을 방목(放牧)시킬 수 없었습니다.



'보고픔'이 한가로이 풀을 뜯지 못하고 그 무엇에 걸리는 것은 쓰다듬어야 할 허기진 발자국이 두 눈에 들리기 때문이고, '삐그덕'거리지만 짊어지고 걸어가야 할 현실이 손목을 휘감기 때문인가 봅니다.





하지만 다시금

"보고 싶어?" 하면

"응" 하고

"많이?" 하면

"응" 하고 대답을 하고마는 것이 우리네 심사인가 보다.



오늘은

보이고 싶습니다.

보고싶은 마음을 들키는 것 말입니다.

그래서는

보란 듯이 본 때를 당하고 싶습니다.

볼 낯이 없도록 말입니다.

그럼 안되나요?






* 벌쪽거리다 : 속의 것이 드러나 보일 듯 말 듯하게 무엇이 열렸다 닫혔다 하다

* 소담스럽다 : 보기에 소담하다. 생김새가 탐스럽다

* 야멸스럽다 : 자기 생각만 하고 남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아니하다

* 되작거리다 : 무엇을 찾느라고 이리저리 자꾸 뒤지다

* 바글바글 : 마음이 쓰여 속이 타다

* 가위눌리다 : 자다가 무서운 끔을 꾸어 옴쭉도 못 하고 답답함을 느끼다

* 애오라지 : 다만 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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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유경




      가 을 병 동



      가을이 끝나는 곳에

      이름 없는 병동이 있고

      날개가 부러진 철새 몇 마리

      가는 햇살을 받으며 서있다.



      구름꽃 꺾어 물고

      창공을 박차고 날던

      눈부신 빛의 날개도 아주 접고서

      노래편지 바람에 띄우던

      샘물 같던 음성도 다 떠나보내고



      이제는

      담쟁이 넝쿨에 가슴을 맡긴 채

      꿈은 차라리 서글퍼

      주소도 없는 곳에

      그저 누워있는 갯벌

      가을 끝에 가보면

      작은 섬 하나

      하늘에 떠가고 있다


눈오는 날에는 난 오두막에 갇히고 싶다! ..../ 낭만


눈오는 날에는 갇히고 싶다.

마산에는 온종일 비가 내렸다.
그러나 인근 함안군에는 눈이 많이 온다고 했다
해서 첫눈을 맞으러 갔었다.

한적한 국도를 따라서 눈은 소리없이 팔팔 날리고 있더니
언덕을 지나 고개를 넘으러 하니 소복 소복 내리기 시작하고
온 산은 하얀 눈속에 묻히고
눈안개에 편안히, 포근히 앉아 있었고...
빈 들판은 하얀 편지지가 되어
겨울 낭만의 서정으로 이끌어 갔다.


산밑의 옹기종기 납작하게 엎디어 있는 시골집,
한적한 동물농장,
더욱이 더 한적한 곳에 자리잡은
군데 군데의 모텔들도,
기름진 갈비집들도,
오늘은 아름다워 보였다.


모두다 거기에서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고
포근한 겨울꿈을 꾸고있는것 같았다.


까만 겨울나무의 가지가지엔
하얀눈꽃이 목화송이처럼 풍성하게 꽃피우고
더러는 벌써 부터 낙화되어
뚝뚝!!
떨어져 내리는...

아! 첫눈 오는 산길.


차를 버리고 눈속으로 걸었다.
바람도 숨죽여 살며시 쉬어가는 눈오는 오후...
적막한 오솔길엔 나의 발자국만 찍히고,
행복했다

그러면서도 외로웠다.
이렇게 눈오는 날에는 깊은 산골 오두막집에 갇히고 싶다.
아무도 오지않고 ,
아무것도 먹지않고,
다만 화톳불 피워 놓고,
뜨겁고 뜨거운 커피 한 잔 마주하면서
눈빛으로 영혼을 노래할 그 누군가가 그리웁다.


눈은 소리없이 온 산하를 덮고
소복히 쌓여만 가는 그 순백의 편지지에
나는 띄우지 못하는 사랑의 연가를 쓴다.


허나 소리없이 하염없이
많이도
많이도 내리는
눈발 속에 그 마음...
그 사연....
그 노래는
지워져 간다 .
묻히어 간다.


아! 내 영혼은 눈오는 날
한 이틀 오두막집에 갇히고 싶다.


