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블로그에 글이 올라오지 않아 웬일인가 했다고?
딸아!
엄마는 오늘에사 바로 서서 걸을 수가 있었다.
추석명절을 거꾸로 쇤 셈이다.
본래 디스크환자지만....지난해 가을 제주도 차귀도 에어보트를 탄 후 그 다음날 허리가 펴지질 않았다.
딱 90도로 꺾인 할머니가 되었다.
그 당시엔 창피가 앞서서 그랬는지 그닥 큰 통증은 없었다. 이후 차 안에만 계속 앉아 있었다.
비상약을 먹고 .....집에 와서 병원을 다니고 물리치료 후 괜찮았다.
그러다가 지난 겨울 철원 빙판축제 트레킹에서 크게 미끄러지고 또 허리를 펼 수가 없었다.
왜 너도 알잖냐? 그 때 진단은 척추전방전위증이라고~
그땐 미치도록 많이 아파서 정말 열심히 병원 다니고 열심히 먹고 쉬었더니 허리둘레가 티코발통에서
레미콘발통으로 바뀌는데 일조를 했다.
얼마전에 아이들에게 나눠주려고 다육이 화분 20여개를 새로 만들며 또 다른 분도 분갈이를 하고~
글쎄 뭣에 홀렸는지 큰 덩치에 의자도 없이 쪼그려 트려 앉아 재미져서는 그만 서너 시간을 한 시간인 듯 몰입해서 하고 일어나니....손도 후들후들 다리도 후들후들~~
또 그 이튿날인가? 안좋으려고 몰아서 일만 저질렀다.
몽이가 하도 갑갑해 하기에 산책 데려 나갔다가 오른쪽 팔굽 관절이 빠지는 줄 알았다.
파스 부치고 끙끙대다가 ~~
또 며칠 후 ....추석 장을 봐서 배달시키고....이웃과 길에 서서 모처럼 나누는 환담!!
휴대폰이 울린다.
-오잉? 벌써 마트 배달아저씨가?-
<집에 초인종 눌러도 아무 대답도 없네요~어디계세요?>
-대목전이라 무지 바쁠 텐데.....
<아저씨 저 보이는데 있으니 대문 앞에다 그냥 내려두고 가세요~~>
그리고는 헉헉거리며 달려왔지. 이를 어쩌나!! 대문앞에 버려진 물건 덩치를 보니....그제사 아뿔싸 싶으다.
언제나 허리가 션찮은 우리집에 오면 마당을 거쳐 집 현관까지 들어주고 가는데...
그 날 따라 물건이 좀 무거워 큰 박스에 밴딩했는데...손잡을 여유가 없어서 양손으로 들 수가 없어~~
한 손으로 질질 끌고 들어가려다가....그러다 박스 다 터질 것만 같아 관절 아픈 오른 팔 두고 왼팔로 밴딩 한 쪽 끝만 겨우 손가락 두어개 집어넣고 (거의 20kg) 숨도 거의 안쉰 듯....단숨에 달리듯 집안으로 들여놨더니 .....
팔, 허리가 슬슬 아파 온다.
아놔! 이러다 시장은 봐뒀지만 암 것도 못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허리가 본격적으로 아프다. (5일)
비상약을 챙겨먹고 명절을 어떻게 하지? 걱정중인데...아들들에게 전화를 받았다.
과일과 선물 갖다 드리겠다고 6일 오겠다는 종근이 전화에....(큰아들)
아예 지수(손자) 데리고 그냥 추석날 아침(8일)에 오라고 얘기했다.
들락거리는 고양이 모므 때문에 현관문을 자주 열어두니 모기가 많이 끓어서 안좋다고....
그러자니 손자 때문에 큰 며느리 오지 말라니 둘째 며느리가 걸린다 (만삭)
둘째 종열이도 추석날 아침에 오랬더니 제가 전 날 와서 도와주겠단다.
<아! 그러면 마당에 나무가 너무 우거졌으니 좀 자르렴> 했더니
결국엔 큰아들 내외와 막내내외 모두들 추석 전 날인 일요일에 다 오겠단다.
