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빨래를 할까하고 물에 담궈두고 호우경보가 내렸다. 내일이면...한 게 일주일도 더 넘었다. 이 이불을 들고 가까운 막내네로 갈까? 아님 코인 세탁방에 갈까 생각이 많다가 이 폭우를 뚫고 어디든 가는 것도 무리다 싶어 ㅡ아님 버리지 머...ㅡ 별거 아닌 것도 마음을 내려놓으니 신관이 그지없이 편타! 이젠 비라는 말 조차 듣기싫다.
매일 한 번씩 다라이에 담궈 둔 이불에 물 갈아대며 발로 밟아주길 일주일이 넘다가 어제 전국 호우경보가 해제됐다는너무나 반가운 소식에 다저녁 때 세탁기를 돌려 마루에 널어두었다. 장마통에는 건조기가 있어야 하는구나 ㅡ 오늘 오전에 역시나 하늘은 오줌소태 걸린 늠처럼 비를 질금거렸다.
오후가 되자 해가 나길래 이불을 빨랫줄에 내다널었다. 빨리 마르라고 이 줄에서 저 줄로 펴서 널었다. 해가나니 나무에 앉은 매미가 운다. 여기까진 기분이 좋았다.
우리 마당에서 우화한 매미라 우리 매미라 부른다. ㅡ사진은 매미 허물 ㅡ 해마다 태어난 곳에서 그닥 멀리 가진 않는 것 같다. 어떨때는 유리창 방충망에 앉아서 세레나데를 부르다가 내가 보는 앞에서 짝짓기도 .... 올해는 폭우속에 매미가 귀하다.
저녁식사후 운동을 나가는 영감이 90%쯤 마른 이불을 걷어주면서 ㅡ새가 똥을 쌌네ㅡ ㅡ정말?ㅡ ㅡ미쳐 ㅡ 도대체 뭘 쳐먹었길래...이런!ㅡ 잘 마르라고 펴서 널었더니.. 제법 큼지막한 보라색 똥이 얹혀있다
욕이 서슴치 않고 나온다. 나 성격 드러운 할매 맞다. 그나마 귀퉁이라 펴놓고 솔로 문질렀지만 새똥은 천연염색이라 절대 안빠진다. 벚꽃지고 버찌가 달리면 흰 빨래를 못 널어 둘 정도라지만 지금은 대체 뭘 쳐먹었길래?....
마른 수건을 아래위로 깔고 발로 빏아 습기를 걷어내며 화가 치밀어 인증샷도 잘 찍히지 않는다.
비가 억수로 내립니다. 토란잎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쪼르르 미끄럼 탑니다. 이른 봄 잎만 무성했다 져버린 자리,나도 잊고 있었는데... 여기저기 불쑥불쑥 나타나 외로히 사라진 잎새를 그리워 합니다. 아마도 상사화가 울어서 장마가 오는 건 아닐까요? 오늘은 비에 드러누운 꽃송이도 생겼습니다. 너무 목을 쭈욱 빼고 둘레둘레 살피다가 그만..
연일 비는 내리지만 마음은 평온합니다. 그대신 블로그 글이 안써지는 게 흠입니다만...
오늘은 호우경보가 내린 날 냉장고 야채박스에 좀 남은 연근을 꺼냈습니다.
계란하나 계란 하나 양만큼의 튀김가루 커큐민(강황)티스픈 하나 물 반 컵 그렇게만 넣고 부쳤는데...영감 하나, 나 하나 먹어보니 맛이 좋아서 사진속으로 보이는 연근양에 ㅡ 묽은 튀김물은 절반이나 남았습니다. ㅎ~~ 내일 호박을 부쳐야겠어요.
해마다 정말 맛있게 먹고 많이 따던 살구나무가 이젠 늙었나 보다. 아님 저도 코로나'19에 걸렸는지 ... 먹을 게 하나도 없다. 새들이 유난하더니 쪼은 자리에 개미 혹은 벌레가 꾀었고 안은 시커멓게 썩어들어갔다.
그리고 맛도 없어졌다. 이웃과도 못나눌 지경이라 아까워 김치냉장고에 몇 봉 챙겨두었다가 그냥 살구나무 아래... 즈엄마 품으로 되돌려주었다. 그나마 뜨락일지로 기록이나 해둬야지 하는 맘으로 이 글을 쓴다. (2020년 6월 23일 수확/살구 매실 동시에) 살구수확하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ㅡ 미국 딸네 가는 것도 5월 14일 예약에 6월 13일 귀국하는 날짜도 살구 수확일에 맞춰두었다. (맨 아래 사진은 지난해 살구수확)
그랬는데 허당이었다. 나 역시 미국행이 허당이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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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
매실도 따지않을까 하다가 따봤더니 작은 바구니로 한가득이다. 잘 익은 것만 골라 아주 조금의 술을 담고 나머지는 매실 접장을 담았다. 지난해 매실효소를 부어두었으니 접장 맞다.