작가...../낭만


길을 가다가 사람을 만나면 ............./잠탱이


복도를 가는데 마주오는 사람이 둘 있습니다
두 사람 다 가운데를 비워두고 가장자리 쪽으로 비껴줍니다
내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면서도 두 사람 사이로 걸어갔습니다.
그 두 사람은 일행이었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은 상사입니다

어려서 엄마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신 말씀
길을(어디든지 상관없는 길) 가다가 사람을 만나거든
-저 멈춰서 지나가거든 가거라
-길을 가다가 사람과 마주치면 어른에게 양보하라
-여자가 남자 앞을 지나가면 안되느니라
-아침에 여자는 남의 앞을 지나가면 안되느니라
-여자는...

엄마가 아무리 말씀하셔도
그 말씀 내용에 공감할 수 없기에 살짝살짝 어기기도 했지만
엄마 눈에 띄면 불호령이 내리시기에
어느새 습관으로 몸에 배게 되었습니다

어느날 나이 어린 남자와 복도와 십자 형태로 마주쳤습니다
몸에 밴 습관이 나를 멈추게 했고
남자는 한참 연장자인 나에게 양보하여 멈췄습니다
내가 먼저 가라고 했더니 기어코 나보고 먼저 가라고 합니다.


그날 이후
저는 양보하지 않고 상대방보다 내가 연장자가 된다면
주저하지 않고 남자이건 여자이건 상관없이 먼저 지나갑니다
가장자리로 양보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연장자이거나 상급자인 경우에는 예를 지키죠

엄마가 이런 나를 본다면 뭐라 말씀하실지 모르겠지만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양보하고 포기하는 것은
후배 여자들을 위해 직무유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아침에 차고에서 나가는 버스가 인도를 막고 서 있어
사람들이 지나가기 힘들게 하면
보무도 당당하게 그 앞으로 지나갑니다
길을 막은 사람이 잘못한 것이지
목숨을 걸고 차도로 지나가는 사람의 잘못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사실은 나처럼 버스 앞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가는 사람보다요

길을 가다가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하나
아직도 몸에 밴 습관이 나를 당혹스럽게하지만
많이 노력합니다.
비록 상대방이 남자일지라도 내가 먼저 가도 될만한 사람이라면
당당하게 앞질러 갑니다.





주사위는 던져지고.........../헤라


경남산청에 있는 간디고등학교에 딸을 입학시키려고 원서접수를 하고,
1차전형의 합격한 딸아이를
2차 면접을 위해 2박3일 동안 머무를 간디학교 기숙사에 떨쳐버리고 오던 날,
만감이 교차했었다.

과연 합격을 할 수 있을까?
엄청난 경쟁률이었고,
2차 면접을 위해 온 다른 아이들의 눈빛이 하나같이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져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과연 우리아이가 20명안에 들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한껏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실상 간디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1차 전형에 합격한 학생이 11명이니,
외부에서 원서를 접수한 학생은 결국 9명만 선발될 수 있다는 거였다.
2차 전형에 합격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듯 정말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2박3일의 기숙사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딸아이의 달라진 모습을 보니
설사 떨어진다 하더라도 좋은 경험을 한 것으로 만족하리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신문을 건성으로 읽던 아이가 신문을 정독을 하기 시작했고,
어려운 한자는 옥편을 찾아가며 읽는 모습,.
자신이 앞으로 해야 할 공부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
이것은 아이의 새롭게 변한 모습이었다.

2차 전형 때, 학부모 면접에서 이런질 문을 받았었다.
만약 아이가 떨어지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네명의 학부모가 같이 면접을 받았는데,
어떤 부모는 재수를 시켜서라도 보내겠다는 학부형도 있었고,
어떤 학부형은 그냥 포기하겠다는 분도 계셨다.

하지만, 난 그렇게 대답했다.
"어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까지는 여러 갈래 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길이 직선이던 굽은 길이던 나름대로 다 묘용의 미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길이 직선이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 남는 시간을 유용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고,
굽은 길은 굽은 길대로 돌아가기는 하겠지만,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으니, 그 또한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랬다,
본인이 원했지만,
그 목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결코 실망할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생은 길고,
그 길고 긴 인생길에 어떤 경험을 하는 게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인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것이기에,
합격하던,
떨어지던,
나름대로 삶에 다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기에 그런 답변을 한거였다.