할 수 없이 에프킬라를 들고 한통은 집 안 구석 구석에 한통은 마당 수풀우거진 곳에~~다 뿌려 두었다.
허리 아프다고 했는데.... 웬걸 6일은 엉뚱하게도 팔이 아팠다.
그날 밤은 가위눌리듯 악몽의 연속이었다.
깼다가 또 다시 악몽의 2편을 꾸고 깼다가 다시 3편을 꾸고.....나중에는 말이 나오질 않았다.
실어증 환자의 심정을 느꼈다. 이 모두가 중간중간 꿈에서 깬 게 아니고 하나의 연결된 악몽이었다.
기름솥에 넣었다가 뺐다가 하는 그런 담금질의 연속인 악몽!
아침에 일어나니 왼팔을 들 수가 없다. 아마도 왼팔을 깔고 육중한 몸으로 누르고 깊은 잠이 든 듯~
욕조에 담긴 다리를 들어 올리는 무거운 기분인데....귀 이상 더는 올라가질 않는다.
토요일이라 병원에 갔다. 물리치료를 받고...약을 사흘치 받고
일요일날 몰려 온 아이들
<어머니 허리는 좀 어떠셔요?>
<응? 허리? 아니다 지금은 팔이 너무 아퍼~~>
다행히 왼 팔이니 아이들 좋아하는 갈비찜을 대충 만들고...
전복10미(1,5K)를 바라보며 어떻게 껍질을 다 까나.....걱정만 태산~ 츠암 나~~ 팔이 아픈데 머리도 안 돌아간다. 막내 종열이가 엄마 갈비에다가 넣어버려요 그런다.
응 그래 맞어~~ 약간 데쳐냈다가 전복을 떼니 홀락홀락 잘 벗겨진다. 칼집을 어슷넣고 .....갈비찜 완성!!
내가 사다놓은 전부칠 재료와 막내가 또 사 온 재료가 어마어마하다.
그 걸 막내 부부가 다 부쳐낸다. 내가 마련한 재료는 절반만 내어놨다. 다 부치면 아이들 죽일 거 같아서...ㅠ
날씨는 왜 그리도 더운지~
손자 지수 냄새 난다고 쫓아 낸 에어컨도 없는 바깥 마루에서 둘이 머리 맞대고 그 많은 전을 다 부쳐낸다.
어찌 어찌 나물도 만들고 생선도 굽고...탕국도 끓이고 추석은 그럭저럭 잘 지났다.
착한 아들 며느리들 덕분이다.
약 사흘치 먹고 팔은 서서히 머리위로 올리는데 문제없는데.....허리가 다시 아프다.
순번을 바꾸어 차례로 나를 괴롭힌다.
허리가 아프다못해 다시 꼬부라졌다.
완전히 꼬부랑 할머니들은 허리가 안 아프다는데..너무 힘들다.
허리가 아프다기보다 힘이 든다.
일부러 구부정 다니는 사람처럼.,...구부정 자세가 너무 어렵고 힘이 든다.
움직일때마다 호흡을 몰아 쉰다.
남편이 설거지도 하고...아픈 허리로 가까운데 모신 어머님도 뵙고왔다. 어쩌랴 명절인데....
물리치료 두 번에 오늘에사 허리가 제대로 펴진다.
오래간만에 PC앞에 앉았다.
네 아빠가 지금 곁에 없어서 이러고 앉았지 아니면 난리 날 터인데....
<지금 뭐하노? 어이?>
..................................................
오늘은 아빠도 안계시고 ...갑자기 종열이가(결혼하기 전) 만들어주던 스파게티가 먹고 싶어졌다.
그 때는 2012년(카메라정보) 11월10일이었다.
아빠는 고향가시고 추석? 시제? 결혼식? 나는 그 때도 지금처럼 몸이 안 좋았는데....
그 때 하려던 김치냉장고 김치통 교환하러 대리점도 가주고....엄마 가려운 데를 시원하게 긁어주었다.