새파랗고 아작아작한 건 장아찌를 담아두었다. 아마 한참 지난 지금 글을 쓰지만 사진 정보로 날짜를 확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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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 전지를 많이하고 하나도 맺지 못한 자두도 전지하여 다시 길러야겠다. 매화나무는 며칠전 대충 잘라 주었다. 봄이면 꽃이라도 봐야지... 창으로 들어오는 매향도 맛보려면....
우리 두 부부처럼 낡은 집이다. 88년도부터 함께해서 좁지만 애착이 간다. 애들 공부로 학교 가까이 나가 산 적은 있지만 비워두었어도 한 번도 다른 이가 산 적이 없는 집 ㅡ작은 마당이 딸린 집이다.
부분 도배를 하고 장판을 깔고 ... 그 전에 비워내는 게 더 어려운 관건이었다. 막내네가 마음먹고 주말, 1박2일로 와서 책부터 내다버리기 스타트했다. 책장 세 개 버리는데 1개당 만원씩 3만원 현재 버린 것만(폐기물) 십만원 넘게 들었다.
헌 옷과 책등은 고물상에서 트럭으로 가져가고...며느린 내가 책에 미련둘까봐 정신없이 서둘러 묶어 내보냈다.
이사가는 게 낫지 짐을 이방으로 옮기고 또 저방으로 옮겼다가 제자리로 돌아오기 까지가 얼마나 힘드는지.....심지어 쓰다남은 벽지가 있어서 부분 땜빵도 직접 해가며.... 정말 돈은 얼마 들지 않았다. 결단을 내는 마음만 들었다.
속내를 모르는 사람들은 돈주고 시키라지만... 우리 죽기 전 마지막 정리를 해두는 것처럼 버릴껀 포기하고 쓸껀 새로 씻고 닦고...
5월 23일 시작한 버리기운동이 지금 한 달을 넘어서도 야금야금 나온다.
아직 못다읽은 책도 버렸는데 뭔들 안버리리 ~ 와중어 ㅡ당신 버킷리스트처럼밭도 장만해놓고 . 집안 대청소하고 겹치자 그만 낡은 허리가 종내는 사단이 났다. 허리 협착증이란다.
텃밭은 이미 풀밭이 되었고 장마비 며칠 쏟아진 다음날 ㅡ 부슬부슬 비 맞아가며 텃밭 정리를(반대하던 마눌)내가 해내고 개선장군처럼 돌아왔다. 수확기도 지나 비 맞고 그저 툭툭 떨어지는 살구를 망연히 바라보는 할배.할매! 늙으니까 이런거구나!
그 와중에도 현관옆 창고를 비우고 물놀이 하는 손자들 ㅡ 바깥은 비오고 모기물고 온수 퍼다나르기 뭣하고...비가오니 내버릴 물건이라도 아직은 창고행 ㅡ
냉장고랑 소파등등은 아들 둘이 와서 옮겼다가 제 자리로 옮겨주었다. 먼지 날리니까 (어린 손자들이 넷이니)그 일도 주말에 옮기고 다음 주말에 복원하고...
아침이면 둘 다 구부정 ㅡ 남편은 75, 난 72이다. 둘은 매일 식사 후 진통제등 약을 디저트로 먹고있다. 어찌보면 지금 우리는 둘이 의지가지 해 나갈 요양병원을 정리정돈 만드는지도 모른다. 우리 둘 만의...마지막 휴식처! 다 내버리고 진정한 안식처가 되어서 마음에 안정을 줄 것 같다. 이 일을 감행하기전 난 늘 뭔가 모르게 불안했다. 아무리 부지런 떨어도 갑갑한 집! 다 버리니까 뭔가 짓누르던 거에서 벗어났다.아이들이 더 좋댄다.
두 논네의 집에 외로울라치면 아이들이 가끔 찾아오고.... 누군 늙어서 집을 지을 때 이층을 올려 아들네방 딸네방 만들어 두었더니 ㅡ막상 이런저런 핑계로 훌훌이 제날로 돌아가더라는... 나는 여태 나머지 방들도 아이들이 편히 누울수 없게 만들었다. 그랬더니 되레 애들이 불만이었었다.
오늘 할 일은? 영감 할멈 둘이서 낑낑대며 뭐든 하겠지 ㅡ어젠 마리가 긁어서 까진 곳 페인트도 칠하고... 놀이삼아 두 논네가 그렇게 여름을 맞이했다. 허리가 아파 살구수확도 놓치고 매실은 조금 따두었다. 흡족하다.
도자기 화분이 예뻐서 아무케나 다육이 떨어진 잎들을 붙였더니 ㅡ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가니 볼만해졌다.
그래 이것처럼 인생도 눅진히 기다려주는 것이다. 기다리면 아름다운 결실이 오리니... 우리 부부도 마지막 여정을 꿈꾸며 오늘을 다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