딸애한테도 그런 엄마의 생각을 전했고,
딸애 역시 설사 떨어진다하더라도, 크게 실망하지는 않노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말을 하면서 마음여린 딸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보니 내심 무척 기대하는 눈치였다.

정말로 본인이 절실하게 원하는 학교였기에 그랬으리라.
최종합격자발표를 기다리는 3일간은 그야말로 바늘방석이었다.

드디어 합격자 발표.
오후 5시에 홈페이지에 합격자 명단을 올린다고 했지만,
기다릴 수 없어 오전 10시부터 실시간으로 확인을 했다.

그러던 중 11시에 드디어 최종합격자 발표명단이 뜨는데, 가슴이 떨려서 열어보기가 사실 겁이 났다.

용기를 내어 합격자 명단을 클릭한 순간, 20명의 합격자 명단 속에 보여 지는 우리딸애 이름...
늘 진솔한 삶을 살라는 뜻에서 지어준, '진솔'이란 이름이 커다랗게 부각되어 보여지는 것이었다.

순간 그 누구보다 기뻐할 딸애의 환한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2박3일 동안 같이 지낸 친구들 중에 떨어지게 생긴 애는 하나도 없더라는 말은
그만큼 1차 전형에 합격한 아이들 모두 개성이 뚜렷하고 주관이 뚜렷한 아이들이어서
조금은 자신을 잃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었는데...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했던 남편도 아이가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조그마한 축하파티까지 열어주었다.
어쨌거나,
주사위는 던져졌고,
나름대로 본인이 어떻게 공부를 하느냐에 따라 자신이 원하던 꿈을 이루게 될 것이다.
자신이 원하던 공부를 하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며,
결코 엄마, 아빠를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노라던 딸애가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난 늘 아이들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곤 했다.
너희들은 정말 잘하는 거라고,
엄마가 너희들만 할 때는 절대로 너희들만큼 못했노라고.....

그런 말로서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키워주곤 했었다.
그랬던 이야기가 정말 다시금 실감이 났다.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결코 지금의 우리 딸애만큼 당차지도 못했고,
어떤 신념이나, 주관, 확신도 없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의 그런 확신과, 믿음, 자신감을 오래오래 간직해 주기를 바랄뿐이다.
(2002.11.18. 작가 헤라)






강물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되지
음 알게되지
내내 어두웠던 산들이 저녁이 되면 왜 강으로 스미어
꿈을 꾸다 밤이 깊을수록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부둥켜 안은채 느긋하게 정들어 가는지를

으음-음--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본 사람은 알게되지
음 알게되지
그 슬픔에 굴하지 않고 비켜서지 않으며
어느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되고 산이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 사람 누가 뭐래도 그대는
꽃보다 아름다워 노래의 온기를 품고 사는 바로
그대 바로 당신 바로 우리 우린 참 사랑





야경-9704/6호 변형(40 x 35cm)/동판화(메조틴트)/1997




가끔은 이런 언덕배기에 살고 싶기도 하다.

늘 낮은 평지에서만 살았던..나.

내가 살았던 낮은 평지는

늘 하늘은 안정되어 있었고.

땅 또한 지진날 것 같지 않았다.



좀 자라서 설 친구집을 찾아 간다고

골목골목을 기웃거릴 적에

이 언덕배기를 만났다.

언덕에 골목길이 있다는 것에 신기했고

언덕에 집들이 층층이로 올라가면서도 있는 게

신기했다.



지진날 것 만 같아 맘 졸이면서

위태위태한 언덕배기로 올라간 나의 다리는

호들호들 내가 지진났지.

저 언덕배기 골목길

저 언덕배기 집들은

그저 무심히 안전하기만 하더라.



지진 난 내가 사는 평지가

되려 안전하지 않을 것 같아

언덕배기에 살고 싶기도 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밤하늘은 그냥 판떼기에

별 총총 그려 놓은 반듯함이 싫고

그냥 판떼기에 사연하나 없는 것처럼 서 있는

나무들의 반듯함이 싫었다.



어쩌면.

둥근 하늘일 수 있고

낙하산 모양처럼 둥그런 별 총총 빛나는 언덕배기의 하늘을

내 안으로 가져올수 있을 것만 같았고

어떤땐 하늘이 아래로 내려와 있어

손만 뻗으면 별들을 만질수 있을 것만 같아

언덕배기에 살고 싶었다.



그 후. 난 한번도 언덕배기에 한번도 안 살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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