볼 일 한 바퀴 하고는 내일 빼빼로데이라며 빼빼로와 커피도 사주고...장을 봐와서 손수 스파게티도 만들어주었다.
그 게 왜 생각이 나는지...아마도 몸이 아프니 그 때 생각이 떠 오르나 보다.
<가만.....아직도 내 문서에 살아있는 그 때 종열이는 요리하고 나는 사진찍고 했었는데 그 게 어디에 있었지?
차마 버리지 못하고 두었던.......짜식 장가가더니 그냥 ....ㅠㅠ>
그래도 더 심하지 않고 끝내주려는 조짐이 보인다. 이만한 게 어딘가?
가까스로 펴지는 허리로 일어나서 낸장고에 있는 재료를 불러 모아 비슷하게라도 만들려고 애썼다.
가는 면발의 국수를 삶았다. 스파게티가 아니라 소면이다.(얼마나 먹고싶었으면~)
있는 게 그 것 뿐이라~~버터가 좀 있었다.
팬에 버터를 두르고 밀가루를 볶아 우유가 있어야 하는데...물을 조금 붓고 토마토 한 개를 으깨어 볶고 냉동 바나나 두어 개를 꺼내 으깨고 마늘도 넣었다. 후추도 소금도 좀 넣고 참 작은 양파 한 개도 넣었다.
양이 이인분쯤 된다. 반은 덜어놓고 국수를 넣어 비볐다.
아쉬운 대로 점심으로 잘 먹었다.
막내아들 자랑만 늘어놓아 종근이는 뭐하나 이 글 읽는 분들이 더 걱정이시겠다. 그치?
큰 아들은 좀 권위적이라 부엌엔 절대로 못 들어오는 건 즈이 아버지 그대로다. 라면 아빠 흉보는 걸까?
요즘은 설거지도 간혹 하시지만~~
종근이는 얼마 전 담낭 수술후 그리고 다이어트 후 부쩍 수척해 뵈는 얼굴이다.
막내 종열이는 부려먹어서가 아니라 지가 지 스스로가 그렇게 하는 걸 즐기잖니?
어쩜 같은 뱃속에서 태어나도 그렇게 다른지.....
종인아 이 글은 네게 이야기도 하려니와 기록도 해두려고 써본다.
윗글에서 차귀도 에어보트 탄 연후라고 썼는데...그 때는 허리가 완전 90도로 접어져서
처음인 줄 알았는데...엊그제 정도로 접혀진 건 재작년 추석 때도 그랬었다.
이모할머니네 집에 추석 때 다니러 갔다가 주차를 좀 멀리하고 이모 배웅을 받으면서...
<에구...허리 꼬부라진 이질녀가 연세 든 이모님 앞에서 걸어 나오려니 좀 부끄럽더라.
그런 기억들이 나서 ...그냥저냥 적어둔다.
혹시 나중에 다시 아프게 되면 원인 분석해보고....두 번다시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지~
무병장수가 아니라 일병장수란 말이 있다. 한가지 병을 가진 사람이 건강에 유의하면 더 장수한다고 ....
이상 엄마의 명절증후군? 오지게 치렀다.
참 어제 밤에 누워있는 중간에 30분간의 영상통화로 아이들 그림 그리며 노는 모습 그리고 화장실 가서
손 닦는 모습까지 세밀하게 ,,,곁에 있는 것처럼 영상통화~~ 보여줘서 고마웠다.
실제 내가 너희집에 간 것처럼 ...아이들은 우리를 전혀 의식치 않고 평소 놀던 모습 그대로여서 더욱 더 좋았다.
늘 짧게 <할머니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
앵무새처럼 되뇌이는 영상통화보다는 훨씬 좋았다는 말이다.
무슨 진한 감동의 다큐 한 편을 본 것처럼~~
엄마 아빠의 계획은 내년 여름쯤 방문할 예정이다만...그렇게 되도록 차질 없어야 할텐데,
건강해야 할텐데 말이다.
아무튼
너희들도 만날 때까지 모쪼록 건강하여라~~
|